1) 도킨스
내 책은, 정말 감사하게도, 발간 2주째부터 과학분야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물론 과학분야 1위라봤자 종합으로 따지면 300위 안에도 못드니 큰 의미는 없을 수 있지만,
한번도 책을 많이 팔아본 적이 없는 내게는 과학분야 베스트도 감사할 노릇이었다.
그 와중에 싫어하게 된 분이 바로 리차드 도킨스과 정재승.
특히 도킨스는 평소 존경하는 학자 겸 작가였지만 (특히 <만들어진 신>은 줄을 빡빡 치며 읽었다)
최근 한달간 그를 참 많이 미워했던 것 같다.
“아이 참,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때문에 내가 1등을 못하잖아!”
“정재승 선생도 그래. 이제 좀 절판 좀 하지, 자꾸 내 앞길을 가로막는 이유가 뭐야!”
한참 욕하다가 우연히 알게 됐는데, <이기적 유전자>가 나랑 같은 출판사에서 발간된 책이더라.
출판사 편집자님, 앞으론 정재승만 미워할게요!
2) 상
책 발간 후 한달이 지나니 내 책의 판매고가 뚝뚝 떨어지는 게 보인다.
오늘 동료 선생 김 모와 점심을 먹다가 한 대화.
나: 내 책이 이제 안팔리는데, 무슨 방법을 강구해야지 않겠어요? 내가 이전에 과학잡지도 애 보라고 갖다주고 그랬는데.
김: 아, 네. 제가 한 열권 살까요?
나: 그런 거 말고, 과학도서 부문 상을 하나 만들어서 그걸 날 주세요. 그럼 제가 아는 기자분한테 부탁해서 대대적으로 보도할게요.
김: (놀라서) 아. 네....
나: 상금이 없으면 관심을 안가질테니, 상금도 천만원쯤 내거세요. 그 대신 상금 타면 제가 김선생님한테 다시 돌려드리면 되잖아요.
김: (놀라서) 그럼...세금이 굉장히 많이 나올 거 같은데요.
나: (역시 놀라서) 아, 그런가요? 그럼 500만원만 하죠.
3) 4쇄
얼마 전 미녀 편집자님한테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내 책이 글쎄 4쇄를 찍었다는 거다.
목표가 2쇄였는데 목표의 두배를 뛰어넘는 수치.
아내한테 이 소식을 전하면서 앞으로 날 부를 때는 “이 4쇄야!”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아내가 한 말, “4쇄는 이왕 달성했으니 10쇄를 목표로 해야지. 이 십쇄야,라고 불러줄게.”
분명 좋은 말인데 그 말을 들으면 이상하게 기분이 나빠진다.
4) 알라딘 강연회
8월 27일 알라딘 강연회가 잡혔다.
알라딘 측에선 100명 모집이란 큰 꿈을 갖고 희망자 신청을 받았는데,
내 지명도가 생각했던 것만큼 대단한 게 아니어서 스무명 남짓 신청을 하셨다(그분들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ㅜㅜ_)
알라딘 측에서 당황한 것은 당연한 일,
어제부터 타겟 메일을 보낸다고 하고, 그러면서 내게도 페이퍼를 올려 독려를 해달란다.
아내와 상의를 했다.
나: 그래도 될까? 교봉 때도 읍소를 했었는데..
아내: 인간적으로 그럼 안되지. 네가 너무 뻔뻔해 보여!
나: 역시 그렇지? 이럴 줄 알았으면 교봉 때 괜히 페이퍼 올렸어. 그땐 장소도 좁았는데.
아내: 그러게 말야. 왜 자기는 한치앞을 못내다봐.
정말 그렇다. 난 왜 미래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을까.
지난번에 맹활약을 했던 어머니 친구분들을 우르르 모셔야 할까, 생각중이다.
아, 이 페이퍼는 그날 와달라는 호소문이 절대 아닙니다. 진짜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