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난 수목드라마 <슬픈연가>를 보면서 엄마 손가락을 주물러 드렸다. 처음 볼때부터 그랬지만 <슬픈연가>는 도무지 말이 안되는 스토리로 일관하고 있다. 장님의 청각이 얼마나 예민한데 권상우가 그전의 연인임을 김희선이 못알아본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고, 이왕 연정훈의 애인이 되기로 한 김희선이 권상우 곁에서 맴도는 것도 짜증이 난다. 등장인물들은 뻑하면 울지만, 나는 그들의 슬픔에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


우리 어머니 역시 열심히 욕을 하면서 드라마를 보신다. 이게 말이 되느냐부터 시작해, 시간이 아깝다, 그만보고 들어가겠다는 협박이 수차례. 김희선 곁을 떠나기로 한 권상우가 안가고 아지트에서 뭉그적거리다 김희선을 만나고, 그제서야 가겠다면서 길을 떠나다 김희선이 불러세우니까 그 자리에 우뚝 서버리고, 결국 둘이 껴안고 하는 장면에서 어머님이 하신 말씀. “갈라면 빨리 가지 왜 안가고 저런다냐”

난 “드라마는 원래 욕하면서 보는 것”이라면서 엄마를 말렸다. 11시가 가까워지자 혹시 <웃찾사>를 시작하나 싶어 채널을 수시로 돌렸다. 이럴 수가. 채널을 돌릴 때마다 엄마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처음. “왜 그러냐?”

두 번째. “가만 있어. 좀 보자”

세 번째. “자꾸 그러면 나 마루에 나가서 볼거다”

어머니는 심지어 예고편까지 다 보신 뒤에야 자리를 뜨신다.


잠시 뒤, 엄마 방에서 전화를 하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슬픈 연간가 뭔가 재미도 하나 없는데 아들이 보재서....”

아무리 드라마가 욕하면서 보는 것이지만, 볼 거 다 보면서 욕하는 건 좀 그렇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의 숫자는 의외로 많은데, 이건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지만, 그런 분들께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권상우가 했던 명대사를 돌려드린다.

“그렇게 욕하면 댁들이 멋있어 보이나요?”

엄마,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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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02-18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우리 엄마와 정반대네요. 정말 너무 웃겨요. 속에서 웃음이 마구 솟아나오는 것 같아요. 저는 지나다니면서 대강 줄거리만 듣는데 엄마가 좋아하셔서 오늘은 급기야 눈물까지... 그러면서 음악이 좋아 죽겠다고 하세요. 오늘 주문해서 출고만 기다리고 있는데... 어제 말씀하셨으면 같이 주문했을 텐데... 내일 아침 일찍 알라딘에 전화해서 졸라볼까 생각 중이에요. 간만에 말 너무 많이 했네요. ^^;

하이드 2005-02-18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안보지요~ 마태님도 어서 ' 안녕 프란체스카' 같이 보자니깐요.

하얀마녀 2005-02-18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드라마는 욕하면서 봐야 제맛... ^^

책읽는나무 2005-02-18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맞아요!...드라마는 원래 욕하면서 보는게 맞아요..ㅋㅋㅋ
욕하면서 보는 사람중에 저도 포함!..^^
욕하면서 마지막씬에 권상우와 김희선이 껴안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그럼서 예고편 다보고....ㅋㅋㅋ

가끔은 신랑이 옆에서 뭐라고 드라마 욕을 해대면 난 옆에서 통달한 사람처럼.."그러니까 드라마지!...안그럼 드라마 스토리꺼리가 없어서 작가들 머리 싸매잖어~~"
그럼서 뒤에서 나혼자 또 욕하고...^^

그리고 나의 영향을 받은 나의 민은 지아빠가 채널 딴곳으로 돌리면 "쾌걸 춘향".."슬픈 연가".."올드 미스 다이어리" ...등등의 하여튼 드라마 틀어놓으라고 울고 불고 난리통...ㅡ.ㅡ;;

진짜 대책없는 집안은 바로 우리집안인것 같으네요..^^

마태우스 2005-02-18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녀님/밤중에 반갑습니다. 그럼요, 욕하면서 봐야죠^^
하이드님/이번 월요일날 못봤어요. 담주부터는 꼭 볼께요. 글구 오늘 보니까 웃찾사 이제 그만 봐야겠어요. 별로 재미 없던데요. 프란체스카로 바꾸겠습니다.
하루님/안녕하세요 하루님. 거기 나온 노래들, 다 괜찮더라구요. 시나리오만 더 탄탄했다면 좋았을 걸 그랬어요. OST 주문하셨단 얘기죠??

책읽는나무 2005-02-18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페이퍼도 추천이 있네요...^^
고백컨대 전 추천 안눌렀어요..ㅡ.ㅡ;;

마태우스 2005-02-18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나무님/추천 해놓고선 겸손하기까지! 존경합니다 책나무님. 님 가족과 저희 가족이 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뭉쳤군요^^ 드라마는 욕하는 재미로 보는 걸까요??

책읽는나무 2005-02-18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하는 재미라고 하긴 하지만....실은 전 대리만족을 느끼면서 보는 기분이 조금 있긴 합니다...그러면서 나중엔 나의 현실과 너무나도 크게 차이가 나니까 허한 기분에 막 욕을 해대는???...ㅋㅋㅋ
저자신은 좀 그런것 같아요..^^

그리고...저 진짜 추천 안눌렀어요..ㅡ.ㅡ;;
추천도 안누르고 겸손하단 칭찬을 들으니 좀 찔려서 말입니다..ㅋㅋㅋ
앗!
혹시 추천해달란 우회적인 말씀은 아니시죠??

비로그인 2005-02-18 0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하..어머님의 통화..마지막 반전이 너무 재밌어요!

작은위로 2005-02-18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음, TV안봐요, 아니, 못봐요. ㅋㅋㅋ
어머니, 화이팅!(뜬금없이)

줄리 2005-02-18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픈 연가를 보면서 어디서 울어야 하는건지 알려달라고 소리치던 동생의 말이 생각나는군요 ㅎㅎㅎ

날개 2005-02-18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신> 보세요.. 마태우스님께 딱 맞는 드라마란 말예요...^^

2005-02-18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5-02-18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슬픈연가 중에서 가장 말이 안되는 설정이 시각장애인인 김희선이 권상우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님 말씀처럼 그 사람들은 시각대신 청각과 후각 촉각등이 엄청나게 발달해서 아마 권상우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하더라도 특유의 체취로라도 금새 알아볼텐데 뻔히 목소리까지 들리는데 (거기다 권상우 말투 좀 혀짧아서 댐시 표가 나지요^^) 모른다니... 처음에 아역들 나왔을때 재밌게 봐서 약간 보다가 김희선이랑 권상우 엇갈리면서도 감질나게 자꾸 만나니까 안보게 되더라구요.

클리오 2005-02-18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 우리 집은 드라마 보면서 누군가가 드라마 욕을 막 하면, 어머니가 옆에서 '드라마야, 드라마!'하면서 진정시킵니다. ^^

마태우스 2005-02-18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그런 역할을 맡으실 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플라시보님/그러게요. 못알아본다는 게 공감이 안가니 그 이후부터 쭉 공감이 안가고 있습니다.
속삭이신 분/아 그렇군요. 시각장애인이라고 불러야 하는군요.... 그래 맞아 난 왜 이걸 몰랐을까
날개님/님은 저에게서 장보고를 느끼시는군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이 많더라구요^^
dsx님/동생분의 말, 촌철살인입니다^^
위로님/음, 그렇군요. 화이팅만 어머님께 전하겠습니다
복돌님/님은 저희 어머님을 너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책나무님/하하 추천을 강요하는 거 절대 아닙니다. 드라마에서 제가 가장 욕하는 부분은 우연성이 많다는 것, 그리고 공감이 안간다는 건데, 이번 드라마는 그게 참 심해요.

2005-02-18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터라겐 2005-02-19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역들이 할땐 괜찮겠다 싶었는데 점점 울컥하네요..ㅋㅋㅋ
엄마들의 드라마 보는 방법은 똑같은것 같아요.. 얼마전 종영한 금쪽같은 내새끼..전 그거 보다 이런거 왜보는데 그러니깐 엄마 말씀이 뭐 재밌어서 보는게 아니구 그냥 보던거라서...안보면 궁금하니깐...이게 바로 tv를 꺼야하는 이유같아요..

샤크 2005-02-25 0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팅만 하다 몇자 적어봅니다.
교수얘기도 그렇고 요즘 서민님 굉장히 다른사람 흉보거나 불만스러운 글이 많네요.
예전에 서민님은 안그랬던거 같은데.. 저는 이곳에 있는 글로밖에 님을 알수있는 방법이 없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