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그렇게 차리고 다녀?”

날 만나는 사람들은 자주, 그것도 아주 자주 이런 질문을 하곤 했다.

나름 메이커로 차려입은 날에도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면

내게는 비싼 옷도 허름한 옷으로 보이게 만드는 재주가 있나보다.

 

이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난 ‘대학원생’ 내지는 ‘고시생’ 쯤으로 소문이 났는데,

방송에서 날 본 주민의 제보로 그런 오해는 사라졌다 (그 제보를 우리 동 사람이 모두 알게 한 이는 야쿠르트 아줌마였다).

천안에 내려가서 가장 눈에 띈 게 사람들의 옷차림이었다.

삼성전자 천안공장을 제외하곤 큰 회사가 없어 다들 자영업을 하는 듯한데,

그래서 그런지 출퇴근길에 만나는 사람들은 차림새가 나와 비슷했다.

양복을 말쑥하게 입는 대신 나와 비슷하게 후줄근한 사람들을 만나니

마음이 참 편하다.

 

지난 일요일에 있었던 얘기 하나.

일요일이면 새벽 6시 차를 타고 서울로 테니스를 치러 가는데,

우리 집에선 택시 잡기가 너무 어려워

집에서 차를 가지고 천안역에다 세우고 터미널까지 택시를 타고 간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택시를 타니깐 기사가 날 위아래로 보더니 이렇게 말한다.

“여기서 주무시다 오시는 거예요?”

영등포역, 서울역과 마찬가지로 천안역에도 주무시는 분들이 계시고,

추리닝 차림의 내 모습이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렇지 대놓고 노숙자냐고 물어보다니.

테니스 라켓 들고 다니는 노숙자 봤어, 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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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옷차림새
    from 시간의 흐름, 그 속의 책 2012-02-27 21:42 
     마태우스님 글을 보니 문득 나의 옷차림새에 대한 평 아닌 평들이 떠올랐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테헤란로. 아마도 정장 잘 빼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곳 아닐까 싶다. 여자들의 옷차림새는 가끔 부러울 지경이다. 호오. 어떻게 저렇게 말쑥하게 하고 다니는 걸까. 그에 비해 나의 옷차림. 흠. 원래 캐주얼한 걸 선호하는 나라고 박박 우겨대지만 사실은 살이 너무 쪄서 정장이 잘 안 맞는다는 게 비극의 시작이다. 정장 옷을 입으면 바지
 
 
꼬마요정 2012-02-27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테니스 라켓 들고 다니는 노숙자..ㅋㅋㅋㅋㅋㅋㅋ
빵 터지고 갑니다.
택시 아저씨 너무 하셨네요...ㅋㅋ

마태우스 2012-02-27 18:01   좋아요 0 | URL
와아 요정님 감사드려요 무플을 방지해주셨네요^^
한 아저씨는 절 딱 보더니 이봉주 닮았다고, 쌍둥이 같다고 하더군요 -.- 천안이 원래 직설적이어요

울보 2012-02-27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음 그날의 마태우스님 모습이 상상이 안되는데요,ㅡ 옆지기는 얼마전까지도 류에게 아빠 대학생이니?하고 묻던데,,참 옆지기 노상청바지에 티셔츠에 배낭 아주 자유로운 복장 요즘은 등산복차림, 참 좋다고 등산복 패션이, 새벽에 출근하고 저녁에 오는 옆지기 편하다고 하던데요,,
음 마태우스님에게 살짝 미안한데 상상중입니다, 테니스라켓든 노숙자를요,,ㅎㅎㅎ

마태우스 2012-02-28 11:15   좋아요 0 | URL
등산복 패션이라, 그거 좀 아저씨스럽지 않나요? 등산 하면 자연스럽게 아저씨가 떠오르던데... 글구 따님에게 대학생이라고 말해달라고 강요하기 없기!!^^

moonnight 2012-02-27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택시 아저씨 사람 볼 줄 진짜 모르셨네요. 수수한 옷차림새 뒤로 후광이 비치는 걸 못 보셨군요!!! (노숙자라니. 저 쓰러집니다. ㅠ_ㅠ)

저도 늘 복장상태 불량이라 깊이 이해가 된다는.

일전에 대출받으러-_- 은행에 갔었거든요. 갑자기 돈 들어갈 일이 생겨서요. 대출코너에서 직원분이 아주 불쌍하다는 눈빛으로 "생활비 모자라세요? " 하더군요. 네. 했더니 더 불쌍하다는 눈빛으로 "그래, 직업은 있으세요? " 하더라는. 그때 제가 막 뽀글이 파마 했던 데다가 낡은 청바지 차림이긴 했어요. 흑흑. ㅠ_ㅠ;

마태우스 2012-02-28 11:16   좋아요 0 | URL
살이 빠지니까 그 후광이 더 커졌답니다.
님은 아무 거나 차려입어도 세련되고 멋지던데요 뭐.
근데 님한테 "직업은 있으세요"라니, 그 직원도 옷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는군요! 옷이야 낡았더라도 얼굴에서 광채가 나는데 그걸 못알아보다니...

재는재로 2012-02-27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 어떤 모습이셨길래 상상이 되지 않네요 상상해봐도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마태우스 2012-02-28 11:16   좋아요 0 | URL
일전에 조선족 닮았다고 올린 사진 상상하시면 됩니다^^

카스피 2012-02-27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요즘 일반 회사도 양복보다는 캐쥬얼 복장-정장이 아닌 캐주얼한 마의와 바지-이 서서히 대세가 된다는데 아직도 정장을 안 입으면 하얀손으로 오해하시는 분이 많읂신가 보군요.
그나저나 아마 기사님은 라켓을 파리채로 아셨나 보네요^^

마태우스 2012-02-28 11:17   좋아요 0 | URL
호홋 파리채... 나중에 그 기사분 만나면 한번 물어보고 싶네요^^
그나저나 캐주얼이 대세군요. 그러니까 제가 좀 앞서간 거였군요!

페크pek0501 2012-02-27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에서 저는 여섯 가지의 기술을 배워갑니다.^^

1) 대화체로 글을 시작할 줄 아는 기술.
2) “내게는 비싼 옷도 허름한 옷으로 보이게 만드는 재주가 있나보다.” ⟶ 자신에 대한 낮은 평가를 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좋은 인상을 갖게 하는 기술.
3) "그 제보를 우리 동 사람이 모두 알게 한 이는 야쿠르트 아줌마였다."⟶ 간단 명료하게 정보를 주는 기술.
4)“양복을 말쑥하게 입는 대신 나와 비슷하게 후줄근한 사람들을 만나니 마음이 참 편하다.” ⟶ 자신이 평범한 서민이라는 걸 알림으로써 독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기술.
5) “테니스 라켓 들고 다니는 노숙자 봤어, 엉?" - 한마디로 압축해서 웃음을 유발하는 기술.

그런데 제일 중요한 기술은 다음의 여섯 번째의 기술이다.
6) 어떤 기술도 들어 있지 않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글 쓰는 기술

마태우스 2012-02-28 11:19   좋아요 0 | URL
우왓 여섯가지 씩이나.. 너무 잘 봐주시는 것 같아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근데 제가, 자학을 하면서 신뢰를 얻는 건 맞아요^^
제 입장에선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컨셉으로, 동정심을 얻는 데는 아주 효과가 좋습니다 잘 통하니까 삼십년째 계속 쓰고 있는데요, 어떻게 점점 효과가 커지더이다 호홋.

좋은날 2012-02-27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곳에서 마태우스님 사진 보면서 그런생각은 해본적 없는데..
테니스라켓 노숙자는 웃겨요.
겉모습만 따지다 사람들이 사기를 당하는 거겠죠.

마태우스 2012-02-28 11:19   좋아요 0 | URL
맞아요 겉모습 멀쩡한 사람이 대개 사기꾼이죠!!^^

Mephistopheles 2012-02-27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니스라켓을 들은 노숙자라니.....
하긴 저도 별로 할말이 없네요. 저 역시 요즘 출근 복장이 아주아주아주...
홈패션이니까요..ㅋㅋㅋ

마태우스 2012-02-28 11:20   좋아요 0 | URL
메피님은 그래도 외모가 좀 있어 보여서, 노숙자 얘기는 안들을 거 같아요.
아내한테 노숙자 얘기 했더니 한숨을 쉬면서 절 야단치더이다. -.-

2012-02-28 0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28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2-02-28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모님께서 야단치시는 건 당연한 결과네요!

책가방 2012-02-28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니스라켓 든 노숙자보다 택시타는 노숙자가 더 웃긴데.. 저만 그런가요??
라켓이야 주웠을 수도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