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박'사.....

 

하루 이동시간이 많은 나, 어제는 특히나 더했다.

우선, H 백화점서 상품권을 사서

-->혜화동에 있는 모교 선생님들께 드리고

-->상계역 부근의 막내고모에게 인사를 드린다

--> 과천에 사는 셋째고모에게 인사

--> 신도림동의 큰어머님께 인사


코스를 보니 지하철만 몇시간 타야 할 분위기, 갑자기 걱정이 되었다. 내가 읽고 있던 <살인자들과의 인터뷰>가 불과 150페이지밖에 남지 않은 것. 그 책이 쉽게 술술 읽히는 걸 감안할 때, 읽을 게 없이 지하철을 타는 순간이 올지 몰랐다. 나올 때 한권을 더 챙겨올 것을... 난 수중에 읽을 책이 없으면 매우 불안해하는지라, 출근을 하다가 다시 집으로 간 적도 있을 정도.


그러던 중 상계역 부근에서 헌책방을 봤다. 고모집에 들렀다가 오는 길에 책방에 가서 책을 골랐다. 원래는 한권만 사려고 했는데, 어렵게 온 걸음이라 쉽사리 나가기가 꺼려졌다. 여섯권을 골랐더니 17000원이란다.

나: 한권에 천원이라고 밖에 써있지 않았어요?

사장: 정가의 50%를 받습니다.


갑자기 돈이 아까운 생각이 들어 두권을 뺐다. 네권을 넣었더니 가방이 너무 무거워, 안뺐으면 큰일날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석 인사를 마치고 집에 온 시각은 밤 10시, 너무 웃긴 것은 그때까지도 <살인자들의 인터뷰>를 다 읽지 못했었다는 것. 나의 불안강박증 때문에 괜히 가방만 무겁게 해가지고 다녔다.


PS: 헌책 중 한권은 상태가 좋았는데 나머지는 좀 더럽다. 한권에는 코딱지까지 묻어있다. 아니 어떻게 책에다 코딱지를 묻힐 수가 있을까. 그 사람은 아마 화장실에 휴지가 없으면 책을 부욱 뜯을거다. 책에다 낙서를 하면서 읽는 내가 이런말을 하긴 그렇지만, 책을 사랑하는 건 책을 깨끗하게 보존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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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9-24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딱....지!!! 흡......

비로그인 2004-09-24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딱지인지 알아보신 내공이 더 대단하십니다. ;;

가을산 2004-09-24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을 읽지는 않으면서 없으면 불안해요.
아니... 잠시라도 '할 일이 없으면' 불안한건지도...

stella.K 2004-09-24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 너무 심하네. 코딱지라니...그래도 님은 낙서가 아니고 메모일거라고 사료되는데요.^^

조선인 2004-09-24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계역 앞 헌책방!!! 거기 몹시 불친절한 곳인데, 잘못 걸렸군요.
그리고 무조건 정가의 50% 받는다는 거, 뻥입니다.
아무래도 마태우스님이 재벌2세임을 간파하고 바가지씌운 듯 합니다.
그런데 상계동까지 와서 연락없이 가버리시다니, 흑흑흑, 서운해요. ㅠ.ㅠ

노부후사 2004-09-24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무슨 책 사셨어요?
궁금해요~~

마냐 2004-09-24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그렇게 많이 이동하셨는데도 살인자..를 못 끝내셨다니...재미가 없으셨거나...너무 꼭꼭 씹고 계시거나...

starrysky 2004-09-24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화동 - 상계역 - 과천 - 신도림이라니 가히 살인적인 스케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전 상계역 근처나 과천 가는 길목에서 아마 뻗어버렸을 듯.. ^^

groove 2004-09-24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책에 뭐 뭍어잇으면 화딱지가 나지않나요.
제가 추정해보건데 코딱지도 상당히 빈도가높고. 멸치고추장볶음의 고추장소스, 피지
아주 상상초월한것들이 많이 뭍어있더군요.웩.

sweetrain 2004-09-24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낼 신림동-인천-일산-구리쪽을 돌아야할 모드입니다..흐흐흑.

panda78 2004-09-24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힙드셨겠다..
그런데 인터넷 서점에서 정가의 2-30 프로 할인해서 파는 책이 많다는 걸 감안해 볼때..
헌책을 정가 50프로에 판다는 건 좀 심한 것 같아요. 완전 새 책같다면 모르지만..

플라시보 2004-09-24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집을 나설때 책을 읽은 페이지 수를 보고 불안하다 싶음 한권 더 챙겨요. 오늘이 그런 날이었고 다행스럽게도 준비한 새 책을 읽게 되었죠. 하지만 님처럼 못읽은 날이 더 많습니다. 괜히 가방만 무겁게 챙긴셈이죠^^

비로그인 2004-09-24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혜화, 상계.. 낯익은 지명들이 나오니 괜실히 반가운...^^;;

werpoll 2004-09-24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코딱지; 저도 책을 함부로 보는 사람을 무지 싫어한다는;;
그래서 많이 이기적일지도 모르지만; 책을 누군가에게 빌려줄때 엄청 강조를 해요;
쫙 펴서 보지 마라, 접지 마라, 등등;

瑚璉 2004-09-25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계역 앞의 헌책방, 비추천입니다 (-.-;). 의외로 볼 만한 책이 적기도 하고, 가격도 어려움이 많지요.

마태우스 2004-09-25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깽이탐정님/음, 접는 것은 자국이 남으니 안좋은 것 같아요. 코딱지보다야 낫겠지만요^^
평범한여대생님/호호, 이런 게 바로 지리적 근접성에서 비롯된 친밀감이 아닐까요
플라시보님/그래도...불안한 것보단 낫죠, 그렇죠?? 책은 좀 오버하게 챙겨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다
판다님/제말이 그말입니다. 더구나 코딱지까지 묻어있는 책을!!
단비님/인천과 일산은 좀 심한데요??? 하루에 가능하려나...
그루브님/갑자기 헌책방서 산 책을 만지기 싫어지는군요....으....
스타리님/님처럼 연--------약하신 분은 뻗으셨겠지요^^ 추석 때 많이 드시고 체력을 기르시길! 서재질도 사실은 체력전입니다
마냐님/사, 사실은 전화질을 좀 오래 했고, 갈아타고 어쩌고 하다보니 진도가 잘 안나가더라구요. 책은 재밌었는데...
에피메테우스님/오정희에 대한 양장본이 있어서 그거 샀구요, 이경자가 쓴 책 한권, 나머지 두권은 비밀입니다.
조선인님/님 상계동에 계시나요?? 어머나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걸!!!
스텔라님/호호, 제겐 물론 메모지만, 남들에겐 낙서로 받아들여질 것 같습니다
가을산님/님도 저처럼 책 강박증이군요. 반갑습니다. 알라딘 분들 중에 이 병이 많을 듯...
체셔고양이님/그, 그걸 보고 코딱지인 줄 모르는 사람은 아직까지 한번도 파보지 않은 사람일 겁니다. 특징적인 모습을 갖추었더군요.
진우맘님/코딱지가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같이 꿈꾸도록 해요!

마태우스 2004-09-25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련님/흑, 그 말씀을 이제사 하시면 어떡합니까. 그래도 두권 빼기 다행이다...

panda78 2004-09-25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번 추석때 버스안에서 보려고 책을 좀 쟁여놨는데, (성남- 대전 왕복) 지금 생각해 보니 올 때는 보나마나 잘 것 같고, 갈때도 반쯤은 잘 듯. 거기다 버스전용차로제로 그리 밀리지 않는다면, 이거이거.. 괜한 짐 되는 거나 아닌지? ;;
마태님, 해피 메리 추석--- ^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