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설명: 이 책의 저자가 이병천입니다.
전주비빔밥은 맛있다. 서울에도 <전주비빔밥>을 표방한 식당이 있긴 하지만, 전주에서 파는 비빔밥의 맛을 따라가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사람이 바글바글한 유명한 집은 말할 것도 없고, 전주에 있는 어느 식당에 가도 맛있는 비빔밥을 먹을 수 있다. 재료가 달라서일까, 아니면 손맛이 유별나서일까.
‘추어탕’의 명소는 남원이다. 서남대에 있는 선배를 찾아갔다가 남원에서 가장 유명한 추어탕을 먹은 적이 있다. 조리가 잘 안되면 비리기 쉬운 추어탕이지만, 그집 추어탕의 맛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다. 미꾸라지 한 마리를 통째로 삼켜야 하는 숙회는 물론이고 바닥에 고인 국물 한방울까지 난 샅샅이 핥아 먹었다. 안좋은 건 다른 곳에서 추어탕을 먹을 때마다 그집 생각이 나서 우울해진다는 것.
각 지방마다 이런 식의 대표 음식이 있게 마련이다. 내가 이번에 갔던 상록리조트 바로 옆이 순대로 유명한 병천이었다. 워크숍 때문에 상록리조트에 갈 기회가 있었고, 그때 동료 선생의 소개로 병천순대를 먹은 적이 있다. 모두들 원조를 자처하지만, 그집 순대는 정말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친구들이 여기까지 왔으니 오늘은 순대를 실컷 먹어 보자면서 날보고 앞장을 서란다. 몇바퀴 헤맸는데 영 기억이 안나서 KBS, MBC, SBS에 모두 나온 적이 있다는 식당을 갔다. 순대 한접시와 모듬순대를 시켰다. 순대 한 개를 집어먹었을 때, 난 너무도 놀랐다. 순대가 이렇게 맛있을 수도 있는 걸까. 거의 예술에 가까운 순대의 맛, 친구들은 물론이고 순대를 먹어본 적이 없는 아이들도 맛있다면서 순대를 연방 입에 넣는다. 배가 불렀지만 억지로 순대국을 시켰고, 순대국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진한 국물의 맛을 음미하면서, 서울까지의 먼 길을 난 지루한 줄 모르고 왔다 (사실...차가 안밀려 금방 왔다).
순대를 너무 많이 시켜서 순대가 남았는데, 남은 거랑 순대 한접시를 친구가 포장을 해서 집에 가져갔다. 그 친구가 부럽다. 나도 한접시 포장을 해서 어머님께 드릴 걸. 왜 이제야 그런 생각이 난담? 당분간은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그집 순대를 생각할 것이다. 그 영롱한 맛을 생각하면서 삶의 고통을 이겨내야지. 아, 병천, 그대 이름은 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