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 똑바로 안들어?”
스윗매직이 채찍을 손에 감아쥐자 다섯 형제는 쳐졌던 팔을 높게 치켜올렸다.
“이름 가지고 사람을 차별하다니, 마(馬)가 뭐 벼슬이야? 엉?”
마냐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렀다. ‘그때 좀 잘해줄 걸...’
옛날 옛적에 마씨 형제자매 다섯이 살았다. 마냐가 맏딸, 마립간이 장남이고, 마태우스가 둘째아들, 하얀마녀가 넷째, 오즈마가 막내딸이었다. 말이 한 가족이었지 '마‘가 먼저들어간 사람은 성골로, 중간이나 끝에 들어간 사람은 진골로 분류되어 각종 행사에서 차별을 받았다. 똑같이 ’마‘가 앞에 들어갔다 해도 이름 중 ’마‘가 차지하는 비율을 따져 우열을 가렸다. 이름의 50%가 ’마‘인 마냐는 따라서 가족의 우두머리 역할을 했고, 33%인 마립간이 2인자, 마태우스가 3위였다.
진골은 취직을 해서 집안을 부양해야 했다. 오즈마는 길거리에 나가 초상화를 그렸으며, 하얀마녀는 농사를 지었다. 반면 성골은 학문을 연구하며 풍류를 즐겼고, 돈을 버는 일에는 종사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식사 때면 밥을 많이 먹었고, 뼈빠지게 일을 한 진골들은 푸성귀와 김치에 누룽지를 먹어야 했다.
마냐: ‘마’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문장을 지어 보세.
마립간: 이마를 마빡이라고 우기다 마잤다!
마냐: 허허, ‘마잤다’라는 편법을 쓰면 안되지. 그러니 자네가 만년 2인자인 걸세.
마태우스: 제가 해보겠습니다. 마술사가 마고자를 입고 마을에 마실 갔다가 마주오는 마차에 치여 마빡이 깨졌다!
마냐: 의욕은 좋은데 문장이 너무 너저분해.
마립간: 마냐님의 내공을 보여 주시어요
마냐: 안그래도 말하려던 참일세.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게 마술사, 마녀, 마굿간, 마파두부예요. 어때?
마태우스, 마립간: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들을 지켜보던 오즈마와 하얀마녀의 맘 속에 불만이 쌓였다.
오즈마; 왜 우리만 죽어라 일을 해야 하는 거지?
하얀마녀: 우리는 진골이잖아!
오즈마: 아무리 그래도...
순간 마냐가 소리쳤다. “거기, 좀 조용히 할 수 없어? 니들 때문에 학문이 안되잖아! 학문이!”
“네 죄송합니다.” 둘은 황급히 자리를 떴다. 그런 그들에게 행운이 닥쳤다.
“딩동”
난데없는 벨소리에 하얀마녀가 문을 열어보니 웬 아리따운 소녀가 서있다.
“누, 누구세요?”
“전 스윗마직이라 하옵니다. 사람들이 절 여기로 가보라고 해서요”
하얀마녀는 잠시 머리를 굴렸다. “스윗마직? 얘를 우리 가족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하얀마녀 오빠, 누구야?”
오즈마가 나오다 스윗매직을 발견했다. 자초지종을 들은 오즈마는 그 순간부터 자신이 부엌일에서 해방될 수 있겠다는 깜찍한 생각을 했다.
“마냐님, 누구 서열이 더 높은지 밝혀 주세요”
오즈마의 말에 마냐는 인상을 찌푸렸다. 오즈마는 이름 끝에 ‘마’가 들어가긴 해도, 스윗마직의 ‘마’는 엄밀히 따져서 진정한 ‘마’가 아니었다.
“오즈마가...높다. 스윗매직, 넌 앞으로 이분들을 잘 모셔라”
스윗매직의 고생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밖에 나가 앵벌이를 하는 것은 물론 집에 와서도 온갖 허드렛일을 해야 했다.
“이봐, 스윗매직!”
마립간이 매직을 불렀다. 진정한 ‘마’가 아님을 강조하려는 듯, 그는 언제나 스윗마직을 ‘스윗마직’으로 불렀다.
“네, 마립간님!”
떡 다라이를 이고 가던 스윗매직이 뒤를 돌아봤다.
“떡팔러 가기 전에 장작이나 좀 패렴”
스윗매직은 자신의 연약한 손을 바라봤다.
“왜? 싫어?”
마립간의 말에 스윗매직은 말없이 도끼를 잡았다.
“퍽!” “윽” “퍽” “깩!”
나무가 갈라질 때마다 나무가 내지르는 비명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그건 스윗매직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비명 소리였다. 낮에는 앵벌이, 밤에는 집안일, 스윗매직은 잠을 잘 새조차 없었다. 자고 있어도 마씨 형제들은 그녀를 깨웠다.
“이봐, 일어나. 그렇게 잠이 많아서야 뭘 하겠니”
스윗매직은 눈을 떴다. 마태우스였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였다.
“저기 편의점 가서 담배 하나만 좀 사오렴”
스윗매직은 말없이 밖으로 나갔다. 하늘을 보니 달이 밝게 떠 있는데, 달빛에 비친 우주가 연보라빛으로 빛났다. 저 멀리서 파란여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오오오오--------”
“달님, 제가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탄식하고 있는데 갑자기 머리에 충격이 왔다. 바닥을 보니 사과가 하나 떨어져 있는데, 자신과 부딪혀서 그런지 한 귀퉁이에 멍이 들어 있었다.
“내 이럴 줄 알았어. 냉큼 담배를 사올 것이지 뭘 꾸물대고 있어? 너 집안일 안하려고 밖에서 돌아다니다 온다며?”
마태우스였다. 스윗매직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아니 얘가 날 비웃다니!”
순간 마태우스는 얼굴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 쓰러지고 말았다. 코 밑이 따뜻한 걸 보니 피가 나는 모양이었다.
“니, 니가 감히 나를 치다니?”
하지만 마태우스는 그 말을 끝맺지 못했다. 스윗매직의 채찍이 마태우스의 튀어나온 입을 때렸고, 마태우스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으으--” 얼굴이 따끔한 게 아직도 아팠다. 눈을 떠보니 자신이 두 팔이 묶인 채 갇혀있다. 빛이 들지 않는 걸로 보아 광 같았다.
“마태우스, 일어났군”
마립간 역시 팔에 밧줄이 감긴 채로 누워 있었다. 양쪽 눈이 검게 멍든 것이 판다 같아서, 마태우스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나저나 어쩐 일이예요?”
“스윗매직에게 당했어. 제기랄”
“다른 사람들은요?”
순간 광의 문이 열렸고, 오즈마가 짐짝처럼 던져졌다.
“아야! 좀 살살 해!”
바닥에 쳐박힌 오즈마가 투덜거렸다.
십분도 못되어 머리가 다 뽑힌 하얀마녀가 광에 던져졌다. 그가 탄식했다.
“무슨 여자애가 그리도 내공이 세단 말인가. 마씨 가족도 이제 끝이구나”
마립간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마냐를 이기지는 못할 거요”
마태우스도 그렇게 생각했다. 젊은 시절 마냐와 맞짱을 뜬 적이 있었다. 그때 마냐는 별이 총총한 하늘을 향해 점프를 했다. 까마득하게 높이. 하도 오랫동안 내려오지 않기에 들어가려는 찰나, 내려온 마냐의 일격에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공포감을 느낀 마태우스는 그 후부터 한번도 마냐에게 저항한 적이 없었다.
‘그래, 마냐라면.... 우리를 구해낼 수 있을거야’
오즈마는 싸움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궁금했다. 오리걸음으로 광 문가에 걸어간 그는 발로 문을 살짝 열려고 했다. 순간 “쾅”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문은 오즈마의 이마를 강타했다. “으으윽!” 오즈마는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쓰러진 와중에 오즈마는 보았다. 마냐가 얼굴이 붓고 두 손이 묶인 채로 광에 던져지는 걸. 오즈마는 질끈 눈을 감았다. “이제 끝이구나..”
“팔 똑바로 안들어?”
스윗매직이 채찍을 휘둘렀다. 채찍은 코를 후비던 마태우스의 팔에 정확히 명중했다. 마태우스는 아픔도 잊은 채 팔을 하늘높이 쳐들었다.
“너희들 말야, 세상에서 제일 치사한 게 뭔지 알아? 이름 가지고 사람 차별하는 거야, 엉?”
모두들 고개를 푹 숙였다. 머리가 다 뽑힌 하얀마녀가 물었다.
“너는 누구냐. 어떻게 그런 고강한 무공을 가질 수가 있지?”
스윗매직이 껄껄 웃었다.
“넌 내가 아직도 스윗매직으로 보이니?”
그 말에 마냐는 소름이 끼쳤다. “저, 저 목소리는...”
스윗매직은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를 걷었다. 다리에 털이 무성했다. 그걸 보자 마씨들은 얼어붙어 버렸다. “다, 당신은.... 그 악명높은...”
스윗매직이 얼굴에 붙은 가면을 떼어냈다.
“그렇다. 난 털짱이다. 정의의 사도,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불사신, 그리고 또... 하여간 난 너희들을 응징하기 위해 여기에 잠입한 거다. 음하하하!”
털짱은 코를 후벼서 손가락으로 튕겼다. 마태우스가 잽싸게 피하자 그 이물질은 하품을 하던 마립간의 입으로 들어갔다. 그가 캑캑거리는 사이 털짱은 말을 이었다.
“소문대로 너희들은 나쁜 애들이었어. 이름 가지고 차별이나 하고 말이야. 나같이 연약한 소녀에게 그런 무지막지한 일을 시키다니!!”
“자, 잘못했습니다” 마태우스가 털짱 앞에 넙죽 엎드렸다. 마냐는 황당했다. ‘저 간사스러운 것이...’
오즈마, 하얀마녀, 마립간도 일제히 머리를 조아렸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앞으로는 착하게 살겠습니다”
털짱은 거만한 표정으로 그들에게 훈계를 했다. “앞으로 약한 사람들 괴롭히지 말고 바르게 살아야 해, 알았지? 진우맘이던가, 옛날에 어떤 사람이 바르게 살라는 말을 무시하다가 결국 기르던 개에게 히프를 물렸지. 수니나라라는 사람은 내 말을 안듣다가 턱에 수염이 났다네...”
털짱의 훈계는 세시간이나 계속되었다. 마태우스가 잠을 깼을 때, 털짱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 후 마씨 형제들은 정말 바르게 살았다. 모두 같이 농사일을 했고, 집안일을 도왔다. 힘이 남으면 남들을 돕기도 했다. 그들은 스윗매직이 처음 온 날이면 동네 사람들을 불러 잔치를 함으로써 그날을 기념했다. 이름하여 ‘매직 데이’. 그날이 되면 마씨 형제들은 금붕어를 잡아 매운탕을 끓였고, 타스타라는 음식도 만들었다. 11번째 매직데이가 열리던 때, 마당에서 전어를 먹던 책울타리가 마냐를 불렀다.
“저기, 저 처자가 아까부터 우리를 보던데, 혹시 아는 사람인가요?”
마냐가 보니 웬 여자가 황급히 자리를 떴다. 마냐는 부리나케 쫓아나갔다.
“이런, 놓쳤어!”
마냐가 아쉬워하는데 이웃집에 사는 아영엄마가 뭔가를 발견했다.
“바, 발밑에....뭔가가...”
마냐가 보니 처자가 서 있던 자리에 검은 털이 한웅큼 빠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