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화장실에 관한 글을 많이 쓴다. 건전한 화장실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만이 선진조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내 뜻이 통했는지 언제부턴가 공공화장실이 깨끗해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금붕어도 산다’는 걸 과시하려고 어항을 갖다놓은 화장실도 있다. 그런 외관상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화장실 문화는 아직도 퇴행적이다. 시설의 진보에 문화가 보조를 맞추지 못하기 때문에 내 선풍기는 계속 더운 바람을 쏟아내는 게 아니겠는가. 선진조국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그런 사람들에 대해 말해 보겠다.
1) 좌변기 뚜껑을...
지금도 좌변기 뚜껑을 올리지 않고 소변을 보는 놈이 있다. 몇놈을 붙잡아 이유를 물어봤다.
“내가 명사수라, 한방울도 안흘려!”
하지만 그의 말과는 달리 좌변기의 뚜껑에는 소변 방울이 흥건했다. “핥아!”라고 하려다 그냥 보내줬는데, 후회가 된다. 그 인간은 또 어디선가 변기 뚜껑에 소변을 보고 있겠지? 또다른 현행범의 자백이다.
“변기 뚜껑을 손으로 잡기가 귀찮아서 그랬다”
으음, 그게 귀찮을 수도 있군. 그런 사람이 바지는 어떻게 내리나? 그냥 싸라구, 싸! 남자 변소면 그러려니 해도, 남녀 공용일 때는 좀 치명적이다. 특히나 겨울철에 추울까봐 털 카바를 씌워놓은 경우라면, 그건 단순한 범죄가 아니다. 아, 상상만으로도 부들부들 떨리지 않는가? 소변기의 물 안내리는 악습을 센서가 달린 자동 세척기로 해결했듯이, 어디나 있기 마련인 화장실 파괴범도 제도적 차원에서 다루어야 한다. 사람이 앞에 서서 2초간 머물면 자동으로 변기 뚜껑이 올라가는 장치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그보다는...변기 뚜껑의 반발력을 높여서 싼 사람에게 다시 소변방울이 튀게 하는 게 문화 향상의 측면에선 더 낫지 않을까.
2) 물 안내리는 놈
큰맘 먹고 화장실에 갔는데, 구렁이만한 물체가 물에 떠 있으면 기분이 확 나빠진다. 도대체 그들은 왜 그러는 걸까? 사건을 저지르고 나가는 인간을 운좋게 붙잡아 그런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를 물어봤다.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까먹었다!”
흐음, 그럴 수도 있겠군. 이런 건 역시 변기에서 히프를 떼는 순간 자동으로 물이 내려가는 장치로 해결할 수밖에. 물론 이건 좀 낭비적이다. 일을 보러 왔는데 방귀만 뀌고 가는 경우가 전체 화장실 이용객의 33%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고 하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200g 이상의 무게가 추가되면 화장실에서 자동으로 감지를 해 물을 내려버리는 거다. 이때도 문제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두덩이를 배출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리고 화장실 문화의 개선 차원에서도 기계가 모든 일을 다 해주면 안된다. 이 방법은 어떨까. 카메라를 이용해 나갈 때 문에 변기 모습을 비춰주는 거다. 밤색 물체가 있는 걸 보고도 그냥 나갈 사람이 있겠지만, 그게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다.
3) 침
일을 보면서 바닥에 침을 뱉는 인간이 있다. 그럼 다음 사람이 발을 디딜 곳이 없어 여간 낭패가 아니다. 이런 사람은 어떻게 해결하나? 화장실 내의 압력을 증가시키면 된다. 침은 몸 안의 압력을 증가시켜 타액을 배출하는 행위, 화장실 내 압력보다 더 큰 압력을 만들 수 없다면 침을 뱉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데...그럼 대변은 어떻게 보지?
4) 조준 못하는 사람
이건 쪼그려 변기에서 문제가 되는데, 도대체 왜 그 넓은 변기에 조준을 못하는지 난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그래서.... 다섯시간을 잠복한 끝에 범인을 잡았다. 아, 나는 슬펐다. 그가 조준을 못하는 건 다리에 힘이 없어서였다! 거대한 몸에 비해 그의 하체는 너무 부실했다. 어디서 만두나 사먹으라고 돈을 줘서 보냈는데, 이건 우리가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비만이 심해지면서 쪼그려 앉아 이삼분을 버티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는 게 비만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K박사의 진단이었다. 비만, 만악의 근원인 비만이 화장실 문화마저 퇴행시키고 있다는 사실에 슬픔을 금치 못하겠다.
5) 그밖에...
양이 많아 변기를 막아놓기 일쑤인 사람은 두 번에 나누어 일을 보는 겸양을 발휘할 필요가 있고, 흡연가들은 담배 냄새와 변냄새가 결합되면 형언할 수 없는 악취가 난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화장실이 금붕어만 사는 게 아니라 사람도 살 수 있는, 일단 들어오면 나가기가 싫은 곳이 되는 날까지 우리 모두 주위를 살피자. 반사회적인 사람이 혹시나 없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