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누나의 세 아들, 그러니까 내 조카들은 날 참 좋아한다. 엊그제 누나집에 갔을 때도 날 보고 좋아 죽는거다. 누나가 큰애를 별로 안이뻐하고, 큰애의 눈이 나를 닮았는지라-눈 작은 패밀리는 다 비슷하게 생겼긴 하다-난 큰애에게 더 잘해주려고 하는데, 그러면 막내가 "삼촌은 큰형만 좋아해"라며 삐진다.
막내는 우리 매형과 누나의 미모로는 도저히 만들어낼 수 없는 미모를 갖고 태어났다. 아들만 둘이 있어서 "딸이나 하나 낳자"는 생각에 일을 벌여서 그런지, 웬만한 딸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이쁘다. 그의 미소는 정말이지 귀여움의 극치라고 할만하다. 자식이 다 똑같다지만 이쁜 애는 정이 더 가는 법, 누나는 막내를 '나비'라고 부르며 편애를 한다. 주위 사람들 역시 막내를 보면 무지하게 열광한다. 어쩜 그리 이쁘냐고. 그런 찬사를 받고 자라서 그런지 막내는 이쁘다는 말을 들으면 하인의 시중을 받는 왕처럼 고고한 표정을 짓곤 한다. 거기서 그치면 좋으련만, 자기 말고 다른 사람이 더 이쁨을 받으면 참지를 못한다. 언젠가 우리 가족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데, 우리 어머니가 남동생 애를 이쁘다고 쓰다듬어 줬다. 그러자 화가 난 막내, 대번에 달려가서 남동생 애를 벽에다 밀어버린다. 쿵 소리가 났고, 남동생 애는 울었다. 그런 정도니 내가 큰형을 더 좋아하는 걸 참아내지 못하는 거다.
가끔 걱정이 된다. 저렇게 왕자로 자라서 나중에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 이제 일곱 살이니 걱정할 나이는 아니고, 어릴 적의 왕자병이 커서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긴 하지만, 그가 자신만 아는 아이로 자랄까봐, 혹은 자신의 미모를 믿고 여자를 후리는 쪽으로 나아갈까봐 두렵다. 그래서 난 누나가 지나친 편애를 안했으면 좋겠는데, 누나 말은 이렇다.
"얼굴을 봐라. 안이뻐할 수가 있나"
그 말은 맞다. 그 애를 보면 사람들은 누나와 장동건의 관계를 의심할지도 모를 정도다. 그래도 이왕이면 미모와 겸손을 갖춘 사람으로 자라면 좋은데...
조카들은 어머니와 할머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할머니는 조카들을 보고 반가워서 안아주기도 하고 끊임없이 말을 시키지만, 조카들은 시큰둥하다. 그리고 할머니의 손아귀에서 어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그건 할머니가 애들 비위를 맞춰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른 어른들이 다 그렇지만 할머니나 어머니 역시 조카들에게 "몇살이냐" "공부 잘하냐" "이름이 뭐냐"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말밖에 하지 않는다. 애들도 늘상 듣는 소리가 그건데 지겨울 수밖에. 애들의 눈높이에서 애들이 좋아할 만한 말과 놀이를 하는 것, 그것이 내가 애들한테 인기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너무 내려간 듯하다. 일곱 살, 열살인 조카들은 별 문제가 없지만, 중학교 1학년이 된 누나의 큰아들은 벌써부터 날더러 "유치하다"고 하니까.
오늘 아침 기차에서 참 이쁘게 생긴 여자애한테 옆의 아저씨가 말을 시키는 걸 봤다. "몇살이니?" "이름이 뭐야?" 나이드신 할아버지가 아저씨 자신에게 "몇살이니"라고 하면 기분이 좋은가. 사람들은 애들과 대화하는 방법을 모른다. 나 같으면 이런 걸 묻겠다.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요
-목이 길고 노란 동물은 무엇일까요
-타조는 왜 슬픈지 말해 보세요
-주로 이용하는 피자집은 어디인가요.
-건전한 이성교제는 몇살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귀하의 견해는 무엇인지요
이런 말로 대화의 물꼬를 튼 다음에는 눈싸움을 해야 한다. 책으로 얼굴을 가렸다가 빼꼼히 쳐다보고 하는 놀이 말이다. 애들은 그러면 좋아 죽는다. 얼굴을 변형시켜 웃긴 표정을 만드는 것도 좋다. 이렇게 하면 애들과 친해질 수 있긴 하지만, 단점이 있다. 기차역에서 내릴 때 애들이 따라 내리겠다고 하거나, 울어 버린다^^ 근데 이 글의 주제가 도대체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