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전, 식후에 이 글을 읽는 것은 피해 주세요!!!!
내가 그렇게 술을 마시고도 끄덕이 없는 걸 보고 사람들은 내 위장이 매우 튼튼하며, 쇠를 먹어도 능히 소화시킬 거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내게는 치명적인 지병이 있다. 다름아닌 위대장반사(gastrocolic reflex), 비어있는 위에 음식물이 들어가면 장의 수축이 일어나는 것으로 어떤 사람들이 밥을 먹고 바로 화장실에 가는 건 이 때문이고, 겁에 질려 화장실을 찾아 헤매는 사람은 십중팔구 이거다.
하루 내 배변횟수는 대략 3-4회, 하루 3회를 초과하니 의학적으로는 '설사'의 정의에 해당되지만, 난 술먹은 다음날을 제외하고 묽은 변을 보지는 않는다. 물론 변을 못봐서 죽을 지경인 변비에 비하면 잘먹고 잘 보는 게 훨씬 낫지만, 이것 역시 고통스럽긴 마찬가지다. 내 인생에 화장실에 관련된 사건들이 유난히 많이 일어나는 것도 사실은 이것 때문. 술을 마신 아름다운 추억들 뒤에는 언제나 화장실을 찾아헤맨 슬픈 기억이 자리잡고 있다.
유난히 심했던 그저께를 예로들어 설명해 보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화장실행. 일 보는 데 성공함.
-아침을 먹었더니 바로 신호가 와서 2번째로 일을 봄.
-점심을 먹고 3번째 일을 봄.
-모교에 가서 삼겹살에 밥까지 먹었더니 도저히 안되겠어서 남들 2차 가는 틈에 살짝 학교로 들어가 4번째로 일을 봄.
-밤 11시경 친구랑 순대국에 소주를 마시다가 다섯 번째 신호가 옴. 남자변소를 들어갔더니 소변기만 달랑 있어서, 친구에게 빨리 집에 가자고 한 뒤 택시타고 집으로 가자마자 변소로 들이닥침. 위기일발이었음.
이래서 도합 다섯 번의 일을 봤다. 평소보다 많긴 하지만, 아침을 안먹으면 3번, 먹으면 4번을 보는 건 과연 정상인가? 테니스를 같이치는 내 친구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나의 강력한 스트로크가 아니라 내가 자기 차 안에서 실수를 할까봐, 그래서 차의 시트를 버릴까봐 하는 거란다. 곧 나올 것 같다고 소리를 질러대는 나 때문에 얼굴이 하얗게 되어 100킬로가 넘도록 악셀레이터를 밟던 친구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직장과 학교 사이의 거리가 멀다보니 출퇴근길에도 배변과 관련된 일은 너무나 많다. 어제 저녁을 허하게 먹었지만 어김없이 아침에 일어나 일을 봤고, 배가 허한 느낌이라 아침을 먹었더니 버스를 탈 무렵 신호가 온다. 참아볼까 하고 버스를 탔지만, 갈수록 땀이 나고 몸이 떨려와 할수없이 중간에 내려야 했고, 몸을 날려서 일을 봤다. 점심을 먹은 지금, 또 신호가 오지만 애써 무시하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인데, 한가지 신기한 것은 자주 일을 보면 양이 적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다는 거다. 내가 한번에 보는 양이 다른 사람이 하루에 보는 것보다 많으면 많았지 더 적지는 않다고 자부한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모르겠지만, 더더욱 신기한 것은 그러면서도 살은 안빠진다는 것.
하여간 위대장반사도 좋은 건 아니며, 치료도 안되면서 고통을 주는 병이다. 어떤 사람은 못싸서 걱정, 어떤 사람은 많이 싸서 걱정. 누구나 저마다의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자기 고통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잘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나름의 고민은 있기 마련이다. 으, 도저히 못참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