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크숍 때문에 도고에 갔을 때,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옆 사람에게 이렇게 농담을 했다.
"그래도 도고 오니까 좋죠? 노벨문학상을 받은 사무엘 베게트가 여기 와서 그 책을 썼잖습니까. <도고를 기다리며>"
"진짜요?" 옆 사람은 자뭇 진지하게 듣는다.
나: 에이, 뻥이죠!
옆사람: ..........
생각해보면 이런 건 좋은 유머가 아닌 것 같다. 상대가 잘 모르는 걸 악용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예도 있다. 91년 프로야구에서 오비 베어스가 갓 창단한 쌍방울에게 뒤져 꼴찌로 추락하자, 팀의 리더였던 박철순이 삭발을 했다. 신문에 난 박철순의 대머리 사진을 가리키며 옆 친구에게 물었다.
나: 누구게?
친구: ...
나: 이사람 몰라? 법정이잖아.
친구: 나도 알지. 확신이 안서서 대답 안한 거야.
나: ............
보라. 내가 머쓱해지지 않는가. 이렇듯 상대의 무지를 꼬집는 건 결코 좋은 유머가 아니다. 나쁜 유머의 또다른 타입은 동음이의어를 가지고 유머를 하는 경우다. 이걸 보자.
"아니 하라는 사우나는 안하고, 왜들 싸우나?"
숟갈로 밥을 뜨다가 숟가락을 바닥에 떨어뜨릴만큼 썰렁한 유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유머를 하는 건, 노느니 뭔가 하는 게 낫다는 강박관념의 징표일 것이다. 그렇다. 타율을 의식해서 말을 안한다면, 그러다 확실히 웃길 때만 유머를 한다면 결코 좋은 유머꾼이 될 수 없다. 유머는 찰나의 미학이며, 이게 웃길까 안웃길까를 따지다 보면 타이밍을 놓치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난 언제나 이런 말을 한다. "유머는 머리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입술에서 나온다" 유머에서 3할이면 강타자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4할은 지존, 5할은 신. 그렇게 노력을 했건만 아직 3할도 못치고 있으니, 한심하다.
최근들어서 유머의 귀재 한명을 발견했다. 오죽 감동했으면 멍든사과 특집이란 제목을 가지고 알라딘 뉴스레터 호외를 발행할까 하는 생각까지 했겠는가. 그녀의 코멘트를 보자.
"뭐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초특급미녀인 제가 참아야죠"
간단한 것 같아도 강한 내공이 느껴진다. 이런 코멘트를 달려면 3년 이상의 수련이 필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또다른 코멘트다.
"이 손톱만 세운 글을 읽어주신 데 대해 무한한 감사를.....제가 나눠드릴 수만 있다면 제 미모를 조금 떼어드리고 싶으나..이미 님의 미모도 포화상태이기에...참습니다. 호홋^^*"
이전의 코멘트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강호에서 충분히 행세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일단 님이 앞장 서세요. 전 님이 가시는 가시밭길 뒤를 졸졸 따라, 님의 발바닥에 구부려진 가시만 밟고 가렵니다;;"
구부러진 가시만 밟고 간다... 웃기다 못해, 아름답기까지 하다. 다음 글은 그녀의 내공을 유감없이 보여준 수작이다.
[한참 그림을 보다보니...흠.......한 가지 음흉한 의문점을 감출 수 없다.
"진/우맘님...멍든사과 3형제 뒤의 샤갈 그림에서....총각의 손이 올라가 있는 부위가..정확히......그곳이 맞나요..?"
굳이 그 부분만을 확대해서 이미지에 올리신 저의는 무엇일까...홋홋.
....낮잠자려다 접속해서 이 이미지를 보곤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초특급미소녀인 저에게 딱 걸맞는 이미지를 너무너무 잘 만들어주셨어요. 지금 제가 거만하다고 생각하고 계시죠? 훗, 괜찮아요. 원래 미녀는 거만해야 그 매력이 더한 법이죠. -_- 그렇다고 우리 "불룬 전선"에 뭔가 이상이 생기는 건 아니죠? 아니죠?
전문은 http://www.aladin.co.kr/foryou/mypaper/491813]
[자자, 다 알아요, 마태우스님.
제 눈부신 미모때문에 추천하셨다는 걸...
(아아, 이 무슨 재수없는 리플이란 말이더냐,
하느님, 과연 이것이 리플인가요 리필인가요. 그것이 문제로다.)]
가을산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혹시 제 글이나 리플 보시면 '책좀 보세요' 하고 리플 달아주세요... ㅡ.ㅡ "
다들 "책좀 보세요"라고 리플을 달았지만, 멍든사과님은 달랐다.
멍든사과: 2004-07-06 19:36 저 좀 보세요-_- (반항하는 초특급미소녀의 모습은 얼마나 싱싱한가..!)
물론 그녀라고 완벽한 건 아니다. 유행이 한참 지난 유머를 구사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아아,,정신아. 돌아와라. 니 팬티 줄여놨다"
하지만 그녀 나이 이제 24세, 무한한 성장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여자다 (여자는 같은 유머를 해도 남자보다 세배 정도 웃음을 더 유발할 수 있다). 21세기의 화두가 유머인만큼 그녀의 서재(http://my.aladin.co.kr/sjydrink)는 21세기에 가장 주목받는 서재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녀가 유머계의 큰 거목으로 자라나는지 즐거운 맘으로 지켜볼 일이다.
* 이 코멘트도 봐주세요.
"라이카님~ 라이카님의 닉네임을 쓸 때마다 늘 손가락에 바짝 힘을 줍니다.
(아니야. 절대로 저 분은 라이타가 아니라구. 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