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벤지는 잘 때 누워서 잔다. 네 발을 하늘로 향한 채 자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게 된다. 개가 누워자는 이유로 어느 분은 "개가 사람을 흉내내서 그런 거"라고 말하고, 또다른 분은 온도 때문에, 즉 집안이 너무 덥고, 개는 배가 더운 걸 참지 못하는 탓이라고 한다. 하지만 모든 개가 누워자는 건 아니며, 내가 벤지를 명견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거다.

집에서 금붕어를 기르기 시작한 건 1년 반 전의 일이다. 갑자기 문화적 삶에 관심을 갖게된 어머니는 못쓰는 절구통을 옥상에서 가져와 물을 넣고 금붕어를 사셨다. 밥을 주고 물을 가는 일은 나의 몫이었는데, 나만 보면 우르르 달려드는 모습이 제법 귀여웠다. 하지만 금붕어들은 오래 살지 못했다. 아침에 보면 한두마리가 둥둥 떠 있을 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난 금붕어를 사서 충당을 했다.
나: 아저씨, 금붕어 수명이 얼마나 되요?
붕어 아저씨: 오래사는 건 한 일년도 살지!
나: 그래요? 근데 왜 우리집 것들은 한달도 못살죠?

그렇게 6개월을 보낸 뒤에야 난 금붕어를 잘 기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 그들이 죽은 건 산소가 모자라서도, 절구통이 너무 좁아서도 아니었다. 다만 내가 먹이를 많이 주는 게 그들이 죽어나간 이유였다. 벤지는 적당히 먹으면 먹기를 멈추는 자제력이 있지만, 금붕어는 주는대로 다 먹었고, 늘 임산부처럼 볼록한 배를 물에 띄우기 위해 지느러미를 열심히 휘젓곤 했다. 그 이후부터 난 아침에 한번, 두알씩의 먹이를 줬고, 그 두 마리는 일년이 지나도록 잘 살았다.

어느날 보니까 한 마리가 누워있다. 놀래서 건드리니 다시금 일어난다. 그런 일이 반복되자 걱정이 된 나는 금붕어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하는 친구에게 물어봤다. 그녀의 대답이다.
"그거 자는 거야. 벤지도 누워 잔다며? 왜 금붕어는 누워자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렇구나. 누워 자는 것이구나. 하지만 그 녀석은 계속 바닥 근처에 누워서, 지느러미만 살살 흔들면서 버텼다. 내가 수조를 건드리면 움직이곤 했지만, 이내 다시 누웠다.

그러기를 일주일, 결국 그 금붕어는 배를 위로한 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죽은 거다. 그전에 누워있었던 건 자는 게 아니었고, 노쇠해져서 죽기 직전에 취하는 행동이었나보다. 남아있는 물고기 한 마리가 쓸쓸해 보여, 어제 신촌에 가서 금붕어 두 마리를 더 샀다. 절구통 대신 수조로 쓰이는 넓적한 대야에서 그 세 마리는 지금도 유유히 헤엄쳐 다니고 있다. 어릴 땐 낚시를 좋아했지만, 금붕어를 기르고 난 뒤부터는 낚시가 싫을뿐더러 학교 앞 연못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까지 째려보게 된다. 뭔가를 기른다는 건, 그 대상을 사랑하게 되는 행위인 것 같다.

* 오늘 알라딘이 안된다고 해서 방심하고 있었는데, 방금 보니까 내 주간순위가 더도덜도말고 딱 30위다. 위기감을 느껴 글을 몇편 더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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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4-07-04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마태님이십니다. 꾸준히 순위에 신경을 쓰셨군요~^^ 물론 저도^^a

파란여우 2004-07-04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어떤 금붕어는 반듯하게 누워서 잘 잔답니다^^..님!!순위에 정말 예민하십니다...^^

미완성 2004-07-04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께선 참 살아있는 동물을 잘 기르시는군요..어떤 사람은 자알 살아가던 동물도 자기 집에만 들어오면 죽어나가게 하는 신비한 마력이 있는데...
역시..재벌2세분의 집은 뭔가 달라도 다른가봐요...공기에도 금이 섞여 있을까요...;;;;
자신이 아닌 동물에게 애정을 나눠주고 열심히 보살펴주는 거 참 쉽지 않은 데
감탄스럽습니다...(제가 지금 병주고 약주고 하는 걸까요? 음....그런 거같아요...;;;;;)

근데요...왜 저는 마태우스님이..이번주엔 31위를 했으면 좋겠다..라는 심술궂은 생각이 드는 걸까요? 오옷, 아니예요~! 저는 절대 님을 미워하지 않아요!
다만....그저....원래 미녀는 성격이 나빠야 그 매력이 더해지는 거니까...
넓은 마음으로 용서하시어요...ㅠㅠ
(왜 저는 안남기는니만 못한 코멘트를 남기고 달아나는 걸까요. 아아...바보.)

starrysky 2004-07-04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제목 보고 물장구치는금붕어님 얘기를 하시는 건 줄 알았어요. 켈룩. (헛소리)
알라딘은 몇 시부터 정상화된 거죠? 아까 8시 반 넘어서도 안 되던데.. (딴소리)
이번 주에도 꼬옥 30위 내의 순위를 사수하시길! ^^ (간신히 정상적인 코멘트 한 줄)

갈대 2004-07-04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기르던 애완동물은 모조리 배를 뒤집은 금붕어 신세가 되었답니다. 무관심 때문이었죠.

마태우스 2004-07-04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접속하신 분들은 다들 알라딘 매니아시겠죠? ^^
갈대님/이미지로 추측하건대, 님도 동물을 좋아하시는 줄 알았어요. 혹시 또 기르게 되면 그땐 잘해 주세요!
스타리님/멋진 스타리님....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멍든사과님/으음...님의 가세로 알라딘 최고미녀 쟁탈전이 더 치열해지겠군요. 미모를 유머의 소재로 삼는 분은 님이 처음이 아닐까요^^ 글구 저도 님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파란여우님/그게 말이죠, 새터데이매직님처럼 주말에만 열심히 해서 순위를 끌어올리는 분들이 많다보니.....
로렌초의시종님/흐음, 님과 제가 라이벌이군요. 이번 주에 나란히 순위에 들도록 합시다!

비로그인 2004-07-04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금붕어는 더 큰 개도 키우던데요? 그리고 저희 집 개도 벤지처럼 잔답니다. 그리고 코도 엄청 크게 골아요 ^^

superfrog 2004-07-04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불쌍하게 웅크리고 새우처럼 자요..

부리 2004-07-05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붕어님/새우라... 등이 꽤 유연하신가봅니다^^
폭스바겐님/장마 때문인가요. 님의 유머가 예전같지 않군요. 폭스님 화이팅.

다연엉가 2004-07-05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저도 지금 이 글을 보니 이번주부터는 30위안에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그런데 순위확인하는것이 명예의 전당 그것이 맞나요...리뷰없이 사진으로 도배를 해서도 되는지 지금부터 해봐야겠습니다. 재벌2세님도 이렇게 부지런 하신데(ㅋㅋㅋ) 저가 가만히 있으면 되겠습니까.... 무조건 찍어서 올려봐야지.^^^^^^^^

바람꽃 2004-07-05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태님 댁이 천안이 아니고 홍대 근처였군요. 직장만 그 곳에?
제 모교인 모 대학내에 연못에도 아직 그 팔둑만한 금붕어가 살겠죠.
가보구 싶다. 안 간지 십년은 됐나보네.

부리 2004-07-05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꽃님/그 좋은 홍대앞을 십년도 넘게 안오셨다니요. 전 홍대앞이 참 좋습니다. 앞으로도 쭈욱 이곳을 지킬 겁니다.
책울님/그런 부지런함이 재벌2세를 만들었죠^^ 님도 화이팅.

플라시보 2004-07-06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를 기른다는 건 그 대상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물론 무순은 열심히 키워놓고는 푸라면 끓여 먹음서 홀라당 넣어서는 무순이 들어가니 맵쌉하다는둥 하며 쩝쩝거렸지만 말입니다.^^ 근데 저도 금붕어 누워있음 자는줄 알았어요. 그게 아니라 아픈거로군요.^^

2004-07-06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