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부터 사흘간 워크숍을 합니다. 우리 대학이 올해 평가를 받는데, 거기에 대비해서지요. 안그래도 요즘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다들 바쁘답니다. 저는 감사를 맡아서 남이 잘하는지 감시를 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아주 놀 수는 없어서 소설 쓰는 걸 맡았습니다. 무슨 소설이냐구요? 이름하여 가라 회의록 작성. 우리 대학에는 11개의 위원회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위원회가 그렇듯이 우리 대학의 위원회도 있기만 있지, 실제 활동하는 위원회는 거의 없지요. 하지만 평가를 위해서 지난 2년간의 회의록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그 일을 떠맡았습니다. 사실은 자청했지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제가 좋아하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날짜와 참석자를 임의로 써놓고,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학생지도 위원회 회의
날짜: 2003년 6월 18일(수)<--이게 공휴일과 겹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알파; 학생지도를 잘 해서 학생들을 바른 길로 이끌어야지요.
베타: 학생들은 지도교수랑 만나면 잘먹는 날인 줄 알아요. 제가 학교식당에서 애들을 사줬더니, 모 교수는 학교식당을 데려갔다는 소문이 쫙 났어요. 아니, 학교식당에서 나오는 밥은 모래라도 섞였답니까?
감마: 그게 다 재벌2세 서모교수 때문이에요. 제가 언젠가 겁나게 비싼 참치횟집에 갔는데, 서모교수가 지도학생들을 데리고 거기 있더라구요. 거기가 일인당 얼만줄 알아요? x 만원이어요!
알파, 베타: 어머나 세상에! 나도 못먹는 걸...
감마: 지난번엔 1차로 고기집을 가고, 2차는 중국집을 가서 요리를 먹었데요.
알파, 베타: 세상에!
감마: 이번 신입생들이 서교수 지도가 되기 위해 로비를 벌였답니다. 하여간 재벌2세가 애들 다 버려놓는다니까요. 서교수에게 그러지 말라고 강력히 항의합시다.
알파: 이런 걸로 항의하는 게 좀스럽지 않나요? 차라리 서교수한테 우리도 사달라고 하는 게 어떻습니까.
베타: 이왕 가는 거, 우리 지도학생들도 데리고 가면 어떨까요. 우리 애들도 한번 잘먹여보고 싶은데]
너무 머리를 쓰다보니 가끔은 쥐가 날 때가 있지요. 그럴 때마다 알라딘에 들어가 글을 씁니다. 그러다보니 오전 내내 회의록은 얼마 못쓰고, 글만 세편 썼네요. 아무래도 알라딘이 업무에 큰 방해가 되긴 하나봐요. 삼성의 모 계열사에서 사이월드를 차단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가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알라딘을 못쓴다면 제가 출근하고 싶지 않을테고, 그러면 그나마의 일도 안할 거란 말이죠^^
아무튼 전 2박3일간 워크숍에 갑니다. 이따가 4시 반에 출발한다고 했으니, 그때까지 열심히 만들어야겠지요. 참, 저를 이뻐해 주시던 학장님이 바뀌셨습니다. 저를 정년까지 보장해 주겠다고 큰소리를 치셨던 맘좋은 학장님이었는데요. 너무 갑작스럽게 바뀌어서 충격이 크답니다. 새 학장님은 제가 좀 무서워하는 분인데 걱정이 태산입니다. 다행스러운 건 그분도 눈이 작아서 저랑 통하는 데가 있다는 거죠. 하여간, 그만 쓰고 일하렵니다. 내일 제 글이 하나도 없다고 해도 놀라지 마시길. 2박3일간 글 많이 써가지고 나오겠습니다. 여러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