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6월 20일(일)
누구랑?: 친구랑
마신 양: 고량주 한병+알파?
몸이 이상함을 느낀 건 일요일 오전이었다. 비 때문에 테니스를 못친 분풀이를 러닝머신을 7.5킬로를 뛰면서 해소를 했는데, 조금 있으니 몸살기운이 느껴졌다. 친구와 야구를 보러가기로 했는지라 아픈 몸을 이끌고 밖에 나왔다.
친구: 비가 오는데 야구 할까?
나: 이 정도 비라면...전화를 해볼게.
전화를 하니 ARS가 나온다. "어제 경기는 비로 취소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2시부터 더블헤더로 경기가 치러집니다"
흠...경기시작 한시간 전에 이런 멘트가 나오는 걸 보니 야구를 하는 모양이다, 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열심히 달려가보니 경기는 취소된 지 오래다. 이러니까 우리나라 야구가 관중이 없지! 도대체 팬 서비스 정신이 있긴 한걸까?
친구를 우리집에 데려왔다. 친구가 미국 프로레슬링을 보는 사이 열나게 잤다. 세시간쯤 잔 뒤에 친구를 데리고 인근 중국집에 갔다. 요리 하나랑 고량주 두병을 시킨 후 열심히 먹었다. 몸살이 배탈로 바뀐 건 아마도 그 무렵일 거다. 생각해 본다. 일요일날 술을 안마셨다면 이렇게 아프지 않았을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은 날더러 "그렇게 퍼마시더니..."라며 술에 원인을 돌리지만, 이런 때일수록 냉정하게 판단을 해야 하는 법이다. 내 생각에,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은 목요일날 술마실 때 시켰던 골뱅이다. 그때 나랑 같이 술을 마셨던, 그리고 대부분의 골뱅이를 먹어치운 내 친구도 엄청나게 설사를 하고 있다고 하니까. 그래서 난 그 친구와 수시로 통화를 하며 '누가 더 많은 설사를 하는가' 시합을 하는 중이다.
친구: 난 히프에서 소변이 나와.
나: 난 워낙 격렬하게 설사를 해서, 설사하고 난 뒤 변기를 닦아야 해.
사실 난 골뱅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여기까지 쓰고 설사를 한판 하고 왔다. 변기에, 바닥까지 닦았다...). 과일도 못먹고, 족발은 입에 대지도 못한다. 술을 먹는 사람이 이렇게 까다로워서야 되겠나 싶긴 하다. 그럼 난 뭘 좋아할까. 다음과 같다.
(저녁을 먹은 후) 소주를 마실 때:
-참치찌개를 가장 선호한다. 소주는 국물이 있어야 하고, 참치를 워낙 좋아하니까. 참치찌개를 맛없게 하는 집은 그리 많지 않다.
-계란말이: 이것도 그런대로...
-투다리 오뎅: 다른 오뎅은 별룬데, 투다리에서 먹는 오뎅은 맛있다.
맥주 마실 때:
-마른오징어나 한치: 가장 선호한다.
-화채: 잘 안먹는다.
-새우깡: 사실 맥주에는 새우깡이다.
-소시지: 맛있다.
-치킨: 닭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맥주에는 역시 치킨이야...
하지만 지금 최대의 문제는 어떤 안주에 마시느냐가 아니라, 배탈이 났는데도 술을 마셔야 한다는 거다. 생각 같아서는 다음주로 미루고 싶지만, 지난주 걸 나 때문에 미룬 터라,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 집에 있던 베아제를 여섯알이나 먹었건만, 그다지 나아진 게 없다. 내가 곰이 아니라서 그런 걸까. 일단 약국에 들르자. 거기서 주는 소화제를 왕창 먹고 술마시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