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표준 노트-창의력을 자극하는 174그래프
이 책을 접한 순간 내게 창의력은 폭발했을까?
수학은 나를 멀리하는데, 나는 참 가까이 가고 싶다.
부담감 없이 수학 언저리에 머물기에 정말 좋은 노트 또는 책이다.
직선을 따라 페이지를 열었던 나는 우선 경외감을 느끼며 호흡을 멈췄다.
제목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것 같은 법칙들은 내게는 어려운 언어였지만,
곧 기억을 마구 소환해오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다.
이 책을 쓴 사람들은 이런 일들을 예상했을까? 감히 그랬을 것이다.
근 30년이 다 되어 내 머릿속에서 날아가버렸을지도 모르는 영화를 마구 소환해왔다. Pi. 3.1415926….. 보고 반했던 감독과 그 영화속의 세계, 음악, 나의 감정, 심지어 그 날의 습도까지 떠오른다. 아이는 지금의 나와 그 때의 나를 이 책을 통해 만나줄까?
현수선에선 가우디를 만나고, 추락하는 선들 앞에선 이카루스를 보고 실패의 산물인 위대한 카메라 제임스 웹을 떠올린다. 차례대로 읽지 않아도 또는 읽지 않아도 전혀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는 신기한 책이다.
원, 마시멜로와 대양은 천전리 각석 앞으로 나를 데려간다. 공룡 발자국을 넘어 다 다른 곳에서 무수하게 만났던 동심원들과 마름모, 빗물의 파동, 그리고 신에게 닿는 메시지들이 이 책인 듯 이상한 노트에서 날뛰어 나온다. 너는 이 책을 보면 내게 어떤 얘기를 해 줄 거니? 설렘이 주말이 오기 전까지 나를 즐겁게 한다.
채우려고 했지만, 채우기가 무척 아쉬울 것 같은 이 노트를 들고 페이지를 들췄다가 닫았다 해본다. 내일은 또 다른 이야기가, 울림이 있을지 기대된다. 174가지라고? 1주일에 1개의 법칙도 이해하지 못할 듯 하지만, ‘갑자기’, ‘맹렬하게’ 수학이 궁금해진다. 이 책에 소비기한이 없다면 다시 공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