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 아는 사실이지만, 여름이 성큼 와버렸다. 어제, 그제는 기온이 30도를 넘었단다. 더위에 약한 나로서는 앞으로 석달은 죽었다고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 이런 나를 구해주는 건 나처럼 더위를 타는 여인들, 그리고 아이스크림일 것이다.
난 아이스크림을 참 좋아한다.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난 유독 좋아한다. 학생 때 점심 대신으로 빵빠레만 3개 먹고 만 적도 있을 정도고, 집에서 아이스크림을 열 개쯤 사 놓으면 형제자매들이 먹을까봐 하룻밤에 몽땅 먹어치우곤 했다. 지금도 난 통에 든 아이스크림을 혼자 퍼먹을 때를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꼽는다. 군것질을 하지 않는 나지만, 아이스크림은 예외다.
고3 때, 친구 어머니들이 공부하는 아이들을 격려한다면서 점심으로 뷔페를 사준 적이 있다. 한창 먹성이 좋은 때였기에 내가 두접시를 먹고 아이스크림을 퍼오자 다들 놀랐다.
"너 벌써 다먹었냐?"
그때 내가 한 대답, "난, 디저트가 주식이야!"
그 말에 웃던 친구들은 내가 아이스크림을 세 번, 네 번째 퍼오자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일곱 번, 여덟 번째 아이스크림을 비우는 걸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몸을 팔아서라도 웃기고 싶었던 그 시절이었으니, 내가 그렇게 많이 아이스크림을 먹은 건 웃기고자 하는 마음도 분명 있었으리라. 여덟 번째 그릇을 비웠을 때도 배가 너무 불렀지만, 난 한 그릇을 더 먹었고, 열그릇을 채우려고 하다가 못먹고 남기고 말았다. 그래서 애들을 웃기긴 했지만, 난 그날 밤부터 몸살이 나 사흘간을 앓았다. 그게 아이스크림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옛날 내가 어릴 때는 브라보콘이 가장 유명했지만, 난 그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아이스크림을 질보다 양으던 난 아이스크림의 양이 많은 빵빠레가 등장했을 때 몹시 열광했다. 그걸로 몇 년을 버티다 빵빠레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되자 실망했었는데, 나중에 나온 '와'는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난 이비복스가 '와'를 선전해서 그걸 좋아하는 것처럼 말하고 다니지만, 사실은 양이 내게 딱 맞아서 먹는거다. '와'를 앞에 두고 앉아 있으면 매우 든든하다. 하지만 우리 학교 매점에서는 더 이상 '와'를 취급하지 않아, 요즘은 잘 못먹는다. 양 말고 맛으로 따지자면, 서주아이스가 가장 맛있다. 어릴 때도 그 맛에 반했었는데, 한동안 명맥이 끊겼다 요즘 다시 나온다. 서주아이스라면, 난 하루에 열 개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빨이 좋아야 먹을 수 있는 비비빅도 주면 먹는다. 붕어 사만코처럼 과자 안에 아이스크림이 든 것, 그리고 찰떡 아이스처럼 떡 안에 크림을 넣은 것 등은 별로 안좋아하는데, 그것들이 아이스크림의 정신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콘 종류를 안좋아하는 것도 아이스크림은 과자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때 선풍을 일으켰던 메로나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아이스크림의 정신은 바닐라에 있다는 생각에 그리 가까이하진 않는다.
엑설런트 아이스크림도 내가 좋아하는 거다. 그것의 문제는 한통을 다 사야 한다는 거였는데, 작년에 보니까 세 개짜리가 따로 나왔다. 그래서 몇 번 사먹은 적이 있지만, 내가 활동하는 곳에서는 구할 수가 없다. 참고로 우리 학교는 먹으면 혀가 빨갛게 되는 조스바와 맛없는 돼지바-그게 왜 아직도 나오는지 모르겠다-그리고 아이스크림의 정신을 훼손하는 붕어 사만코 등만 갖다 놓는다. 왜일까?
기차역 앞에 있는 슈퍼에 우연히 들어갔다가, 서주아이스가 잔뜩 쌓여있는 걸 보았다. 그 뒤부터 사흘째 거기 들러서 서주아이스를 먹는데, 그 아이스크림의 단점은 먹고 나면 후회를 한다는 것이다. 두 개 살 걸 그랬다는 후회! 더위가 계속되는 한, 난 그 가게를 계속 들를 것이다. 다른 사람은 그 아이스크림의 존재를 모르기를, 그래서 어느날 서주아이스가 떨어져 날 슬프게 하는 일이 없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