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흑표범> <흑표범의 서재 평정법>
-에필로그-
내가 알라딘에 가입한 건 두달 전인데, 책만 주문했을 뿐 서재가 있다는 걸 안건 얼마 되지 않았다. 내 서재는 지금까지 총 11명이 찾았다. 아무것도 차린 게 없으니 손님이 없는 건 당연했다. 그럼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 명예의 전당이라 씌어있는 곳을 클릭했다. 그 결과.... 너무도 놀라운 광경들을 난 봤다. 은행에 돈을 저금하는 사람들처럼, 알라딘 사람들은 서재를 너무도 잘, 이쁘게 꾸며놓고 있다. 일주일이 넘도록 상위에 랭크된 서재들을 들락거리다, 난 알라딘의 지하세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냈다. 참이슬이 있는 서재의 주인공 마태우스님과, 그가 그늘에 있고 싶다는 플라시보님. 난 그 두분의 서재에 오른 글들을 보름간 거의 다 읽었다. 그리고 내가 알아낸 '알라딘 평정하는 방법'을 글로 쓰기로 했다. 나 역시 그들처럼 인기 서재의 주인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니까. 혹시 아는가. 인기서재가 되고 싶은 다른 사람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될지.
-흑표범의 알라딘 평정법-
1. 직장이 편해야 한다
마태우스(이하 존칭 생략합니다)는 입버릇처럼 말한다. "직장에서 하는 일 없어요" 그래도 학교에서 애들을 가르치는 사람이니 놀기만 하겠냐고 생각을 했지만, 그의 페이퍼들을 보고 있자니 논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 한달을 통틀어 그가 글을 안쓰는 날은 하루나 이틀이 고작이다. 17일만 해도 '알라딘의 목마'를 올린 시각이 오전 11시 30분, 글의 분량으로 보아 오자마자 그것만 쓴 것 같다. 그거 말고도 글을 두 개나 더 썼으니, 그날은 온통 알라딘에 계셨나보다. 플라시보님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일 하루동안 세편의 글을 올리는 등, 하루 평균 3편 가량의 글을 매일같이 쓴다. 그래서 난 결론내렸다. 알라딘 평정은 직장에서 이루어진다. 나같이 직장에 매인 사람이 알라딘에서 정상에 오르려면, 직장을 옮기던지, 그만 두는 수밖에.
2.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플라시보의 글에는 많이 먹고 많이 싸는 얘기가 자주 등장한다. "배때지가 불러서 그래. 돈내고 먹는 음식인데 왜 남기냐?"라든지, "잘 싸는 게 낙"이라는 글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얼마전에는 화장품이 든 파우치를 잃어버렸다는 얘기도 했다. 마태우스 역시 치부를 드러내는 데 적극적이다. 88짜리 바지가 안맞는다든지, 체중이 80킬로라든지, 내년 8월이면 잘릴 거라는 등 어찌보면 치부일 수 있는 얘기들을 적나라하게 기술한다. 이런 게 어떻게 독자들에게 어필하는지 모르겠지만, 서재 주인장의 솔직담백한 모습에 사람들은 매력을 느끼나보다. 나도 치부를 하나 공개한다. 난 배꼽이...등에 있다!
3. 사진을 활용한다
여기 오기 전, 내가 있던 사이트는 사이월드였다. 거기서도 얼짱 콘테스트가 벌어지고 있긴 해도, 미남미녀가 아니면 사진을 올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마태우스의 사진을 보고 매우 놀랐다. 글과 사진이 매치가 안되서 한동안 어리둥절했을 정도. 서재 주인장 모임 때 찍은 사진이라는데, 그런 사진을 올리고 오히려 인기가 올라갔다니, 동정표가 쏟아진 게 아닌가 싶다. 플라시보 역시 사진을 많이 올리는데, 마태우스와는 반대로 사진을 통해 인기몰이를 하는 것 같다. 대체로 미인 축에 속하는 얼굴이고, 지적인 면도 있으니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원래 인터넷 사이트에서 미녀는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데 절대적으로 유리하지 않는가. 난 그리 못생기지도, 잘생기지도 않은 평범한 얼굴이라 걱정이다. 인기몰이도, 동정표도 얻기 힘드니까.
4. 뭐든지 글로 만든다
플라시보의 글을 보다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청소를 한다든지, 시장에 가서 장을 봤다든지 하는 사소한 일상도 장문의 글로 만들어 버린다. 하긴, 그렇지 않다면 하루에 세편씩의 글을 쓰는 게 불가능할 것이다. 마태우스도 마찬가지다. 그는 과거에 있었던 온갖 사소한 일들-오늘은 휴대폰을 가지고 장난친 얘기를 썼다-을 모조리 소재화한다. 심지어 술을 한번 마실 때마다 글 한편씩을 쓰기까지 한다. 혹시 소재가 떨어질 때마다 술을 먹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그러니까 내가 서재를 평정하려면, 부끄러워 말고 온갖 얘기들을 다 써야 할 것 같다. 부장님한테 혼난 얘기는 물론이고 식당 메뉴가 오징어가 나왔다는 것 등. 문제는 내가 그 소재를 멋진 글로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겠지. 자신 없다...
5. 책 리뷰
마태우스나 플라시보는 110-130편 정도의 리뷰를 썼고, 시시때때로 리뷰를 올린다. 알라딘 서재가 '책방'이란 뜻이니, 어느 정도의 마이리뷰가 있어야 신뢰감을 주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플라시보의 말에 따르면 리뷰는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가능하게 만드는 장"이라고 하니, 일단 리뷰부터 열심히 쓰는 게 좋을 것 같다.
6. 활동
내가 찾아간 서재마다 마태우스의 흔적을 발견하고 놀란 적이 있다. 이 많은 서재를 돌아다니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많은 글들을 읽고 코멘트를 남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플라시보는 자기 글에 코멘트를 달아주면, 거의 실시간으로 리플을 달아 준다. 하루 종일 컴퓨터만 보고 있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노력이 있으니 인기서재의 반열에 오른 것이겠지.
쓰고나서 보니, 인기 서재의 주인이 되는 것은 다단계의 다이아몬드 되기만큼 어려운 것 같다.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하는 나로서는 직장에서 한가롭게 글을 쓸 수가 없고, 집에 와서도 가족과 보내느라 글을 쓸 시간은 거의 없다. 천재는 태어날 때부터 천재인 것처럼, 알라딘에 가입하는 순간부터 인기서재가 될까 아닐까가 결정이 나는 게 아닐까. 유감스럽게도 난 인기서재가 될 조건을 하나도 갖추고 있지 못하다. 남들은 1만명 고지를 넘었지만, 내 서재의 방문객은 고작 11명-지금 12명이 되었다. 누가 왔지?-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