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님의 두 번째 책 <책을 읽을 자유>(이하 자유)는 그전 책에 비해 훨씬 잘 읽혔다. <로쟈의 인문학 서재>는 공부를 하는 마음으로 읽었다면, 이번 책은 친절한 가이드와 함께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진정한 내공이란 이런 거구나,는 생각을 하며 읽는 중이다.

“나도 당장 책상 주변에 있는 책들을 꼽아보았다. 읽고 있거나 당장 이번 주에 읽어야 하는 책들이다 (절반은 강의나 원고와 관련하여 읽는 책이다).”
이 구절을 읽고 내 생각을 잠시 했다. 근래 들어 내가 읽는 책들은 거의 대부분이 강의와 연관된 거다. 이번 학기에 내가 가르치는 <의학개론>은 조별로 책을 한권씩 읽고 느낌을 말하게 하는데, 그 전에 내가 해당 책에 대한 요약을 한 시간 동안 해준다. 한 학기 동안 소화하는 책은 대략 8권, 하지만 의학과 관련해서 학생들 마음에 드는 책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내가 감탄하며 읽었던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는 학생들이 “재미도 없고 짜증이 난다”고 하고, <닥터, 좋은 의사를 말한다> 역시 내가 열광하는 정도에 비해 반응은 별로였다. <질병 판매학>이라든지 <약이 사람을 죽인다> 같은 책은 선정적인 제목에 비해 내용이 부실했다. 멘델존이 쓴 <여자들이 의사에게 어떻게 속고 있나>는 40년 전에 쓴 책인데다 내용도 지나치게 의학에 적대적이라, 나 스스로도 읽다가 짜증이 났다. <섹스의 진화>에 대해 민망해서 들고 있을 수도 없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 그럭저럭 8권을 만들어 수업을 하고 난 뒤 학생들의 반응을 살펴 자를 책은 자르는데, 그러다보니 매번 책 리스트를 바꿔야 하고,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이번 방학 때 열권 정도를 읽은 것 같다. 2학기에 가르치는 여성학을 위해서도 같은 일을 반복하니, 강의 때문에 읽는 책이 얼추 절반은 넘는다.
모든 일은 의무가 되면 흥미가 반감되기 마련이다. 뒤늦게 독서에 재미를 붙이고 손에 책이 없으면 어딘가 불안해할 정도로 책을 좋아했지만, 강의준비를 위한 책읽기를 하다 보니 독서의 재미가 그전만 못하다. 1년에 백 권이 넘는 책을 읽은 적도 몇 번 있었지만, 최근엔 점점 독서량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해야 할 연구의 양이 늘어난 것도 책읽기를 방해한다.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지만, 올해는 50권을 넘기는 걸 목표로 삼으련다. 50권이 된 이유는 이렇다. 다른 게 다 그렇지만 책 역시 상위 20%가 80%의 책을 읽는다. 한국인의 평균 독서량은 한달에 한권 정도, 1년에 12권이다. 그렇다면 20%에 속하는 내가 48권 정도는 읽어 줘야 평균이 유지된다. 과거라면 아무 것도 아닌 숫자였지만, 이젠 그 숫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자. 난 스마트폰이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