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샤워하다가 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픽션이구요, 이걸로 인해 상처받으시는 분이 제발 없으시기를! (탄핵 가결로 전 이미 상처받았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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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씨(가명. 3x세)는 직장에 출근하면 컴퓨터를 켜고 맨먼저 알라딘에 접속한다 (최근에는 아예 초기화면으로 깔았다). 전날 자신이 올린 글에 어떤 코멘트가 달렸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 코멘트들에 답글을 달고나면 남들이 쓴 글에 코멘트를 달러다닐 차례, 24시간 내에 작성된 글들을 클릭하며 코멘트를 달다보니 한시간여가 훌쩍 지나간다. 시상이 떠올라 글이라도 한편 쓰고나면 또다시 몇십분이 흐르고, 그 글에 누가 코멘트를 다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서재를 수없이 왔다갔다한다. 서민씨가 그날 오전에 한 건 논문 두줄이 전부. 서씨의 말이다. "남들이 제 글에 코멘트를 썼는데, 제가 답글을 안달면 예의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자꾸 가게 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서민 씨는 1분 간격으로 코멘트와 답글이 이어지는, 소위 '실시간 코멘트'를 경험하기도 했다. 다음은 서씨의 서재에서 발췌한 코멘트 내용이다.

앤티슈: 우아, 서민님. 허접한 글 잘읽었어요 (AM 10:43)
서민: 헤헤, 제 글이 허접한 거 어떻게 아셨어요? (AM 10: 43)
앤티슈: 하하, 보면 몰라요? 전체적으로 허접하잖아요. (AM 10: 44)
진/우밥: 내가 봐도 허접하구만! (AM 10: 45)
서민: 어, 진우밥님, 안녕하세요? 글쿠나. 허접하구나 (AM 10: 45)

이런 실시간 코멘트는 다른 서재에서도 흔히 발견된다는 게 서씨의 말이다. 서씨가 직장에서 알라딘에 접속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다섯시간. 너무 많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씨는 이렇게 말한다. "저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은 드는데, 막상 접속을 하고나면 빠져나갈 수가 없어요"

최고인기 서재를 보유하고 있는 블라시보(가명)님의 서재에는 하루평균 100개의 코멘트가 달리는데, 거기에 일일이 답을 하면 두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블라시보님의 말이다. "가끔은 힘들 때가 있지만, 인기란 어쨌든 좋은 거 아니겠어요?" 진우밥, 검은빗, 갈채, 순이나라(이상 가명) 등 인기서재의 주인공들은 "알라딘 때문에 일에 전념할 수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알라딘 폐인으로 진단되어 현재 격리치료중인 연분홍빛우주님의 고백이다. "공부를 하려 했는데 알라딘 초기화면이 눈에 어른거려 집중이 안됐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알튀세르' '알레고리'처럼 '알'자가 눈에 들어오면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연분홍빛우주님처럼 알라딘 폐인으로 진단되어 고통을 겪고있는 사람은 줄잡아 500여명, 경제활동 인구 전체로 보아 얼마 안되는 숫자 같지만, '생산력 있는 상위 5%가 총생산의 95%를 차지한다'는 파레토의 법칙을 감안한다면 그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막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로 작년 12월 알라딘 서재에 마이페이퍼 기능이 추가되면서부터 급격한 생산성 위축이 관찰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알라딘 폐인의 숫자가 두배로 늘어난다면 연간 GDP 성장률이 1% 정도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인터넷교보 측은 알라딘이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몰리자 희색이 만면. 익명을 요구한 최병렬 인터넷교보 대표는 "알라딘 서재를 따라서 북로그를 만들었는데, 호응이 없어 괴로웠다"면서 "일이 이렇게 되니 인기가 없는 게 오히려 잘된 일 같다.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게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참회연대>와 <경질련>등 시민단체들은 "경제위기의 주범 알라딘은 서재를 당장 폐쇄하라!"며 서소문 앞에서 밤늦게까지 시위를 벌였고, '알라딘을 사랑하는 모임(대표: 자몽상자님)' 회원 20여명은 '서재사수'를 외치며 농성 중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위기의 원인을 서재 하나로 돌리는 것은 무리"라며 알라딘의 손을 들어줬지만, "지나친 접속으로 인해 폐인이 되는 것은 개인적, 국가적 손실이니 적당히 접속하는 게 좋다"고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부록: 혹시 나도 알라딘 폐인?
국제 알라딘협회에서는 알라딘 폐인의 진단기준을 발표했는데, 이중 세가지 이상을 만족하면 자동으로 진단된다.

-하루 4시간 이상 알라딘에 가있다.
-글을 하루라도 안쓰면 못견딘다.
-코멘트가 달렸을까봐 글을 올린 지 10분 이내에 다시 가본다.
-'알'자만 봐도 흥분한다.
-친구, 친지보다 다른 알라디너가 더 좋다.
-알라 신으로 개종했다.

(정리=마태우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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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2004-03-12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위에 갈채는 혹시 저를..-_-a? 제 서재는 생각보다 인기가 없답니다^^; 국제 알라딘협회의 폐인 진단기준에 따르면 저는 마땅히 알라딘 폐인 1급 자격증을 수여받아야만 합니다. 마태우스님 글 덕분에 탄핵으로 뒤집혀버린 속을 잠시나마 삭히게 되네요.

마태우스 2004-03-12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대님 맞구요, 갈대님 서재는 인기여부에 관계없이 '최우등 서재'라고 생각합니다. 님의 글을 읽고 감탄한 적이 하도 많아서요...

비로그인 2004-03-12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정말 알라딘 폐인이 되가는 것도 심각한데, 마태우스님 글에 중독되고 있어서 이것도 큰일인거 같네요. 마태우스님께 중독된 사람들에 대한 기사도 써야될거 같은데요! ^^ 저두 알라딘 폐인 진단기준에 따르면 1등급인거 같아요. 과도한 전자파에 몸이 쇠해지고 있다는...ㅎㅎ

비로그인 2004-03-12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1등급-아침 출근해서 ..점심먹고나서도..퇴근시간전까지 알라딘에 붙잡혀있습니다.

진/우맘 2004-03-12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 방금, 알라딘으로 인한 업무 마비로 보건휴가 반납하고 출근했다는 요지의 글을 쓰고 왔습니다. 이렇게 마음에 와 박힐수가...
저, 이 추세로 나가다가는 주말도 반납입니다. 흑.... 일해야 하는데....

연우주 2004-03-12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급기야 치료까지 받아야 하는 겁니까? ㅠ.ㅠ

2004-03-12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_ 2004-03-12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서재가 생기기 전에 알라딘을 시작홈페이지로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부터 고대서재까지는 거의 말종폐인이다싶이 생활을 하였는데, 요즘은 그래도 그 증상이 조금 완화되어 요양중이랍니다.;;

플라시보 2004-03-12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무지하게 웃다가 갑니다. 특히 제가 말했다고 가상한 대목에서 어쩜 그 재수없는 말투가 웃길수가 있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저 아닌 막 거만한 블라시보가 따로 있는 듯 느껴질 지경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플라시보가 겸손하다는건 아니고...그러니까 뭐랄까 거만할 만한 뭔가가 없어 참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추측이..ㅋㅋㅋ)

마냐 2004-03-12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인 안되려..무진장 버티고 있다기 보다..근본적 원인인 '게으름'과 '무심함'을 감추려..난 폐인 안되련다..라고 주장하고 있던 터. 정말 알라딘도 위험하다는데 동의!! 다만...윌리엄 깁슨의 '아이도루'에 보면...미래에는 일상보다..사이버 일상이 더 중요하고 의미있는 사회도 가능할듯 합니다. 변화의 과정에서 '폐인'이니 하며 신기하게들 보는게 아닐까요.

쎈연필 2004-03-12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잼있네요 ㅋㅋㅋ 제 딴엔 은둔자적인 이미지를 풍겼다 생각했는데... 글에는 대표에다가 농성까지 하는??? 저와는 딴판이어서... 저 가명이 제가 맞을까 잠시 고민을... ^^

2004-03-12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mji 2004-03-12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첫 코멘트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안녕하세요) 글 읽고서 참 많이 웃고, 참 많이 끄덕였습니다. '알'자만 봐도 흥분한다,에서 그만 이성을 잃었습니다. ^^제 측근 중에 하나는 저에게 '혹시 당신 알라딘의 숨겨진 직원이야?' 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포섭활동까지 했으니 말이죠. 아무튼, 유쾌하고 즐거운 글 잘 읽었습니다. ^>^

책읽는나무 2004-03-12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글에 코멘트가 달렸나? 안달렸나? 확인한다고 바쁘신 분들도 많겠지만...또하나의 폐인인 저로서는 남들의 서재에 코멘트달아놓고...서재주인장의 답글을 읽어보러 다닌다고 또 바쁜 폐인입니다요...^^

진/우맘 2004-03-12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아... 그간의 노고가 드디어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군요. 현재 시간 11시 52분, 하루 방문객이 100명을 넘어섰습니다. 앗, 글을 올리는 11시 57분에는 102명으로 증가!!!! 인기절정 마태우스님^^

(그런데...이 시간엔 오랜만이라...혹여 뒷북 치는 건 아닌지...^^;;;)


초콜렛 2004-03-13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탄핵 땜에 뉴스만 봤는데, 알라딘 와서 웃게 되네요. 좋은 패러디 감사합니다.

明卵 2004-03-15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정말 재밌네요! 이거 아세요 마태우스님? 아무리 빠져나오려고 애쓰더라도 이런 멋진 패러디를 해 주시는 이상 알라딘 폐인의 길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는 없답니다.

조선인 2004-04-09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목만 보고 무모한 책 구매로 경제파탄에 이른다는 글을 생각했는데... 역시나 저는 친구들의 진단대로 상상력없는 재미없는 사람임이 다시 한번 확인되는 듯 하군요. 정말 재미나게 읽었고... 폐인이 되지 않으리라 불끈 다짐해봅니다만... 혹시 이미 폐인이 된지도...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