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을 만났던 지난 토요일,

늦게 왔다고 아내가 화를 냈다.

난 일주에 1-2번 술을 마시는지라

결혼 전의 주 6회에 비하면 나름 노력을 한다고 생각을 하지만,

집에서 날 기다리는 아내는 생각이 좀 다른 것 같았다.

“더 줄여야지, 더!!”


그날밤에 싸운 뒤 일요일엔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지냈고

월요일에도 아내에게 전화 한번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목요일에 큰 술자리가 있는지라 화해를 해봤자 얼마 못갈 거란 생각을 해서였다.

그날 오후 5시경, 아내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늘 전우치 보러 갈래?”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아내가 나름대로 노력한 것이리라.

하지만 꼬일대로 꼬인 내 마음은 ‘흥, 누구 맘대로?’라는 유치한 반응을 야기했고,

답장을 여러번 고친 끝에 다음과 같은 문자가 완성됐다.

“웬 전우치? 나 오늘 할아버지 제사라 안돼.”


그런 문자를 보내고 나면 은근히 걱정도 되지만 한편으론 짜릿한 마음도 든다.

웬 전우치라니, 정말 촌철살인이라고 스스로 감탄하기까지 했다.

물론 그건 그날뿐이었고,

그 다음날 극적으로 화해를 한 뒤 난 그 문자의 후폭풍에 시달렸다.

“아주 냉정하더라. 웬 전우치라니, 나 그 문자 영구보관함에 저장해놨어.”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아내는 날 ‘웬 전우치님’이라고 부른다.


참, 화해를 한 그날 우리는 전우치를 결국 봤고,

예상외로 재밌다며 좋아했다.

전우치가 재미있어서 그런지 목요일날 큰 술자리에서 돌아왔을 때

아내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게 다 전우치 덕분이다.


* 이 영화가 재미없다는 분도 여럿 봤습니다.

사람이 다른만큼 영화취향도 다 제각각일 겁니다.

제 글을 읽고 전우치를 보시려는 분들을 위해 제가 다른 영화에 어떤 평점을 매겼는지 말씀드리지요.

청담보살: 8.0

전우치: 8.4

걸프렌즈: 5.0

지아이조: 8.2

여배우들: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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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1-16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여배우들 9.3...아쉽게도 상영하는 곳이 없습니다.
님의 평점에 비해 인기는 없었나봐요~~
웬 전우치님. 쿄쿄쿄

Mephistopheles 2010-01-16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이.아.직.덜.길.들.여.지.셨.군.요. (마당쇠 올림)

비로그인 2010-01-16 21:38   좋아요 0 | URL
마당쇠님.. 30년 넘게 살아보시길..하하


전호인 2010-01-16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지기 말 들어서 손해볼 것 하나도 없지요.
그렇게 길들여지는 겁니다. ㅋㅋ

순오기 2010-01-16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사랑은 서로 유치해야 먹힙니다. 특히 부부사이에는...
영구보관함, 그거 겁나 무서운 겁니다~ 아내들은 평생을 우려먹거든요.ㅋㅋ
전우치 저도 재밌게 봤어요. 무론 여배우들이 더 좋았지만...^^

울보 2010-01-16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배우들이 아직도 상영중인가요 우리동네에도 없던데,,,,

L.SHIN 2010-01-16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구보관함에 저장했어"....ㅋㅋㅋ

다락방 2010-01-16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극적으로 화해' 하셨군요!! 아, 어쩐지 부러운데요! ㅎㅎ

비연 2010-01-17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전우치, 급보고 싶어지네요~

무스탕 2010-01-17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어쩌자구 '웬전우치'님이 되셔가지구서리.. ^^;;
아내분 전우치 영화보다 강동원이 더 좋았을지도 몰라요.
메렁~ ^ㅠ^

hnine 2010-01-17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내분이 전우치전 영화 보러 가자고 하셨을 때, "그래! 전우치!" 그러시지... 웬전우치님 ^^
아내 분이 얼마나 생각 끝에 보낸 문자였을텐데.
저는 아직도 먼저 그렇게 화해의 문자나 말을 못 건네는데 아내분은 현명하시네요.

깐따삐야 2010-01-17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 전우치? 마태우스님, 넘 귀여우시다.ㅋㅋ 저도 전우치 재밌게 봤어요.^^

마태우스 2010-01-17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삐야님/님도 저랑 취향이 비슷하시군요 반갑습니다
hnine님/그러게 말입니다. 어색한 분위기에서 먼저 화해하잔 말 꺼내는 게 쉽진 않죠.
무스탕님/그, 그러게요 제가 맘이 좁아터져가지고... 전우치 임수정 땜시 본 사람도 있던데, 전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
비연님/너무 제말만 믿지 마세요 저희 부부는 디워도 재밌게 봤거든요.
다락방님/화해하면 구름 위를 걷는 것 같고, 싸우면 저 지하 밑바닥의 불지옥같은 게 부부관계인듯 싶어요
LShin님/그걸 또 저장하다니, 넘하죠?^^
울보님/그거 아마 끝났을거예요. 생각보단 사람이 많았지만, 상영관 잡기가 쉽지가 않아보였다는..
순오기님/오오 님도 여배우들이 더 좋았군요. 그거 정말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죽이더라구요. 앞으로 계속 유치하게 살아가겠습니다^^
전호인님/안녕하셨어요. 그럼요 아내말 들어서 해로울 거 하나 없지요. 근데 가끔씩 제 맘 속의 야생마가 튀어나와서 말입니다
한사님/우와 30년이라니.... 까마득해 보이면서 존경스러워집니다
메피님/야생마 시절을 너무 오래 살아서 말입니다
세실님/제가 잘해야 하는데 차암. 미녀에 약하면서도 아내한테만 이렇게 성질을 부린다는..

메르헨 2010-01-19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 공감됩니다. 하하하하....
근데 이거 중독인걸요. "웬 전우치님" 하핫...^^

가을산 2010-01-20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인간적으로 1주 2회는 사수하셔야 하는데..... ^^;;

sweetmagic 2010-03-25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우신 마태님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