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에 한번도 나가지 않았다.
몸은 안갔지만 마음은 광화문에 뒀던 것도 아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광우병 쇠고기에 대해 별반 저항감이 없어서였다.
게다가 난 이명박 대통령 때문에 화가 난 적도 없다.
애초부터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실망할 것도, 분노할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난, 출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대통령을 탄핵해야 하는가에,
그리고 쇠고기 건이 그가 하야해야 하는 이슈가 되는가에 회의를 가졌었다.
남들이 비를 맞아가면서 촛불을 들 때,
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집구석에 있었다.
야구를 보고, 술을 마셨으며, 책을 읽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이 촛불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난 ‘그러냐’고 짧게 대답할 뿐이었다.
오늘 알라딘에서 경향신문 의견광고를 봤다.
존경하는 서재인들의 이름이 올라와 있는 걸 봤을 때,
내가 활동하는 이곳이 자랑스러웠고,
그보다 열배쯤 더, 그간의 내 행적이 부끄러워졌다.
‘익명의 2인’ 중 하나가 나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간 이 의견광고를 위해 사람들이 그토록 글을 올렸는데
왜 한번도 참여할 생각을 못했을까?
날 싫어하는 사람들 때문에,라고 말하기엔 좀 궁색하고
‘신혼이잖아’라고 우기자니 사람이 참 치사해 보인다.
진짜 이유는 내가 나쁜 놈이어서지만,
그걸 인정하는 것보단 자꾸 다른 핑계를 대고 싶어진다.
정치라는 영역은 무척 중요한지라 우리의 삶을 총체적으로 지배하며,
폴 크루그먼이 말한 것처럼 경제도 정치의 지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중요한 정치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건,
우리의 삶이 타인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걸 뜻한다.
작금의 현실이 옳지 않다는 걸 안다면
그걸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건 이 땅에 사는 민중이라면 당연히 할 의무였다.
그럼에도 난 너무 오래 정치에 관심을 끊고 살았다.
개혁과 진보를 입에 달고 다니던 전 대통령에게 실망해서든,
특정 대통령에게 일말의 기대를 하지 않아서건,
이유는 별반 중요하지 않다.
정치에 대한 내 무관심으로 인해 세상은 좀 더 나쁜 쪽으로 변했을 테니까.
이제라도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난 계속 부끄럽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