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가끔 전화를 하는 친구는 전화를 할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혹시 지금 결정적인 순간에 전화한 건 아니지?"
내가 나이가 많은 탓도 있겠지만, 신혼부부라고 해서 늘 그러는 건 아니다.
아내는 한달에 한번씩 마법에 걸리고,
나도 일주에 한두번은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온다.
게다가 엊그제는 의과대학 연수를 가느라 외박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날 볼 때마다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어쩌다 하품이라도 하면 대번에 이런다.
"어제...무리했구나?"
테니스를 칠 때는 사람들이 더 짖궃어진다.
원래 내가 발이 빠르긴 하지만 행여 오해를 받을까봐 더 빨리 뛰는데
도저히 못받을 공을 못받으면 이렇게 말한다.
"어제 .... 했니?"
심지어 이런 말도 안되는 음해를 하는 사람도 있다.
"니가 결혼 전에는 웬만한 건 다 받았는데, 결혼하더니 너무 느려졌어."
선입견을 가지면 치타도 느려 보이는 법, 내가 아무리 빨리 뛰려고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근데 그네들 말이 맞을 때도 있으니 지난번 일요일이 바로 그날이다.
전날 도고에서 1박2일 연수를 마치고 다음날엔 결혼식 때문에 부여까지 갔다오느라 다섯시간 반을 운전했는데
이왕 무리한 김에 집에 가서 마저 무리를 했더니 일요일날 테니스를 치는데
발이 안떨어졌다.
나랑 같은 편을 먹은 친구, 대번에 이런다.
"너...했지!!"
내가 뭐라고 하겠는가. 힘없는 소리로 "응...." 이럴 수밖에.
"내가 테니스 전날은 그냥 자라고 했지!"라고 화를 내는 친구,
아니 내가 뭐 테니스를 위해 사는 사람도 아니고 말이야.
그날의 결말.
그 말에 발끈해서 세번째, 네번째 경기는 정말 열심히 뛰었더니 진짜 죽을 뻔했다.
어릴 적 코피가 잘나는 키셀바흐 지역(코 앞쪽의 지역을 일컬음)을 전기로 지진 탓에 코피는 안났지만
스틱차를 운전해서 집에 가는데 어찌나 고되던지.
밥을 먹자마자 쓰러져 네시간을 내리 잤다.
일요일날 피곤하다고 잠만 자는 남편 별론데....ㅠㅠ
이게 다, 신혼부부를 놀려먹는 주위 사람들 때문이다! 으르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