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다큐멘타리

시점: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4월 17일 오전 7시, 마태우스는 동료 연구원 한명과 함께 연구 재료를 구하러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어디론가 바삐 가는 차들로 길은 꽉 막혀 있었다.

“어!”

오전 8시를 넘긴 시각, 외마디 비명소리와 함께 마태우스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졌다.

“왜 그래요?”

“으, 아무것도 아니어요.”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었다. 그 전날 마태우스는 친구와 더불어 곱창에 소주를 제법 많이 마셨고, 술을 마시고 난 다음날 늘 그렇듯이 설사기를 느낀 것이다. 그날 아침 두 번이나 화장실에 다녀온 마태우스에게 그건 날벼락에 가까웠다.


“저, 혹시 휴게소 있으면 들러 주시겠어요?”

서해안 고속도로엔, 아쉽게도 휴게소가 그리 많지 않았다. 게다가 서울을 벗어난 직후인지라 휴게소까지 가려면 한참을 더 가야 했다. 마태우스는 두 다리를 꼰, 소위 인내형 자세로 돌입했다. 동료도 그제서야 사태를 파악했다.

“많이....힘드신가봐요. 정 힘들면 저기 야산이라도...”

선비의 자손인 마태우스는 ‘야산’이란 말에 콧수염을 부르르 떨었다.

“그 정도는 아니니 걱정 말고 가기나 하시오.”


그래도 휴게소는 나오지 않았고, 다리를 꼰 자세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저... 많이 어려운데...좀 세워 주시면 안될까요.”

동료는 적당한 자리를 물색했다.

“여기 어때요? 저기는요?”

까다로운 마태우스는 그때마다 고개를 저었다. 산의 구조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러다 정말 괜찮은 곳이 나타났다. 명당인 듯 이미 차 두 대가 서 있었고, 당연한 얘기지만, 운전자는 보이지 않았다. 차가 서자마자 마태우스는 휴지를 들고 냅다 뛰었다. 산길 곳곳에 휴지가 떨어져 있었다. 마태우스는 때묻은 속세를 벗어나려는 듯 깊숙한 곳으로 종종걸음쳤다. 잠시 후 원하는 곳을 찾은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이제 갑시다.”

한결 여유로운 표정으로 차에 돌아온 마태우스는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음악을 들었다. 그러기를 십분, 갑자기 ‘xx 휴게소’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저기 세워주세요. 손을 좀 씻어야 하니까... 근데 여기 휴게소 있는 거 알았으면 야산에서 그러지 않는 건데.”

하지만 마태우스의 아쉬움은 오래 가지 않았다. 손을 씻으러 들어간 남자 화장실에는 단체 관광객이라도 왔는지 족히 20미터는 될만큼 줄을 서 있었다.

“하하, 야산에 가길 잘 했네요.”

마태우스는 겸연쩍게 웃었지만, 이 사실을 알았다면 그가 그리도 밝게 웃지는 못할 거였다. 그가 다녀간 야산에선 10년간 풀 한포기 자라지 못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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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4-18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웃다가 넘어가요. ^ ^.

chika 2007-04-18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거름이 많다면 풀이 더 잘자랄텐데... 아무래도 식생활이 안좋은듯?... ㅡ,.ㅡ

물만두 2007-04-18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째^^ㅋㅋㅋ

향기로운 2007-04-18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식생활에 문제가 있어요^^ 그러니까 알콜은 좀 자제하시고.. 봄나물 많이드셔서 자연이 좋아하는 거름을 주도록 해보세요^^;; 강추합니다~

울보 2007-04-18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Mephistopheles 2007-04-18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야산이 어딘가요..



이 마크를 빨리 붙여야 할 듯 해서요..=3=3=3


비로그인 2007-04-18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아직 점심 전인데요....

maverick 2007-04-18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서재 대문부터 향기가 솔솔 나더라니 ㅋㅋ

해적오리 2007-04-18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에서 맨발로 걷는 일은 이제 자제해야 할 듯...내 인생의 낙이 하나 사라지는구나. 쩝...

짱꿀라 2007-04-18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읽고 웃고 숨 넘어 가기 일보 직전......

무스탕 2007-04-18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해안 고속도로에 휴게소를 더 많이 만들어 달라고 건의해야 겠어요... ^^;;

2007-04-19 0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리오 2007-04-19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 차만 떠나면 느낌이 오는 민감성 대장의 소유자로서, 남 이야기가 아닙니다. 알콜을 자제하고 비교적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요즘의 지루한 나날들 덕분에 제 대장도 좀 무뎌져야 될텐데 말입니다. 그 급함과 쑥쓰러움과 어려움.. 흑흑...

마태우스 2007-04-19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님도 민감하신가요? 그때 만나뵜을 땐 잘 모르겠던데... 그때가 그리워요
속삭님/감사드립니다
무스탕님/꼭 그리되길 바라겠습니다
산타님/아이 과찬이시옵니다...^^
해적님/니, 님의 취미를 하나 빼앗았군요 죄송...
매버릭님/헤헤 어찌하다 보니 그리 되었습니다
승연님/덕분에 다이어트 하셨죠?^^
메피님/최고의 댓글에 뽑히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울보님/울다가 웃으면....털나는데...
만두님/우리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치카님/식생활은 아주 좋습니다 휴게소가 없다는 게 문제죠!
홍수맘님/님의 고등어를 먹으면 장이 좀 나아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