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4월 3일(화)
누구와: 지도학생들과
마신 양: 소주--> 폭탄주
지난주 일요일부터 이번주 월요일까지, 무려 9일 동안 난 술을 마시지 않았다. 정확한 건 아니지만 이 정도면 최근 5년 내 기록이 아닐까 싶은데, 여기에 가장 크게 공헌한 게 내 인내력이나 의지가 아니라 몸이 아픈 거였다는 게 아쉽긴 하다. 그 동안 술을 마시고 싶어서 몸살이 났던 적이 없는 걸 보면 내가 그래도 알코올 중독은 아니다. <행복한 여자>란 드라마를 보다가 주인공들이 술을 마시는 장면에선 입맛을 다셨고, 밖에 나와 술을 마시는 군상들을 보면서 “낫기만 해봐라”라고 속으로 뇌까리긴 했지만 말이다.
몸이 아픈 와중에 내가 가장 걱정한 것은 내 병이 이번주에도 낫지 않는 사태였다. 이번주 화요일 난 지도학생 모임이 있었고, 목요일엔 엠티가 있었고, 토요일엔 접대 술자리가 있었으니까. 일요일 밤엔 아무래도 안되겠단 생각이 들어 최소한 지도학생 모임은 연기를 하는 게 어떨지 오래도록 생각했었다. 전화를 할까 말까 수화기를 들었다 놨다 하길 수차례,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 아침에도 여전히 몸이 안좋아 정말 취소해야겠구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외래를 다녀온 뒤 거짓말처럼 열이 떨어졌고, 테스트 겸 해서 소주 반병 정도를 저녁 때 마셔 봤더니 감이 온다. 그때 난 지도학생 모임을 예정대로 갖기로 결심했던 것 같다.
새 지도학생 미자가 포함된 모임은 시종 화기애애했다. 학생들은 미자를 따뜻이 맞아 주었고, 미자 역시 그네들과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난, 늘 그렇듯이 열심히 술을 마셨다. 오늘 아침 만난 지도학생 하나는 “교수님 그렇게 드시고 괜찮으세요?”라고 내게 물었었다. 그랬다. 난 완벽하게 돌아왔다. 흡사 한 마리의 용수철처럼 매일같이 마시고도 다음날이면 멀쩡했던 그 ‘나’로. 날 걱정하는 분들은 “이제 술 좀 그만 마시라”고 얘기하시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있을 곳은 바로 그곳인 걸.^^ 기다려라 술집들아. 내가 간다.
* 아픈 동안 굶었던 여파로 조교 선생한테 이런 말을 들었다. "선생님, 턱선이 다시 생겼어요!" 요즘 내 취미는 거울을 보면서 다시 찾은 내 턱선을 감상하는 거다. 매우 흐뭇한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