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일기가 좀 밀렸다. 한꺼번에 쓰려고 정황만 적어 놨는데, 하여간 지난주엔 수요일부터 시작해 토요일까지 4일 연짱으로 술을 마셨다. 그래서일까, 아니면 토요일날 먹은 음식이 잘못된 탓일까. 그날 같이 음식을 먹은 친구들 중 탈이 난 이가 나밖에 없는 걸로 보아 아무래도 술 탓인 것 같다. 작년에 비해 대폭 줄어버린 술자리 횟수가 내 장을 약하게 했다는 게 내 추측. 전제가 이러니 결론은 생뚱맞게 나버린다. 내년에는 기필코 200번을 채워야겠다는.
배가 어찌나 아픈지 자다가 깨어날 정도였건만, 난 별 탈 없이 날 보좌했던 내 위장을 믿고 김치볶음밥을 먹어버렸다. 그리고 난 뒤, 난 하루 종일 간헐적으로 날 괴롭히는 통증 때문에 배를 감싸안아야 했다. 그 때 난 이런 생각을 했다.
“이번주 술약속이 많으니 그 전까지는 나아야 할텐데.”(33%)
“이렇게 명치 끝이 아프다 오른쪽 아래로 통증이 국한되면 맹장염이라지? 오우, 노우!”(10%)
“차라리 잘 됐다. 이참에 살 좀 빼자.”(57%)
그도 그럴 것이 토요일 모임에서 친구 부인으로부터 “살이 너무 쪄서 터질 것 같다”는 말까지 들었던 터였다.
그래서 난 일요일 저녁을 가볍게 건너 뛰었고, 월요일 점심 때 학교 사람들이 같이 밥먹자는 걸 “배탈나서 굶겠다”고 거절했다. 인간에게 포도당은 무척 중요한지라 일을 하는 동안 머리가 어지럽고 힘이 없어 죽겠었지만, 난 살을 뺀다는 희망으로 그 모든 걸 견뎌 냈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지하철을 갈아 탈 때마다 누군가가 지탱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겨우 집에 온 나, 오랜만에 체중이라도 잴까 하다가 결국 관둔다. 생각보다 별로 안빠져서 실망할까봐. 체중계에 오르는 건 내가 좀 더 자신이 생길 때까지 미뤄두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집에 오자마자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진라면을 끓이고 거기다 밥을 말아먹은 거였다 (이잡듯이 찾은 참치캔이 눈에 안띈 건 다행이었다). 먹고 바로자는 건 금기라지만, 그렇게 포식을 한 나는 곧바로 잠에 빠졌다. 자기 전에, 보름 전에 사놓고 안먹은 ‘꼬치꼬치’(햄의 일종)를 먹은 기억도 난다. 그 결과 다소 홀쭉해졌던 내 배는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말았는데, 탑을 쌓기는 어려워도 부수기는 쉽다는 진리를 말해 주는 듯했다.
역시 굶어서는 안되며, 내가 기댈 건 운동밖에 없다. 하지만...새벽 세시를 향해가는 지금, 맹렬히 고파오는 배를 당장 어떻게 달래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