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과 오해
E, Crystal 지음 / 시코(C Co.)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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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과 오해

 

이 책은?

 

이 책 비밀과 오해는 소설이다.

저자는 E, Crystal, 이름이 외국인처럼 보이나 한국인인 것이 분명하다.

 

<2010년 단편소설 길 잃은 도로시를 출간한 이래 스무여 편의 소설을 썼다. 직접 그린 삽화와 함께 젊은 남녀의 현대적 사랑이야기를 다룬 첫 단편 길 잃은 도로시는 앱스토어 출간과 동시에 북 카테고리 1위를 차지했으며, 전체 카테고리 2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단숨에 20만 명이 넘는 독자를 확보했다.>

 

이 소설 역시 저자가 그림도 중간 중간에 그려놓아, 줄거리 이해를 도와주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먼저 등장인물을 알아보자.

 

우선 세 자매가 등장한다. 세주, 유주, 비주.

학원 강사. 출판사 편집 디자이너.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

 

이 자매를 둘러싼 남자들이 줄거리를 끌어가고 있다.

세 자매를 둘러싼 남자들의 행태를 생각하다 보니, 유행가 가사  하나가 떠오른다.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 '

 

세주에게는, 형석과 승현

유주에게는, 진우

비주에게는 동욱이 있다.  

 

그다음, 줄거리를 어느 정도 언급해야 하는데 이 소설은 줄거리를 말한다는 게 스포일러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위에 언급한 등장인물 정도만 알고 읽기 시작해야 <비밀과 오해>가 가져오는 그 애매모호함과 어색함, 그 말할 수 없었던 그 암울한 분위기를 만끽하면서, 책을 읽어갈 수 있다. 줄거리를 미리 알면 긴장감이 조기 해소되어 소설적 재미를 느낄 여지가 없어진다. 그러니 줄거리를 모른 채 읽어야 후반부에서 세 자매를 둘러싼 <비밀과 오해>가 풀릴 때 카타르시스를 제대로 느낄 수가 있다.

 

일단 소설 전반부에 세 자매에 흐르고 있는 기류를 알아보자.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비밀과 오해>는 무엇일까?

 

세 자매 사이에 형성된 <비밀과 오해>는 맏이인 세주의 결혼식 전날, 결혼하기로 된 남자 형석이 자살하는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38)

마침 그 현장에 세주, 유주, 그리고 비주가 있었다.

 

그러면 세 자매가 그 현장에서 각각 보고 들은 것은 무엇일까?

<그 일이 있고부터 세주와 유주와 비주는 무얼 드러내고 숨겨야 하는지도 알 수 없는 이상한 자매가 되어 버렸다.> (175)

그것을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하는 데서 <비밀과 오해>가 생겨난다.

 

그러니, 이런 대화가 오고갔다는 것만 기록해 둔다.

 

세주 :

섣불리 물을 수 없었어. 진실이 무엇이 되었든, 너희가 스스로 말해 주기 전까진.” (240)

 

비주 :

아무도 내겐 묻지 않았어요.” (232)

그래도 한 번쯤은 물어봐 주리라고 생각했는데....” (238)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내색하면 안 된다.상처 입은 기색조차 보이면 안 된다. 상대가 약하다고 생각하면 들개처럼 거칠고 잔인해진다. (109)

 

다시, 이 책은?

 

이 작품의 주제를 저자는 프롤로그에필로그에 함축하여 표현하고 있다.

 

프롤로그 :

당신이 믿고 있는 것이 전부 사실일까요?

 

에필로그 :

당신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숱한 비밀과 오해 때문에

나는 당신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듭니다.    

 

이 두 문장 사이에 이 작품 안에 담겨있는 세 자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우리 삶 모두의 모습이 들어있다. <비밀과 오해>의 실체,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 같은 삶이 들어있는 것이다. 그건 우리 모두에게 해당된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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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지음, 여지희 옮김 / 새움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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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이 책은?

 

이 책 자기만의 방은 저자인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로 영국의 뉴넘 대학과 거턴 대학에서 강의한 내용을 토대로, 에세이 형식으로 보완하여 펴낸 것이다.

 

이 책은 그 후 페미니스트 운동에 영감을 주는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세계 문학사에서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우선, 역사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물론 이건 영국의 경우를 주로 살펴보고 있긴 하나 일본의 작가도 언급되고 있으니 참고할 일이다.

 

패니 버니, 제인 오스틴으로부터 조지 엘리엇, 레베카 웨스트(57), ....

 

그 다음 여성 작가가 각 시대에 어떤 취급(?)을 받았는가 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가 주장하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하면, ‘여자가 픽션을 쓰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서 이 책의 제목이 자기만의 방이다.

 

저자는 계속해서 돈과 자기만의 방이 없어,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한 사례를 제시한다.

예컨대, <세익스피어에게 누이가 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75쪽 이하)

 

주디스 셰익스피어,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누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고향에서 기초 문법학교를 다닌다. 오비디우스, 베르길리우스, 호라티우스 등을 읽으며 공부를 한 다음에 런던으로 가 극작가로 성공을 하는 반면, 누이 주디스는 어떻게 될까?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똑같은 재능을 가진 주디스,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런던으로 가긴 갔으나, 제대로 기회를 잡지 못한다. 대신 배우 겸 감독인 닉 그린의 아이를 가지게 되고, 어느 겨울 밤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똑같은 재능을 가졌지만 결과는 천양지차라는 것, 그게 버지니아 울프의 주장이다.

 

그런 주장을 연이어 펼치는데, 제인 에어12장을 예로 든다.  

 

<저는 12장을 펼쳤고 제 눈은 이 문구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러고 싶으면 누구든 나를 비난해도 좋다.”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샬럿 브런테를 비난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궁금했습니다.> (109)

 

그 다음에 제인 에어의 본문을 인용한다. 거의 한 쪽 정도.

그리고 인용된 문장을 건너고, 이윽고 다시 버지니아 울프의 발언은 이렇게 이어진다.

 

<자신의 등장인물들에 관해 써야 할 곳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 쓸 것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운명과 전쟁 중입니다.>(112)

 

남성은 그렇지 않은데, 여성은 자신의 운명과 전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메리 카마이클의 소설 삶의 모험에서

 

여성은 픽션에서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는가?

오로지 남성과 연관이 되어야만, 연인이 된다거나 어머니가 된다거나 하는 식으로 등장한다.

남성이 없으면, 여성은 스스로 등장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 상황을 거꾸로 생각해 보자 한다.

예를 들어 작품 속 남자들이 오직 여성의 연인으로만 표현되고, 다른 남자들의 친구나 사상가나 몽상가인 적은 결코 없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 그들에게 할당될 수 있는 역할은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132)

 

그래서 메리 카마이클의 소설 삶의 모험에서 나오는 이 구절, 인구에 회자되는 말이 된다.

<클로에는 올리비아를 좋아했다.>(129)

 

맨스플레인

 

<당시 소설을 썼던 그 천명의 모든 여성 가운데서 그들만이 끝없이 가르치려드는 사람들의 그치지 않는 훈수를 - 이걸 써라, 저걸 생각해봐라 - 깡그리 무시했습니다.>(119)

 

끝없이 가르치려드는 사람들의 그치지 않는 훈수라는 말에서 맨스플레인의 그림자가 그때부터 드리워져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도 그럴진대 그때는 오죽했을까?

 

맨스플레인(mansplain)은 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를 결합한 단어로, 대체로 남자가 여자에게 의기양양하게 설명하는 것을 말한다. 애틀랜틱의 릴리 로스먼은 맨스플레인을 "흔히 남자가 여자에게, 설명을 듣는 사람이 설명을 하는 사람보다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설명하는 것"으로 정의하였고, 리베카 솔닛은 남성의 "과잉 확신과 무지함"의 결합으로 일어나는 현상에 속한다고 보았다. (위키 백과)

 

위키백과에서 <이 신조어는 여러 곳에서 동시에 사용했기 때문에 그 발단을 정확히 규명하기 어렵다>라고 했는데, 비록 맨스플레인(mansplain)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그 의미는 버지니아 울프의 이 책, 이 문장이 시초가 아닐까?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여자들한텐 결코 30분의 시간도 없어요……. 자기만의 것이라 부를 수 있는 시간 말예요.” (107)

 

, 지금 저의 믿음은, 단 한 줄도 쓰지 않고 교차로에 매장된 이 시인이 아직도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여러분과 제 속에, 또 설거지를 하고 아이들을 재우느라 오늘 밤 이 자리에 있지 않은 수많은 다른 여성들 속에 살고 있습니다. (179)    

 

이 말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간혹 여성이 저자인 책들 <머리말>에 보면, 아이들 다 재운 다음에 거실에 홀로 나와 글을 쓴다는 말, 한 두번 듣는 게 아니다.

 

마음이란 건 확실히 몹시 신비로운 기관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아주 전적으로 거기에 의존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관해 일려진 건 거의 없습니다. (154)    

 

이 구절을 다른 번역으로 읽어보자.

<마음이란 확실히 우리가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전적으로 의존하는, 참으로 신비로운 기관입니다.> (민음사, 147)

 

새롭게 알게 된 작가들

 

조지 엘리엇

 

남성인줄 알았는데, 여성 작가다. 여성이나 남자 이름으로 필명을 만들어 사용했다

그녀의 작품을 찾아보다가 사일러스 마너 Silas Marner를 발견했는데, 전에 영어로읽는세계명작으로 읽은 적이 있었다는 것, 알게 된다.  

 

메리 카마이클

 

처음 듣는 인물이라 여러 방법으로 찾아보았으나, 어떤 인물인지 잡히지 않았다.

저자는 분명 <현존하는 작가들 책이 꽂힌 서가에 와 있습니다. (……) 무작위로 그 중 하나를 꺼냈습니다. 책꽂이 제일 끝에 꽂혀 있었고, 제목은 삶의 모험인가 뭐 그런 것으로, 메리 카마이클이 썼고 바로 이번 달 10월에 출간되었습니다.> (126)라고 했으니, 실존인물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나타나질 않는 것이다.

 

찾고, 찾다가 이런 글 발견했다.

<the other reason you can't find a copy of Life's Adventure is that Woolf made up both Mary Carmichael and her novel.>

 

이런 사실 알고 나니, 그녀를 언급한 126쪽 이하를 다시 읽어볼 수밖에 없었다.

 

다시, 이 책은?

 

이 책, 읽기 어렵다. 1장부터 읽으면 그렇다.

이 책을 읽으려고 작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읽어내자고 덤벼든 것이 몇 번인지 모른다. 번역본도 다른 것(민음사 판)으로 몇 번 시도하다가 번번이 1장에서 걸려 넘어졌다.

해서 방법을 바꿔 시도했다. 1장을 건너뛰고 2장부터 읽기 시작한 것. 그러니 재미있게 술술 읽혀졌다. 그러니 혹시 1장을 읽으면서 어렵다고 생각한 독자들이 계시다면 2장부터 읽어보시라. 물론 2장부터 읽어서 6장을 마치면 저절로 1장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때는 1장도 쉽다. 엄청나게!

 

이 책 역시 버지니아 울프가 즐겨 쓰는 의식의 흐름기법이 수시로 등장하긴 하지만, 몇 개 문장만 잘 읽어낸다면, 그 뒤로는 오히려 그 의식을 따라가는 글 읽기, 의외로 재미있다는 것 말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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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척도
마르코 말발디 지음, 김지원 옮김 / 그린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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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척도

 

이 책은?

 

이 책 인간의 척도는 소설이다. 추리소설이다.

저자는 마르코 말발디, <이탈리아 피사에서 태어났다. 노르말레대학교에서 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전작으로는 바텐더 마시모와 네 명의 나이 많은 형사들이 등장하는 바 루메 시리즈등이 있다. 그는 범죄 소설로 이솔라델바 상카스티글리온첼로 상을 받았다.>

 

<다 빈치 사후 500주년 기념작

전 세계 17개국 출간 화제작>이라는 선전문구를 달고,

르네상스적 인간이라고 불리는 다 빈치야말로 우리가 풀고 싶은 궁극의 미스터리다라는 말도 덧붙이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여하튼 이 책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등장하는 소설이다. 주인공으로.

이야기는 1493년 가을, 루도비코 일 모로의 궁중에서 시작된다.

밀라노 공국이다.

 

읽기 전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실제인물인지, 실제인물이면 어떤 사람인지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로도비코 일 모로"는 실제 인물.

"로도비코 일 모로"는 별명이고, 밀라노 공작인 루도비코 스포르차(Ludovico Sforza).

 

체칠리아 갈레라니(Cecilia Gallerani)도 실제인물, 그녀는 일 모로의 정부로, 다 빈치가 그녀의 초상을 그린다. <흰 족제비를 안은 여인>(1489년에서 1490년 사이)

 

루크레치아 크리벨리, 역시 일 모로의 정부로, 다빈치는 그녀의 초상도 그린다.

<밀라노 귀족 부인의 초상>

 

밀라노와 다빈치 :

다빈치는 30세에 밀라노에 와서, 17년간을 지냈는데, 이 기간 동안 회화는 단 8점을 그렸다.

[서른이 된 레오나르도는 밀라노로 가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밀라노는 피렌체 보다 큰 도시였다. 예술과 과학과 학문이 발달한 곳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스포르차 공작의 전속 화가이자 군사 기술자이자 건축가로 일하며 17년 동안 머물렀다. 이 시절 그는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과 교류하며 식물학, 광학, 수력학, 천문학, 해부학 등 온갖 분야에 대한 관심을 키워나갔다. 그는 웬만한 학자들보다 책을 더 많이 가지고 있었다.

한편 레오나르도는 자코모라는 열 살짜리 사내 아이를 집으로 들였다. “소년 두 명 몫의 음식을 먹고, 소년 네 명 몫의 말썽을 일으키는이 아이에게 레오나르도는 살라이라는 별명을 지어 주었다. 살라이는 악마라는 뜻을 지닌 말이었다. 하지만 레오나르도에게 그는 제자이자 조수였으며, 아들 같은 동료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이 책에 등장하는 다빈치의 제자 중 지아코모 라는 제자가 살라이다. 따라서 그는 실제인물이다. 물론 이 책에 등장하는 다빈치의 어머니 카테리나 역시 실제인물이다. 어머니 없이는 그 누구도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없으므로.

 

누군가는 죽어야 이야기가 성립된다.

 

사건이 일어난다,

그렇다, 소설이 소설의 얼개를 갖추려면, 그것도 독자들의 흥미를 돋구려면 누군가 죽어야 한다. 이 작품도 예외는 아니다. (다 빈치의 옛 제자였던) 람발도 치티가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문제는 자연사냐, 변사냐? 병사냐, 타살이냐?

 

일 모로 앞으로 불려온 다 빈치는 시체를 해부한 다음에, 타살임을 밝혀낸다.

이러한 일이 있고도, 줄거리는 제자리를 맴도는 것처럼 보인다.

살인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고, 대신 프랑스에서 온 사절이 다 빈치의 공책을 뺏으려 하는 장면으로 포커스를 돌려 보여 준다. 마치 그것이 이 작품의 주요 줄거리인 것처럼. 다 빈치의 공책에는 다빈치가 연구하는 신무기 설계도가 있을 것이라는 암시! 도 함께.

 

그래서 독자들은 그쪽으로 한눈을 팔게 되는데, 그래서 다 빈치가 하는 행동과 일 모로의 모습에 별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게 되는데.....바로 이게 저자가 노리는 것.

정작 사건의 진상은 다른 것을 목표로 삼았던 것!

 

더 이상 줄거리를 말하는 것은 스포일러이니. 이 소설의 제목과 관련된 것만  인용해 둔다.

 

우리는 그분이 모든 것의 척도라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그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뭔가로 그걸 사야만 합니다. 그걸 측정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통화가 필요해요. 그래야 그 가치를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걸 측정할 유일하게 정당한 통화는 신이에요!” (309)

 

디오다토 신부가 마지막 장면에서 주장하는 내용이다.

 

"사람은 자연과 다른 사람들을 관찰함으로써만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과 우리가 믿는 것, 무슨 일이 일어날지 우리가 예상하는 것을 비교해보지 않으면 사람의 지성과 판단력이 건전하게 자라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실수에서 깨달음을 얻는 유일한 방법은 자연 그 자체를 척도로 삼아 자신을 비교하는 것뿐입니다. 사람과 달리 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요."    (346쪽)

 

이건 다 빈치의 말이다.

척도, 인간의 척도, 그게 무엇일까? 화폐일까, 아니면 자연, 혹은 다른 어떤 것일까?

 

다시, 이 책은?

 

아쉬운 점은 분명 있다.

다 빈치가 마치 탐정처럼, 사건의 해결을 위하여 분주히 나다니는 작품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일은 다 빈치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다 빈치를 다룬 소설이라고 해서, 여지껏 밝혀지지 않은 다 빈치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해서 다 빈치가 전속 화가이자 군사 기술자이자 건축가로 일하며 무언가 보여주며 다 빈치로서의 역할을 하는 내용을 기대한 것, 그래서 아쉽다는 것이다.

 

이런 것이다.

모든 사람이 같은 날 은행으로 와서 돈을 돌려 달라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307)

 

이런 말을 굳이 다 빈치를 시켜 할 필요가 있을까?

약은 약사에게, 라는 말이 있듯이 그런 사건 해결은 셜록 홈즈에게....아니면 은행원 출신인 한자와 나오키 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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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건너뛰기
이주호 지음 / 브릭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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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건너 뛰기

 

이 책은?

 

이 책 무덤 건너뛰기를 어떻게 분류할까?

여행기? 그것으론 부족하고 순례기라면 너무 막연하고, 해서 순례기이면서 철학, 삶을 반추해보는 에세이라고 부르면 어떨지?

 

저자는 이주호 <여행매거진 [브릭스]를 만들고 있다. 2009도쿄스토리를 출간하며 여행 관련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저서로 오사카에서 길을 묻다, 도쿄적 일상을 펴냈고, 말 걸어오는 동네, 홍콩단편, 규슈단편을 함께 썼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는 여행을 가면 꼭 그곳에 묻힌 예술가나 철학자들의 무덤을 찾아다닌다.

저자가 다녀온 무덤 순례는, 헨릭 입센, 사르트르, 고흐, 에디트 파아프, 나쓰메 소세키, 윤동주, 프란체스코, 세종, 허난설헌, 니코스 카잔차키스 등이다.

 

이 책에는 저자의 무덤을 찾아가는 순례길에서 세 명의 무덤 찾는 길이 소개되고 있다.

신라 불교의 기틀을 세운 승려 자장,

비운의 삶을 살다 간 허난설헌과 홍길동전의 작가 허균,

사형당한 조선 최초의 가톨릭 신부 김대건.

 

먼저 저자는 생각의 흐름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독자들을 산으로 들로 끌고 간다.

그래서 내 멋대로 생각을 이어가본다.”(28)

 

시작은 불교의 사찰에서 적멸보궁이다.

적멸보궁이란 부처의 진신 사리를 모신 곳이다. 해서 이곳에는 불상을 두지 않는 법이라 빈 연화대만 있다. (17) 저자는 5대 적멸보궁에서 순례를 시작한다.

5대 적멸보궁, 오대산, 양산 통도사, 정선 정암사, 영월 법흥사, 설악산 봉정암, 이렇게 5곳이다. 나 역시 인근 사찰을 순례하면서 적멸보궁이란 곳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살펴본 적이 있어, 저자의 발걸음에 관심을 가지고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 중에 하나, 정선에서 시작한 적멸보궁 순례에서 저자는 자장이란 신라 시대 승려를 알게 된다.

 

저자가 소개하는 자장의 생애는 이렇다.

신라 승려 자장. 당나라에서 부처의 뼈를 들여온 사람, 통도사 금강 계단에서 신라 불교의 계율을 바로 세우고, 오대산에 들어가 깨달음을 완성한 사람. 그러나 이곳 태백산 어느 기슭에서 단발의 비명을 지르고 횡사한 사람. (19)

 

자장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저자의 발자취를 따라가다가 삼국유사를 만난다.

뜻밖에 삼국유사구절의 행간을 이 책을 통해서 새기게 된 것이다.

 

승려 자장의 죽음을 삼국유사에서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자장이 그 말을 듣고는 그제야 위의(威儀)를 갖추고 빛을 찾아 서둘러 남쪽 고개에 올랐으나 이미 까마득하여 따라가지 못했다. 자장이 그곳에서 쓰러져 죽자 화장하여 석혈(石穴) 가운데 유골을 모셨다.

(삼국유사, 김원중 역, 민음사, 453)

 

이 부분을 저자의 실감나는 해설로 읽어보자.

 

문수보살의 보좌를 본 제자들은 당황하여 스승에게 소리를 치지만, 문수보살은 어느새 빛을 몰고서 남쪽 하늘로 날아가고 있다. 스승님 우리 이제 망했어요. 땅을 치고 우는 제자들을 버선발로 뛰어 넘으며 자장은 그 빛을 따라 심산유곡을 거침없이 헤쳐 들어간다. 축지법을 배웠다 한들 빛을 따라잡을 잽싼 걸음이 어디 있으랴. 아득히 사라지는 빛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자장은 엎어져 통곡한다. 그리고 지상에서의 마지막 말, 단발의 비명을 남기고 죽는다. (50)

 

저자의 해설이 훨씬 실감이 나지 않는가?

또한 삼국유사에서 저자 일연이 자장편에 이어 바로 원효편을 넣은 이유를 전해 듣는다.

저자는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깨달음을 전한다.

 

자장이 아상에 사로잡혀 죽는 것으로 마무리 한 뒤 바로 다음장에서 원효불기, 원효는 얽매이지 않는다는 새로운 장을 시작하는 일연.

계율을 세웠다는 자장 뒤에 계율 따위에 매이지 않는다는 원효를 이어 붙이는 극적 배신, 아니 배치.  (56)

 

그렇게 배치한 일연의 의도를 읽어내는 저자를 따라, 삼국유사공부하게 된다.

 

조선에 안티고네가 있었다.

 

우리 역사에는 사형된 인물들이 많이 있다. 사약을 받은 사람들, 목이 잘리는 형을 당한 사람. 당시 집권세력에 의해 사형이 집행되어, 유명을 달리한 사람 중, 두명의 인물이 눈에 뜨인다.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과 조선조 말에 천주교의 전래 시에 우리 나라 최초로 신부 서품을 받은 김대건 신부.

 

그들의 죽음에 대한 기록 중 사형된 후의 시신에 대한 기록이 이 책에 있어, 소개한다.

 

(허균이) 사형된 장소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의 서울 시청 자리에 있었던 군기시 앞이 아니었을까. 군기시는 병기 등을 제조하는 곳이었는데, 중죄인의 처형은 주로 그 앞에서 했다. 뜯겨나간 허균의 머리는 거리에 전시되었다. 그의 머리를 가져다 장사 지내려던 이는 잡혀가 심문을 받았다. (134)

 

안성 미리내 성지, 김대건 신부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김대건 신부는 머리가 잘려나간 그 자리에 묻혔다. 시신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군사들이 지켰다. 40일 뒤 이민식이라는 17세 소년이 감시가 허술한 틈을 노려 김대건 신부의 시신을 수습했다. 그는 자신의 선산이 있는 안성 미리내까지 7일을 걸었다. 신부를 안장한 뒤 그는 그곳에 머물며 묘소를 지켰다. (164)

 

시니컬(cynical)의 의미를 다시 깨닫는다.

 

저자가 의식의 흐름기법을 마음껏 활용하여, 생각의 흐름에 기억을 떠올리며 쓰는 글에, 특히 시니컬한 부분이 많이 보여, 몇 개 음미해 본다.

 

이래저래 생각하다 결국 늘 제자리이던 공부를 다시 시작해본다. <반야심경>,<금강경>의 여러 해설을 비교해본다.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도덕경>을 편다. 한자 공부는 되는데, 여기서도 해설자들끼리 서로 욕을 한다. 신약성서를 읽는다. 예수님 정말 사나이시네. 그래서 그런가? 추종자들이 다 전투적이다.(32)

 

정말로 안철수가 계단을 뛰어 내려간 게 달리기 책을 내기 위한 집필의 일환이었는지, 누군가 가르쳐 줬으면 좋겠다. (36)    

 

허균, 허난설헌 생가를 찾아가는 길, 커피 거리가 있는 안목해변에서.

커피 한 잔을 들고 길가 벤치에 앉는다. 어디 커피가 맛있어요? 나보다 살짝 나이가 들어보이는 부부가 묻는다. 나의 컵 홀더를 보여준다. 여기는 가지 마세요. (83)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인간은 희극보다 비극에 몰입이 쉽고, 그래서 나 또한 삶을 적이 희망적으로 바라보는 척하면서도 내심은 비극에 매달려 살고 있었다. 비극은 내가 살아가는 힘이었다. (53)

 

삶의 시작이 내 기억에 없듯, 내 소멸도 내 기억에는 없을 것이다. 나에게 시간이란 살아있는 시간뿐이다. (135)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읽다가 그리스 비극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가 연상되어, 한 꼭지 글을 써보았다.

<조선에도 안티고네가 있었다.>

http://blog.yes24.com/document/12421354

 

168쪽으로 두께가 얇다.

그러니 한 번만 읽지 말고 몇 번을 읽어보자. 읽을수록 국물이 우러나는 책이다.

적어도 자장, 허균과 허난설헌, 그리고 김대건 신부에 대하여는 뭔가 알게 되었다는 뿌듯함을 지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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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 정치적 소비자 운동을 위하여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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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이 책은?

 

이 책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정치적 소비자 운동을 위하여>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는 강준만, 굳이 소개할 필요 없는 우리나라 대표논객.

 

이 책의 내용은?

 

신문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가만 있어보자, 지난번에 이런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건 어떻게 되었나?’

이 사건 누가 전체적으로 정리해 놓은 것 없을까?’

이 기사 왜 이래? 이것도 기사라고 썼나? 좀더 심층적인 기사를 찾아보았으면 좋겠는데..’

이 사건, 분명히 문제가 될 텐데, 이 사건 나중에 누군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해주면 좋겠다.’

, 이 용어는 무어지? 새로 나온 말 같은데, 사전 찾아봐도 안 나올 것 같은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들이 하나 하나 풀리는 기분이 든다.

 

사립 유치원 비리에 관하여 :

한바탕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립 유치원 비리 사건, 그 사건이 지금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는가?

한유총인가 뭔가 하는 유치원 연합회에서 회원 숫자를 무기로 하여, 자기들 이익에 반하는 의원들, 교육감을 낙선시키겠다고 을러대고, 유치원 아이들을 볼모로 삼아 휴원하겠다고 협박을 일삼는 그런 단체.

 

상식에 어긋난 그런 단체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인데, 그 후로 어떻게 되고 있을까? 한참 후면 다 잊혀지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즈음에 이 책을 읽었다.

명쾌하게 일지식으로 사건이 정리되어 있었다.

 

사립유치원 비리 사건정치하는 엄마들

한유총을 두려워한 정치인들과 진보 교육감들.

 

오랜 갈등과 투쟁 끝에 2020113일에 가서야 국회 본회의에서 유치원 3법이 통과되었다.(22)

 

또한 기쁜 소식, 유치원 3법을 통과시키느라 한유총의 미움을 샀던 박용진 의원, 이번 총선에서 압도적인 표로 당선되었다. 한유총이 낙선운동을 펼 수 없었나 보다.

 

이런 발언 기록해 두고 싶다.

 

피해자에게 자꾸 증명하라고 하면 저는 가습기를 다시 흡입할 수밖에 없어요. (31)

 

굳이 이 발언이 어떻게 해서 나왔는가를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가습기 살균제로 죽은 사람이 무려, 1528명이다. 2020219일 기준.

그런 피해자가 있는데, 그 원인을 규명한다고 피해자더러 인과관계를 증명하라고 하면, 별 수 있나? 그걸 다시 흡입해보이는 수밖에, 법정에서!

 

매출 떨어지면 네가 책임질래? (49)

 

한 유명 게임 회사에서 근무하는 류호정씨, 개인 페이스북에 글 하나 올렸다가  논란에 빠졌다. 페미니즘 논란의 중심으로 들어선 것이다. 이걸 안 회사에서는 부서를 옮길 것을 권유한다.

이때 문제를 제기하면 듣게 되는 말이 바로 저 말이다.

매출 떨어지면 네가 책임질래?”

 

이미 지나간 기사지만 의미 있는 것, 기록할 가치 있다.

 

기사가 나올 당시 주목도 받지 못하고, 또 주목 받았다 하더라도 후속 기사에 바로 묻혀버린는 경우가 왕왕 있다. 가령 이런 기사.

 

2019뉴스타파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말미 후보자 위증과 관련된 통화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76)

 

이 것 때문에 뉴스타파는 전체 후원자의 8-9 %에 달하는 3000명이 후원을 끊어버렸다 한다. 그 후는 ? 이 책 77쪽 참조!

 

새로운 용어 알게 된다.

 

영혼 보내기 (55)

영화를 지지하지만 사정상 관람이 어려울 경우 표를 사서 (가서 관람을 하지 않고) 영혼이라도 보낸다는 말이다.

 

바이콧 (buycott) (55)

보이콧의 반대 개념.

보이콧은 반대해서 물건을 사지 않는 것이고, 바이콧은 지지해서 물건을 사주는 것을 말한다.

이 개념에는 미닝아웃(meaning out) 이란 이름이 따라 붙는다.

뜻이나 가치를 뜻하는 미닝(meaning)에 커밍아웃을 합성한 신조어다.

 

다시, 이 책은?

 

총선 기간에 이 책이 갑자기 매스컴을 장식했다. 1면에, 그것도 국내 굴지의 신문 조선일보에!

이 책 서평이 조선일보 1면에 실린 것이다.

이를 비판한 <미디어오늘> 기사, 부분 인용해 본다.

 

조선일보 강준만 서평 단독보도에 그리 다급했나

강준만의 진보비판만 앞다퉈 인용한 조중동출판사 측 편협·정치적 의도 보여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이메일 바로가기

승인 2020.04.09 16:32

 

정치·언론의 위선과 반지성주의를 비판해온 언론학자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책과 생각이 8일자 조선일보 1면에 실렸다.

 

이례적이다. 강 교수가 2000년대 안티조선운동을 의제화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지면 배치만으로도 눈길을 잡았다. 하지만 그 목적이 4·15 선거를 앞두고 진보학자도 비판하는 친문 진영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다는 것도 어렵잖게 유추할 수 있다. (이하 생략)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6430

 

한국일보와 문화일보도 빠지지 않았다.

한국일보 : 진보 지식인 강준만 조국 감싼 문 대통령, 최소한의 상도덕도 안 지켰다

문화일보는 8일자 사설. “수치심 내던진 정권 御用(어용) 지식인비판한 진보학자

 

서평도 정파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서평, 신성(?)하다고 까지는 생각지 않는다 쳐도, 적어도 조선일보 스타일로 오용되어서야, 말이 되는가? 해서 책을 제대로 읽는다는 것, 새삼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이런 기록, 서평 역사에 기록될만한 것이기에, 이 서평에 포함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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