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구름과 비 2 - TV조선 드라마 <바람과 구름과 비>의 원작소설!
이병주 지음 / 그림같은세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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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과 비(2)

 

이런 대하소설, 결코 서두르지 않고 깊은 물을 이루며 흘러가는 강물처럼, 이야기는 서서히 흘러간다, 이제 전 10권중 두 번째 책이니,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니 느긋하게 등장인물들의 면면을 면접한다 생각하면서, 읽어보자.

 

또 다른 여인, 박숙녀

 

장소와 시대가 사람을 만든다 했는데, 조선조 말기 최천중 말고 또 어떤 사람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까?

1권에 여인들은 거의 다 등장했나 싶었는데 저자는 또 한명의 여인을 배치해두었다. 박숙녀!

최천중이 의외의 장소에서 만나게 되는 여인.

 

얼굴만 살펴보자.

 

그 여인의 얼굴을 청묘하다는 말 이외에는 표현할 수가 없었고, 그 모습에 배꽃의 정취를 느꼈기 때문이다. (164)

 

조금만 더, 여인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문장들 음미해보자.

 

황봉련의 아름다움이 요염하고, 왕씨 부인의 아름다움이 우아하고,

정씨녀의 아름다움이 단려하다, 이 박씨낭의 아름다움은 청묘하다고밖엔 달리 표현할 도리가 없었다. 청묘한 여인이 하얀 배꽃을 꺾어 황혼의 노을 속에서 우수를 달래고 있는 풍정.    

 

미장부, 연치성

 

또 하나, 2권을 달구는 인물이 등장한다.

연치성.

최천중의 꿈을 이루는데 각각 한 몫을 담당하게 되는 인물들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는데, 2권에서는 바로 이 미남자가 등장하여 여인네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문무를 겸비한 것만 해도 걸출한 인물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청년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하여 몇몇 처녀들이 상사병으로 드러눕는 사건들이 발생한다.

 

하여간, 연치성, 최천중과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최천중의 뜻을 이루어가게 된다. 이런 대화는 그래서 연치성이 최천중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는 계기가 된다.

 

'어떻게 지리와 인물에 밝으십니까' 라는 연치성의 물음에 최천중은 다음과 같이 답한다.

 

나는 이 산천의 의미를 알려고 뜻을 세웠다. 억울하게 죽은 인물들의 한을 샅샅이 내 가슴 속에 새겨 넣을 원을 세웠다. 나는 그들 원혼들의 염력(念力)을 빌려 내 힘으로 하고, 이 강산에 보람의 꽃을 피울 작정이다. (90)

 

최천중을 이해하기 위하여

 

최천중을 이해하기 위해, 그가 다른 인물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조조, 그를 난세의 간웅이라고 하지만 영웅치고 간웅 아닌 사람이 있었겠나. 미천한 출신으로 천하를 잡으려면 간(奸), 교(巧)도 출중해야 하는 법이여. 유독 조조만을 간웅이라고 한 것은 나관중의 취향이 만들어 놓은 일야.> (288)

 

그의 생사관

 

生者以生爲樂(생자이생위락)인데 安知死不又死爲樂(안지사불우사위락)이리오. (18)

 

살아있는 자는 살아있다는 그것으로 낙을 삼는데, 죽은 자는 또한 죽음으로 낙을 삼을지 모르는 일이다.

 

북강 양길의 문집, 홍북강시문집에서 인용한 한 구절이다.

이 글에 대하여 최천중은 다음과 같은 소회를 덧붙인다.

 

<최천중은 과연 그럴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자(死者)가 죽음을 낙으로 할 수가 있는 것이라면 죽음을 두려워할 까닭이 없는 것이다.>

 

세상을 향한 자세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맹수를 가지고 있다. (275)

 

우리 주변에 사람 같은 놈 그다지 흔치 않다. 인면(人面)을 쓴 채 돼지일 수밖에 없는 놈, 개 같은 놈 여우 같은 놈, 독사 같은 놈이 우굴우굴하지 않은가. 그놈들을 말살하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부득불 우리는 맹수가 되어야 한다. (279)

 

스승인 산수도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라고 연치성에게 들려주며, 최천중은 연치성에게 다짐한다.

 

<나는 내 속의 맹수를 죽이지 않으려고 한다. 조정의 고관들과 관속들이 호랑이처럼 이리떼처럼 백성들을 노략하고 있는 판국에, 순하게만 곱게만 살아갈 수 있느냐 말이다.>

 

그런 그의 뜻, 응원하고 싶다.

 

이런 시, 한 수 외우고 싶다.

 

醉客執羅衫 (취객집나삼)

羅衫隨手裂 (나삼수수열)

不惜一羅衫 (불석일나삼)

但恐恩情絶 (단공은정절)    

 

술에 취한 님 비단 옷을 잡으니

그 손에 따라 찢어질까 두려워

한 벌의 나삼을 아까워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은정이 끊어질까 두렵사외다 (177)

 

매창의 시다.

저자 이병주 선생이 자유자재로 인용하는 한시들, 경전들, 그밖의 시문(詩文)들을 별도로 음미해 보고 싶다. 해서 그의 책속에 인용되는 한시들을 모아 하나의 별권부록으로 만들어보면 어떨지!

 

하나 더!

 

인생은 아무 일도 안 하고 있기엔 너무나 지루하고, 무슨 일을 하기엔 너무나 짧다.’ (289) 는 말은 내가 2권에서 꼽은 글 중의 글이다.

 

이번 읽는 것으로 이 책을 세 번째 읽는다.

그전 읽을 때에는 줄거리에 재미를 붙여서 줄거리 따라 읽느라 다른 것이 보이지 않았는데, 이번 세 번째 읽으면서 여러 가지 다른 것들이 보인다.

 

특히 그의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그래서 그의 글은 다른 각도로 보자면 단순한 소설이 아니다. 고전에 대한 그의 신선한 해석을 엿볼 수 있어 더욱 좋다. 그래서 그의 소설 면면에 묻어나는 새로운 고전 해석을 읽게 되는 기쁨도 맛보게 되니, 그의 소설을 읽을 때에 느끼는 기쁨은 그래서 일석 삼사조가 된다 할 것이다.

 

장차 어느 출판사에서 그의 책에 녹아있는 그러한 것들을 뽑아내어 <이병주의 고전 해석집>이란 제목으로 출판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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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과 비 1 - TV조선 드라마 <바람과 구름과 비>의 원작소설!
이병주 지음 / 그림같은세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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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과 비碑 (1권)

  

이병주, 그의 글은 그윽하다.

 

그윽하다는 말은 깊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의 글이 어디 그윽하기만 한가? 길기도 하다. 그래서 그의 글은 유장(悠長)하다.

 

유장한 것은 이런 대하소설에서 더욱 빛이 난다.

그가 집필한 대하 역사소설, 바람과 구름과 비를 손에 들면서 느끼는 감회가 바로 그것이다.

 

그의 글이 그렇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의 책을 대할 때는 어떤 설렘이 앞선다. 새로운 것이 아니라 몇 번째 대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그의 글을 펼치면 설렌다. 더하여 책에서 묵향의 내음을 맡는다. 글이 새겨진 종이에서 배어있는 향기를 맡는 기분이 든다.

이런 대하소설, 결코 서두르지 않고 깊은 물을 이루며 흘러가는 강물처럼, 이야기는 서서히 흘러간다, 10권이니, 1권을 읽으면서는 그저 나타나는 인물들 형체만 익혀도 좋다.

 

아까운 그릇, 어긋난 인물, 최천중

 

우선 등장인물부터 살펴보자.

 

먼저 주인공인 최천중.

장소와 시대가 사람을 만든다. 조선조 말기, 그야말로 나라는 풍전등화, 세상은 혼탁의 시대, 그런 시대가 최천중 같은 걸물을 만들었다.

 

그를 설명하는 여러 문장이 있다.

 

아까운 그릇인데 때가 어긋난 인물 (216)

그에겐 상도(常道)가 비도(非道). , 범상한 사람이 걸어가는 길은 아니라는 것이다.

용이 될 생각은 없고 용을 만들 작정이다. (218)

 

여주 신륵사에 묵고 있던 그의 시야에 포착되어 이윽고 등장하는 인물은 미원촌의 왕씨 부인이다. 그녀를 통하여 최천중은 천하를 얻으려는 꿈을 꾼다.

이 책은 그런 꿈의 기록이다.

 

그의 꿈을 이루는데 각각 한 몫을 담당하게 되는 인물들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는데, 각 사람마다 연결되는 그 인연을 맺어주는 이야기가 재미를 만들어준다.

 

이 소설의 남주인공이 최천중이라면 여주인공은?

단연코 황봉련이다.

 

황봉련과의 만남, 요즘 같으면야 자전거를 타고 가다 부딪혀 인연을 만들지만 어디 이런 역사물에서 그런 일이 가당하겠는가? 그 둘의 만남과 남녀로서의 섞임은 한 폭의 그림으로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활동사진으로 묘사해야 하는데, 그게 어디 이런 리뷰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인 이병주 선생의 동서고금의 온갖 서적을 인용하는 그 솜씨에 독자인 나는 그저 감탄하고 경탄한다. 그의 붓에서 자유자재로 흘러나오는 경전들, 시문(詩文), 사연들이 줄줄 흘러나오며 엮여지는 글들을 놀람으로 맞이하고, 기쁨으로 음미하게 된다.

 

황봉련, 장자를 논하다

 

이런 글, 읽어보자.

먼저 저자는 최천중을 장자를 숭앙하는 인물로 설정한다. (34)

 

그런 다음, 황봉련의 입으로 장자를 들려준다.

 

최천중이 침어낙안 폐월수화 (沈魚落雁 閉月羞花)’를 거론하자, 황봉련이 답한다.

 

본래의 뜻은, 인간 세상에서 일컫는 아름다움이란 별게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전 풀이했어요. 침어낙안이니 미인도 보잘 것 없는 것이고, 폐월수화니 그게 무슨 대단한 것이냐고 장자는 말한 거예요. (267)    

 

맞다. 황봉련이 말한 게 맞다.

장자에는 이렇게 나온다.

 

사람들은 모장과 여희를 미인이라고 하지만

물고기는 그녀를 보면 깊이 들어가고 (魚見之深入)

새들이 그녀를 보면 높이 날아가고 (鳥見之高飛)

고라니와 사슴이 그녀를 보면 반드시 달아난다.

이 넷 중에서 누가 올바른 미색을 안다고 생각하는가?

(장자<제물편>, 기세춘 역, 95-96)

 

그러니, 그 뜻이 다른 의미로 관용적으로 굳어져 버린 것을, 독자는 알게 된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집념이란, 그것을 가져보지 못한 사람, 갖지 않은 사람에겐 원래 터무니가 없어 뵈는 그런 것이기도 하다. (13)

 

미지(未知)의 시인을 대한다는 것은 세상을 여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81)

 

도를 통한 사람은 천자문에서도 천리(天理)를 읽는 법이다. (95)

 

달빛 아래 보아야만 그 진미를 알 수 있는 꽃이 있고,

햇빛에서 보아야만 진미를 알 수 있는 꽃도 있다. (350)

 

이런 글, 생각을 키운다

 

이런 대화 읽어보자.

 

- 조물주는 왜 이런 것까지 만들어놓았습니까?

- 다 뜻이 있을 것이다.

- 그 뜻을 알고 싶단 말입니다.

- 몰라도 되는 건 알 필요가 없지.

- 그래도 꼭 알고 싶은걸요 뭐.

- 그런데 알고 싶으면 왜 공부는 하지 않고....(303)

 

이런 글 읽고, 사물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는 기쁨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시, 한 수 외우고 싶다.

 

情多處處有悲歡 정다처처유비환

何必?桑始浩歎 하필창상시호탄

 

다정한 사람은 무엇에건, 어느 곳에서건 슬픔과 기쁨을 느낀다.

천지가 진동하는 대사건이 있어야만 큰 슬픔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73)

 

어디 이것뿐인가. 도처에 꽃처럼 피어 유혹하는 시들을 만나 그 뜻을 음미하다 보면, 어느새 한시의 그윽함에 반하게 될 것이다.

 

이병주의 손에 의해 창조된 여인들

 

이번 책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읽어보는 이병주의 글이기에 다시 한번 그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면서 참으로, 흥미 있게, 셀레어 가면서 읽었다. 그리고, 그 책이 아까워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음미해 가면서 읽었다.

 

이번에는 줄거리도 줄거리지만, 문장 하나 하나에 관심을 기울이며 읽었다.

이병주, 그가 쓰는 문장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그 문장에 반해, 그 문장을 타고, 그 문장이 보여주는 정경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특히 여인들의 모습을 그려내는 저자의 붓끝을 따라가 보면, 창세기의 에덴 동산에서 울려퍼졌던 아담의 감탄사가 다시 재현되고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예컨대, 황봉련이 가마를 타는 장면이다.

 

황여인은 우아한 동작으로 가마에 올랐다. 그 동작이 구 총각의 눈엔 한 폭의 그림이었다. (200)

 

이 글을 읽고, 잠시 그 모습을 그려본다.

아직 여인을 모르는 구 총각의 눈엔 황봉련의 존재 자체가 우아함 자체였을 것이다. 그 우아함이 살아 움직이며 사뿐히 (이런 표현 용서하시라, 이 정도 단어밖에 구사하지 못하는 나의 치졸을!) 걸어 가마에 오르는 모습은? 천상의 선녀가 하강한 듯 보였을 것이다. 그런 모습이 그의 뇌에서는 한 폭의 그림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 정도 가지고 감탄하고 말고 하느냐고?

그럼, 다른 정경, 여인이 등장하는 그림과 그림, 보러 이 책 속으로 들어가 보면 어떨지? 내 필력이 달려, 묘사를 못하는 거, 안타까울 뿐!

 

사족, 하나

 

이 소설이 드라마화 되어 독자들을 만난다 하니,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염려되기도 한다. 최천중의 역을 맡은 탈렌트가 과연 그 역을 제대로 풀어낼지, 아니면 소설 속에 이미지로 남아있어야 할 그 모습이 의외로 다른 모습으로 드러날지? 그래도 일단 기대를 해보자. 이번 주 일요일 밤이다. 517일 밤,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는데....그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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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푸른 눈의 증인 - 폴 코트라이트 회고록
폴 코트라이트 지음, 최용주 옮김, 로빈 모이어 사진 / 한림출판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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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푸른 눈의 증인

 

이 책은?

 

이 책 5.18 푸른 눈의 증인<외국인 첫 5.18회고록, 오월 광주 13일의 기록>이다.

저자는 폴 코트라이트, <미국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에 파견되어 1979년부터 1981년까지 전남 나주의 나환자촌 에서 봉사 활동을 했다.>

 

봉사활동을 하던 중에, 운명의 시간을 광주에서 보냈다.

그의 눈앞에서 518 광주가 그대로 펼쳐진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생생하게 벌어진 광주의 역사를 기록한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인 폴 코트라이트는 19805, 전라남도 광주에 가까운 나주의 한센병 환자 정착촌인 호혜원에서 평화 봉사단원으로 봉사하고 있었다.

운명의 그날 520, 그는 광주의 우체국에 편지를 부치러 들렀다. 편지를 우체통에 넣는 순간 최류탄 한방이 유리창을 깨고 들어와 터졌다.

 

우체국 안에 있던 사람들은 각기 사방으로 흩어졌다,

 

우리의 사정을 알려주세요.”

 

저자가 우체국에서 나와 바삐 길을 가는데, 어떤 할머니 한분이 저자의 손을 붙잡았다.

그녀가 이렇게 말했다. (70)

 

한국 사람들은 지금 목소리를 낼 수 없어요. 세상 사람들은 이 나라 군인들이 우리에게 어떤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 모르고 있어요. 미국인인 당신이 증인이 되어 우리를 대신해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의 사정을 알려주세요.

 

이 말이 그의 가슴 속에 남았다.

그 순간부터 그는 증인이 되어야 했다.

그래서 그는 적극적으로 광주를 누비며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가 그 운명의 현장에서서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한 것이다.

역사의 기록이다. 역사적인 기록이다.

 

그를 망설이게 한 것들

 

그는 당시 평화봉사단원이었다. 당연히 외국인 미국인이었다.

그래서 그는 갈등했다. 과연 미국인인,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와 있는 처지에서 광주에서 시위에 참가한 것처럼 보인다거나, 광주에서 벌어진 사건에 어떤 형태든지 관련될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서 심지어 계엄령 철폐 관련 구호가 적힌 시민군의 버스에 타는 것조차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83) 시위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 역시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군인들이 압수하여 시위자들을 체포하는데 증거로 쓰일까봐.

 

이런 상황을 고려해볼 때, 외국인이라 해서 당시 광주에서 활동이 자유로웠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런 기록이 가치가 있게 되는 것이다.

 

기록, 또 기록

 

그는 당시 한국어 공부를 위해 작은 공책을 가지고 다녔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적어 놓고, 공부하는 공책이다. 그는 이 공책에다 당시 벌어지는 일들을 기록한다. 그렇게 기록한 것을 나중에 다시 새롭게 기록해 두는 것이다.

 

나는 조용한 장소를 찾아서 내가 겪은 일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까지 모든 것을 세세하게 반추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문장을 쓰다가 멈췄다. 일단 여기저기 메모해 두었던 것을 정리하기로 했다. 일을 겪을 때마다 공책의 여백에 적어두었는데 급히 쓴 글씨는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엉망이었다.(127)

 

그런 기록들이 살아남았다. 기록이 바로 역사가 되는 것이다.

 

그가 있었던 곳, 피와 눈물이 흐르는 곳

 

1980519

광주 고속버스 터미널 (56)

군인이 청년 한 명을 구타하는 것 목격.

<그 젊은이가 땅에 쓰러졌고 움직이지 않았다. 머리에서는 피가 흥건하게 흘러내렸다.>

 

돌아오는 길, 광주 버스 터미널 5분전 앞둔 곳

버스가 급정거하고, <버스 앞에는 시내버스 한 대와 여러 대의 택시들이 마치 어린애 장난감처럼 서로 뒤얽혀서 불타고 있었다.> (61)

 

광주 <도시 전체가 공포와 파괴를 피해 집단적으로 문을 걸어 잠그고 외출을 삼간 듯 적막했다.> (62)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몰라. 사람들 얘기로는 백 명은 넘을 거래.>(63)

 

1980523

도청 시신 안치실 (132- )

 

<나는 우리를 안내하는 의대생을 눈여겨봤다. 그의 얼굴은 침울했다. 그는 조심스러운 자세로 관이 늘어선 아래로 우리를 안내했다. 이런 상황은 이미 일주일 전에 시작되었으며, 지금도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시신 숫자가 중요할 것 같았다. 쭉 늘어선 관을 세기 시작했다. .....대략 오십 개의 관이 있었다.>

 

<잠시 후 우리는 긴 한숨을 토해내고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시신들이 그야말로 즐비했다.>

 

다시, 이 책은?

 

그런 광주의 참상을 목격한 저자는, 외곽을 철통같이 막고 있는 광주를 빠져나와 전주로, 그리고 전주에서 다시 서울로 무사히 갈 수 있었다. 광주의 기억과 기록을 그대로 간직한 채로.

 

그리고 세월이 흐른 지금, 그 기억과 기록을 세상에 내어놓는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기록이다. 해서 객관적이고 사실적이다.

 

이 기록을 아직도 광주 그날의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읽기를 엎드려 당부한다.

역사가 광주를 어떻게 기록하고 있는지를 읽어봐 주시라. 그리고 기억해 주시라. 광주의 아픔과 슬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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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악녀가 되기로 결심했다 - 적극적으로 실천하면 인생이 편한 '악녀십계명(惡女十誡命)!'
심은영 지음 / 창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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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악녀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 책은?

 

이 책 나는 악녀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 에세이]로 분류되고 있는데, 세부적으로 말하자면 '역사 인물 에세이'라 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부제는 <적극적으로 실천하면 인생이 편한 악녀십계명(惡女十誡命)!>이다.

 

이 책의 내용은?

 

먼저 이런 사람들 이름 들어봤는지?

 

도로시 파커,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 오노 요코,

조르주 상드, 측천무후, 메리 1, 엘리자베스 1,

카트린 드 메디시스, 예카테리나 2, 클레오파트라 7

 

모두 10명인데, 들어본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들어본 사람 중에도 그저 이름만 들은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중 몇몇은 잘 아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들 간에 공통점이 있는데 무언지,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는 모두 여성이라는 점,

둘째는? 삶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 이 공통점은 너무 평범한 것인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이?

 

셋째는 이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

예컨대, 오노 요코는 비틀스와 관련이 있고, 조르주 상드는 쇼팽과 관련이 있다.

또한 측천무후는 관련이 있는 사람이 금방 떠오르지 않을지 모르나, 영화 <적인걸>은 알 것이니 관련이 있다 할 것이다. 적인걸을 중용한 사람이 바로 측천무후다.

 

영화의 주인공 적인걸은 실존인물이다. 물론 영화 <적인걸>에서의 이야기는 픽션이지만 주인공 적인걸은 실존인물이라는 것, 그래서 측천무후는 이제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측천무후는 철저히 능력 위주로 관료를 등용했다. 그래서 측천무후가 나라를 다스리던 시기에는 백성들의 생활이 안정적이고 편안했다고 해서 무주의 치라고 불렸다. 이후 당의 전성기를 이끄는 기초를 마련했다는 평을 받는다. (90)

 

또 이들 간에 다른 공통점이 있는데, 저자의 분류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악녀라는 것이다.

악녀(惡女)란 사전적 의미로 성질이 모질고 나쁜 여자를 말하는 것인데, 저자는 이들을 모두 악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왜 그런가 살펴보기로 하자.

 

도로시 파커

그녀의 독설이다. 도로시 파커는 사람들이 차마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했다. 시니컬하고, 냉정하고, 배배 꼬인 그녀의 독설은 유머까지 곁들여져 답답한 속을 뻥 뚫어준다. (28)

 

오노 요코

정말 제멋대로 산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사실 제멋대로 산 게 맞다. 아마 본인도 인정하지 않을까? 전남편과 이혼을 끝내기도 전에 항상 다음 남편의 아이를 임신하는 여자였으니. 그녀에게 법이나 관습, 윤리나 도덕, 의무와 책임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래서 언제나 비난과 조롱을 몰고 다녔다. (68)

 

조르주 상드

누구나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련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이 상드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평균적으로 짧은 기간,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연애 횟수, 헤어질 때의 태도를 빌미삼아 사람들은 상드의 사랑을 폄하하곤 한다. 아니, 조르주 상드라는 인간 자체를 비난한다. 그렇게 조르주 상드는 악녀라 불렸다. (80)

 

측천무후

권력을 위해 아들을 죽였다. 반대파를 엄격하게 감시하고 통제하는 정치를 하면서, 90여명의 반대파를 죽였다. (90)

 

예카테리나 2

애인 그레고리 오를로프와 함께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남편인 표트르 3세를 쫓아내고, 여제로 등극한다.

 

그렇게 저자는 그들이 악녀라고 평가받는 부분들을 적시하고, 그들의 인생을 소개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들이 악녀라고 평가받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저자의 삶에 적용해야 할 것들을 찾아낸다. 저자의 삶이 녹록지 않은 까닭이다. 해서 그들의 삶은 저자에게 멘토가 되는 것이다. 그런 점을 골라, 인생에서 악녀가 되기로 작정하는 가운데 계명을 도출해낸다.

 

심지어 오노 요코에게서도 다음과 같은 점을 찾아낸다.

<어쨌든 난 오노 요코의 그 망설임 없는 결단력이 부럽다. 현재 남편과 이혼하기도 전에 다음 남편의 아이를 임신하는, 조금의 망설임조차 용납하지 않는 그 결단력만큼은 세계 최고라고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70)

 

루 살로메의 경우는?

<내가 살로메의 삶에서 가장 감명을 받은 것은 그 화려한 인간관계나 탁월한 지적 능력이 아니다. 쉰 살에 프로이트 밑에서 정신분석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는 바로 그 점이 날 매혹시켰다. 당시의 평균 수명을 고려할 때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에 살로메는 용감하게도 새로운 뭔가를 시작한 것이다.> (51쪽)

 

공자 말하길,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에 반드시 스승삼을 사람이 있다 [ ] 했으니, 누군들 스승될 점이 없을까마는, 저자는 이들이 악녀라 평가받는 중에서도 스승될 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저자는 악녀(?) 10 명에게서 배운 바를 계명으로 추려내,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자 주장한다. 적극적으로 실천하면 인생이 편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른 바 악녀십계명(惡女十誡命)’

 

1. 하고 싶은 말을 참지 마라 - 도로시 파커

2. 뒤늦은 시작이란 없다 -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

3. 망설이지 마라 -오노 요코

4.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련 따위는 버려라 - 조르주 상드

5. 타인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지 마라 - 측천무후

6. 융통성을 가져라 - 메리 1

7.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 -엘리자베스 1

8. 증오를 감추어라 - 카트린 드 메디시스

9. 복수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준비하라 - 예카테리나 2

10. 가치 있는 죽음을 준비하라 - 클레오파트라 7

 

이건 비단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남녀를 불문하고, 살면서 한번쯤 생각해볼, 실천해볼 계명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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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라칸타
장량 지음 / 제니오(GENIO)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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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라칸타 Nilakantha

 

이 책은?

 

이 책 닐라칸타은 공상과학 소설이라 분류할 수 있다.

저자는 장량, <1989년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전과 1990년 스포츠서울 신춘문예 추리 부문에 당선되었다. 저서로 장편소설 대통령의 밀사,예술가의 연인, 핵심, 사랑특급, 자살궁전등이 있다.>

 

제목 <닐라칸타>의 의미

 

이 작품에서는 알렉산더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하여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로 쏘아 올려지는 탐사선의 이름이다.

 

그 이름의 유래는 인도의 시바 여신으로부터 온 것이다.

시바 신은 여러 모습으로 현신하는데 그 중 하나의 모습이 닐라칸타다.

힌두어로 파란 목의 시바신을 닐라칸타 Nilakantha라 한다.

베다 전설에 의하면,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단 한 방울로도 전 인류를 죽일 수 있는 독약을 삼켜 목 위 얼굴이 파랗게 중독이 된 시바신을 일컫는 별칭.(263)

 

등장인물 및 활동 범위

 

현해린 : 해양학을 전공, 석사학위 (29) 과학 교사.

고영신 (수심방) : 현해린의 어머니

박서영 : 해녀 무속 연구 박사 과정, 심방이 된다.

 

양지우 (양선장) : 스쿠버 다이버.

양길동 : 양지우의 아버지

 

로버트 테일러 ; 알렉산더 프로젝트 총 책임자

블랙 : 보디 가드

이사벨 존스 : 스미소니언 수석 연구원

우마 자스민 : 인도 불가촉 천민 출신으로 알렉산더 프로젝트를 지휘.

 

제주도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미국을 거쳐, 우주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로 날아간다.

등장인물들의 활동 범위도, 이에 따라 제주도에서 미국으로, 우주로 나간다.

 

공상과학소설 인 듯, 아닌 듯

 

이 작품은 제주도의 해녀로부터 시작한다.

해녀 박물관, 실제 있는 건물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실제 있는 기관, 건물임을 확인했다.

 

이처럼 (소설의 주인공인 가공의) 인물들은 실제 있는 기관과 함께 어울어져 한껏 실제감을 드러낸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기관은 실제 존재하는 곳이다.

제주도의 정석 비행장 (212)

미국 고다드 우주비행 센터 (219)

 

언급 되는 많은 인물중에 실제 인물이 있다는 것, 또한 소설을 사실적으로 보이게 한다.

 

나탈리아 몰차노바(249)

<프리다이빙계의 여왕으로 군림하던 나탈리아 몰차노바(53)2(현지시간) 지중해의 포르멘테라 섬 해안에서 잠수를 하러 바다에 들어간 뒤 4일 밤까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께 다이빙에 나섰던 동료 3명의 구조 요청으로 해양경비대와 항공기가 투입돼 수색을 하고 500해저까지 탐지 가능한 잠수로봇도 동원됐지만 소득이 없었다. 2015.08.05>

 

그렇게 시작하기 때문에 맨 처음에는 그냥 무대를 넓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벌어지는 과학 추리 소설 정도 생각했는데, 우주선이 등장하고 우주로 쏘아 올려지는 탐사선이 등장한 다음에야, 공상과학 소설인 것을 알게 되었다.

 

제주도 해녀와 무속에 대해 알게 되다.

 

제주도 방언이 사라질 위기에 있는 언어로 유네스코 레드북에 올라있다는 것(25)을 알게 된 것을 필두로, 제주도 해녀와 무속에 대해 많이 알게 된다.

그것은 주인공인 현해린이 해녀의 손녀이며, 무당(제주도 말로는 심방)의 딸이기에 자연히 그녀의 배경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그렇다.

 

해녀 관련 용어

 

불턱 ; 셀터

마고 할미 : 제주 해녀의 수호신 (91)

 

무당 관련 용어

 

소미 : 인턴 무당격이다. 무당을 따라다니면서 무속을 배우는 사람. (43)

심방 : 무당의 제주도 말(27)

멩두 : 신물, 즉 심방이 가져야 할 신의 징표로서 요령, 신칼, 산판을 말한다. (78)

영등굿, 영개울림 (78)

신질 발루는 굿, 초신질, 이신질, 삼신질 (80)

하직굿 : 심방이 이제 심방을 그만 둔다고 신에게 고하는 마지막 굿 (80)

뉘울다 : 원인과 이유를 알 수 없이 오래도록 시름시름 앓는다는 의미의 제주도 말(27)로 신병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그런 제주도 무속과 더불어 신화도 인물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보디가드며, 나중에 닐라칸타에 승선하게 되는 블랙은 아폴론 후예 태양족(155)이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아폴론과 요정 클뤼메네 사이에서 태어난 파에톤이 아폴론의 태양 마차를 몰다가 지상으로 너무 가까이 가는 바람에 지상에 불이 붙어 리비아 사막이 생기고 에디오피아 인들의 피부가 타서 흑인이 생겨났다고 한다.

결국 파에톤은 제우스의 벼락에 맞고 마차에서 떨어져 죽었다.

하지만 아들의 죽음을 볼 수 없었던 아폴론이 제우스 몰래 파에톤을 살려서 아프리카에 숨어 살게 했는데 블랙의 부족이 바로 그 파에톤의 후손이라며 자신들을 아폴론의 핏줄인 태양족을 자처했다. (155)

 

저자는 그렇게 이 작품에서 그리스 신화에서 파에톤을, 인도 신화에서 시바 (닐라칸타)를 활용하여 줄거리를 다양하게 만들어 내고 있다.

 

줄거리는

 

해녀의 손녀인 현해린은 어머니쪽으로 열역류 교환 시스템이 발달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것을 미국의 NASA에서 알게 되어, 그녀를 알렉산더 프로젝트에 투입하려고 접근한다.

결국 NASA의 강요에 의해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어, 그녀는 블랙과 이사벨 존스와 함께 닐라칸타에 승선하여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로 날아가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몰랐으니, 정작 그들이 도착한 곳은 유로파가 아니라.....

 

정작 다른 곳에 도착하여, 임무를 다 마치는 순간, 닐라칸타에서는 생사를 넘나드는 일들이 벌어지게 되는데, 그렇게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게 된다.

 

다시, 이 책은?

 

이 작품을 읽으면서,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가 한 말이 생각났다.

만일 이야기 속에 권총이 나온다면, 그것은 발사되어야만 한다.”

 

이 작품에서 특히 더 그렇다.

저자는 발사되어야 할 피스톨을 다양하게 앞에 미리 미리 배치해 두고 있다.

그러니 작품을 읽어가면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넘기면 안 된다. 뒤에 분명 그것이 쓰이는 것이니까.

 

심지어 이런 말도, 왜 이 말을 하지, 하면서 의아해했는데, 다 쓸데가 있었던 것이다.

<비록 정상을 정복했다고 하더라도 살아서 돌아오지 못하면 실패한 것이다.>(213)

 

히말라야 8천 미터급 봉우리를 모조리 무산소 단독 등반한 라인홀트 메스너가 한 말이라 한다. 이 말, 저자가 공연히 인용한 게 아니다. 그것은 체호프가 말한 피스톨이다.

아니 피스톨이 아니라, 핵폭탄이다.

 

이 작품 스케일이 큰 소설이다.

단순히 줄거리보다는 줄거리를 이끌어 가는 과학적 지식들을 하나 하나 살펴보면, 우주과학에 대한 식견이 넓어질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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