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시가 필요한 시간
장석주 지음 / 나무생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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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시가 필요한 시간

 

요즘

시를 잊었다잊고 있었다.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시를 잊고 있었다.

게다가 시를 읽는 법도 잊었다.

그러니

예전 국어 시절에

다음 시를 읽고 주제를 찾아보라는 문제,

별다른 의식도 없이 시를 문제 지문으로 삼아 읽어보던 때,

힘겨운 첫사랑에 한숨이 저절로 시가 되어 나오던 때로

돌아가 볼까하는 생각을 이 가을에 했었다.

그래서 잡은 책이 바로 이 책

지금은

시가

필요한 시간이다.

 

이 책은?

 

이 책잃었던 시를 되찾게 해준다.

시에서 생각의 줄을 찾아내고생각을 완성하게 만든다.

 

내가 이 가을에 기다리는 시는 어떤 시인가?,

저자가 말해준다이런 시라고.

 

우리가 기다리는 시는 불행과 격투를 마다하지 않는 시,

낡은 사물이나 생각을 바꾸는 상상력으로 가득 찬 시,

청춘의 착란 속에서 빛나는 미래 비전을 담은 시다. (5)

 

그러한 시가이 책을 통해 나에게 찾아온다오고 있는 중이다.

 

시를 음미하다글을 음미하다.

 

그래서 이런 글을 읽으면서생각하고 또 씨름한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이나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서 발원하여 이성복의 <남해 금산>으로 이어지는 우리 서정시의 흐름 안에는 늘 당신이나 이 남아있다. ‘의 안에서 은 결핍과 부재의 흔적으로 생생하다. (9)

 

우리가 즐겨 읽는 시는 바로 그런 결핍과 부재로부터 시작한다그래서그래서 필연적으로 늘 슬픔과 허무로 주저앉는다는 것이다.

그런 슬픔과 허무가 시가 되어 나오는 게다그게 바로 시라는 것이구나.

 

모두 29편의 시읽어보자.

 

시에 대한 흐름을 조금이나마 듣게 되었으니이제 본격적으로 시를 읽어볼 차례다.

저자는 모두 29편의 시를 보여준다나에겐 모두 처음 보는 시들이다.

 

저자는 시를 이렇게 읽어준다.

 

먼저 운을 뗀다시를 읽기 전에 은은하게 우리 마음을 덥히는 것이다시를 맞이할 준비 운동을 하는 셈이다.

이렇게 말이다.

 

사랑하는 자의 얼굴이 빛나는 것은 사랑이 감히 신의 영역인 무한과 불멸에 기대고 그 불기능성을 욕망하는 일이기에 그렇다. (43)

 

사랑을 말하다니기대가 된다사랑이라는 단어그 자체로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고 기다리게 만든다이어지는 말에 무언가 마음을 건드리는 그 무언가가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 것이다,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사랑은 진부하지만 사랑한다는 선언 속에서 그 생명을 얻는다. (43)

 

그 단어사랑은 진정 진부한 단어이지만그 사랑이 사용될 때는 늘 새로운 게 사랑이 아니던가그래서 사랑이란 말만 나와도 사람들은 귀가 번쩍 뜨이는 것이다.

그렇게 사랑에 대한 담론으로 독자들의 마음에 불을 지핀 저자는 이윽고 시를 한편 열어 보인다. <포옹>, 이기성 시인의 시다.

 

비가 수천의 하얀 팔을 뻗어

너를 안는다.

흰 도화지 같은 공중에

너의 입을 예쁘게 그려줄게

주르륵 녹아 흐르는 입을 다시 그려줄게

똑같은 노래를 반복하는 파란 입술 그려줄게

......(이하 생략)

 

저자는 이 시를 이렇게 말한다.

 

처음엔 <포옹>을 사랑의 시로 읽었다사랑에 빠진 마음을 보여준다고 믿었던 탓이다사랑은 삶을 약동으로 이끌며 메마른 마음에 기쁨이 넘치게 하고타자를 끌어들여 외로움을 해소하고 정념을 충족시키려는 욕망이 추동한다. (45)

 

그 다음 계속 읽어보자..

 

사랑은 영혼이 고갈되고전에 없던 혼란과 위기를 겪는 존재 사건이다. 그런 까닭에 사랑하는 자의 마음은 수시로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45)

 

저자가 시에서 주목하는 것은 너를 안는다에서의 이다.

 

는 의 저편에 있는 대자적 존재이다. ....시인이 를 특정하지 않은 까닭은 가 멀리 있기 때문이다.........지금 여기에 없는 는 헤어진 연인일까그렇다면 는 마음이 허전하거나 슬프거나 쓸쓸할 것이다한때 사랑했던지금도 잊을 수 없는 는 여기에 없다.

 

그다음시의 제목 <포옹>에서의 '포옹'이 등장한다.

 

비에서 연상한 하얀 팔로 누군가를 포옹하는 상상은 그래서 가능했을 테다.

......너를 끌어안는 이 포옹은 환대의 행위이고애틋한 다정함의 표현이다. (49)

 

다시이 책은?

 

역시 시인은 다르다사물을 보는 눈이 다르다비가 내리는 것을 보면서 포옹을 떠올리다니.

또한 시인의 시 풀이 역시 다르다단 한마디 등장하는 를 가지고 포옹을 정의하고 더 나아가 환대와 다정을 확신하다니!

 

그래서 이 책에는 그런 시를 쓴 시인과 그 시를 풀이하며 또다른 세계로 독자를 안내하는 시인이 있다.

 

이 가을에

누군들 시가 필요하지 않을까마는

요즘 시가 필요하다시가 필요하다절실하게.

그 필요를 충만하게 채워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라는 영탄의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이런 가을날,

시를 쓰는 것도 좋고,

저자가 보여주는 시를 새롭게 읽어보는 것도

가을이니까.....

아니가을이어서만 그런 것 아니다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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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
샐리 루니 지음, 김희용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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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이여그대는 어디에

 

이 소설가을에 읽어서 그런지 흠뻑 빠져들게 된다.

주인공이 네 명앨리스펠릭스아일린사이먼이다.

네 명의 등장 인물들이 만나고 헤어지고 또 만나면서 만들어가는 인생 이야기가 흡입력있게 펼쳐진다.

 

거기에 소설의 구성과 저자의 묘사력이 한 몫을 더해 독자들을 소설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맨처음 읽기 시작할 때에는 흥미를 끌만한 구석이 안보이는 듯 하던 소설에 어느덧 자기도 모르게 끌려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그래서 이런 분석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첫 번째 소설의 구조가 편지글을 포함다음과 같이 이루어져 있다.

 

1 : 앨리스펠릭스처음 만남.

2 : 앨리스가 아일린에게 보낸 편지 (이메일)

3 : 더블린 시내아일린 사이먼

(아일린앨리스사이먼 간의 관계에 대한 총괄적인 서술.)

4 : 아일린이 앨리스에게 보낸 편지

5 : 펠릭스 앨리스

6 : 앨리스가 아일린에게 보낸 편지

7 : 아일린 (더불린), 사이먼(런던)

8 : 아일린이 앨리스에게 보낸 편지

9 : 펠릭스 앨리스

10: 앨리스가 아일린에게 보낸 편지

11: (더불린) 아일린사이먼 

12: 아일린이 앨리스에게 보낸 편지

13: (로마앨리스펠릭스

14: 앨리스가 아일린에게 보낸 편지

15: 사이먼아일린

16: 아일린이 앨리스에게 보낸 편지

17: 펠릭스앨리스

18 : 앨리스가 아일린에게 보낸 편지

19 : 아일린사이먼

20 : 아일린이 앨리스에게 보낸 편지

21 앨리스펠릭스

22 앨리스가 아일린에게 보낸 편지

23 : 사이먼아일린

24 : 아일린이 앨리스에게 보낸 편지

25 : 펠릭스앨리스

26 : 펠릭스 앨리스

27 : 펠릭스앨리스아일린사이먼

28 : 펠릭스앨리스아일린사이먼

29 : 앨리스가 아일린에게 보낸 편지

30 : 아일린이 앨리스에게 보낸 편지

 

둘째소설이 어떻게 서술되는지 살펴보자.

 

여기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그 카메라는 지금 작동중이다. 해서 카메라의 렌즈 앞에 보이는 대상은 모두 녹화가 되고 있는 중이다그 카메라가 어떤 모습을 찍고 있는지 살펴보자.

 

월요일 저녁 8시 15사이먼의 아파트 안방은 텅 비고 어둠침침했다자그마한 부엌 싱크대 위에 있는 창문과 맞은 편 거실의 더 큰 창문을 통해아직 남아있던 햇빛이 집 안 곳곳에 와 닿았다싱크대의 은빛 싱크 볼과 싱크 볼 안에 나이프와 함께 놓인 지저분한 접시 하나여기저기 빵 부스러기가 흩어져있는 부엌 테이블갈변중인 바나나 한 개와 사과 두 개가 담긴 과일 그릇소파 위에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편물 담요...........

 

(갈변중인 바나나 한 개와 사과 두 개가 담긴 과일 그릇여기까지 읽으면 세잔의 그림이 떠오른다더 읽어보자.)

 

........그 거실에는 적막이 감돌았다햇빛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는 사이 바깥 복도에서 사람들이 계단을 오르내리고거리에서 차량이 하얀 소리의 파도에 휩쓸려 지나가는 동안 내내 말이다.

 

(오디오도 완벽하게 작동중이지 않은가적막도 잡아내고 소리도 색깔까지 입혀 잡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사람이 등장할 차례다.)

 

8시 40분에 열쇠 구멍으로 열쇠가 미끄러져 들어오는 소리가 나더니이내 아파트 문이 열렸다사이먼이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며 들어서다가비어 있는 손으로 ........(169)

 

독자들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그 장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번에는 그 카메라가 고정된 게 아니라주인공 뒤를 따라가면서 촬영하고 있는 것살펴보자.

 

오후 5시 그 여자는 옷걸이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재킷을 집어들고는 남아있는 동료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휴대전화에 둘둘 감아놓았던 이어폰을 풀어 플러그를 꽂은 다음킬데어 가를 따라 나소 가를 향해 걸어가다가 왼쪽으로 꺾어 서쪽으로 구불구불한 길을 걸어갔다. 28분 동안 걸어간 끝에북쪽 부둣가의 새로 지은 복합 아파트에 멈춰섰다안으로 들어가서 3층으로 올라간 다음 .......(34)

 

그런 묘사를 읽으면독자는 들어간다.  저절로 그 장면으로 들어가 마치 자신이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된다그야말로 장면 속으로 흡입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셋째저자는 한 번에 전체를전부를 묘사하는 능력이 있다.

 

예컨대 3장을 읽어보면더블린 시내에서 아일린과 사이먼이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해서 어느새 아일린앨리스사이먼 간의 관계에 대한 총괄적인 서술을 하고 있다지금 현재에 이르기까지그 세 사람간의 관계와 그들의 과거 행적을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1장과 2장에서 과연 이들의 정체는 무얼까관계는 어떤 것일까하고 궁금했던 것들이 한꺼번에 풀려버린다그래서 이제 이야기는 아연 활기를 찾고독자는 그걸 알게 된 기쁨으로 4, 5.....주욱 읽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 다음음음 .........재미있는 장면도 많이 등장한다해서 저자의 다른 작품인 <노멀 피플>이 영화화 되어 OTT를 통해 방영되고 있는 것처럼이 작품 또한 그렇게 영상으로 나올 것이 분명하다.

 

다시이 책은?

 

이것 또한 말하지 않을 수 없는데주인공 간에 이루어진 대화나 편지에서 지적 호기심을 잔뜩 충족시켜줄만한 내용 또한 많이 들어있다.

예컨대아일린과 앨리스가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후기 청동기 시대의 붕괴>를 이야기한다. 흥미있는 주제다그런 식으로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것들많다.

 

더블린을 무대로 하는 소설작품들이 많이 있는데여기에 하나 더한다.

바로 이 소설아름다운 세상이여그대는 어디에이다

이 가을에 책에 흠뻑 빠져들고 싶은을 때, 그런 책 어디에 있는가 찾는다면?

바로 여기에, 이 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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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보이지 않는 도시, 퍼머루트 1부 : 공중에 떠 있는 집 1~2 세트 - 전2권 스토리 D
E. S. 호버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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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머루트

 

일단 등장하는 인물 구성이 단출하다.

 

이안과 그녀의 친구들비비스.

그리고 그들을 보호해주는 어른들데오도라 대번포드와 이안의 어머니.

또한 그들과 대척점에 서는 악의 무리들죠 헤프너 등.

 

이 책을 읽는데 어려움은 없다줄거리와 내용을 파악하는 데 역시 어려움이 없다.

그건 선악의 구분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이안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선악구분누가 좋은 편이고 누가 나쁜 편인지 확연히 구분이 된다.

 

좋은 편은 이안을 비롯하여 친구들과 테오도라 대번포트,

나쁜 편은 블락에 해당하는 인물들죠 헤프너 등이다.

 

이 소설이 배경으로 삼고 있는 세계의 이해.

 

폴로 인간

라이톤

스카샤인

아키테림

코리도란

브레익트

페어도움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세계의 모습을 설명하는 데는 위에 적은 용어들의 개념 이해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그런 계급(혹은 직위, 능력)들을 알아야 세계가 어떻게 구성되고 돌아가는지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용어들을 설명해주고 있지만(29), 그런 용어들을 통해 이해되는 배경 세계의 모습이 너무 복잡하다 생각되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사라지는 아이들이 있다아이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경찰들이 수사를 시작했고곧바로 사라진 아이들이 어떤 아이들인가 파악이 된다.

 

모두다 생일이 2012년 12월 5일이었다. 그런 아이들만 감쪽같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바로 주인공 이안의 생일도 2012년 12월 5일인 점이다.

그러니까 주인공 이안도 잘못하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주인공 이안은 평범한 폴로즉 인간이다이 세계에서 인간이라는 말은 특별한 능력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이안은 그런 능력이 없기에 부득이 다른 사람들의 보호를 받을 수밖에 없다그런 이안을 지키기 위한 엄마의 노력이 시작된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엄마가 그만.......죽는다.

혼자 남은 이안은 자기 자신을 이제 스스로 혼자 보호해야 하는데그게 가능한 일일까?

비비스와 진친구들만으로 가능할까?

 

줄거리는?

 

생략한다.

이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들을 이해하면서이안이 그런 사건들역경들을 헤쳐나가는 것을 응원하면서 읽어가노라면어느새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입이 이루어지고......

 

그래도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이안은 눈을 감고 가장 안전한 곳을 떠올리려 애썼다하지만 엄마가 없는 안전한 곳은 떠오르지 않았다. (63)

 

엄마와 함께여서 가장 안전한 곳이었던 것이다.

엄마의 부재는 곧 이안에겐 더 이상 안전한 곳은 없다는 것이다

 

우선 대번포트 님이 오시기 전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보고 오자. (161)

 

설령 대번포트가 와서 상황을 설명해준다 할지라도 아이들 3총사는 나름 할 일이 있다먼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자신들의 눈으로 확인하고 알아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세상을 제대로 보기 위해 위험을 각오하고 나가야 하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이 소설은 마법의 세계를 다룬다따라서 우리에게 이미 익숙해진 마법 판타지 소설이 몇 권 떠오른다그런만큼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이미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또한 다른 판타지 소설이 그런 것처럼주인공 이안이 역경과 마주치면서 그 역경을 이겨내고 예언 속 룩스의 모습을 갖추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해서 이안의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내는 성장소설이다.

 

이것을 잠깐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본다면?

설령 마법의 세계가 아닐지라도 성장하면서 만나게 되는 모든 사건들부딪히는 모든 일들은 마치 마법의 세계처럼 여겨지지 않는가그래서 그런 모든 것들을 겪으면서 자라야하는 청소년들에게는 이 책의 내용들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자기들의 일처럼 여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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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매스 - 세상을 바꾼 천재 지식인의 역사
피터 버크 지음, 최이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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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매스

 

폴리매스에 대하여 관심이 많다.

폴리매스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게 된 것은 르네상스 시대의 인물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르네상스 시대 당시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활동했던 많은 화가건축가들을 폴리매스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폴리매스란?

 

polymath : (명사박식가박식한 사람

박식가 博識家 : (명사지식이 넓고 아는 것이 많은 사람.

다방면에 뛰어난 지식과 전문성을 쌓은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역사적 인물 중에 대표적으로 꼽히는 폴리매스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갈릴레오미켈란젤로아이작 뉴턴 등이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폴리매스는?

 

그렇게 폴리매스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는데이 책에서는 폴리매스의 범위를 더 넓게 보고 있다.

 

폴리매스 많은 주제에 관심을 갖고 배우는 사람. (21)

그 개념을 다시 정리한다면,

과거에 학식으로 알려진 학문적 지식에 더 초점을 맞춘다해서 이 책에서는 지적 과정이나 교육 과정 전체 또는 적어도 주요 범위를 다룬다는 의미에서 백과사전적 관심을 가진 학자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폴리매스의 범주에 더많은 인물들이 들어서게 된다예컨대 이런 인물들이다.

 

괴테조지 엘리엇올더스 헉슬리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움베르토 에코그 뒤로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15세기부터 21세기까지 서구 사회에서 활약했던 500명의 인물들이다.

 

저자는 폴리매스를 다음과 같이 시대를 기준으로 다시 분류하고 있다.

 

르네상스인의 시대 (1400 - 1600년대)

박학다식한 괴물들의 시대 (1600 - 1700년대)

지식인의 시대 (1700 - 1850년대)

전문화의 시대 (1850 - 2000년대)

 

폴리매스의 유형

 

소극적제한적순차적

 

소극적 폴리매스 모든 걸 아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한 사람.

제한적 폴리매스 :  인문학이든자연과학이든사회과학이든 관련 학문에만 정통한 학자들.

순차적 폴리매스 지적 여정에서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옮겨다니는 학자.

 

분리형통합형

 

분리형 연결성을 고민하지 않고 지식을 축적하는 사람.

통합형 지식통합이라는 비전을 품고 서로 다른 지식들을 하나의 커다란 체계로 묶으려하는 학자. 

 

레오나르도 증후군 (31, 81, 135)

 

에너지가 분산되어 매력있고 훌륭한 프로젝트를 포기하거나 미완성으로 남게 되는 것.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착수한 프로젝트는 많은데 완성한 것을 별로 없는 사람으로 악명이 높다. (135)

 

폴리매스의 특징

 
이에 대하여는 <6장 폴리매스는 특별한 사람인가>에서 다루고 있는데그 중 몇 가지 기록해둔다.

 

왕성한 호기심

좋은 기억력

탁월한 창의성

어디서든지 집중한다. (262)

빠르게 이해하고 학습한다. (266)

풍부한 학문적 상상력을 지니고 있다. (267)

배우는 즐거움을 알고 있다. (279)

 

이런 데 관심이 간다.

 

 

전문화와 통합(융합)이라는 정반대이지만 얽혀있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이에 대하여는 <지식 통합을 위한 움직임>(333과 <학문의 경계를 넘는 대학>(334항목이 참고가 될 것이다. 

제 3의 위기라 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는 이전보다 더 학제간 융합연구가 필요하다. (351)

 

 

 폴리매스는 앞으로도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까아니면 사라지게 될까? (359)

 

이런 책알게 된다.

 

저자가 <나가는 글>에서 소개한 세 권의 책이 있다.

 

매리언 울프 책 읽는 뇌

니콜라스 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재러드 다이아몬드 문명의 붕괴

 

다행하게도 세 권 모두 우리말로 번역이 되어 출판되었다.

 

책 읽는 뇌』 독서와 뇌난독증과 창조성의 은밀한 동거에 관한 이야기

매리언 울프 저/이희수 역 살림출판사 2009년 06

  • 독자들에게 정보를 지식으로 변환하는 데 필요한 사색의 시간을 보내지 않고 정보를 해독하는 사회가 되었을 때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10주년 개정증보판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저/최지향 역 청림출판 2020년 10

  • 독서를 가능하게 했던 뇌의 가소성이 지금은 오히려 독서를 방해하고 있다.

 

문명의 붕괴

재레드 다이아몬드 저/강주헌 역 김영사 2005년 11

 

전문화와 융합연구에 대하여

 

전문화는 세분화혹은 학문적 배타주의라고 불렸다. (325)

 

학제간 융합연구는 출입문과 창문을 열고 다리를 놓으며 벽을 허무는 작업으로 소개된다. (325)

 

<인접 학문과의 지식 연계> (348)

 

이 책의 마지막 말을 읽어보자.

 

어쨌든 폴리매스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는 시기상조다.

지금과 같이 지식 노동이 분업화한 시대에는 제너럴리스트가 더 필요하다라이프니치가 언젠가 선언했듯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만능인이다모든 것을 연결할 수 있는 한 사람이 열 명 이상의 몫을 할 수 있다고도로 전문화된 시대에 그 어느 때보다도 그런 사람들이 필요하다. (360)

 

이 말이 <전문화와 통합(융합)이라는 정반대이지만 얽혀있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시이 책은?

 

르네상스를 꽃피운 사람들인 폴리매스의 중요성은 이미 그 시대가 증명해주고 있다. 

이제 폴리매스의 범위를 훨씬 넓혀 놓은 저자의 의도는 21세기를 맞이하여더욱 그 의미가 있다고도로 전문화가 이루어진 현 시대에 그 어느 때보다도 그런 폴리매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저자의 혜안은 분명 주목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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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세기의 재판 이야기 - 그 재판이 역사가 된 이유! 고대부터 현대까지 세기의 재판으로 알아보는 흥미진진한 법과 세계사
장보람 지음 / 팜파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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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세기의 재판 이야기

 

이 책은 역사책이다역사를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다.

역사를 어떤 측면에서 바라보는가?

역사 속에서 법률로 치열하게 다투는 현장이 등장하는데바로 재판정이다.

재판의 결과에 따라 그 땅에 정의가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하는전투 현장보다 더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는 현장이다.

 

어떤 재판을 다루고 있을까?

 

소크라테스의 재판(기원전 399) : 민주주의와 시민 불복종

토마스 모어의 재판(1535) : 헌법상 기본권과 양심 선언

세일럼의 마녀재판(1692) : 군중 심리와 잊힐 권리

드레퓌스의 재판(1894) : 언론인의 항거와 재심 절차

전범 재판(1945) : 역사에 대한 판단과 정의

로자 파크스의 재판(1955) : 인종 차별과 흑인 인권 운동

미란다의 재판(1966) : 미란다 원칙과 증거 능력

제인 로의 재판(1970) : 낙태와 여성의 자기 결정권

워터게이트 재판(1974) : 대통령 탄핵과 헌법 재판소

카렌 앤 퀸란의 재판(1976) : 인간답게 죽을 권리

에린 브로코비치의 사건(1996) : 환경권과 손해 배상

벌링턴 산업의 재판(1998) : 성희롱과 성차별

 

이게 목차에서 보여주는 재판 목록이다.

편집자의 친절함이 눈에 보인다.

먼저 재판을 연도순으로 엮어놓았다그러니 굳이 시점을 살펴보면서 선후라든가, 어떤 재판이 고대근대현대에 일어난 것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없다.

또한 재판의 주요 내용을 같이 적어놓아서재판의 성격을 알아볼 수 있다.

 

그렇게 목차부터 친절한 이 책은내용에서도 또한 그리하다.

<드레퓌스의 재판(1894) : 언론인의 항거와 재심 절차>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1894년 9프랑스에서 일어난 일이다프랑스 주재 독일대사관에서 프랑스 정보원이 쓰레기통에서 한 장의 찢어진 명세서를 발견한다.

그 찢어진 명세서를 잘 붙여서 살펴본 결과프랑스군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보낸 정보문서였다당연히 프랑스 측에서는 그 문서를 작성한 사람을 추적하기 시작했고이니셜 에 근거하여 프랑스 인사철에서 드레퓌스(Dreyfus)라는 인물을 용의자로 잡아들인다.

 

그렇게 시작된 재판은 결국 피고인에 대한 반역죄를 인정하고군에서 불명예 제대시키며프랑스에서 추방함과 동시에 종신 유배형에 처한다. (69)

그는 프랑스령 기아나의 적도 해안에 있는 악마섬으로 유배된다.

그후 드레퓌스의 가족은 무죄를 호소하면 재심을 요구한다.

 

재심과정에서 푸른 엽서가 입수되었는데거기에는 독일 무관인 슈바르츠코펜이 프랑스 보병 소령 에르테라지에게 비밀정보를 요구하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71)

정보국장 피카르가 제시한 것이었지만 그 증거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피카르는 튀니지로 전출되어 버린다.

 

그러자 언론에서 드레퓌스의 구명운동이 벌어진다이때 프랑스의 저명한 문학가 에밀 졸라도 그의 구명운동에 나선다그러나 오히려 에밀 졸라는 군사법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죄목으로 고소를 당해 징역 1년과 벌금 3천 프랑의 형을 받게 된다. (74)

 

그 뒤로도 계속되는 구명운동이 벌어지는데무죄가 아니라 형의 감형으로 판결이 난다.

그러자 이어지는 항의에 결국 위기에 몰린 정부는 1899년 9월 드레퓌스를 특별 사면시킨다.

 

그러자 다시 재심을 청구하고이 재심은 받아들여져서, 1906년 7월 마침내 드레퓌스에게 내려진 모든 판결은 무효다라는 판결이 내려진다. (77)

1894년 시작된 억울한 재판이 무려 12년간의 세월이 흐른 시점인 1906년에 끝난 것이다.

 

역사를 보는 눈과 법적 문제를 파악하는 지식

 

그런 재판을 통해 먼저 당시 프랑스의 역사를 알 수 있다.

당시 프랑스의 상황을 드레퓌스 재판을 통해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유대인에 대한 반감독일과의 오랜 전쟁으로 인한 대치상태 등 프랑스의 당시 상황이 여과없이 드러난 재판이었다거기에 재판과정에서의 모순 등이 또한 드러났다.

 

그런 재판을 소개한 다음에 저자는 우리나라의 재심 제도를 언급한다.

프랑스에서의 사례에 그치지 않고그걸 참고로 하여 우리나라의 법률을 살펴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법률에서는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에 각각 재심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다.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사유가민사소송법에서는 11형사소송법에서는 7개의 사유가 있다.

그런 내용을 소개하면서저자는 이런 말로 이 항목의 결론을 삼는다.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한 명의 개인만 고군분투한다면 재심에서 무죄를 받는 개인은 아마 없을 것이다이것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언론생각과 의견을 함께 하는 여론이 있어야 개인의 목소리는 비로소 힘을 얻게 된다재심을 통해 잘못된 재판을 바로잡는 것만으로도 법률을 발전시킬 수 있다또한 정의로운 사회에 한 발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80)

 

다시이 책은?

 

이 결론의 말 속에서 새겨볼 게 얼마나 많은지?

 

언론,

생각과 의견을 함께 하는 여론

그런 게 함께 있어야만 개인의 목소리는 비로소 힘을 얻게 된다.

그럴 때비로소 법도 발전이 된다.

그렇게 되어야만 사회의 정의가 살아나는 것이다.

 

이 땅에 살아가는 우리니까 별수 없이 이런 잣대로 우리 사회를 살펴보게 된다.

과연 우리나라는 법으로 정의가 실현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언론은? 언론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여론은 ?

등등 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목적으로 써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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