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 - 왜 개혁은 항상 실패할까? 2023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박영서 지음 / 들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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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부동산이다. 전작 시시콜콜 조선 복지 실록을 흥미롭게 읽었기에, 이번 시시콜콜 조선 부동산 실록 또한 기대가 되었다. 학창 시절 국사시간마다 배운 각종 부동산 개혁들이 떠오르긴 하지만 나열 정도의 지식인 탓에 정리가 되지 않았는데 덕분에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책의 큰 틀은 땅과 집이다. 상대적으로 땅에 대한 문제에서 비롯되었기에 여러 개혁들이 등장하게 된 것은 알았는데, 집은 과연 무슨 문제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지금이나 조선시대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조선에 맞는 토지개혁 법이 필요했다. 토지개혁론자들은 토지의 사적 소유를 원천적으로 제한하자는 의견을 바탕으로 새로운 토지개혁 과전법을 세운다. 분명 그렇게 시작되었다.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의 생각들이 퇴색된다. 개혁을 주장한 사람들이 집권층이 되자 생각이 바뀐 것이다. 그리하여 약간의 "예외"를 허용한다. 그 약간의 예외는 결국 토지개혁의 근간을 흔들게 된다. 서울의 사대부를 인정해야 한다는 방침이 예외로 인정되어 계속 세습이 이루어지고, 대토지를 소유한 자산가들은 관리에게 뇌물을 먹이고 면세 혜택을 받거나, 재해를 입은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최저 세액을 납부하는 걸로 정리하기도 한다. 물론 그 해에 거둬야 할 세금의 양은 정해져있기에, 그에 대한 세금을 소규모 자영농들에게 전가시킨다. 결국 세금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이들은 빗을 지게 되고 결국 갚지 못해서(이율 자체가 연 50%니 이건 현재에도 말도 안 된다.) 땅을 팔거나, 노비가 되는 경우도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한편 땅을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개간을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간척 사업을 통해 땅을 만들어 이윤을 보기도 한다. 아예 간척 사업을 하는 전문 가족기업도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나라 입장에서도 땅을 넓히는 간척 사업을 좋게 보고 면세 혜택을 주거나, 간척을 한 사람의 소유권을 일정 기간 인정해 주었다고 하니 어렵긴 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는 사업임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집은 어떨까? 지금도 서울에 내 집 마련을 하려면 숨만 쉬고 모아도 20년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조선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울은 조선시대부터 줄곧 수도였으니, 당시에도 한양에 집을 갖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에 집 한 채 마련은 조선 중기를 넘어 후기로 갈수록 더욱 심화된다. 집을 빼앗기 위한 각종 꼼수들이 등장한다. 여가탈입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공증이 된 집조차 빼앗기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특히 전쟁을 위시해서 공증이 사라지게 되니 그런 상황은 더 많이 일어났고, 상대적으로 잘 모르는 평민들이 피해를 많이 보았다. 지금도 부동산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은 법을 교묘히 이용해 각족 사기를 치기도 하고, 그래서 빌라왕 같은 전세사기도 일어나는데 조선시대 역시 시대만 달랐을 뿐 부동산 꼼수를 부리는 인간들이 계속 등장하는 걸 보면 정말 기가 차다.

조선시대의 부동산 개혁들을 보면,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좋은 뜻에서 시작되지만 예외가 발생하면서 결국 작은 구멍에 제방이 무너지는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고, 개혁을 부르짖던 사람들이 특권층이 되니 얘기가 달라진다. 가진 자들이 자신의 배만 불리기 위해, 자기 것을 지키는 것을 넘어서 남의 것을 탐하게 되는 상황까지 일어나니 말이다. 우리의 암담한 현실을 과연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그럼에도 저자는 희망을 노래한다. 희망이 있는 곳에서 다시 일어날 힘이 나니 말이다. 역사 속 기록을 통해 마주한 조선 부동산 이야기를 마주하고 보니 역시 문제는 사람이었고, 해결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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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도시, 퍼머루트 1부 : 공중에 떠 있는 집 1 스토리 D
E. S. 호버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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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린 연결된 집을 만든 거란다.

내가 가지고 있는 어떤 기억을 너에게 꼭 전해줘야 했기 때문이지.

중요한 많은 것들이 이 기억 안에 담겨 있겠지만, 나는 아무것도 알려 줄 수는 없다.

인생의 중요한 것이 늘 그렇듯, 직접 보고, 느끼고, 생각해야 한다."

오랜만에 흥미로운 판타지 작품을 마주한 것 같다. 신작을 기대하고 기다렸던 해리포터 시리즈가 생각나는 작품 보이지 않는 도시 퍼머루트. 한편으로는 해리 포터를 많이 닮았다. 우선 판타지라는 장르 자체가 마법이나 신비한 능력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큰 줄거리를 보자면 주인공이자 평범한 폴로(인간)라고 생각했던 이안 켄튼이 11살을 기점으로 큰 아픔을 겪으며 자신의 능력을 깨닫고 각성하게 되고, 자신을 괴롭히는 악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내용이다.

소녀지만, 소년처럼 짧은 머리를 하고 한 팔에는 보호대를 하고 있는 이안. 사고로 아빠를 잃고 엄마 클레어와 살고 있다. 얼마 전부터 2012년 12월 5일 생인 아이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그날은 이안의 생일이기도 하다. 수시로 이사를 하고, 덕분에 친구를 사귀기도 쉽지 않고 학교에도 다니지 않는 이안은 엄마의 알 수 없는 보호에 불만을 가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엄마를 믿는다. 바로 그날. 아침부터 유난히 예민한 엄마는 작은 소리에도 불안함을 감추지 못한다. 그리고 경찰이 이안의 집을 찾아온다. 이안과 같은 날 태어난 아이들의 실종사건 때문이었다. 이안을 보호하겠다는 말을 반복하는 경찰을 돌려보낸 클레어. 갑자기 이상한 조짐이 생기고, 집 앞 보도블록이 뒤바뀐다. 얼마 전 백발의 할머니(테오도라 대번포트)로 부터 신기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저 특별한 동화 정도로 치부했던 일이 벌어진다. 이마에 특이한 색이 달린 보석을 달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것을 보면 그저 동화는 아니었나 싶었다. 그리고 이안을 찾아온 두 아이. 노란빛 보석을 지닌 아키테림 비비스 위버와 푸른빛 보석을 지닌 코리도란 진 호킨스였다. 이들과 함께 갑작스럽게 집을 떠나게 된 이안. 그리고 그날이 엄마를 보는 마지막 날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갑작스럽게 엄마가 사망하게 된다. 그리고 이안은 진, 비비스와 함께 공중에 떠있는 집에 들어가게 된다. 테오도라에 의해 정해진 곳까지 이동하는 연습을 하게 된 날, 이동을 위해 밟았던 계단을 통해 검은 옷을 입은 인물들의 창고 같은 곳으로 이동하게 된 셋. 순간 이동을 할 수 있는 진 덕분에 겨우 테오도라의 집으로 돌아오지만, 독에 중독된 진과 비비스는 위험에 빠진다. 결국 이들을 구하기 위해 퍼머루트의 치료사인 클로드의 도움을 받게 된다. 무엇 때문인지, 테오도라는 비비스와 이안을 숨긴다. 클로드의 약물 때문에 겨우 목숨을 구한 진과 비비스. 테오도라에게 자신들이 이동하다 검은 존재들을 마주했고, 그때 독에 중독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테오도라는 뭔가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한편, 놀이공원에 간 셋은 석연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공중에 떠있는 집 1.2권에서는 이야기의 시작이자, 폴로와 초능력을 가진 라이톤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처음 폴로와 라이톤은 서로를 도우며 살고 있었다. 하지만 폴로들은 라이톤들의 능력에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고, 라이톤들은 폴로들이 도움만 청하지 아무 능력 없는 존재라는 사실에 귀찮음을 느끼게 된다. 결국 이 두 존재 사이에는 전쟁이 벌어졌고 결국 이 둘은 공존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라이톤들 중에 폴로를 거부하고, 그들을 소멸시켜 버리려는 블락들이 생겨났다는 데 있다. 라이톤과 폴로를 연결해 주는 룩스 맥스웰의 소멸이 얼마 안 남은 가운데, 새로운 룩스에 대한 예언이 이루어질 날이 얼마 남지 않는다. 그렇기에 블록들은 새로운 룩스를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과연 새로운 룩스는 블록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해리 포터의 해리, 헤르미온느, 론 처럼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세 축인 이안, 비비스, 진은 각자 다른 능력을 지닌 라이톤들인데, 해리포터와의 차이점이라면 본인들이 지닌 보석의 색처럼 각자 다른 능력을 가지고 서로 돕는다는 사실이다. H.A.B 서약 때문에 결국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동시에 일어나게 되면서 다음 편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과연 이 셋은 평화를 지켜낼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린 연결된 집을 만든 거란다.

내가 가지고 있는 어떤 기억을 너에게 꼭 전해줘야 했기 때문이지.

중요한 많은 것들이 이 기억 안에 담겨 있겠지만, 나는 아무것도 알려 줄 수는 없다.

인생의 중요한 것이 늘 그렇듯, 직접 보고, 느끼고,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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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도시, 퍼머루트 1부 : 공중에 떠 있는 집 2 스토리 D
E. S. 호버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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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린 연결된 집을 만든 거란다.

내가 가지고 있는 어떤 기억을 너에게 꼭 전해줘야 했기 때문이지.

중요한 많은 것들이 이 기억 안에 담겨 있겠지만, 나는 아무것도 알려 줄 수는 없다.

인생의 중요한 것이 늘 그렇듯, 직접 보고, 느끼고, 생각해야 한다."

오랜만에 흥미로운 판타지 작품을 마주한 것 같다. 신작을 기대하고 기다렸던 해리포터 시리즈가 생각나는 작품 보이지 않는 도시 퍼머루트. 한편으로는 해리 포터를 많이 닮았다. 우선 판타지라는 장르 자체가 마법이나 신비한 능력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큰 줄거리를 보자면 주인공이자 평범한 폴로(인간)라고 생각했던 이안 켄튼이 11살을 기점으로 큰 아픔을 겪으며 자신의 능력을 깨닫고 각성하게 되고, 자신을 괴롭히는 악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내용이다.

소녀지만, 소년처럼 짧은 머리를 하고 한 팔에는 보호대를 하고 있는 이안. 사고로 아빠를 잃고 엄마 클레어와 살고 있다. 얼마 전부터 2012년 12월 5일 생인 아이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그날은 이안의 생일이기도 하다. 수시로 이사를 하고, 덕분에 친구를 사귀기도 쉽지 않고 학교에도 다니지 않는 이안은 엄마의 알 수 없는 보호에 불만을 가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엄마를 믿는다. 바로 그날. 아침부터 유난히 예민한 엄마는 작은 소리에도 불안함을 감추지 못한다. 그리고 경찰이 이안의 집을 찾아온다. 이안과 같은 날 태어난 아이들의 실종사건 때문이었다. 이안을 보호하겠다는 말을 반복하는 경찰을 돌려보낸 클레어. 갑자기 이상한 조짐이 생기고, 집 앞 보도블록이 뒤바뀐다. 얼마 전 백발의 할머니(테오도라 대번포트)로 부터 신기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저 특별한 동화 정도로 치부했던 일이 벌어진다. 이마에 특이한 색이 달린 보석을 달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것을 보면 그저 동화는 아니었나 싶었다. 그리고 이안을 찾아온 두 아이. 노란빛 보석을 지닌 아키테림 비비스 위버와 푸른빛 보석을 지닌 코리도란 진 호킨스였다. 이들과 함께 갑작스럽게 집을 떠나게 된 이안. 그리고 그날이 엄마를 보는 마지막 날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갑작스럽게 엄마가 사망하게 된다. 그리고 이안은 진, 비비스와 함께 공중에 떠있는 집에 들어가게 된다. 테오도라에 의해 정해진 곳까지 이동하는 연습을 하게 된 날, 이동을 위해 밟았던 계단을 통해 검은 옷을 입은 인물들의 창고 같은 곳으로 이동하게 된 셋. 순간 이동을 할 수 있는 진 덕분에 겨우 테오도라의 집으로 돌아오지만, 독에 중독된 진과 비비스는 위험에 빠진다. 결국 이들을 구하기 위해 퍼머루트의 치료사인 클로드의 도움을 받게 된다. 무엇 때문인지, 테오도라는 비비스와 이안을 숨긴다. 클로드의 약물 때문에 겨우 목숨을 구한 진과 비비스. 테오도라에게 자신들이 이동하다 검은 존재들을 마주했고, 그때 독에 중독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테오도라는 뭔가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한편, 놀이공원에 간 셋은 석연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공중에 떠있는 집 1.2권에서는 이야기의 시작이자, 폴로와 초능력을 가진 라이톤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처음 폴로와 라이톤은 서로를 도우며 살고 있었다. 하지만 폴로들은 라이톤들의 능력에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고, 라이톤들은 폴로들이 도움만 청하지 아무 능력 없는 존재라는 사실에 귀찮음을 느끼게 된다. 결국 이 두 존재 사이에는 전쟁이 벌어졌고 결국 이 둘은 공존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라이톤들 중에 폴로를 거부하고, 그들을 소멸시켜 버리려는 블락들이 생겨났다는 데 있다. 라이톤과 폴로를 연결해 주는 룩스 맥스웰의 소멸이 얼마 안 남은 가운데, 새로운 룩스에 대한 예언이 이루어질 날이 얼마 남지 않는다. 그렇기에 블록들은 새로운 룩스를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과연 새로운 룩스는 블록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해리 포터의 해리, 헤르미온느, 론 처럼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세 축인 이안, 비비스, 진은 각자 다른 능력을 지닌 라이톤들인데, 해리포터와의 차이점이라면 본인들이 지닌 보석의 색처럼 각자 다른 능력을 가지고 서로 돕는다는 사실이다. H.A.B 서약 때문에 결국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동시에 일어나게 되면서 다음 편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과연 이 셋은 평화를 지켜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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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엄마라니까 - 쉰 아재의 엄마 생각 세상과 소통하는 지혜 6
조항록 지음 / 예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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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름은 지나고 떠나야 할 텐데...... 네가 더위를 무척 타지 않니...."

엄마가 떠난 지 10년, 저자는 엄마의 부재를 지금도 느끼고 있다. 그리고 프랑스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가 자신의 엄마의 부재를 느끼며 했던 말을 떠올리며 어머니 김경숙 여사를 기억하며 애도 일기를 쓴다. 이 책은 바로 그 엄마를 추억하며 쓴 산문집이다. 암으로 투병하다 6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엄마와의 병원생활이 첫 장을 장식한다. 그리고 엄마의 죽음과 화장... 삶은 다시금 시작으로 돌아간다. 엄마의 엄마 시절 전의 이야기, 그리고 엄마가 되기까지의 이야기, 엄마에서 할머니로 변한 후의 이야기까지... 세상의 모든 엄마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김경숙 여사에게 자식은 세상의 전부였던 것 같다. 해방둥이인 1945년생 엄마는 세무서에 다니는 외할아버지 덕분에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 5년간. 6.25 전쟁 앞에서 외할아버지는 세무서에 다니는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처참히 살해당했고, 외할머니는 재혼을 하면서 막내인 외삼촌만 데리고 떠난다. 결국 아들을 먼저 보낸 할머니 손에 엄마와 이모는 자랐다. 외할머니 역시 힘든 삶을 살았지만, 엄마의 부재를 느끼고 자란 엄마는 더 힘들지 않았을까? 엄마의 손길을 경험하지 못했음에도 엄마는 엄마의 삶을 참 잘 살아냈다.

아버지는 유부남이었다. 엄마의 뱃속에 저자가 생기고 나서야 그 사실을 털어놓는다. 이혼을 하고 돌아온 아버지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다. 배다른 형이다. 그렇게 엄마는 삼 형제를 키워낸다. 작은 거 하나에도 신경을 쓰며, 마치 완벽한 사람인 것처럼 살아낸 엄마의 희생을 기억하는 사람은 저자뿐이다. 그저 당연한 것은 없는데, 왜 다들 엄마의 희생을 완벽한 사람이라는 말로 퉁치려고 하는 걸까?

엄마의 삶은 오로지 자식을 위한 삶이었다. 책 속에는 마치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의 장면과 같은 빵집 이야기가 등장한다. 눈이 나쁜 저자가 안경을 써야 했을 때, 마치 자신의 잘못인 양 아들에게 미안해 하셨던 어머니는 저자와 돌아오는 길에 빵집을 들러 빵과 우유 한잔을 사주신다. 자신은 먹지 않고, 오로지 아들 입에 들어가는 것으로도 배가 부르다고 이야기하면서...왜 엄마들은 그럴까? 자신도 먹고 싶고, 자신도 배가 고플텐데 왜 그러는걸까? 물론 나 역시 '자식 입에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는 말의 의미를 깨닫는 엄마가 되긴 했지만, 여전히 내게는 내 아이들 만큼 내 삶도 중요한 걸 보면 아직 멀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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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버렸더라면 더 좋았을 것들 -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만 남기는 내려놓음의 기술
고미야 노보루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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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되었다. 스물에도, 서른에도 그랬지만, 마흔이 들어간 책을 읽게 된다. 지금까지와 앞으로의 삶의 궤적은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나보다 한 발 먼저 디딘 그들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스물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버렸더라면이라는 단어로 동사가 바뀌어 있다. 알다에서 버리다로 말이다.

스물과 서른을 지나 마흔을 살아가는 독자들을 위한 시작이 너무 달라서 당황스러웠다. 포기와 죽음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처음 보는 단어들이 아니었지만, 지나온 나이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단어였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나이가 들었구나! 하는 생각을 단어를 통해서도 맛보게 된다.

포기라는 단어의 어감은 부정적이다. 그래서 포기는 배추를 세는 단위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은가. 저자는 포기와 비슷한 뜻을 가진 단어(저자는 일본인이다.)로 밝히다(분명히 하다)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단어를 사용한 체관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한다. 포기는 깨닫다, 명확히 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말이다.

'포기한다'라는 것은 결코 인생의 좌절이 아니다.

자신에게 있어 진실과 본질을 명확히 하고, 불필요한 것을 내려놓는 것.

이것은 궤도를 수정하면서 후회 없이, 가치 있는 인생을 걸어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포기한다는 것은 더 이상 다른 길이 없다는 의미같이 느껴졌는데, 아니었다. 여기서의 포기는 다른 말로, 기회비용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무언가를 포기했지만, 그것을 포기한 후 다른 것을 얻게 되었다는 말. 원래 사람은 누구나 안 가본 길이 더 멋있어 보인다. 헤어진 전 연인이, 중간에 포기한 학업이, 가지 않은 직장이 더 좋아 보인다. 그래서 그때 내가 그것을 선택했다면 더 좋은 삶을 살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가 일기도 한다. 그럴 때 저자는 조언한다. 내가 포기하지 않았다면 얻었을 것과 내가 포기함으로 대신 얻은 것을 꼼꼼하게 적어보라고 말이다. 내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한 이유는 그것이 주는 장점이 더 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막상 적고 보니 그동안 잊고 있던 감사가 스멀스멀 피어난다.

죽음은 어떨까?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하지만 그때를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젊을수록 내게 시간이 많이 주어졌을 거라는 짐작만 할 뿐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조언한다. 죽음을 인식하는 삶은 더 윤택하고, 더 깊이가 있어진다고 말이다. 이 역시 포기와 연관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사물의 한 면만을 바라볼 때는 자신이 바라보는 것을 옳다고 믿고,

치우쳐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사물의 양면이 보였을 때 비로소 '지금까지 치우쳐 바라보고 있었구나!'하고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직접 자신의 삶의 주요 키워드를 찾는 방법을 실제로 해볼 수 있는 디마티니 밸류 팩터가 담겨있다. 내 경우는 독서, 육아, 취업이었는데, 저자는 삶의 중요도는 시기마다 달라질 수 있으니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번씩 해보기를 권한다.

한정적인 시간과 한정적인 상황을 가진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자. 기왕이면 더 깊이 있고 중요한 것을 선택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의 유한한 삶에서 죽음과 포기는 중요하지 않은 것을 내려놓는 작업을 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제 내 삶을 들여다보자.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가? 아니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 시간을 집중하는 것이 다른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단, 정답은 없다. 내 삶의 중요도는 내가 결정할 문제지, 타인이 대신해 줄 문제가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사물의 한 면만을 바라볼 때는 자신이 바라보는 것을 옳다고 믿고,

치우쳐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사물의 양면이 보였을 때 비로소 ‘지금까지 치우쳐 바라보고 있었구나!‘하고 깨닫게 된다.

‘포기한다‘라는 것은 결코 인생의 좌절이 아니다.

자신에게 있어 진실과 본질을 명확히 하고, 불필요한 것을 내려놓는 것.

이것은 궤도를 수정하면서 후회 없이, 가치 있는 인생을 걸어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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