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엄마라니까 - 쉰 아재의 엄마 생각 세상과 소통하는 지혜 6
조항록 지음 / 예서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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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름은 지나고 떠나야 할 텐데...... 네가 더위를 무척 타지 않니...."

엄마가 떠난 지 10년, 저자는 엄마의 부재를 지금도 느끼고 있다. 그리고 프랑스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가 자신의 엄마의 부재를 느끼며 했던 말을 떠올리며 어머니 김경숙 여사를 기억하며 애도 일기를 쓴다. 이 책은 바로 그 엄마를 추억하며 쓴 산문집이다. 암으로 투병하다 6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엄마와의 병원생활이 첫 장을 장식한다. 그리고 엄마의 죽음과 화장... 삶은 다시금 시작으로 돌아간다. 엄마의 엄마 시절 전의 이야기, 그리고 엄마가 되기까지의 이야기, 엄마에서 할머니로 변한 후의 이야기까지... 세상의 모든 엄마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김경숙 여사에게 자식은 세상의 전부였던 것 같다. 해방둥이인 1945년생 엄마는 세무서에 다니는 외할아버지 덕분에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 5년간. 6.25 전쟁 앞에서 외할아버지는 세무서에 다니는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처참히 살해당했고, 외할머니는 재혼을 하면서 막내인 외삼촌만 데리고 떠난다. 결국 아들을 먼저 보낸 할머니 손에 엄마와 이모는 자랐다. 외할머니 역시 힘든 삶을 살았지만, 엄마의 부재를 느끼고 자란 엄마는 더 힘들지 않았을까? 엄마의 손길을 경험하지 못했음에도 엄마는 엄마의 삶을 참 잘 살아냈다.

아버지는 유부남이었다. 엄마의 뱃속에 저자가 생기고 나서야 그 사실을 털어놓는다. 이혼을 하고 돌아온 아버지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다. 배다른 형이다. 그렇게 엄마는 삼 형제를 키워낸다. 작은 거 하나에도 신경을 쓰며, 마치 완벽한 사람인 것처럼 살아낸 엄마의 희생을 기억하는 사람은 저자뿐이다. 그저 당연한 것은 없는데, 왜 다들 엄마의 희생을 완벽한 사람이라는 말로 퉁치려고 하는 걸까?

엄마의 삶은 오로지 자식을 위한 삶이었다. 책 속에는 마치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의 장면과 같은 빵집 이야기가 등장한다. 눈이 나쁜 저자가 안경을 써야 했을 때, 마치 자신의 잘못인 양 아들에게 미안해 하셨던 어머니는 저자와 돌아오는 길에 빵집을 들러 빵과 우유 한잔을 사주신다. 자신은 먹지 않고, 오로지 아들 입에 들어가는 것으로도 배가 부르다고 이야기하면서...왜 엄마들은 그럴까? 자신도 먹고 싶고, 자신도 배가 고플텐데 왜 그러는걸까? 물론 나 역시 '자식 입에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는 말의 의미를 깨닫는 엄마가 되긴 했지만, 여전히 내게는 내 아이들 만큼 내 삶도 중요한 걸 보면 아직 멀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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