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차린 밥상 - 소설로 맛보는 음식 인문학 여행
정혜경 지음 / 드루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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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레 식구들이 둘러앉아 밥을 먹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반찬들이 차려져있는 밥상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밥상에 차려져 있는 반찬들에도 눈이 가기 마련이다. 아무리 핵가족이 되었다 해도, 우리는 밥상머리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에 여전히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겠지만 그만큼 우리의 삶 또한 그와 비슷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식품영양학을 오래 연구하고 강의를 했던 저자인지라, 아무래도 직업병(?) 적인 것 같긴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더 신선했던 것 같다. 우리의 장편소설이나 대하소설 속에 담겨있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책 한 권으로 엮여져 있기 때문이다. 최명희의 혼불, 박경리의 토지, 박완서의 미망, 심훈의 상록수, 판소리 속 음식 문화가 각 장에서 소개된다. 책에서 소개된 작품들을 여럿 읽었지만, 생각보다 기억나는 장면들이 없어서 당황스럽기는 했다. 음식을 다룬 다른 작품들(조정래의 태백산맥)도 생각나긴 했는데(태백산맥에는 워낙 주된 무대가 벌교라서 그런지 꼬막 이야기가 주를 이루긴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음식들이 등장한다고? 하는 생각에 더 흥미로웠다.

특히 몇 년에 걸쳐 야금야금 읽고 있는 박경리의 토지의 경우 두 장에 걸쳐 소개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읽어나가면서 이 책에서 만난 대목을 마주하면 자연스럽게 생각이 날 것 같다. 1장에 등장한 혼불 속 음식 이야기에는 유난히 죽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단다. 그리고 우리는 쉽게 생각하는 죽이 생각보다 여러모로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새삼 새롭게 느껴진다. 근데 나 역시 어떤 면에서는 공감한다. 죽처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 없다는 것. 죽은 불 앞에 서서 계속 신경을 써서 저어주지 않으면 타거나 눌어붙기 때문이다. 요즘은 죽 전문점도 많고, 별미로 먹기도 하지만 여전히 죽은 몸이 좋지 않거나, 소화력이 약한 아이들을 위해 더 많이 끓이게 되는 음식이기에 더 그렇다. (오죽하면 죽 전용 냄비가 나왔을까 싶다.) 혼불 속에 등장한 죽 역시 그렇다. 특히 가장이 먹을 죽은 절대 하인들에게 시키지 않고 부인, 며느리, 딸이 끓여서 낸다고 한다. 그만큼 정성을 기울인다는 사실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죽은 부재료를 다양하게 사용하면 할수록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다. 우유를 넣어 끓이면 타락죽, 전복이나 해산물을 넣어 끌이면 전복죽, 각가지 채소와 고기류, 버섯과 견과류 등 재료가 무엇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죽은 맛과 모양을 달리한다. 나 역시 두 아이의 이유식을 만들며 다양한 채소와 고기 등의 식재료를 사용해서 질리지 않으면서 다양한 맛을 보게 했었던 기억이 있는데, 아마 그런 면이 혼불 속에는 다양하게 등장했던 것 같다. 그 밖에도 술안주와 나물류, 김치와 떡 등 다양한 음식들의 사진을 같이 곁들여져 있다. 때론 작품 속에 나오는 음식들을 한 상에 차려두기도 한다. 단지 음식에 대한 소개가 아닌, 음식 안에 깃들여진 사회상과 시대상이 음식과 더불어 등장한다. 자연스레 문학과 영양학, 역사학과 문화학까지 다양한 인문학의 이야기를 한 상에서 맛볼 수 있다.

책을 읽고 보니, 읽다 멈춘 혼불도, 아직 읽어보지 못한 미망과 어리석은 석반도 기회가 되면 읽어보면서 복습(?)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여전히 먹고 있다 하지만, 음식 또한 시대를 거치며 새롭게 변화되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바뀌어 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편으로는 잊히고, 잃어버린 음식 문화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소설이 남듯 그 시대 속 음식도 작품 속에 남겨져 있다. 이제는 보릿고개나 소나무 껍질을 먹고 살던 시대의 이야기들은 마치 전래동화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작품 안에 담겨있는 음식문화와 시대상은 여전히 작품을 통해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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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메탈을 듣는 방법
김혜정 지음 / 델피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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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만나는 김혜정 작가의 책이다. 사실 첫 작품을 읽고 살짝 헷갈렸다. 아무 얘기 없이 불쑥 시작하는 이야기 속에(제목과 첫 번째 등장하는 작품이 같아서 더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작가의 말인가? 에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첫 작품과 중간에 등장하는 내가 헤비메탈은 듣는 방법은 이어져있다. 같은 상황이 화자에 따라 다르게 기술되기 때문이다. 책 안에는 다양한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중 이어지는 이야기의 주인공인 수연은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런 그녀가 레코드 가게를 찾는다. 긴 생머리에 청순해 보이는 수연의 모습에 사장 지철은 그녀가 찾는 음악이 클래식이나 발라드일 거라 짐작한다. 잠시 후, 또 한 여성이 들어온다. 둘은 친구같이 보였다. 한눈에도 헤비메탈이나 록 음악을 좋아하게 생긴 지우는 수연과 무언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더니, 한 그룹의 앨범을 찾는다. 바로 2001년 나온 록밴드 굿바이 제리의 라이브 앨범이었다. 당연히 지우가 찾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굿바이 제리 앨범을 찾는 사람은 수연이었고, 수연은 청각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철은 당황하지만 수연이 찾는 앨범을 찾으면 연락을 주기로 한다. 지방에서 레코드 가게를 운영하는 친구 용규에게 굿바이 제리 앨범을 구하게 된 지철은 수연에게 연락을 한다. 지철 만큼 나도 궁금했다. 청각장애를 앓는 수연이 어떻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걸까? 수연에 입장에서 쓰인 작품 속에서 수연은 같이 온 친구 지우에게 남긴 편지에서 자신이 어떻게 음악을 듣는지를 이야기한다. 귀가 안 들리는 대신 다름 감각이 발달한 청각장애인들은 음악의 비트나 울림을 통해 음악을 듣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더 비트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그로 인해 음악의 깊이를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수연이 굿바이 제리의 음악을 좋아하게 된 이유도 등장한다. 바로 그룹의 보컬이었던 글렌 크레이그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다. 글렌 크레이그는 절대음감으로 대부분의 곡을 만들었고, 적당한 강도의 매력적인 목소리 덕분ㅇ데 많은 팬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는 교통사고로 청력을 잃게 된다. 하지만 다시금 작곡가로 변신한 그는 재기를 꿈꾸던 중 열성팬의 총에 생을 마감하게 된다. 글렌 크레이그는 사실 어려서부터 귀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수연 역시 어린 시절 열병을 앓은 후 청각을 잃는데 태어났을 때부터 청각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글렌 크레이그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기에 수연은 더 그의 음악에 깊이 빠져들었던 것이다.

그 밖에도 50대 늦은 나이에 얻은 딸이 드러머가 된다는 사실에 심하게 반대를 하는 시인 아버지의 이야기, 천재 작가로 다작하던 작가 민솔이 꿈을 꾼 후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하게 된 이야기, 어린 시절 첫사랑이었던 친구와의 기억의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이들의 매개는 "음악"이다. 음악을 통해 위로받고, 힘을 얻고,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이야기들을 통해 저자는 독자들에게 다양한 음악의 힘을 마주하게 해준다. 책날개에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저자의 이야기가 짧게 기술되어 있었다. 물론 저자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몸의 불편함을 공감하기에 그 안에 담긴 위로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 것 같아서 더 와닿았던 것 같다. 음악이 주는 위로와 삶이 주는 위로를 함께 곁들여 마주할 수 있었던 헤비메탈을 듣는 방법을 통해 이번에도 다양한 감각의 위로를 경험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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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독, 혼자 있는 시간의 힘 - 당신은 혼자 있는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는가?
조윤제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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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독(愼獨)

자기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을 하지 않고 삼감.

출전 大學(대학), 네이버 지식백과 중

조윤제 작가의 책을 여러 권 읽고 소장 중이다. 저자를 가려서 읽는 편은 아니지만, 읽을 때마다 군더더기가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놓치고 있었던 부분이나 가렵던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고전의 사이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번 책의 제목을 읽고 한 번에 내용이 그려지지 않았다. 제목에 가장 먼저 등장한 신독이 무슨 뜻 인지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신독의 의미를 마주할 수 있다.

물론 책 안에는 고전에서 따온 문장들이 각 소주제마다 등장한다. 아마 저자의 책을 읽었다면, 조금은 익숙한 방식일 것이다. 한자와 음이 한 줄, 두 번째 줄에는 그에 대한 해석이 그리고 문장을 발췌한 출전이 담겨있다. 문장만 읽어서는 깊은 의미를 깨닫기 어렵기에 저자는 해당 문장에 대한 해설을 곁들이는데, 이 책은 고전문헌 해설서가 아닌 자기 계발서라는 데 방점이 있다. 해당 주문을 현대의 우리의 삶에 적용하여 풀어준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당 주문의 배경지식을 알면 이해에 도움이 되기에 그 내용이 곁들여져 있다.

하지만 "숨은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이 없으며, 미세한 것보다 더 잘 나타나는 것은 없다"

(막혁호은 막혁호미)는 <중용>의 말처럼 언젠가는 그 바탕이 드러나고 만다.

설사 세상 사람 모두가 모르더라도 나 자신은 알기에, 다산은 그 차원을 넘어서라고 말한다.

남이 보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정도가 아니라, 더 엄격한 잣대로 스스로를 다스릴 때가

바로 진정한 신독이라는 것이다.

책 안에는 다산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른 나이에 탁월한 능력을 자랑하던 그였지만, 당파싸움의 피해자로 결국 귀양을 가게 된다. 그들은 다산이 오랜 귀양으로 피폐해지길 기대했겠지만, 다산은 그곳에서 수많은 저서를 완성하며 신독의 시간을 묵묵히 보낸다. 그에게 신독의 시간은 자신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것을 이끌어내는 창조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이라는 물음을 하게 되었다. 누구보다 바쁘게 사는 워킹맘인지라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 때론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나마 숨 쉴 틈은 있어야 하기에 시작한 독서시간이 신독의 시간이 되긴 하지만, 가끔은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을 겪는 걸 보면 제대로 된 신독을 경험하지 못한 것 같기도 하다.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책을 읽는 내내 바로 신독이 아닐까 싶었다. 홀로 있는 시간. 그 시간은 그저 멍 때리는 시간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고, 스스로를 생각하고, 스스로를 채울 수 있는 시간이다. 책 안에서 만난 많은 인물들은 신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들의 삶의 방향이 달라졌다. 바쁜 일상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떼어내기 쉽지 않은가? 의외로 혼자 있는 시간은 매일 반복된다. 막 잠에서 깨어서 세수를 하러 가는 그 시간, 화장실에서 홀로 앉아 있는 시간, 출퇴근길 이동하는 시간, 잠들기 전 시간... 자투리로 버려지는 시간들 속에서 자신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그 시간은 나를 채워주고, 다독여주고, 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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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법률콘서트 - 다양한 법률이슈를 예리하게 담아낸
이임성 지음 / 미래와사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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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워싱턴, 킨키나투스 장군처럼 물러날 때 물러나는 지도자를 만나고 싶다.

특권의 방패 뒤에 숨는 자, 권력과 자리에 연연하는 자,

위기에 도망가는 자, 잘못을 남한테 떠넘기는 자들은 사라져야 한다.

나라를 사리사욕 없이 이끌 지도자를 보고 싶다.

대학시절 전공필수 과목 중에 유난히 법이 많았다. 민법, 상법, 행정법... 한자투성이 전공서적을 풀어내는 것부터 일이었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이렇게 두꺼운 법전임에도 왜 이렇게 케바케가 많은 걸까? 법의 사각지대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리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전직 검사이자, 현직 변호사인 저자는 이 책 안에 우리 생활에서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한 법 이야기를 담았다. 이슈가 된 법과 판결뿐 아니라, 여전히 필요한 법률 이야기, 알아두면 도움이 될만한 법률 이야기 등 법률콘서트라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 싶다. 법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딱딱하다는 것이다. 법률 조항도 일부러 어렵게 꼬아놨나 싶을 정도로 평소에 쓰지 않는 한자투성이다. 풀어내면 어렵지 않은 걸 용어로 꽁꽁 매놨다. 그러다 보니 법 이야기만 나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들이 많다. 법조인들은 법이 안 어려울까? 대놓고 얘기하진 않지만, 국민들이 알기 쉽게 법을 풀어낼 필요가 있다는 데 생각을 같이한다.

책 안에는 구하라 법 이야기가 등장한다. 자식을 내팽개치고 부모의 도리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상속을 받아야 할 때면 제일 먼저 선수치며 나타난다. 그런 상황을 보면서 혀를 내두르는 게 한둘이 아니었는데, 다행히 상속권상실선고제도의 도입 법안이 제출되었다고 한다. 물론 구하라 법은 여전히 국회 문턱에 걸려있단다. 제발 좀 통과 좀 시키면 좋겠다.(혹시 국회의원 중에 부양의무를 안한 사람이 있어서 통과가 안 된 걸까?)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이 생긴 이유도 쇼킹했다. 세상에나...! 국회의원이 그런 대우를 받았을 적도 우리나라에 존재하다니...! 유행에 민감하지만 말고, 법률도 국민 정서와 시대상에도 민감해지면 좋겠다. 얼마 전 화성에서 큰 사고로 많은 직원들이 사망한 일이 있었다. 그와 연관된 중대재해 처벌법에 관한 내용도, 묻지 마 범죄와 보이스 피싱, 성폭행 무고, 학교폭력과 명예훼손에 대한 내용도 담겨있다. 시작이 낯설었을 뿐, 실제 뉴스에서 수시로 등장하고, 현재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내용들이 가득 들어있다. 이 책의 강점이라면,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법률 상식을 좀 더 디테일하고 제대로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사례들이 예로 등장하기에, 법률의 배경지식을 좀 더 선명하게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날카롭게 상황을 판단하고, 관련 법률을 제시한다.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 잘못된 것, 변화의 필요가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지적한다. 검사 출신의 냉철함이 책 속에 묻어있는 것 같다. 서두가 흥미롭고 낯익은 법 이야기라면, 뒤로 갈수록 난이도가 조금씩 상향된다. 그렇다고 법적 지식이 없는 사람이 읽기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다. 법이라도 기피하기에는 너무 우리 일상이 되어버린 각종 사건들이지만,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부분을 가감 없이 풀어내기에 한번 즈음 읽어볼 필요가 있다.


조지 워싱턴, 킨키나투스 장군처럼 물러날 때 물러나는 지도자를 만나고 싶다.

특권의 방패 뒤에 숨는 자, 권력과 자리에 연연하는 자,

위기에 도망가는 자, 잘못을 남한테 떠넘기는 자들은 사라져야 한다.

나라를 사리사욕 없이 이끌 지도자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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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 상 - 그러나 이순신이 있었다 임용한의 시간순삭 전쟁사 3
임용한.조현영 지음 / 레드리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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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은 기가 막혔다.

전쟁이 나기 전에는 제대로 된 도움은 안주고 훼방만 놓다가,

막상 전쟁이 터지자 아무것도 못 하던 인간들이 뭐가 좀 된다 싶으니

다시 입을 열어 쓸데없는 짓을 하기 시작했다.

p.249

이순신 하면 자연히 연결되는 두 단어가 있다. 하나는 임진왜란이고, 하나는 거북선이다. 언젠가부터 영웅을 넘어 성웅이 된 이순신 장군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을 정도로 이순신의 인기는 엄청나다. 정치를 논할 생각은 없지만, 이순신 장군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현대사가 교묘히 겹쳐지는 부분(정부 혹은 정치 지도자의 무능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임진왜란에 큰 틀은 아마 학창 시절 국사시간 혹은 영화나 영상 등을 통해 익히 알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섣부르게 뱉기 어렵다. 그저 남은 13척의 배를 가지고 무패를 이룬 업적 중 우리나라 3대 대첩으로 꼽는 한산도대첩, 명량해전, 그리고 마지막까지 목숨을 바쳐 조국을 지켰던 노량해전에 이르기까지 이순신의 리더십은 언제나 빛을 발한다. 물론 그 와중에 무능한 선조의 모습은 마치 두 리더십을 비교하기 위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서 임진왜란 그리고 이순신과 당시의 전쟁사를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이순신을 추켜세우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들을 조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순신의 리더십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라 생각되었던 것과 달리, 그는 철저했다. 꼼꼼하고 완벽했다. 그랬기에 자신의 자리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군사에 대해서는 엄하게 다스렸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성급하지 않았다. 적절한 타이밍을 찾았고, 그 타이밍을 통해 최고의 시너지를 내도록 군을 이끌었다. (그런 모습의 그가 느긋하다는 평이 있기도 하지만, 저자는 왜 이순신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이유를 논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왜 조선은 왜군에 대비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당파싸움과 관련된 이야기 때문이라 여겼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니라는 사실에 놀랐다.) 현재 우리 역시 북한과 휴전 중이기에 국방비에 상당한 예산이 들어가고 있다. 보기에 따라 국방비는 버리는 비용으로 볼지도 모르겠다. 현재도 이런데, 과거 조선이라면 어땠을까? 최소한의 국방비를 위해 조선은 상비군의 최소화를 국시로 삼았다 한다. 주요 군사요충지의 병력도 50~100명이 전부였다고 하니, 다른 지방은 어땠을지 뻔한 상황일 것이다. 이런 상황이기에, 왜군에 대비할 수 없었고 무방비로 서울까지 뚫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이순신이 경상우수사(당시는 그 유명한 원균! 이었다.)였다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저자는 아닐 거라 이야기한다. 이는 나라에서 결정하는 문제였기에, 이순신의 권한 밖의 일이었다.

저자는 전 공허와 교양서의 가운데 지점을 목표로 책을 썼다고 한다. 읽는 내내 끄덕여진다. 우선 그 어떤 책에서도 마주하지 못했던 임진왜란의 구체적인 이야기(그럼에도 저자는 자료가 너무 부족했다고 한탄한다. 그만큼 오랜 시간을 들였을 것이다.) 속에 전문적인 전쟁사, 정말 감정이입이 될 정도로 실제적인 감정선을 하나하나 그릴 정도로 흥미까지 곁들였다.

역사서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지금도 문제 앞에서는 조용하다가, 뭐가 조금 풀리고 나면 목소리를 높이는 인간들이 많다. 그런 인간들은 어디나 있다. 문제는, 그들 때문에 다 된 죽에 코 빠뜨리는 상황이 연출된다는 데 있다. 제발 정신 좀 차리자. 아무 데나 숟가락 얹지 말자. 낄낄빠빠!!!


이순신은 기가 막혔다.

전쟁이 나기 전에는 제대로 된 도움은 안주고 훼방만 놓다가,

막상 전쟁이 터지자 아무것도 못 하던 인간들이 뭐가 좀 된다 싶으니

다시 입을 열어 쓸데없는 짓을 하기 시작했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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