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만나는 김혜정 작가의 책이다. 사실 첫 작품을 읽고 살짝 헷갈렸다. 아무 얘기 없이 불쑥 시작하는 이야기 속에(제목과 첫 번째 등장하는 작품이 같아서 더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작가의 말인가? 에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첫 작품과 중간에 등장하는 내가 헤비메탈은 듣는 방법은 이어져있다. 같은 상황이 화자에 따라 다르게 기술되기 때문이다. 책 안에는 다양한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중 이어지는 이야기의 주인공인 수연은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런 그녀가 레코드 가게를 찾는다. 긴 생머리에 청순해 보이는 수연의 모습에 사장 지철은 그녀가 찾는 음악이 클래식이나 발라드일 거라 짐작한다. 잠시 후, 또 한 여성이 들어온다. 둘은 친구같이 보였다. 한눈에도 헤비메탈이나 록 음악을 좋아하게 생긴 지우는 수연과 무언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더니, 한 그룹의 앨범을 찾는다. 바로 2001년 나온 록밴드 굿바이 제리의 라이브 앨범이었다. 당연히 지우가 찾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굿바이 제리 앨범을 찾는 사람은 수연이었고, 수연은 청각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철은 당황하지만 수연이 찾는 앨범을 찾으면 연락을 주기로 한다. 지방에서 레코드 가게를 운영하는 친구 용규에게 굿바이 제리 앨범을 구하게 된 지철은 수연에게 연락을 한다. 지철 만큼 나도 궁금했다. 청각장애를 앓는 수연이 어떻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걸까? 수연에 입장에서 쓰인 작품 속에서 수연은 같이 온 친구 지우에게 남긴 편지에서 자신이 어떻게 음악을 듣는지를 이야기한다. 귀가 안 들리는 대신 다름 감각이 발달한 청각장애인들은 음악의 비트나 울림을 통해 음악을 듣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더 비트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그로 인해 음악의 깊이를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수연이 굿바이 제리의 음악을 좋아하게 된 이유도 등장한다. 바로 그룹의 보컬이었던 글렌 크레이그에 대한 이야기 때문이다. 글렌 크레이그는 절대음감으로 대부분의 곡을 만들었고, 적당한 강도의 매력적인 목소리 덕분ㅇ데 많은 팬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는 교통사고로 청력을 잃게 된다. 하지만 다시금 작곡가로 변신한 그는 재기를 꿈꾸던 중 열성팬의 총에 생을 마감하게 된다. 글렌 크레이그는 사실 어려서부터 귀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수연 역시 어린 시절 열병을 앓은 후 청각을 잃는데 태어났을 때부터 청각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글렌 크레이그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기에 수연은 더 그의 음악에 깊이 빠져들었던 것이다.
그 밖에도 50대 늦은 나이에 얻은 딸이 드러머가 된다는 사실에 심하게 반대를 하는 시인 아버지의 이야기, 천재 작가로 다작하던 작가 민솔이 꿈을 꾼 후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하게 된 이야기, 어린 시절 첫사랑이었던 친구와의 기억의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이들의 매개는 "음악"이다. 음악을 통해 위로받고, 힘을 얻고,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이야기들을 통해 저자는 독자들에게 다양한 음악의 힘을 마주하게 해준다. 책날개에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저자의 이야기가 짧게 기술되어 있었다. 물론 저자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몸의 불편함을 공감하기에 그 안에 담긴 위로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 것 같아서 더 와닿았던 것 같다. 음악이 주는 위로와 삶이 주는 위로를 함께 곁들여 마주할 수 있었던 헤비메탈을 듣는 방법을 통해 이번에도 다양한 감각의 위로를 경험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