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명령
오세영 지음 / 델피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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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무슨 뜻인지 궁금했다. 표지 아랫부분에 모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사건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러고 제목을 읽으니 그 뜻이 더 궁금해졌다.

개인적으로 한국사를 참 좋아하지만, 가장 낯선 부분은 근현대사다. 핑계를 대자면, 중학교 3년, 고등학교 1년(우리 학교는 고3 때만 한국사 수업이 있었다.) 동안 한국사를 배웠지만, 근현대사 부분만 되면 학기말이 되어 늘 어영부영 대충 훑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고대사나 중, 근세는 흥미롭게 읽었지만, 유독 근현대사는 왠지 모를 담이 쳐져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나마 전두환이라는 이름은 요 근래 들어 많이 등장하고, 그가 저지른 많은 과오들이 재해석되며 광주민주화 운동을 비롯한 아픈 과거의 모습을 재조명하는 책들을 몇 권 접할 기회가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창작된 이 책을 읽으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상상인지 갈피를 잡기 힘들기도 했다.

내 짐작이 맞는다면 전두환을 비롯한 신군부에 대한 이야기를 뼈대로 주인공인 한태형과 장재원, 우나연 등의 인물은 가상의 인물이었던 것 같다. 그런 역할을 한 누군가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강직한 군인이자 특전사 팀장인 대위 한태형은 홀어미와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1978년 11월 북한 공작원 3명이 충남 홍성군 광천읍 학성리 해안을 침투해서 안양까지 올라온다. 당시 공작원을 생포하기 위해 급파된 특전사의 지휘관은 한태형이었다. 조명탄에서 붙은 불이 산불로 진행될 것을 염려한 태형은 산불을 끄다가 공작원과 마주한다. 목숨의 위협 속에서 겨우 살아난 태형은 불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다. 생포 실패 이후 회의가 열리는데, 그 자리에서 미국 CIA 출신의 정보분석관 우나연을 마주하고 둘은 크게 언성을 높인다.

이후에도 비슷한 상황이 한 번 더 펼쳐지고, 나연에게 각을 세우게 되는 상황 속에서 태형은 나연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한편, 동기인 재원과 태형은 보안사 전두환 장군의 총애를 받는 후배들이다. 전두환이 만든 하나회라는 군대 내 사조직에 동참하자는 이야기를 듣는 재원과 태형. 고민하던 태형은 평소 존경하던 석 사령관에게 상의를 하고, 석 사령관 역시 사조직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건네자 태형 역시 하나회 참여를 하지 않기로 한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 정보부장에게 살해당한다. 이 일로 군을 비롯한 나라는 패닉 상태가 된다. 오랜 독재를 했던 그의 정권 아래 후계자에 대한 이름이 나오는 것만 해도 불경한 짓으로 치부되었기에 후계자조차 없었다. 그런 와중에 평소 정치권에 여러 인사들과 관계를 맺고 있던 전두환을 비롯한 하나회가 행동을 개시한다. 전두환 보다 선임인 참모총장을 비롯한 사령관들이 있었음에도 그들의 명령을 어기고 선제공격을 한다. 이 사건으로 하나회에 속한 군인들이 정권을 잡게 되고, 이에 반대한 군인들은 예편하게 된다. 그리고 이에 크게 반발하여였던 태형은 예편과 동시에 미국으로 강제 출국을 당해 불법체류자 신세가 된다. 전두환이 벌인 1212사태에 큰 반발감을 가지고 있던 태형은 우연한 계기로 용병대장 켐벨을 알게 된다. 한편, 전두환이 미국을 방문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 방문 때 그를 살해하려는 움직임이 생긴다. 그 일로 켐벨을 만난 채인욱은 켐벨로부터 태형을 소개받는다. 하지만 자신의 손으로 그를 처단하는 일에 고민하지만 결국 실행을 하기로 하지만 저격을 예측한 경호원들 때문에 실패하고, 켐벨의 도움으로 겨우 탈출한다. 그 이후 그는 켐벨과 용병 일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과거 자신과 악연이 있던 북한 공작원 주진철 소좌 덕분에 이번에도 목숨을 구하게 되는데...

주인공 태형이 받은 마지막 명령은 과연 무엇일까? 어긋나기만 하는 연인 태형과 나연 그리고 재원. 그들의 이야기와 함께 전두환을 둘러싼 암살 프로젝트의 배후가 드러나면서 태형은 어떤 선택을 하는지는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하... 이런 여러 번의 프로젝트에도 끝까지 목숨을 지켰던 전두환을 보면서, 진짜 운이 좋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하도 욕을 먹어서 그리 오래 살았다고 해야 할까? 왠지 모를 답답함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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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지에서 생긴 일
마거릿 케네디 지음, 박경희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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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절벽 한쪽이 크게 무너지는 사고로 저택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 집은 개인 소유의 저택을 게스트하우스로 바꿔 운영하고 있던 호텔이었다. 호텔을 운영하던 시달 씨 부부와 세 아들(제리, 더프 로빈) 호텔에서 일하던 미스 엘리스와 낸시벨, 프레드 그리고 호텔에 머물고 있던 참사 위원 랙스턴과 그의 딸 이밴절린, 페일리씨 부부와 기퍼드경 부부와 네 명의 자녀, 소설가 애나와 비서인 브루스, 그리고 코드 부인과 그녀의 세 자녀들이었다.

소설의 시작은 제럴드 세던 신부와 새뮤얼 봇 신부가 휴가를 보내기 위해 만나는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50대 후반의 두 신부는 오랜 친구로 앵글로 가톨릭주의자인데, 일 년에 한 번씩 함께 휴가를 보낸다. 함께 체스를 둘 즐거운 시간을 예상했던 세던 신부에게 설교문을 써야 해서 체스를 둘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봇 신부. 8월에 났던 팬디잭 호텔의 사고 희생자들을 위한 장례식에 설교를 맡은 것이다. 그렇게 봇 신부의 입을 통해 사고 일주일 전의 이야기가 드러난다.

시작부터 신부들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요일 중 "일요일"이 껴 있는 터라 미사에 참석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당시 봇 신부는 일곱 가지의 대죄에 대한 설교를 한다.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넘겼는데, 이 설교에 등장하는 일곱 가지 대죄는 작품 안에서 등장인물들을 옭아매는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나 역시 책 말미에 해설을 읽고 나서야 깨달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누구도 자신이 7가지 대죄 중 하나 이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 정도면 어때서...라는 생각만 있을 뿐이다.

사실 7가지 대죄에 집중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등장인물들 사이에 이런저런 의견 충돌을 비롯한 다툼이 벌어지는데, 그 다툼이 소위 말하는 사건이라고 할만한 일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일상 속 문제들로 보이기도 한다. 가령 자신에게 예의를 갖춰 인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대를 비난하는 참사 위원 랙스턴이나 그런 아버지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려 유리를 갈아서 모으고 있는 딸 이밴절린, 큰 아들이 많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늘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어머니 시달 부인 등 다양한 인물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상대를 평가하고 행동한다. 물론 지극히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기에 잘못은 내가 아닌 상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런 모습을 7가지 대죄에 엮어서 본다면 모두가 죄를 지은 사람들이라 할 수 있겠지만, 뭔가 씁쓸하기도 하다. 성인군자 같은 사람이 애초에 존재할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나 역시 이들의 모습 속에 투영되는 내 모습을 자기합리화를 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전쟁 후 형편이 되지 않음에도 먹고살기 위해 호텔을 열 수밖에 없는 시달 가족은 자신들은 귀리죽으로 끼니를 때우고, 불편한 곳에서 자면서도 손님을 더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신앙심에 거슬리는 손님을 받고 싶지 않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또 건강을 이유로 이런저런 무리한 부탁을 해오는 손님 또한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전쟁 후라서 물자가 원활하지 않는데, 소위 물자를 빼돌리면서 죄의식이 1도 없는 가족들을 보고 놀랍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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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선숙 옮김 / 성안당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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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냉정과 열정 사이(Blu)의 츠지 히토나리가 쓴 레시피북을 읽었다. 츠지 히토나리의 소설 몇 권을 접했지만 막상 작가의 사생활은 모르고 있었는데, 책을 통해 작가가 싱글대디로 이혼 후 일본이 아닌 프랑스에서 홀로 아들을 키워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이 낯설지 않았다. 레시피북을 쓴 이유 역시 엄마 없이 상처 입은 아들과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시작한 요리 덕분에 나왔었는데, 이 책에는 요리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파리에서 살면서 겪은 부자의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다.

책의 차례는 아들의 나이에 따른 근 1년의 경험들이 담겨있다. 2018년 아들이 14살인 때부터 시작해서 작년인 2022년 18살이 될 때까지의 이야기다. 이번에도 역시 그동안 몰랐던 츠지 히토나리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소설가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음악 애호가를 넘어 연주를 하고 곡을 만드는 뮤지션이자 영화감독이었다는 사실 또한 신선했다. 아들 역시 음악적 재능을 타고났는지, 둘은 종종 합을 맞추어 본다. 함께 연주를 하기도 하고, 아들이 만든 곡을 아버지에게 들려주기도 한다. 음악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친구들과의 이야기나 쇼핑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실 책 이야기부터 가슴이 아팠다. 엄마가 보고 싶지만 내색하지 않던 아들이 잠든 방에 들어갔다가 베개가 눈물로 잔뜩 젖어있는 상황을 목도한 아버지는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자신 또한 위궤양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대로 멈춰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우선 집밥으로 서로의 마음을 다독여야겠다는 생각을 한 저자는 아들과 함께 식사 시간을 갖는다. 영양과 정성이 담긴 집밥을 통해 몸도 마음도 서서히 회복한다. 물론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없지만, 아빠의 몫을 제대로 하기 위해 애쓰는 저자와 아들의 관계는 친구 같았다. 둘이 나이 차이가 45년 이상 나는데도 불구하고 둘은 참 잘 통하는 관계인 것 같다.

아들이 성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버지인 히토나리 역시 성장한다. 아들이 자신만의 길을 갈 수 있을 때까지 묵묵히 뒷바라지를 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10년(히토나리는 70세가 된다.)은 더 건강하게 곁을 지켜줘야 한다는 아버지의 바람이 가슴을 먹먹하게 하기도 했다.

사실 츠지 히토나리 입장에서 나고 자란 일본을 떠나 낯선 프랑스에서 아들과 단둘이 살아가는 삶이 편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또 다르게 생각하면 그나마 결혼이나 혈연 등으로 엮여서 서로에게 부담을 주는 관계에 대한 부담이 덜 한 나라라 할 수 있는 프랑스이기에 싱글파파 입장에서 좀 덜 불편할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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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흐르는 강 : 한나와 천 년의 새 거꾸로 흐르는 강
장 클로드 무를르바 지음, 임상훈 옮김 / 문학세계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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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흐르는 강의 두 번째 이야기는 한나의 이야기다. 1권을 읽지 못해서 전체적인 분위기(2권은 한나가 토멕이라는 인물에게 쓴 편지로 이루어져 있다.)를 알지는 못하지만, 1권의 소제목이 토멕과 신비의 물인 걸 보면, 2권의 주인공 한나가 계속 언급하는 토멕이라는 인물과의 연관성이 있겠다 정도의 추측은 가능했다.

한나의 아빠는 생일 때마다 한나가 원하는 새를 사주었다. 유난히 그 해에는 새를 고르는 것이 어려웠다. 우연히 마주한 한 아저씨의 멧새를 고른 한나. 주인은 생각지 않은 큰 금액을 이야기한다. 결국 한나의 아빠는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을 다 팔아서 겨우 값을 치른다. 주인은 이 새가 천 년간 마법의 걸린 공주라고 이야기한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지만, 한나는 멧새와 마음이 통하고, 새가 정말 공주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일로 엄마는 동생들을 데리고 떠나게 되고, 한나의 아빠는 과로 때문에 사망하게 된다. 결국 먼 친척 집에 맡겨진 한나. 어느 날, 새가 시름시름 앓는 걸 보게 된 한나는 남쪽으로 가다 보면 크자르강에 이르게 되는데, 그 강물을 마시면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제 멧새는 한나에게 새 이상의 의미를 지닌 존재가 되었다. 멧새는 아버지와의 추억이자, 한나의 유년 시절이 자 한나 곁에 남은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결국 한나는 새를 살리기 위해 어딘지도 모르는 크자르강을 향해 길을 떠난다. 짐을 꾸려 나온 한나는 짐마차 한 대를 만나게 된다. 그 마차에는 빨간 머리의 16세 소년 그레고리와 마차를 모는 100세의 이오림 할아버지가 타고 있었다. 그레고리는 한나에게 어디로 가냐고 묻는다. 혹시 반 바이탄을 향해 가냐고 묻는 물음에 한나는 그렇다고 대답을 하고, 그렇게 한나는 이들의 여정에 동행하게 된다. 반 바이탄이 고향인 이오림 할아버지는 자신의 고향에서 죽기 위해 길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한나는 충격에 빠진다. 하지만 한나 역시 반 바이탄에서 더 남쪽으로 가야 했다. 그레고리가 무상으로 반 바이탄까지 한나를 태워준 이유는 이오림 할아버지를 두고 다시 원래 땅으로 돌아오는데, 한나가 동승자가 되어주기를 바랐기 때문이지만, 한나는 크자르강물을 구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기에 그레고리에게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하고 반 바이탄에 도착하자 다시 길을 떠나기 시작한다. 과연 한나는 크자르강물을 구해서 멧새에게 돌아갈 수 있을까?

한나의 여행은 놀랍다. 사막에서 만난 라리크와의 이야기는 판타지스러웠다. 이미 천 년 전 마법에 의해 새로 바뀐 공주의 이야기부터 이미 그런 상황이긴 했지만 말이다. 원하는 때에 이야기를 하면 돌아갈 수 있다니...

시간을 돌려도 그에 대한 기억은 가지고 있으니 경험치가 엄청 쌓이겠는데... 하는 생각도 해봤다.

여행을 하며 한나에게는 경험만큼이나 소중한 것들이 하나 둘 생긴다. 그 모든 것들이 한나에게 귀중했던 것은 그 물건들에 담긴 추억과 기억 그리고 한나를 생각해 주는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과 그들과의 인연이 담겨있어서가 아닐까?

책을 읽고 보니 1권의 내용이 무척 궁금해졌다. 한나와 여정을 함께 하진 않았지만(그렇기에 한나는 토멕에게 편지를 쓴 것일 테니 말이다.), 토멕의 모험담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1권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장인물들이나, 분위기 때문에 1권을 읽으면 이해가 더 빠를 것 같긴 하지만, 2권 나름의 서사가 있기에 1권의 내용을 몰라도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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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투 트랙 - 문단열 대표의 전업일기
문단열 지음 / 해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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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영어 프로그램만 틀면 나오는 인물이 있었다. 영어의 "영"자만 나와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나인데, 유독 문단열 샘의 영어는 재미있었다. 주입식이 아닌 이해가 되도록, 상황에 따른 설명 덕분에 부담 없이 영어 프로그램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저자를 어느 순간부터 티브이에서 볼 수 없었다. 매체를 통해 들은 이야기에는 암 투병을 했다는 것과 사업에 크게 실패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다시 만난 저자는 영어강사가 아닌 사다리 필름이라는 영상 제작 업체의 대표가 되어 있었다.

책 속에서 저자는 자신의 치부를 다 드러낸다. 수십억의 빚을 지고 결국 법정에까지 서야 했었고, 숨기고 싶었지만 대표로 선서까지 해야 했던 상황들을 털어놓는다. 그동안 가지고 있던 자존심이 몽땅 바닥에 떨어졌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포기하지 않았다.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 그는 고민했고 도전했다.

책을 읽으며 놀랐던 것이, 누구나 알만한 유명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바닥으로 떨어지면 쉽게 일어서는 게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물론 그가 도약하는 것이 결코 쉬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포기하고, 살만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30억이 넘는 빚을 20년에 걸쳐 꾸역꾸역 갚아낸다. 남들 앞에 보이기 위한 겉 멋에 신경 쓰기 보다 작지만 내실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카페에서 일을 하기도 했단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하는 조언은 참 실제적인 것 같다. 보이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부터가 실패의 시작이라는 말은 자신이 그동안 겪었기에 뱉어낼 수 있었던 말이었다. 사무실을 얻고, 직원을 뽑는 게 우선이 아닌 내가 이 업을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자문하고 대답할 수 있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한다.

그렇다고 주눅들 필요는 없다. 누구도 정확한 때는 맞출 수 없다. 지나고 나야 그게 기회였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최악으로 치닫는 그때가 도약해야 할 때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누구도 하지 않고, 누구도 덤비지 않는 때가 진정 시작해야 하는 때라고 말한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이 녹아있는 실전 창업기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인생의 재기를 꿈꾸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도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다. 아니 인생에 대한 고민 속에 있는 사람에게도 채찍과 당근이 적절히 담겨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오랜 시간을 머물렀던 곳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중에 있다. 솔직히 겁도 나고, 너무 늦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참 많이 든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기회는 준비하는 자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일단 하는 자에게 온다는 말을 믿어보려고 한다. 딱 이 타이밍에 이 책을 만났다는 것이 내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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