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지에서 생긴 일
마거릿 케네디 지음, 박경희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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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절벽 한쪽이 크게 무너지는 사고로 저택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 집은 개인 소유의 저택을 게스트하우스로 바꿔 운영하고 있던 호텔이었다. 호텔을 운영하던 시달 씨 부부와 세 아들(제리, 더프 로빈) 호텔에서 일하던 미스 엘리스와 낸시벨, 프레드 그리고 호텔에 머물고 있던 참사 위원 랙스턴과 그의 딸 이밴절린, 페일리씨 부부와 기퍼드경 부부와 네 명의 자녀, 소설가 애나와 비서인 브루스, 그리고 코드 부인과 그녀의 세 자녀들이었다.

소설의 시작은 제럴드 세던 신부와 새뮤얼 봇 신부가 휴가를 보내기 위해 만나는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50대 후반의 두 신부는 오랜 친구로 앵글로 가톨릭주의자인데, 일 년에 한 번씩 함께 휴가를 보낸다. 함께 체스를 둘 즐거운 시간을 예상했던 세던 신부에게 설교문을 써야 해서 체스를 둘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봇 신부. 8월에 났던 팬디잭 호텔의 사고 희생자들을 위한 장례식에 설교를 맡은 것이다. 그렇게 봇 신부의 입을 통해 사고 일주일 전의 이야기가 드러난다.

시작부터 신부들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요일 중 "일요일"이 껴 있는 터라 미사에 참석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당시 봇 신부는 일곱 가지의 대죄에 대한 설교를 한다.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넘겼는데, 이 설교에 등장하는 일곱 가지 대죄는 작품 안에서 등장인물들을 옭아매는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나 역시 책 말미에 해설을 읽고 나서야 깨달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누구도 자신이 7가지 대죄 중 하나 이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 정도면 어때서...라는 생각만 있을 뿐이다.

사실 7가지 대죄에 집중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등장인물들 사이에 이런저런 의견 충돌을 비롯한 다툼이 벌어지는데, 그 다툼이 소위 말하는 사건이라고 할만한 일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일상 속 문제들로 보이기도 한다. 가령 자신에게 예의를 갖춰 인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대를 비난하는 참사 위원 랙스턴이나 그런 아버지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려 유리를 갈아서 모으고 있는 딸 이밴절린, 큰 아들이 많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늘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어머니 시달 부인 등 다양한 인물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상대를 평가하고 행동한다. 물론 지극히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기에 잘못은 내가 아닌 상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런 모습을 7가지 대죄에 엮어서 본다면 모두가 죄를 지은 사람들이라 할 수 있겠지만, 뭔가 씁쓸하기도 하다. 성인군자 같은 사람이 애초에 존재할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나 역시 이들의 모습 속에 투영되는 내 모습을 자기합리화를 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전쟁 후 형편이 되지 않음에도 먹고살기 위해 호텔을 열 수밖에 없는 시달 가족은 자신들은 귀리죽으로 끼니를 때우고, 불편한 곳에서 자면서도 손님을 더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신앙심에 거슬리는 손님을 받고 싶지 않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또 건강을 이유로 이런저런 무리한 부탁을 해오는 손님 또한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전쟁 후라서 물자가 원활하지 않는데, 소위 물자를 빼돌리면서 죄의식이 1도 없는 가족들을 보고 놀랍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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