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영어 프로그램만 틀면 나오는 인물이 있었다. 영어의 "영"자만 나와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나인데, 유독 문단열 샘의 영어는 재미있었다. 주입식이 아닌 이해가 되도록, 상황에 따른 설명 덕분에 부담 없이 영어 프로그램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저자를 어느 순간부터 티브이에서 볼 수 없었다. 매체를 통해 들은 이야기에는 암 투병을 했다는 것과 사업에 크게 실패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다시 만난 저자는 영어강사가 아닌 사다리 필름이라는 영상 제작 업체의 대표가 되어 있었다.
책 속에서 저자는 자신의 치부를 다 드러낸다. 수십억의 빚을 지고 결국 법정에까지 서야 했었고, 숨기고 싶었지만 대표로 선서까지 해야 했던 상황들을 털어놓는다. 그동안 가지고 있던 자존심이 몽땅 바닥에 떨어졌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포기하지 않았다.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 그는 고민했고 도전했다.
책을 읽으며 놀랐던 것이, 누구나 알만한 유명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바닥으로 떨어지면 쉽게 일어서는 게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물론 그가 도약하는 것이 결코 쉬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포기하고, 살만했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30억이 넘는 빚을 20년에 걸쳐 꾸역꾸역 갚아낸다. 남들 앞에 보이기 위한 겉 멋에 신경 쓰기 보다 작지만 내실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카페에서 일을 하기도 했단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하는 조언은 참 실제적인 것 같다. 보이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부터가 실패의 시작이라는 말은 자신이 그동안 겪었기에 뱉어낼 수 있었던 말이었다. 사무실을 얻고, 직원을 뽑는 게 우선이 아닌 내가 이 업을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자문하고 대답할 수 있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한다.
그렇다고 주눅들 필요는 없다. 누구도 정확한 때는 맞출 수 없다. 지나고 나야 그게 기회였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최악으로 치닫는 그때가 도약해야 할 때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누구도 하지 않고, 누구도 덤비지 않는 때가 진정 시작해야 하는 때라고 말한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이 녹아있는 실전 창업기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인생의 재기를 꿈꾸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도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다. 아니 인생에 대한 고민 속에 있는 사람에게도 채찍과 당근이 적절히 담겨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오랜 시간을 머물렀던 곳을 떠나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중에 있다. 솔직히 겁도 나고, 너무 늦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참 많이 든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기회는 준비하는 자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일단 하는 자에게 온다는 말을 믿어보려고 한다. 딱 이 타이밍에 이 책을 만났다는 것이 내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