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냉정과 열정 사이(Blu)의 츠지 히토나리가 쓴 레시피북을 읽었다. 츠지 히토나리의 소설 몇 권을 접했지만 막상 작가의 사생활은 모르고 있었는데, 책을 통해 작가가 싱글대디로 이혼 후 일본이 아닌 프랑스에서 홀로 아들을 키워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이 낯설지 않았다. 레시피북을 쓴 이유 역시 엄마 없이 상처 입은 아들과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시작한 요리 덕분에 나왔었는데, 이 책에는 요리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파리에서 살면서 겪은 부자의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다.
책의 차례는 아들의 나이에 따른 근 1년의 경험들이 담겨있다. 2018년 아들이 14살인 때부터 시작해서 작년인 2022년 18살이 될 때까지의 이야기다. 이번에도 역시 그동안 몰랐던 츠지 히토나리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소설가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음악 애호가를 넘어 연주를 하고 곡을 만드는 뮤지션이자 영화감독이었다는 사실 또한 신선했다. 아들 역시 음악적 재능을 타고났는지, 둘은 종종 합을 맞추어 본다. 함께 연주를 하기도 하고, 아들이 만든 곡을 아버지에게 들려주기도 한다. 음악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친구들과의 이야기나 쇼핑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실 책 이야기부터 가슴이 아팠다. 엄마가 보고 싶지만 내색하지 않던 아들이 잠든 방에 들어갔다가 베개가 눈물로 잔뜩 젖어있는 상황을 목도한 아버지는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자신 또한 위궤양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대로 멈춰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우선 집밥으로 서로의 마음을 다독여야겠다는 생각을 한 저자는 아들과 함께 식사 시간을 갖는다. 영양과 정성이 담긴 집밥을 통해 몸도 마음도 서서히 회복한다. 물론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없지만, 아빠의 몫을 제대로 하기 위해 애쓰는 저자와 아들의 관계는 친구 같았다. 둘이 나이 차이가 45년 이상 나는데도 불구하고 둘은 참 잘 통하는 관계인 것 같다.
아들이 성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버지인 히토나리 역시 성장한다. 아들이 자신만의 길을 갈 수 있을 때까지 묵묵히 뒷바라지를 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10년(히토나리는 70세가 된다.)은 더 건강하게 곁을 지켜줘야 한다는 아버지의 바람이 가슴을 먹먹하게 하기도 했다.
사실 츠지 히토나리 입장에서 나고 자란 일본을 떠나 낯선 프랑스에서 아들과 단둘이 살아가는 삶이 편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또 다르게 생각하면 그나마 결혼이나 혈연 등으로 엮여서 서로에게 부담을 주는 관계에 대한 부담이 덜 한 나라라 할 수 있는 프랑스이기에 싱글파파 입장에서 좀 덜 불편할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