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슈의 발소리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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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무라 이치의 호러 소설을 벌써 여러 권 접했다. 옮긴이의 말처럼 나 역시 호러나 공포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타고난 새가슴 겁쟁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영상이 아닌 소설은 읽는 편인데, 상상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읽는다면 그나마 덜 공포스럽기 때문이다.(얼마 전에 공포소설을 읽고 서평은 12시 가까이 되어서 쓰게 되었는데, 불이 다 꺼진 집에서 혼자 쓰려니까 진짜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다....ㅠㅠ)

5편의 단편소설이 담겨 있는 이 책의 마지막 작품이 바로 표제작인 젠슈의 발소리다. 가장 길고 히가 자매가 등장하기 때문에 역시나 흥미로웠던 작품이었다. 사와무라 이치의 작품에는 단순한 공포만 담겨있지 않다. 읽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지거나, 반대로 안타까운 기분도 든다. 사회의 민낯을 공포와 호러를 통해 전해준다고 해야 할까?

첫 번째 등장한 거울에는 주인공 다하라 히데키가 결혼식에 초대받아 가게 된다. 3개월 후면 아내가 출산을 앞두고 있기에 하루하루가 기대된다. 결혼식장에서 대형 거울을 보게 되는데, 피투성이가 된 남자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다. 후임과 함께 결혼식장에 자리를 잡고 앉는 신부의 이름을 보고 신기해한다. 바로 자신의 아내와 성이 같았기 때문이다. 다하라 치사라는 이름을 보고 귀여운 이름이네... 하고 생각하던 중 입장하는 신랑과 신부를 보고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신랑은 배우처럼 잘생긴데 비해, 신부는 뚱뚱하고 못생긴 게 평균보다도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그런 모습을 알고 있는지, 신부는 망가지면서까지 하객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신부가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었다는 이야기를 듣던 중,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신부의 친구의 기묘한 행동뿐 아니라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신부의 말에 히데키는 당혹스러워지는데...

외모에 대한 편견과 눈에 보이는 대로 다른 사람을 재단하는 모습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잘생기고 예쁜 사람한테 눈이 가기 마련이니 말이다. 한편, 뚱뚱한 사람을 보면 막말을 서슴없이 하는 경향도 많다. 자기관리를 못했다는 말을 비롯해서 이상한 눈으로 상대를 쳐다보기 때문이다. 신부인 치사를 보고 하객들이 터뜨리는 말들은 정말 가관이다. 거기에 치사가 스스로 망가지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막말을 하던 히데키는 신부가 자신에게 아버지라고 부르자 당황스러워한다. 자신의 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듯이 말이다.

마지막에 나온 젠슈의 발소리에도 생각할 여지가 많았다. 젠슈는 요괴의 이름인데, 가슈소쿠세이라고도 불린다.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요괴의 출현으로 사상자가 계속 생기고 있다. 히가 자매 중 동생인 마코토는 얼마 전, 오컬트 가지인 노자키와 결혼을 했다. 결혼식 날, 갑작스럽게 10년 동안 연락이 끊겼던 고토코가 참석한다. 축의금을 전달하고 급하게 가려는 언니를 잡다가 마코토가 넘어져서 부상을 입게 된다. 자신 때문에 다친 동생을 대신해 고토코는 사건을 조사하게 되고, 요괴와 관련된 모로타 저택에 갔다가 다리 아래가 없는 형 와타루와 동생 도오루를 만나게 된다. 모로타 저택에 있는 그림은 과거 구로하타 가네쓰구라는 스님이 그린 그림인데, 그림을 본 순간 고토코와 노자키는 요괴가 그려져있다고 느낀다. 기묘한 것은 꼭 동생인 도오루가 자리를 비운 날만 요괴가 출연했다는 것이다. 꾀를 낸 이들은 도오루가 급하게 출장을 가는 상황을 만들고, 동생이 사라지자마자 형인 와타루는 기어서 집을 나서는데...

젠슈의 발소리에는 가족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가족은 서로 걱정을 하는 존재기도 하지만, 서로를 질투하고 때론 서로의 말과 행동에 마음을 다치기도 한다. 요괴 젠슈와 가슈소쿠세이가 도움을 받는 존재들 또한 그들과 비슷한 감정을 지닌 존재들의 도움을 받는다.

"젠슈는 아마 형제나 자매일 거예요. 형제에게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와 동시에 갇혀 있음으로써 뒤틀린 울분이 쌓여있는.......

한마디로 말해 와타루 씨와 젠슈는 우연히 파장이 맞았어요.

요즘은 '싱크로 한다'라고 하지만요."

이번에도 역시나 기묘하고 무섭지만, 그 안에 담긴 여러 인간사의 균열들과 문제점들을 작품을 통해 드러낸 사와무라 이치.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찾아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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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을 탄 소크라테스 - 최정상급 철학자들이 참가한 투르 드 프랑스
기욤 마르탱 지음, 류재화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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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사이클의 만남이라... 전혀 교집합이 없어 보이는 두 분야가 한 권의 책으로 합쳐진 데는 저자의 이력이 큰 몫을 했다. 기용 마르탱. 그는 현직 사이클 선수이자 철학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철학자다. 그랬기에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두 분야를 이 한 권으로 엮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덕분에 신선했다. 프랑스에서 열리는 투르 드 프랑스 사이클 경기 대회에 각국을 대표하는 철학자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모두 사이클 선수다. 참고로 투르 드 프랑스를 검색해 보니, 매년 7월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일주 사이클 대회라고 한다. 저자는 올해 이 대회에서 10위의 성적을 거뒀다고 하니 사이클계에서도 유명인 사인 것 같다.

그리스 대표 선수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다. 노익장을 과시하는 소크라테스와 중간 지대인 플라톤 그리고 젊은 피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들이 가진 강점(철학적)을 바탕으로 경기에 임한다. 독일 대표 선수는 니체와 칸트, 하이데거가 참여한다. 특이한 점이라면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독일팀의 매니저로 말이다. 그 밖에도 익숙한 이름의 철학자들이 선수로 대기 중이다. 자신들의 강점을 바탕으로 사이클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 위해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책을 읽는 내내 헷갈렸다. 물론 철학자들도 실존 인물이고, 이 책의 저자 역시 실존 인물이다. 단, 시대가 다른 이들이 한날한시 한 경기를 위해 모였다는 사실이 허구적인 요소긴 하지만 말이다. 여기서 내가 헷갈렸던 것은 이게 철학자들 사이의 가상의 이야기인지, 저자의 실제 이야기 인지이다. 저자의 이야기 같은 사이클 이야기가 나오다가 하나 둘 철학자들이 등장하며 사이클을 타며 자신들이 주장했던 철학의 이야기가 섞여 들어간다. 사이클과 철학의 접점을 찾아서 이야기를 서술한 것 자체만 해도 이미 놀라운데, 개별적인 특징들이 서로 어우러져서 하나의 분야같이 보이도록 이루어지도록 노력한 것만 해도 박수를 받을만하다. 아쉬운 점이라면... 그러기에 내가 사이클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책 속에는 정말 숨 가쁘게 이루어지는 경기 이야기가 담겨있다. 특히 2장부터는 실제 경기 중계와 같은 이야기가 등장한다. 어느 순간 이게 철학인지 사이클인지... 완전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봐야 할까?

주제는 신선했지만, 내용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철학만 해도 쉽지 않은 분야인데 사이클 경기 속에서 풀어낸 철학 이야기라서 내겐 신선한 만큼 낯설고 좀 어렵기도 했던 것 같다. 아마 사이클을 비롯한 경기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 올라왔다면 훨씬 흥미롭게 읽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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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BEER천가 - 본격 맥주 교양 원샷툰 한빛비즈 교양툰 27
몰트다운 지음, 블리자두 그림 / 한빛비즈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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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제대로 지린다. 이런 딱 맞는 라임을 참 좋아한다. 그 유명한 용비어천가에서 비어가 BEER(맥주)가 되다니! 제목이 이 정도인데 내용은 또 얼마나 들이댈까? 역시나 기대 이상의 B급 감성이 물씬~각종 애드리브와 패러디가 홍수를 이루는데, 상당수가 이해되는 걸 보면 쩝... 아하! 알고 웃으면 대폭소고, 가끔 이게 뭘까? 싶지만 모르고 봐도 평타 이상이다. 맥주 애호가들이 본다면 아마 배꼽을 잡고 뒤집어 질지도 모르겠다. (나는 애호가 수준은 아닌지라...)

지극히 FM으로 살아왔던지라, 정말 성인이 된 후 술을 맛보았다. (그것도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거의 안 먹음.) 지금까지 먹어본 술이라고 해봤자 맥주와 샴페인(샴페인도 술인가? 급검색해 봄.) 그리고 막걸리가 전부다. 소주 안 먹어봄, 위스키 안 먹어봄, 고량주 당근 안 먹어봄. 하하하;;;; 그런 내가 맥주교양툰을 읽고 있다니...!

사실 맥주의 종류는 전혀 몰랐다. 특정 제품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고, 과거에 동생이랑 한 번씩 카*드라이를 싸게 먹으려고 패트로 사 놓고 먹었다. 지금도 뭐... 싼 거 위주로 먹는다. 많이도 못 마신다. 작은 뚱캔 하나 정도? 가 정량이다.( 많이 먹어본 적 없어서 주량이 어느 정도 되는지 모름.) 그것도 요즘에는 무알코올로만 마신다.(무알코올 24캔 박스로 삼...) 그러다가 얼마 전 동생이 요즘 핫하디 핫한(책에도 나옴) 아사* 슈퍼 드라이를 두 캔 줬는데 뚜껑이 통째로 따져서 신기했고, 온도를 못 맞추니 거품이 무한 생성되어서 또 신기했고, 깔끔한데 무알코올 수준으로 취하지 않아서 또 신기했다.(역시 나는 프레시보다는 드라이 취향!)

삼천포로 빠졌지만, 이 책에는 맥주에 대한 상당한 지식이 마구 담겨있다. 맥주의 역사뿐 아니라, 맥주의 재료, 맥주의 종류, 나라별 맥주, 맥주의 맛 등 정말 맥주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봐야겠다. 시작은 독일이다. 1516년 맥주 순수령에 의해 맥주의 재료가 딱! 법으로 정해진다. 보리(몰트), 물 그리고 홉. 여기의 효모가 들어간다. 보리를 물에 담가 발아시키고 고온에서 로스팅 해서 건조한 것을 몰트라고 하는데, 이렇게 보리가 몰트화 되면 효소를 품게 된다. 원두도 로스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보리 역시 그렇다. 어떻게 로스팅을 하느냐에 따라 색도 달라지고 풍미도 달라진다고 한다. 두 번째는 물! 이 물은 경수와 연수로 나뉘는데, 유럽의 물처럼 미네랄 함량이 높은 물은 경수로 에일 느낌의 맥주와 어울린다고 한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화강암 지반인지라 연수로 만든다. 물과 보리는 그렇다고 쳐도 낯선 이름 홉. 생긴 것도 신기한 덩굴식물인데, 맥주 특유의 향을 내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맥주의 종류가 이렇게 다양하다는 데에 한 번 놀랐고, 나라 별로 맥주의 변천사가 이렇게 장황했다는 사실에 한번 더 놀랐다. 또한 IPA가 India Pale Ale의 약자였다는 것도!!! 인도 맥주? 이게 또 인도를 식민지화했던 영국과 관련이 있다. 맥주로부터 뻗어 나온 역사 중에는 파스퇴르의 영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미생물의 아버지이자 우유 이름(?)으로 유명한 파스퇴르가 사실은 맥주 효모를 연구했었다는 사실! 그의 저서 중에는 맥주연구라는 책이 있고, 영국 이트브레드 양조장과 함께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었다고 한다. 물론 맥주 만드는 법에 대한 레시피가 아니라, 저온살균을 통해 맥주 유통, 보관, 생산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었지만 말이다.

맥주만큼이나 맥주잔도 참 다양하다. 꿀 팀으로 책에는 많고 많은 맥주잔 중 꼭 구비해두면 좋을 잔도 언급이 되어있다. 그뿐만 아니라 어떻게 먹어야 맛있는지에 대한 팁도 담겨있으니 맥덕이라면 꼭!! 필독해야 할 책인 것 같다. 특히 말미에는 저자가 직접 제작한 수제 맥주(수제라고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게 아니라니...)에 대한 사진도 담겨있다. 역시 이렇게 맥주에 관한 전문적인 책을 쓸 정도의 마니아라면 당연히 손수 맥주를 만들 정도의 퀄리티는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책을 읽었다고 하루아침에 맥덕이 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편의점에 다양한 맥주를 보며 이건 봤던 거구나! 하고 나름의 아는 척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 만으로 만족한다. 또 책에 소개된 위젯이 들어있는 기네스북과 같은 이름을 쓰는 그 회사 맥주도 한번 저자가 준 꿀팁대로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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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 - 일도 인간관계도 버거운 당신에게
김민성 지음 / RISE(떠오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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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꿀 수 없는 것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라.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기에도 모자란 시간이다.

앞서 말하지 않았는가? 어떻게 시간을 소비하느냐에 따라 인생은 달라지는 법이라고.

제목을 읽으며 두 가지 생각이 한꺼번에 들었다. "맞아! 그렇게 생각하면 되지!" VS "이거 무슨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인가?" 하는 생각이었다. 세상의 때가 많이 묻어서일까? 좋게 볼 수 있는 것도 왠지 모르게 딴죽을 걸게 된다. 20대 때는 에세이를 참 자주 많이 읽었다. 세상을 핑크빛으로 보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세상에 발을 담그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기도 했던 것 같다. 취준생으로 시간을 보내며, 내 능력이 어디까지인 지 처절하게 깨달았다. 학벌도 좋지 못했고, 자존감은 바닥을 파고 내려가 지하까지 내디뎠으니 말이다. 당연히 대기업은 원서를 넣을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고, 웬만한 이름 있는 중견기업도 패스. 그러다 보니 희망연봉도 바닥을 쳤다. 자괴감이 들었다. 내가 정말 이것 밖에 안되는 사람이란 말인가?! 결국 작디작은 회사에 입사를 했다. 기대치가 높지 않았기에(내 자리, 내 전화가 있는 곳.) 처음 해본 회사 생활은 나름 재미있었다. 문제는 낮은 자존감이다.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하늘 일을 무척 많았는데, 그에 비해 연봉이 오르기는커녕 회사가 어렵고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삭감... 올라도 정말 쥐꼬리만큼 올랐다. 그래도 오래 해왔던 일이니까, 아이 둘을 키우는 내 사정을 회사가 알고 있으니까... 여러 가지 이유로 정당화시키며 주저앉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 덩그러니 놓여있었고, 그렇게 회사를 나왔다. 퇴사를 앞두고, 퇴사를 하고 얼마 후 우연히 접한 책들은 내 선택을 응원하고 있었다. 아니 좀 더 빠르게 나오지 그랬느냐는 채근도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싶었다. 이제라도 알았다는 것에 의의를 두자면...

이 책의 저자는 현재 CJ ENM에서 쇼호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김민성이다. 홈쇼핑 채널을 잘 보지 않는지라,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의 책을 읽으며 끄덕여지는 부분이 상당했다. 그의 이력은 참 특이했다. 무용을 전공하고, 학벌도 보잘것없는 전직 보험설계사 출신의 쇼호스트.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기에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늘 위축되어 있었고 덕분에 자존감도 참 낮았다고 한다. 그런 그가 어떻게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해서 쇼호스트뿐 아니라 강사로도 살아갈 수 있었을까?

우선 그는 긍정적이었다. 주눅 들고 포기하기 보다 우선은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한 편에 있었다. 쇼호스트를 준비하며 현대홈쇼핑 같은 채널에 원서를 넣을 기회가 있었다. 아직 준비가 부족했던지라 함께 준비하던 사람들은 아무도 원서를 넣지 않았지만,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도전해 봤다고 한다. 결과는? 단번에 붙었으면 드라마였을 텐데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물론 떨어졌다. 하지만 그때 프로필 사진을 비롯하여 미리 서류를 준비했었기에 다음에 기회가 주어졌을 때 면접 준비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결국은 합격하게 된다.

기억에 남는 내용이 여럿 있지만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자기 계발에 대한 내용이었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면 자기 계발을 위해 퇴근하고 학원을 다니거나 운동을 하면서 시간을 꽉 채워서 산다. 근데 저자는 글쎄...라고 딴지 아닌 딴죽을 건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녹초가 된 상태에서 더 이상 쓸 에너지가 없는데 강의를 듣고 운동을 하게 되면 결국 에너지를 바닥까지 퍼내는 결과가 일어난다고 한다. 결국 어디선가 티가 날 수밖에 없다. 가볍게 산책하기나 단순 작업 정도로 에너지의 극단적이 소진을 막자. 꼭 자기 계발이 필요하다면 점심시간을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물론 회사에 있을 때는 회사 일에만 올인하는 것이 중요하단다.

그 밖에도 힘든 인간관계와 상처 주는 사람들 속에서 살아남기, 자신의 몸값 올리기,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등 한번 즈음 고민하는 이야기들이 책 속에 담겨있다. 부유하고 넉넉하지 않았기에 그는 가지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여 최선의 결과가 주어지도록 참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 물론 저자의 말이 100% 모범답안은 아니겠지만, 이렇게도 해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의 페이지를 넘기며 이 책의 제목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 것 같다. 그래.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 된 것이니 너무 하나하나에 속상해하고 목메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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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려드립니다 몽실북스 청소년 문학
김이환.임지형.정명섭 지음 / 몽실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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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편의 단편소설이 담겨 있는 이 책의 제목은 "빌려드립니다"이다. 요즘은 참 다양한 대여 서비스가 있다. 계속 필요하지는 않기에 큰돈을 들여서 살 필요는 없지만 또 아쉬울 때가 생기는 경우 우리는 구독이나 대여 서비스를 이용한다. 시간 단위로 타는 자전거와 킥보드, 차량에서부터 전자책이나 티브이 채널을 구독해서 쓸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몇 개월 쓰는 덩치가 큰 유아 제품을 빌릴 수도 있고, 결혼식 하객 대여까지 가능하다고 하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빌려드립니다 속 이야기는 어떨까? 하나같이 SF적 요소가 담겨있다. 정말 미래 세계에는 이런 대여도 일어날까 싶을 정도다.

첫 번째 작품은 책을 대여하는 이야기다. 사실 책 대여야 지금도 익숙하게 접하는 내용인데 무슨 다른 점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바로 우주에서 일어나는 대여 서비스라서 흥미로웠다. 어드벤처 시티에 사는 중학생 정빈은 이슈마엘호 선장이다. 우주의 각 행성 간 이동이 필요한 사람들이나 물건들을 옮겨주는 택시나 택배 정도의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인공지능로봇 우팔리와 함께 이슈마엘호에 타고 있는 정빈은 조만간 aabb-098 행성이 폭발한다는 뉴스를 우팔리로부터 듣는다. 어느 날, 부녀가 이슈마엘호를 호출한다. 유리라는 아이는 플레이아데스 시티에 살고 있었는데, 그곳은 행성 전체가 도서관으로 이루어져 있는 곳이다. 그곳 주민들은 모두 도서관에서 일한다. 생일을 맞은 유리는 북클럽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는데, 얼마 전 생일선물로 좋아하는 작가 민트의 발표되지 않은 신간이 낫싱 시티에 있다는 첩보를 듣게 된다. 이미 사망한 지 십여 년이 지난 민트 작가의 미발표 신간이라니! 민트의 신간을 읽고 싶었던 유리는 정빈에게 부탁을 한다. 그곳은 낫싱 시티인데, 폐허가 되어 아무도 살지 않는 행성이다. 문제는 곧 폭발 예정인 aabb-098 근처의 행성이기에 큰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큰돈을 주겠다는 말에 솔깃해지는 정빈. 과연 정빈은 낫싱 시티에서 민트의 신간 소설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무사히 소설을 유리에게 전달해줄 수 있을까?

책과 초능력 그리고 친구. 책을 읽으며 가장 가지고 싶었던 것은 바로 초능력이었는데, 그럼에도 가장 공감이 갔던 것은 친구였다. 친구를 대여한다는 것 자체가 참 아이러니하지만...'대여한 친구는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까?'의 문제 때문이다.

각 이야기마다 청소년문학답게 소중한 교훈을 담고 있다. 시간이 흐르고, 과학기술이 급변한다고 해도 기본적인 인간의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때론 어렵고 힘든 상황을 겪지만 결국은 그 어려움을 이겨낼 때 비로소 한층 성장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빌릴 수 있는 시대 속에서, 진정 마음이 담긴 소중한 것은 과연 돈으로 빌릴 수 있을까?의 문제에 가닿게 되기에 더 깊은 생각의 여지를 마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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