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편의 단편소설이 담겨 있는 이 책의 제목은 "빌려드립니다"이다. 요즘은 참 다양한 대여 서비스가 있다. 계속 필요하지는 않기에 큰돈을 들여서 살 필요는 없지만 또 아쉬울 때가 생기는 경우 우리는 구독이나 대여 서비스를 이용한다. 시간 단위로 타는 자전거와 킥보드, 차량에서부터 전자책이나 티브이 채널을 구독해서 쓸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몇 개월 쓰는 덩치가 큰 유아 제품을 빌릴 수도 있고, 결혼식 하객 대여까지 가능하다고 하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빌려드립니다 속 이야기는 어떨까? 하나같이 SF적 요소가 담겨있다. 정말 미래 세계에는 이런 대여도 일어날까 싶을 정도다.
첫 번째 작품은 책을 대여하는 이야기다. 사실 책 대여야 지금도 익숙하게 접하는 내용인데 무슨 다른 점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바로 우주에서 일어나는 대여 서비스라서 흥미로웠다. 어드벤처 시티에 사는 중학생 정빈은 이슈마엘호 선장이다. 우주의 각 행성 간 이동이 필요한 사람들이나 물건들을 옮겨주는 택시나 택배 정도의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인공지능로봇 우팔리와 함께 이슈마엘호에 타고 있는 정빈은 조만간 aabb-098 행성이 폭발한다는 뉴스를 우팔리로부터 듣는다. 어느 날, 부녀가 이슈마엘호를 호출한다. 유리라는 아이는 플레이아데스 시티에 살고 있었는데, 그곳은 행성 전체가 도서관으로 이루어져 있는 곳이다. 그곳 주민들은 모두 도서관에서 일한다. 생일을 맞은 유리는 북클럽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는데, 얼마 전 생일선물로 좋아하는 작가 민트의 발표되지 않은 신간이 낫싱 시티에 있다는 첩보를 듣게 된다. 이미 사망한 지 십여 년이 지난 민트 작가의 미발표 신간이라니! 민트의 신간을 읽고 싶었던 유리는 정빈에게 부탁을 한다. 그곳은 낫싱 시티인데, 폐허가 되어 아무도 살지 않는 행성이다. 문제는 곧 폭발 예정인 aabb-098 근처의 행성이기에 큰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큰돈을 주겠다는 말에 솔깃해지는 정빈. 과연 정빈은 낫싱 시티에서 민트의 신간 소설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무사히 소설을 유리에게 전달해줄 수 있을까?
책과 초능력 그리고 친구. 책을 읽으며 가장 가지고 싶었던 것은 바로 초능력이었는데, 그럼에도 가장 공감이 갔던 것은 친구였다. 친구를 대여한다는 것 자체가 참 아이러니하지만...'대여한 친구는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까?'의 문제 때문이다.
각 이야기마다 청소년문학답게 소중한 교훈을 담고 있다. 시간이 흐르고, 과학기술이 급변한다고 해도 기본적인 인간의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때론 어렵고 힘든 상황을 겪지만 결국은 그 어려움을 이겨낼 때 비로소 한층 성장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빌릴 수 있는 시대 속에서, 진정 마음이 담긴 소중한 것은 과연 돈으로 빌릴 수 있을까?의 문제에 가닿게 되기에 더 깊은 생각의 여지를 마주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