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을 탄 소크라테스 - 최정상급 철학자들이 참가한 투르 드 프랑스
기욤 마르탱 지음, 류재화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학과 사이클의 만남이라... 전혀 교집합이 없어 보이는 두 분야가 한 권의 책으로 합쳐진 데는 저자의 이력이 큰 몫을 했다. 기용 마르탱. 그는 현직 사이클 선수이자 철학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철학자다. 그랬기에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두 분야를 이 한 권으로 엮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덕분에 신선했다. 프랑스에서 열리는 투르 드 프랑스 사이클 경기 대회에 각국을 대표하는 철학자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모두 사이클 선수다. 참고로 투르 드 프랑스를 검색해 보니, 매년 7월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일주 사이클 대회라고 한다. 저자는 올해 이 대회에서 10위의 성적을 거뒀다고 하니 사이클계에서도 유명인 사인 것 같다.

그리스 대표 선수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다. 노익장을 과시하는 소크라테스와 중간 지대인 플라톤 그리고 젊은 피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들이 가진 강점(철학적)을 바탕으로 경기에 임한다. 독일 대표 선수는 니체와 칸트, 하이데거가 참여한다. 특이한 점이라면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독일팀의 매니저로 말이다. 그 밖에도 익숙한 이름의 철학자들이 선수로 대기 중이다. 자신들의 강점을 바탕으로 사이클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 위해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책을 읽는 내내 헷갈렸다. 물론 철학자들도 실존 인물이고, 이 책의 저자 역시 실존 인물이다. 단, 시대가 다른 이들이 한날한시 한 경기를 위해 모였다는 사실이 허구적인 요소긴 하지만 말이다. 여기서 내가 헷갈렸던 것은 이게 철학자들 사이의 가상의 이야기인지, 저자의 실제 이야기 인지이다. 저자의 이야기 같은 사이클 이야기가 나오다가 하나 둘 철학자들이 등장하며 사이클을 타며 자신들이 주장했던 철학의 이야기가 섞여 들어간다. 사이클과 철학의 접점을 찾아서 이야기를 서술한 것 자체만 해도 이미 놀라운데, 개별적인 특징들이 서로 어우러져서 하나의 분야같이 보이도록 이루어지도록 노력한 것만 해도 박수를 받을만하다. 아쉬운 점이라면... 그러기에 내가 사이클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책 속에는 정말 숨 가쁘게 이루어지는 경기 이야기가 담겨있다. 특히 2장부터는 실제 경기 중계와 같은 이야기가 등장한다. 어느 순간 이게 철학인지 사이클인지... 완전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봐야 할까?

주제는 신선했지만, 내용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철학만 해도 쉽지 않은 분야인데 사이클 경기 속에서 풀어낸 철학 이야기라서 내겐 신선한 만큼 낯설고 좀 어렵기도 했던 것 같다. 아마 사이클을 비롯한 경기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 올라왔다면 훨씬 흥미롭게 읽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