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의사의 사계절
문푸른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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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병원 공포증이 있다. 병원을 안 가봐서 그런 걸까 싶긴 한데, 병원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피투성이가 된 환자가 떠오른다. 그렇다고 크게 다쳐 병원에 갔던 적도 없는데 왜 그런 이미지가 굳어졌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아이를 낳은 후 소아과는 줄기차게 가서 아무렇지 않지만, 응급실은 여전히 내게는 공포스러운 곳이다. 내가 아파서, 아이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몇 번 다녀오긴 했지만 응급실만 생각해도 진땀이 난다. 참 아이러니한 것이, 그럼에도 의사가 쓴 에세이나 드라마를 좋아한다. 신간이 나올 때마다 내 돈 내산 하는 작가에 본업이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사람이 있고, 소위 서평을 쓰기 시작한 계기는 이국종 교수의 골든아워를 읽고 나서니 말이다. 의사들의 책에는 병원에서 일어나는 실제적인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삶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필요할 때 읽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을 다잡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으니 말이다.

이 책 또한 저자가 의사다. 의사가 쓴 책은 워낙 어려운 전문용어가 많기에 읽기 쉽지 않겠다 싶을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한 편의 의학드라마 같다. 인턴 딱지를 막 뗀 초보 의사인 저자는 답답하고 숨 막히는 병원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군 입대를 선택한다. 그리고 전혀 예상치 않았던 곳에 공중보건의로 가게 된다. 무려 "섬"이었다. 섬에 갔던 기억이 많지 않아서인지 책을 통해 그가 전하는 섬에서의 생활은 전혀 낭만적이지 않았다. 물론 의사 생활 자체가 드라마와는 달랐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의사도 사람이라는 것. 그 팍팍한 생활 속에서도 사랑을 할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다.

인턴의 막바지에 대학병원에서 만난 스크럽 간호사 J는 저자가 들어간 수술방의 초자 간호사였다. 병원의 수간호사가 워낙 인턴들 사이에서도 악명 높은 사람이었던지라, J는 호되게 혼이 난다. 의사 중 하위계급인 인턴이었던 그는 그녀를 보는 순간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꼈다. 그날을 마무리하고 식사를 하러 갔다가 다시 그녀를 마주한 그는 그에게 힘내라는 위로의 말을 건넨다. 그렇게 마음을 주고받았던 둘은 결국 연인이 된다. 하지만 사귀기로 하고 5일 후 그는 입대를 한다. 그리고 전라도의 한 섬으로 발령을 받게 된다. 그렇게 둘의 원거리 연애가 시작된다.

낯선 섬에서의 의사 생활은 여러 가지로 힘이 들었지만, 저자는 섬에 유일한 의사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1년을 보냈던 것 같다. 그중 힘들었던 것은 자신이 의사인 양, 무언가를 요구하는 환자들과 험악한 분위기를 만드는 환자들이었다. 아무래도 섬에는 뱃사람들이 많다 보니, 전체적인 분위기가 험악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칼부림도 나고, 소주 병으로 서로를 가격해 피투성이가 된 체 찾아오기도 하고, 원하는 대로 진료가 안되었다고 대놓고 위협을 하기도 한다고 하니 참 놀라울 뿐이었다. 물론 파도 소리를 듣고 경치를 감상하며 힐링을 하기도 하고, 저자에게 여러 가지 도움을 주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고 한다. 책의 반은 진료를 보며 일어난 이야기이고, 반은 J와의 연애를 한 이야기였다. 책 속에 그녀 이야기를 읽으며 풋풋한 사랑 이야기에 나도 괜스레 설레었다. 과연 이 둘은 어떻게 될까?의 축과 의사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다양한 경험들이 책의 두 축이었던 것 같다.

1년간의 섬 공중보건의를 마치고 그는 경기도로 부임지를 옮겼다고 한다. 섬 의사의 사계절이라는 제목 그대로 책 속에는 인턴을 마치고 섬에서의 의사 생활을 했던 1년여의 이야기만 담겨있다. 그 이후의 이야기도 궁금하지만, 더 이상의 이야기를 마주할 수 없어서 아쉽긴 했다. 인턴은 정말 잘 시간도, 밥 먹을 시간도 없다는 데 역시나 그 말은 사실인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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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신 날
김혜정 지음 / 델피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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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쓴다는 건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글이 뚝딱 써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혜정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그녀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이 부신 날은 9편의 단편소설이 담겨있는 단편소설집이다. 눈이 부신 날이라는 제목은 9편 중 한 편의 제목으로, 이 작품이 표제작이라 할 수 있다. 각기 다른 상황 속에 처해있는 주인공들의 이야기 속에는 뭔지 모를 따뜻함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다들 자신만의 아픔과 핸디캡을 가지고 있다. 11세에 교통사고로 지체 1급 판정을 받은 작가가 보조 기구에 의지해 한자 한자 적은 글이 작품이 되어 한 권의 책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책 안에는 각가지 장애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주인공들이 많았다.

어린 시절 열병을 앓은 후 청각장애를 갖게 되었지만 헤비메탈을 즐기는 주인공 수연. '귀가 안 들리는 데 어떻게 음악을 들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쿵쿵 울리는 진동과 비트로 음악을 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척 놀랐다. 작품 속에는 그런 그녀가 꼭 듣고 싶던 희귀 음반을 구하는 이야기와 함께 남자친구의 친구들로부터 받은 실제적인 대우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담담하게 친구인 지우에게 편지 형식으로 전했지만, 그녀가 오롯이 겪어냈을 상처들이 느껴져서 참 안쓰러웠다.

뇌종양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다시 재발하고 전이되어 고통을 겪던 장누리는 뇌를 비롯하여 제 기능을 못하는 장기들을 이식받고 사이보그가 된다. 건강은 되찾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기 힘들어진 누리. 그렇게 그녀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기억에 남는 작품은 역시 표제작인 눈이 부신 날이라는 작품이었다. 신인배우로 시상식에서 상을 받게 된 핫한 여배우 지혜와 그녀를 멀리서 지켜보던 친구이자 조명 스텝 규호의 이야기였다. 어려서부터 연기자가 되고 싶었던 지혜 주변에는 그녀의 꿈을 비웃거나 안될 거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규호만은 그녀의 꿈을 응원해 주었다. 다른 학교로 진학하게 되면서 둘은 예전만큼 자주 만날 수 없게 되었고,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청소년 작품의 오디션을 준비 중인 지혜에게 응원의 말을 건넸던 규호. 오랜 시간이 흘러, 그녀는 드디어 배우로 인지도를 갖게 되었고, 신인상을 수상하던 날 둘은 한 장소에서 만났다. 하지만 지혜에서 신인배우 성이린이 된, 너무 눈부신 그녀에게 차마 다가가서 인사를 건넬 수 없었던 규호는(자신을 알아보지 못할까 봐도, 배우인 지혜에 비해 자신의 처지가 보잘것없이 느껴지기도 했기에...) 멀리서나마 지혜를 축하했다. 그리고 그렇게 끝날 것 같았던 이야기는 다시, 지혜의 목소리로 펼쳐진다. 과연 지혜는 규호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아니 지혜는 규호를 알아봤을까? 영화처럼 가슴 설레는 둘의 이야기를 읽으며 정말 눈이 부신 하루였겠다 싶었다. 솔직히 둘의 관계가 어떻게 이어질지 너무 궁금할 정도였다.

책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SF적 요소들이 담겨있어서 더 흥미로웠지만, 그럼에도 모든 이야기에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있었다. 어느 것도 편하게 할 수 없는 상황 속에 놓였다면, 온통 어둡고 음습한 이야기만 펼쳐놓지 않았을까라는 내 생각이 부끄러울 정도로 예쁘고 건강한 이야기가 많았다. 눈이 부실 정도로 밝고 건강하고 재미있기도 한 작품들 속에서 나 역시 밝아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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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사라진 날
할런 코벤 지음, 부선희 옮김 / 비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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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 진실보다 중요하다......."

할런 코벤의 신작 네가 사라진 날은 역시나 할런 코벤이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사건이 일어나고 사건을 풀어가면서 밝혀지는 사실들에 대해 안심을 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니 말이다. 경악할 만한 반전이 페이지를 넘길수록 드러난다. 마지막 장까지 말이다.

자산운용회사를 경영하는 사이먼 그린은 유명한 소아청소년과 의사인 잉그리드와 사이에서 세 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다. 큰 딸인 페이지는 유능한 아이였으나, 약물에 중독된 이후 집을 나간다. 딸을 찾아 나서지만, 페이지는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차에 이웃으로부터 페이지를 봤다는 이야기를 듣고 스토리베리 필즈에 갔다가 잔뜩 망가져버린 딸 페이지가 길거리 버스킹을 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딸을 부르지만, 딸의 남자친구인 에런 코벌이 딸을 막아서고 페이지는 도망간다. 약물중독자이자, 딸을 약물에 빠져들게 만든 사람이 에런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사이먼은 에런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이 일은 가십이 되어 각종 자극적인 기사로 이들 부부를 괴롭힌다. 돈 많은 중산층의 남자가 노숙자를 폭행했다는 이야기 덕분에 유튜브를 비롯한 매체에서 연일 이들을 향한 비판의 수위가 높아진다. 결국 유능한 변호인 헤스터 크림스타인을 통해 도움을 받게 되는 사이먼. 여전히 페이지는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

어느 날, 패그벤레이 형사가 사이먼을 찾아온다. 헤스터에게 연락을 하는 사이먼은 그와 어떤 말도 섞지 말라는 조언을 듣는다. 이미 에런과의 일은 마무리가 되었는데, 왜 형사가 찾아온 것일까? 며칠 전 에런 코벨이 사망한 채 발견되었고, 에런과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사이먼의 알리바이를 확인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결국 에런까지 사망하자, 더 이상 페이지를 찾는 길이 막혔다는 걸 알게 된 사이먼과 잉그리드는 에런이 살던 집으로 찾아가고 그곳에서 코닐리어스라는 노숙자를 만나게 된다. 페이지의 일을 알고 있던 코닐리어스는 로코라는 사람을 만나보라고 조언한다. 함께 로코를 만난 부부는 함께 있던 루서가 사이먼을 알아보게 되고 이들의 공격으로 잉그리드는 총을 맞고 의식을 잃게 된다. 잉그리드를 향한 총이 사이먼에게 가기 직전, 누군가의 도움으로 겨우 위험을 모면하게 되는 사이먼. 딸을 찾으려 왔던 곳에서 졸지에 아내마저 큰 부상을 입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고, 그럼에도 페이지를 찾아 나서지만 페이지를 둘러싼 예상치 못한 이야기가 펼쳐지기 시작하는데...

시작은 페이지가 어디 있느냐였다. 하지만 페이지를 찾아 나서면서 잉글리드의 과거 이야기에 가닿게 된다. 그리고 잉글리드의 과거에서 페이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지금은 유능한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명성을 얻고 있지만, 그녀 역시 약물중독자로, 잘못된 종교에 빠져있었던 과거를 가지고 있었다. 아빠인 사이먼이 딸을 찾기 위해 전전긍긍할 때, 잉그리드는 차가운 면모를 보여주었기에 뭔가 선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 또한 펼쳐진다. 그리고 점점 드러나는 또 다른 이야기 속에서 조금씩이들 간의 관계가 드러난다. 딸을 찾는다는 사실이 이렇게 공포스럽고 고통스러운 일이었던가? 딸을 찾는데 왜 이렇게 방해꾼들이 많은 걸까? 그리고 드러나는 마지막 진실 앞에서 입을 다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드러나는 것보다 가리는 것이 모두를 위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뭔가 개운하지 않다. 진실이 다 파헤쳐 졌지만, 진짜 진실은 드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마무리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강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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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보는 남자 안전가옥 오리지널 28
조경아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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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만나는 조경아 작가의 책이다. 특이한 점이라면 내가 만난 세 편의 작품의 주인공의 이름이 모두 테오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혹시나 했다. 3인칭 관찰자 시점과 복수 전자의 주인공 테오는 동일 인물이었다. 이번에도 테오였기에 혹시나 했는데, 이름만 같고 성은 달랐다. 전 작의 인물은 강테오였고,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반테오였으니 말이다. 이번에도 테오는 특이한 성향을 가진 인물로 묘사된다.

연석동에 연달아 사건이 일어난다. 공통점이라면 사망한 사람들이 다들 지병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과 가족이 없이 홀로 지내는 독거인이나 무연고자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자신의 집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는 것. 사건을 조사하던 형제 남제영은 이들이 사망하기 전 한 남자가 이들의 집을 다녀갔다는 사실을 제보받는다. 그리고 바로 그를 검거한다. 그의 이름은 반테오. 테오를 추궁하기 시작하는 제영은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테오가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테오가 풀려난다. 그리고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어려서부터 타인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길 좋아했던 테오는 왕따를 당하고 학폭을 당한다. 다행이라면 테오보다 어린 여동생 반고희가 성격도 싸움도 한가락 하는 인물이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오빠 테오를 괴롭힌 아이를 찾아가 함께 운동하는 선후배들과 함께 제대로 응징한 후, 누구도 테오를 괴롭히지 않는다. 한 사건을 계기로 테오는 학교를 그만둔다. 검정고시로 학력을 인정받는다. 그리고 집안 차고에 들어앉아 자신만의 세계를 가꾸어나간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은 힘들어하지만, 타인에게 도움이 줄 수 있는 일까지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테오는 자신이 딸 수 있는 자격증을 취득한다. 그중 하나가 공인중개사였다.

부모님을 가게 일로 바빠서 집에 잘 들어오지 않으셨다. 동생 고희 역시 독립을 했기에 집은 테오만의 아늑한 보금자리였다. 그러던 어느 날, 독립을 선언했던 고희가 다시 집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테오의 아지트인 차고에 자신의 짐을 하나 둘 옮기기 시작했다. 테오는 불편했다. 그래서 고희를 위한 집을 찾기 시작한다. 문제는, 집을 찾아 둘러보다가 자신의 재능을 발견했다는 데 있다. 집에 발을 들인 순간, 집에 모든 것이 3D로 다가왔다. 살고 있는 사람의 생활패턴이나 직업, 나이, 성격 등이 집을 보는 순간 떠올랐다. 고희를 내보내기 위해 부동산을 찾던 중 과거 안면이 있던 임서라를 다시 만나게 되는 테오. 테오의 부모님과 서라의 부모님이 가까이 지냈기에 서라와도 어울렸던 기억이 있는데, 마지막으로 본 것은 서라의 부모님 장례식이었으니 10년이 넘었다. 그 사이 서라는 많이 변해있었다. 그리고 부동산을 경영하는 정화산업개발의 대표가 되어 있었다.

고희의 집을 알아보는 것과 별개로, 테오는 부동산 관련 상담도 하고 있었다.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 편에서 구제하는 일에 자신의 지식을 동원해서 도움을 줬다. 부동산 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를 찾아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동네의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서 테오는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전에 집을 보여줬던 부동산을 찾아 집을 보러 간 날. 엄청난 악취가 진동을 했다. 처음 맡아보는 악취였다. 아무리 문을 두드리고 연락을 해도 연락이 닿지 않자 테오는 집 문을 열고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시신을 발견한다. 이상한 우연은 테오가 보고 다니는 집마다 얼마 후, 집 주인이 사망한 채 발견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테오는 범인이 아니었다. 누군가 테오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 과연 배후에서 테오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그의 정체는 누구일까?

사건을 풀어가며 테오는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또 다른 재능도 발견한다. 바로 추리 능력이다. 집을 보는 순간 집에서 사는 사람의 모든 것이 영상으로 보이는 이상한 능력을 가진 테오. 그리고 그 능력을 토대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간다. 사실 테오는 예민한 사람이긴 했지만, 문제가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타인과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는 것이 낯설었을 뿐... 그런 테오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감동을 맛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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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교 시네마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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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의 단편소설집을 만났다. 18편의 단편소설이 담겨있는데, 작품의 길이는 다 다르다. 2~3쪽 분량의 초단편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길어도 3~40 페이지를 넘지 않는다. 육교 시네마는 그중 제일 마지막에 있는 작품이다. 신기한 것은, 작가 후기에 모든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가 짧게나마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읽으면서 흠칫했던 작품이 있는데 아마릴리스라는 제목의 작품이었다. 스승의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제자가 스승의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등장하는 이야기였는데, 마치 저주의 말 같기도 하고, 마치 해리 포터의 이름을 부를 수 없는 자 볼드모트 혹은 귀신의 물음에 대답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떠오르는 게 도대체 아마릴리스가 무슨 뜻인가 싶었다. 스승의 죽음이 바로 이 아마릴리스와 연관이 된 듯한 뤼앙스를 가득 담아서 끝나는 작품을 읽은 후, 뭔지 궁금해 검색을 해보기도 했다. 근데 웬 꽃 이름이 등장?! 근데, 작가 후기를 읽고 진짜 이건 뭐 이 책 최고의 반전?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나....! 궁금하면 작가 후기를 꼭 읽어보자.

또 기억에 남는 작품은 보리의 바다에 뜬 우리라는 작품이었는데, 가나메와 가나에라는 쌍둥이 남매가 등장한다. 과거 수도원이었던 이곳은, 특정한 부유층들 사이에 입소문이 난 학교가 되었다. 소수의 사람들만 받는 이곳은 중, 고등학교 6년제 학교다. 새로운 신입생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가나메와 가나에는 설렌다. 드디어 패밀리!를 결성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타말라라는 이름의 여학생이었다. 적은 인원 덕분에 가끔 교장실에서 티타임을 갖기도 하는데, 그 자리에서 쌍둥이는 그녀를 마주하게 되었다. 반가움에 다가가지만, 타말라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교장으로부터 들은 바 타말라는 접촉 공포증이 있다고 한다. 미술실에서 큰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타말라에게 관심이 생긴 쌍둥이. 특히 패밀리의 일원이기에 더 가까이하고 싶어진다. 근데, 학교에 이상한 소문이 퍼진다. 티타임 때 타말라만 다른 색의 잔에 차를 마신다는 것이다. 확인해 보니 정말이었다. 타말라 앞에만 보라색 잔이 놓여있었던 것이다. 교장이 타말라에게 독을 탄다, 타말라의 부모가 타말라를 죽이기 위해 교장에게 사주했다는 소문이 퍼지고 패밀리의 귀에까지 들어간다. 결국 타말라를 지키기 위해 가나에는 타말라와 탈출을 시도하는데... 예상치 못한 결말에 다다라서 이번에도 놀랐다. 진실과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 그리고 예상치 못한 행동에 이르기까지 정말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니 말이다. 이 작품은 보리의 바다에 뜬 우리라는 작품의 스핀 오프라고 한다. 짧은 단편 소설을 읽고 나니 전 작이 궁금해진다. 이렇게 또 역주행을 해야 하나보다.

작품의 제목 자체가 반전스러운 작품도 있었다. 어디까지나 내 착각이었지만... 풍경이라는 작품이었는데, 여기서 풍경은 경치가 아니라 처마 끝에 달린 작은 종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미용실에서 들은 이야기라고 하면서 시작하는데, 과거 알던 미용사가 갑자기 사라졌단다. 수십 년 후에 비슷한 솜씨를 가진 미용사를 만나자, 혹시 그 사람인가 싶어서 물어본다.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된다. 미용사 K 씨는 자신의 어린 시절 겪었던 할아버지 댁에서의 기묘한 경험을 털어놓는다. 바로 풍경에 관한 이야기다.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소름 끼친다. 아무도 없는 아파트 복도 불이 갑자기 켜지는 것, 누구도 없는데 갑자기 현관 등이 켜지는 것.(물론 바람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도 무서운데, 바람조차 없는 날 갑자기 풍경소리가 들린다면....?

모든 작품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렇게 끝내기 아쉬운 작품들도 있었다. 조금 더 길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들이 여럿이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아쉬운 작품들은 보리의...처럼 장편으로도 등장하지 않을까? 작은 바람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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