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교 시네마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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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의 단편소설집을 만났다. 18편의 단편소설이 담겨있는데, 작품의 길이는 다 다르다. 2~3쪽 분량의 초단편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길어도 3~40 페이지를 넘지 않는다. 육교 시네마는 그중 제일 마지막에 있는 작품이다. 신기한 것은, 작가 후기에 모든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가 짧게나마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읽으면서 흠칫했던 작품이 있는데 아마릴리스라는 제목의 작품이었다. 스승의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제자가 스승의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등장하는 이야기였는데, 마치 저주의 말 같기도 하고, 마치 해리 포터의 이름을 부를 수 없는 자 볼드모트 혹은 귀신의 물음에 대답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떠오르는 게 도대체 아마릴리스가 무슨 뜻인가 싶었다. 스승의 죽음이 바로 이 아마릴리스와 연관이 된 듯한 뤼앙스를 가득 담아서 끝나는 작품을 읽은 후, 뭔지 궁금해 검색을 해보기도 했다. 근데 웬 꽃 이름이 등장?! 근데, 작가 후기를 읽고 진짜 이건 뭐 이 책 최고의 반전?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나....! 궁금하면 작가 후기를 꼭 읽어보자.

또 기억에 남는 작품은 보리의 바다에 뜬 우리라는 작품이었는데, 가나메와 가나에라는 쌍둥이 남매가 등장한다. 과거 수도원이었던 이곳은, 특정한 부유층들 사이에 입소문이 난 학교가 되었다. 소수의 사람들만 받는 이곳은 중, 고등학교 6년제 학교다. 새로운 신입생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가나메와 가나에는 설렌다. 드디어 패밀리!를 결성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타말라라는 이름의 여학생이었다. 적은 인원 덕분에 가끔 교장실에서 티타임을 갖기도 하는데, 그 자리에서 쌍둥이는 그녀를 마주하게 되었다. 반가움에 다가가지만, 타말라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교장으로부터 들은 바 타말라는 접촉 공포증이 있다고 한다. 미술실에서 큰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타말라에게 관심이 생긴 쌍둥이. 특히 패밀리의 일원이기에 더 가까이하고 싶어진다. 근데, 학교에 이상한 소문이 퍼진다. 티타임 때 타말라만 다른 색의 잔에 차를 마신다는 것이다. 확인해 보니 정말이었다. 타말라 앞에만 보라색 잔이 놓여있었던 것이다. 교장이 타말라에게 독을 탄다, 타말라의 부모가 타말라를 죽이기 위해 교장에게 사주했다는 소문이 퍼지고 패밀리의 귀에까지 들어간다. 결국 타말라를 지키기 위해 가나에는 타말라와 탈출을 시도하는데... 예상치 못한 결말에 다다라서 이번에도 놀랐다. 진실과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 그리고 예상치 못한 행동에 이르기까지 정말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니 말이다. 이 작품은 보리의 바다에 뜬 우리라는 작품의 스핀 오프라고 한다. 짧은 단편 소설을 읽고 나니 전 작이 궁금해진다. 이렇게 또 역주행을 해야 하나보다.

작품의 제목 자체가 반전스러운 작품도 있었다. 어디까지나 내 착각이었지만... 풍경이라는 작품이었는데, 여기서 풍경은 경치가 아니라 처마 끝에 달린 작은 종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미용실에서 들은 이야기라고 하면서 시작하는데, 과거 알던 미용사가 갑자기 사라졌단다. 수십 년 후에 비슷한 솜씨를 가진 미용사를 만나자, 혹시 그 사람인가 싶어서 물어본다.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된다. 미용사 K 씨는 자신의 어린 시절 겪었던 할아버지 댁에서의 기묘한 경험을 털어놓는다. 바로 풍경에 관한 이야기다.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소름 끼친다. 아무도 없는 아파트 복도 불이 갑자기 켜지는 것, 누구도 없는데 갑자기 현관 등이 켜지는 것.(물론 바람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도 무서운데, 바람조차 없는 날 갑자기 풍경소리가 들린다면....?

모든 작품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렇게 끝내기 아쉬운 작품들도 있었다. 조금 더 길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들이 여럿이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아쉬운 작품들은 보리의...처럼 장편으로도 등장하지 않을까? 작은 바람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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