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김인정 지음 / 웨일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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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일단 본 건 잘 잊지 않는다.

자신이 이미 본 것보다 약한 걸 보고 싶어 하는 방향으로 감각이 움직이는 법은 거의 없다.

일부 유튜버는 그래서 공중파 뉴스에서 본 것보다 더 자극적인, 더욱 위험한 상황에 뛰어드는 모습을 연출한다.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한 이래로 인간은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철학. 의학. 과학. 종교 등 다양한 학문이 발전하기 시작했지만, AI와 드론 등 다양한 기술의 발전을 이룬 현재에도, 아니 미래에도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고통이 사라지거나, 인류가 사라지지 않는 한 말이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라는 제목은 참 아프고 슬프다. 그 뜻이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이태원 할로윈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되었다. 세월호 참사는 내년이면 10년이 되고, 궁평 2지하차도 사건이 일어난 지 4개월이 지났다. 각종 재해는 지금도 끊임없이 일어난다. 당시에는 끔찍한 재해의 소식 앞에서 가슴을 졸이고, 안타까워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그 의미와 고통이 퇴색되기도 한다. 물론 사고와 관련성이 적은 타인의 입장에서다.

이 책의 저자는 현직 기자다. 그래서인지 각종 사고가 펼쳐질 때마다 상황을 보도해야 하는 기자의 입장에서의 민망함과 고민의 시선도 마주할 수 있다. 단독 특종을 놓치는 것과, 가족을 잃고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 가족들을 취재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고민을 한다. 신입 기자 시절에는, 차마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들에게 차마 카메라를 들이댈 수 없어서 장례식장 앞에서 주저주저하다 낙종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과연 알 권리는 어디까지 일까? 이런 이런 위험과 어려움을 시청자에게 알려주는 행위가 먼저일까? 아님 취재를 포기하고 당장 앞에 놓인 사람을 구하는 게 먼저일까? 좀 더 자극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앞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카메라를 들이대야 하는 상황이 과연 옳은 것일까?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일까?

책 속에는 비단 큰 사고뿐 아니라 SPC 끼임 사고처럼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고, 한파와 폭설, 폭염 등의 재해로 인해 벌어지는 사고에 대한 이야기도 다룬다. 매년 반복되는 폭염과 한파의 뉴스 속에는 쪽방촌에서 여름 나기, 빙판길 사고, 반지하 방 폭우 등 늘 반복되는 고통의 소식들 앞에서 과연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자신들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참 아이러니한 것은 우리는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한다는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하지만 한편으로는 구경을 하는 입장이 되기도 한다. 자신이 그 입장이 되지 않았기에 큰 재난과 고통과 불행의 뉴스를 계속 검색하고 또 검색한다. 과연 그 안에는 안타까움만 담겨있을까? 책을 읽으며 마냥 비판할 수만은 없었던 것이 나 역시 그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도 한 유명 연예인의 마약수사 관련 뉴스와 메달리스트였던 한 선수의 사생활에 관한 뉴스가 계속 이슈가 되고 있는데, 먼저 본 뉴스보다 더 속 사정이 담긴 뉴스를 또 찾고 찾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고통을 구경하는 우리 모두의 시선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 더 이상의 뉴스를 막아야 할까?

상실의 과정에서 인간은 기억을 재료로 애도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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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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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들의 경우 조업을 하기 전에 꼭 일기예보를 확인한다고 한다. 우리도 다음 날 중요한 일정이 있을 때(특히 소풍 같은)는 전날 일기예보를 꼭 확인하지 않나? 그런 면에서 시대 예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일기예보만큼 시대를 잘 살필 필요에서 저자는 이 제목을 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시대 예보 옆에 핵개인의 시대라는 소제목이 붙어있다. 핵가족을 넘어 이제는 핵개인이다. 부부와 자녀로만 이루어진 핵가족도 이제는 마주하는 게 쉽지 않다. 이제는 1인 가구의 비중도 많이 늘었다. 시장도 1인 가구를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으니 말이다.

저자는 시작에서 윤여정 배우를 언급한다. 지금은 세계시장에 K 팝 신드롬을 만들어내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30년 전으로 시계를 돌리면 지금과는 많이 다른 문화를 마주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1990년대 교포 출신 연예인들이 등장하면서 우리의 문화는 개편되었다. 물론 그들의 모습이 한국 문화 저변으로 깊숙이 들어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이제는 미국보다 뉴요커가 더 상위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그런 면에서 서울러라는 말 역시 그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삶의 단위가 국가가 아니라 도시로 재편되고 있다. 한편, 우리가 쓰는 용어들도 바뀌고 있다. 성차별적 용어들은 지탄을 받고 있다. 이제는 정상가족이라는 단어가 차별을 나타내는 용어가 되었다. 누가 정상이고, 누가 비정상인가? 자신이 가진 것을 드러내며 자신의 위치를 높이고자 혈안이 된 모습과 대비되는 소수자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가 대조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AI가 등장함에 따라 더 이상 많은 인력이 필요 없게 된다. 사람보다 기계가 더 월등히 빠른 능력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됨에 따라 직원들의 업무를 분장하고, 업무를 조율하는 중간관리급 직원들의 일이 사라지고, 그들의 자리가 위태롭게 되었다. AI의 등장은 편리함과 신속함을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과연 그게 모두에게 좋을 일일까? 당장 누군가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그게 바로 내가 될 수 있는 무서운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가족들 사이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출산율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의학이 발달됨에 따라 평균 수명이 100세를 넘어가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다 보니 노인 인구를 부양해야 할 젊은 층이 줄어간다. 과거 형제가 많고, 수명이 짧을 때는 20년을 부양 받은 자녀 세대가 부모를 부양하는 게 자연스러운 분위기였지만, 현재는 자녀 한 명이 두 부모를 부양해야 하고, 부모의 부모까지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물론 과거에 비해 노인을 의미하는 나이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나이'가 아닙니다.

지금의 '나'는 늙었기 때문에 무언가 해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젊을 때부터 시도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돌봄의 끝은 자립이고, 자립의 끝은 '내가 나의 삶을 잘 사는 것'입니다.

누구도 부양의 도구로 태어나지 않았다. 책무에 갇혀 자신의 삶을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삶은 끊어내야 한다. 시집살이를 지독하게 당한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되어서 자신이 당한 것을 고스란히 갚아주지 않으려면, 자신의 대에서 그 끈을 끊어내야 한다. 저자의 말처럼 부양은 내가 해야 할 일 중 하나이지, 나의 모든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저자는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나 임을 깨달아야 하는 시대가 바로 핵개인의 시대라고 이야기한다.

더 이상 우리의 핵개인 시대는 과거와 같은 무한 충성심을 요구하지 않는다. 충성심을 배우고, 그에 따라 삶을 희생하는 사회 분위기가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런 시대에 충성심을 대체할 만한 것은 자부심이다. 스스로의 프라이드를 지키고, 타인의 프라이드를 지켜주는 시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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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파친코 1 - 개정판 파친코 1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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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은 그저 이념이야. 자본주의나 공산주의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이념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잊게 돼.

그리고 높은 자리에 있는 지도자들은 그 이념에 지나치게 심취한 사람을 이용하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인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 배우가 출연해서 더욱 유명해진 웹드라마 파친코. 평소 TV와 같은 매체를 자주 접하지 않기에 웹드라마를 본 적은 없지만, 여기저기 입소문으로 워낙 유명한 소설이었기에 궁금했다. 보통 제목이나 표지 등은 작품과 긴밀히 연결되는데, 1권을 말미까지 파친코에 대한 내용은 1도 안 나온다. 도대체 왜 제목이 파친코인 걸까?

이 작품의 주인공은 김선자다. 노년의 선자를 윤여정 배우가 연기했다고 한다. 소설과 드라마의 차이가 있다고 하는데, 어떤 차이인지는 잘 모르겠다.(웹드라마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산 영도에서 하숙을 하는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 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김훈. 그는 소아마비로 걸음이 불편하고, 구순구개열을 가지고 태어났다. 하지만 누구보다 생활력이 강하고 자상한 훈이와 부모는 장애 때문에 결혼을 꿈꾸지도 못한다. 워낙 생활이 어렵던 터라, 입 하나 덜고자 하는 마음으로 양진의 아버지는 훈이에게 딸을 시집보낸다. 장애가 있을 뿐, 훈이는 양진을 참 많이 아꼈다. 둘 사이에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태어났지만, 죽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딸이 선자다. 훈은 선자를 무척 아끼고 사랑했다. 그러던 훈이 폐결핵으로 앓다 세상을 떠난다. 시부모를 여의고, 남편과 아이들 마저 앞세운 선자는 물려받은 하숙을 하며 딸 선자를 키운다. 그나마 텃밭에 키운 채소와 하숙하는 남자들이 주는 생선으로 겨우겨우 살림을 꾸려나가던 어느 날, 한 손님이 찾아온다. 과거 하숙집에 머물렀던 백요셉의 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젊은 목사 백이삭. 형 요셉이 있는 오사카로 떠나기 위해 잠시 머물기로 했지만, 그는 결핵을 심하게 앓고 있었다. 자신의 남편을 결핵으로 잃었던 터라, 양진은 이삭을 지극정성으로 간호한다.

한편, 장에 갔다가 일본 학생들에게 성추행을 당하게 되는 선자를 돕는 고한수. 그는 제주 태생으로 일본 오사카와 영도를 오가며 중개인을 하는 사람이었다. 한수와 조금씩 가까워지는 선자. 한수는 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늘 선자에게 좋은 선물을 해준다. 외국에서 수입해온 시계까지도... 그렇게 선자는 한수의 아내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한수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 준다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에게 몸을 허락한다. 하지만, 한수는 일본에 세 딸과 아내가 있는 몸이었다. 충격을 받은 선자. 이미 뱃속에는 아이가 생긴 상태다. 결국 한수의 첩이 되기를 포기하고, 한수를 떠나는 선자. 미혼모의 삶은 지금도 쉽지 않은데, 1930년 대는 더 할 것이다. 선자와 양진의 도움으로 목숨을 살린 이삭은 그런 선자를 자신의 아내로 맞기로 한다. 둘은 요셉이 있는 오사카로 떠나게 된다. 요셉과 아내 경희가 살고 있는 곳에 머물며 선자는 아들 노아를 낳는다. 하지만 요셉이 버는 돈으로 살림을 꾸려나가는 것은 힘에 부치다. 완고하고 가부장적인 남자인 요셉은 아내가 바깥일을 하는 것에 크게 반대한다. 하지만 노아를 공부시키기 위한 핑계로 둘은 김치와 장아찌를 만들어서 판다. 어느 날, 선자에게 김치 전부를 납품할 좋은 기회가 생기게 되는데...

1910년대부터 1962년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1권에는 일제강점기의 이야기와 함께 패망한 일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일본으로 건너가 사는 한인들의 팍팍한 삶이 녹아있는 소설 속 이야기에서 두 아들 노아와 모자수(모세의 일본 이름)를 키우는 선자. 그런 선자 주변을 배회하는 한수. 신사참배에 대한 거부로 옥에 갇혀 목숨을 잃게 되는 유목사와 죽기 직전에 집으로 돌아온 이삭. 한수의 부하이자 요셉의 아내인 경희를 짝사랑하는 조선 청년 김창호. 원자폭탄 폭격으로 큰 화상을 입고 돌아온 요셉과 어느덧 성장한 노아와 모자수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공부도 잘하고, 모든 것에 월등하지만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노아와 그런 형을 보며 불량학생(?)의 길을 걷는 모자수 형제의 대비가 또 다른 아픔을 상기시킨다.

태어났을 때부터 늘 그렇게 꾸준히 살아왔던 양진과 선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억척스럽게 살아간다. 조선이든, 일본이든, 영도건, 오사카 건 간에 말이다. 아직 파친코라는 제목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 1권. 2권에서는 구체적으로 이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될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애국심은 그저 이념이야. 자본주의나 공산주의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이념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잊게 돼.

그리고 높은 자리에 있는 지도자들은 그 이념에 지나치게 심취한 사람을 이용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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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 - 유대인 지혜의 원천
탈무드교육 연구회 엮음, 김정자 옮김 / 베이직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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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슬픔에 너 자신을 넘겨주지 말고 일부러 너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

마음의 기쁨은 곧 사람의 생명이며 즐거움은 곧 인간의 장수이다.

긴장을 풀고 마음을 달래라. 그리고 근심을 네게서 멀리 던져 버려라.

어린 시절부터 종종 마주했던 탈무드. 이솝우화 같기도 한 이야기책 느낌이에다, 그동안 만난 탈무드의 경우 대략 2~300페이지 분량의 한 권으로 되어 있어서 단행본 1권 정도일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제대로 된 탈무드를 접하게 되었는데, 탈무드가 1권이 아니라 63권에 이르는 방대한 책으로 사본 무게만 약 75kg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탈무드는 단순한 우화집이 아니라 유대인들의 율법서이자 법전 판례집으로 지금도 계속 업데이트(?) 되고 있다는 사실에 정말 놀랐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우리가 접했던 탈무드는 유대인의 율법과 법전 부분을 빼고, 실제 우리 생활에 적용 가능한 지혜의 말이나 예시가 담겨있는 형태로 제작되어서 소개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인간의 도리, 삶의 지혜, 결혼과 가정생활, 교육과 도덕, 돈과 사회정의로 나누어 탈무드의 내용을 담고 있다. 탈무드는 유대인의 책이기에, 책 속에는 성경의 내용들이 상당수 등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랍비들이 나누었던 이야기들도 담겨있다.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 랍비의 이름들도 있는데 읽다 보면 익숙해질 정도다. 물론 현재까지 적용되는 내용을 위주로 책을 구성했겠지만, 더러 우리 정서와 다르거나 두 개의 의견을 다 옳다 여겨지는 듯한 글도 있어서 좀 헷갈리기도 하다. 바로 이런 면(모범 정답이 없는, 혹은 정답이 하나가 아닌) 때문에 탈무드를 읽고 토론하는 문화가 형성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또한 해보았다.

탈무드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물론 실제 탈무드에 대해 알고 보니 편저자의 능력이라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우화와 같은 형태로 구성되어 있기에 내용을 이해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문화가 다른 우리나라에서도 탈무드는 계속 사랑을 받는 것 같다. 특히 신기했던 것은 부부간의 관계나 고부간의 관계 등의 문제들에 대한 조언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유대인들이 가난한 것을 가장 고통스러워한다는 것(그래서 유대인은 부자가 많은 것일까?)과 부모보다 스승에 대한 대우를 더 강조하고 있다는 것 또한 신기했다. 오랜 삶의 연륜이 주는 지혜뿐 아니라 실생활에 접목 가능한 내용들도 더러 있었다. 걔 중에는 어떤 면에서 보기에는 기회주의자 같은 생각이 드는 면모도 있긴 했는데 그는 해석하기 나름일지도 모르겠다.

책 말미에는 탈무드 속 명언이 각 주제별로 담겨있었다. 역시 명언들이라서 그런지 하나같이 와닿고 또 기억해야 할 내용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고기는 언제나 입으로 낚인다. 사람도 역시 입으로 걸린다.

남을 헐뜯는 것은 세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자기 자신과 상대방 그리고 그것을 듣고 있는 사람이다.


슬픔에 너 자신을 넘겨주지 말고 일부러 너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

마음의 기쁨은 곧 사람의 생명이며 즐거움은 곧 인간의 장수이다.

긴장을 풀고 마음을 달래라. 그리고 근심을 네게서 멀리 던져 버려라.

물고기는 언제나 입으로 낚인다. 사람도 역시 입으로 걸린다.

남을 헐뜯는 것은 세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자기 자신과 상대방 그리고 그것을 듣고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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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배 페스카마
정성문 지음 / 예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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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의 단편소설이 담긴 소설집의 마지막 작품이 표제작인 욕망의 배 페스카마다. 페스카마라는 이름이 낯설었는데, 이 작품을 실제 있었던 사건(페스카마 15호)을 바탕으로 쓰인 소설이라고 한다. 그러고 나서 실제 사건을 찾아보니, 작품 속 이야기와 상당 부분 닮아있었다. 책 속 인권단체 한누리의 최만복 간사로부터 사건을 의뢰받고 범인이었던 조선족들을 변호한 인물이 김형섭으로 그려졌는데, 실제 변호인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아주 유명한 인물이었다. 덕분에 책 속 이야기처럼 주범으로 몰렸던 1명을 제외하고는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해졌다고 한다.

각 작품은 각기 자신만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데, 읽는 내내 연작소설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등장인물도, 상황도 다르지만 앞 전의 작품 속에서 등장한 인물들과 뭔가 비슷한 연결고리가 이어지는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가령 백수가 된 아버지와 취준생 아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에서 아버지는 과거 은행에 종사했던 인물이었는데, 자금중개회사 등의 전전하게 된다. 뒤 작품에도 비슷한 직업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래서인지 이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중 기억에 남는 작품은 퉁차이라는 작품과 백소령의 여름이라는 작품이었는데, 퉁차이는 과거 내가 신혼여행 갔을 때 느꼈던 내용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였고 백소령의 여름에는 주인공이 자전거로 전국 종주를 하는데, 우연찮게 사춘기 세 아들과 엄마가 자전거 종주를 하는 에세이를 비슷한 시기에 읽었던 터라 더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퉁차이라고 불리는 이동찬은 신혼여행지 가이드다. 나 역시 멀지 않은 곳으로 신혼여행을 갔는데, 패키지가 아니었지만 허니문 특전으로 몇몇 유명 여행지를 관광시켜 주거나 첫날과 마지막 날 픽업과 샌딩 서비스를 받았었다. 덕분에 첫날 마지막 팀이 나오기까지 공항에서 몇 시간을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몇몇 관광을 하는데, 우리를 담당했던 가이드(부장)가 좋은 곳 몇몇을 소개하며 약간의 압박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면서 신혼여행 와서도 이런 걸 안 보고 가면 어떻게 하냐는 식의 이야기까지 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는 이미 오기 전에 다른 관광을 예약했던 터라, 나중에 상황을 안 가이드가 민망해하긴 했지만, 같은 호텔에 묵어서 친구가 된 부부는 가이드가 권한 핑크 돌고래를 보는 관광에서 돌고래를 보지 못하면 책임지라는 이야기까지 하면서 그 관광을 갔던 기억이 있다. 그나마 우리는 책 속에 나온 것처럼 패키지여행이 아니었던지라 피해(?)를 상대적으로 덜 보긴 했지만 책을 읽으며 생각해 보니 굳이 픽업 서비스 때문에 공항에서 몇 시간을 기다릴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처음에는 허니문 온 신혼부부들을 소개하고 리베이트를 받았던 퉁차이가 나중에는 그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호객행위를 피하고 자유여행하는 법에 대한 정보를 유료로 제공하는 걸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긴 했다.

백소령의 여름에는 전직 여행기자가 등장한다. 우연히 자전거 국토종주를 취재하기 위해 합류했던 여행 이후로 자전거의 참 맛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코로나와 여러 가지로 회사가 문을 닫게 되면서 졸지에 실업자가 된 주인공은 아는 선배의 출판사에서 전래동화 중 한 권인 선녀와 나무꾼을 쓰기로 한다. 직업병 때문인지, 선녀와 나무꾼의 유래를 알아보던 그는 지리산으로 자전거 취재를 떠나기로 하고 길을 나서는데... 국토종주에 관한 이야기가 처음에 등장하는데, 자전거 라이더의 복장에 관한 이야기와 이화령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나서 실제 에세이를 읽다 보니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더 흥미로웠다. 마치 두 이야기가 연결된 듯한 기분이었다.

그 밖에도 표제작 역시 묵직한 여운을 담아냈다. 그중 가장 악랄하게 조선족 선원들을 괴롭혔던 갑판장 김선두는 큰 빚을 지고 있었기에 이번 항해의 어획량에 목숨을 걸고 있었다. 처음부터 조선족 선원들이 한국인 선원들을 향해 칼을 겨눈 건 아니었다. 계속되는 폭력과 인권모독, 수면 등의 기본적 욕구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던 데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겁을 줬기 때문에 결국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런 면에서 김선두가 차라리 처음부터 자신의 상황을 오픈하고 서로 도우며 항해를 해나갔다면 이런 끔찍한 결말이 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에 가슴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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