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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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들의 경우 조업을 하기 전에 꼭 일기예보를 확인한다고 한다. 우리도 다음 날 중요한 일정이 있을 때(특히 소풍 같은)는 전날 일기예보를 꼭 확인하지 않나? 그런 면에서 시대 예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일기예보만큼 시대를 잘 살필 필요에서 저자는 이 제목을 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시대 예보 옆에 핵개인의 시대라는 소제목이 붙어있다. 핵가족을 넘어 이제는 핵개인이다. 부부와 자녀로만 이루어진 핵가족도 이제는 마주하는 게 쉽지 않다. 이제는 1인 가구의 비중도 많이 늘었다. 시장도 1인 가구를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으니 말이다.

저자는 시작에서 윤여정 배우를 언급한다. 지금은 세계시장에 K 팝 신드롬을 만들어내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30년 전으로 시계를 돌리면 지금과는 많이 다른 문화를 마주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1990년대 교포 출신 연예인들이 등장하면서 우리의 문화는 개편되었다. 물론 그들의 모습이 한국 문화 저변으로 깊숙이 들어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이제는 미국보다 뉴요커가 더 상위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그런 면에서 서울러라는 말 역시 그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삶의 단위가 국가가 아니라 도시로 재편되고 있다. 한편, 우리가 쓰는 용어들도 바뀌고 있다. 성차별적 용어들은 지탄을 받고 있다. 이제는 정상가족이라는 단어가 차별을 나타내는 용어가 되었다. 누가 정상이고, 누가 비정상인가? 자신이 가진 것을 드러내며 자신의 위치를 높이고자 혈안이 된 모습과 대비되는 소수자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가 대조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AI가 등장함에 따라 더 이상 많은 인력이 필요 없게 된다. 사람보다 기계가 더 월등히 빠른 능력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됨에 따라 직원들의 업무를 분장하고, 업무를 조율하는 중간관리급 직원들의 일이 사라지고, 그들의 자리가 위태롭게 되었다. AI의 등장은 편리함과 신속함을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과연 그게 모두에게 좋을 일일까? 당장 누군가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그게 바로 내가 될 수 있는 무서운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가족들 사이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출산율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의학이 발달됨에 따라 평균 수명이 100세를 넘어가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다 보니 노인 인구를 부양해야 할 젊은 층이 줄어간다. 과거 형제가 많고, 수명이 짧을 때는 20년을 부양 받은 자녀 세대가 부모를 부양하는 게 자연스러운 분위기였지만, 현재는 자녀 한 명이 두 부모를 부양해야 하고, 부모의 부모까지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물론 과거에 비해 노인을 의미하는 나이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나이'가 아닙니다.

지금의 '나'는 늙었기 때문에 무언가 해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젊을 때부터 시도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돌봄의 끝은 자립이고, 자립의 끝은 '내가 나의 삶을 잘 사는 것'입니다.

누구도 부양의 도구로 태어나지 않았다. 책무에 갇혀 자신의 삶을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삶은 끊어내야 한다. 시집살이를 지독하게 당한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되어서 자신이 당한 것을 고스란히 갚아주지 않으려면, 자신의 대에서 그 끈을 끊어내야 한다. 저자의 말처럼 부양은 내가 해야 할 일 중 하나이지, 나의 모든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저자는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나 임을 깨달아야 하는 시대가 바로 핵개인의 시대라고 이야기한다.

더 이상 우리의 핵개인 시대는 과거와 같은 무한 충성심을 요구하지 않는다. 충성심을 배우고, 그에 따라 삶을 희생하는 사회 분위기가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런 시대에 충성심을 대체할 만한 것은 자부심이다. 스스로의 프라이드를 지키고, 타인의 프라이드를 지켜주는 시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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