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 유쾌하고 신랄한 여자 장의사의 좋은 죽음 안내서 ㅣ 시체 시리즈
케이틀린 도티 지음, 임희근 옮김 / 반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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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죽음에 대해 터놓고 얘기하는 것은 일종의 공포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일이며, 우리에게 일어나기 전에 우리 주변 사람들에게도 일어날 것입니다.

p21 우리는 최선을 다해 죽음을 가장자리로 밀어내고, 시신을 강철 문 뒤에 두고, 환자와 죽어가는 사람들을 병실에 몰아넣는다. 죽음을 너무나 잘 숨기는 바람에, 우리가 죽지 않는 첫 세대라고 거의 믿어도 될 지경이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모두 죽을 것이며 우리도 그 사실을 안다

 

책의 저자인 케이틀린 도티는 20대에 여성 장의사로서 장례업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그녀가 20대 여성으로서 장의사라는 직업을 택한 이유는 어린 시절 목격한 죽음 때문입니다. 우연히 쇼핑몰에서 추락사한 아이를 보고 당시 여덟 살이었던 그녀는 큰 충격에 빠집니다. 그러나 죽음을 부정하는 문화 안에서 그녀는 어떤 설명도, 위로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이때부터 죽음에 대한 병적인 집착이 시작되었습니다. 대학에서 중세사를 전공한 것도 죽음을 학문적으로 가까이 접하고자 했던 욕망의 결과물이었습니다. 졸업 후 그녀는 화장터에서 일하며, 이 경험을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스스로 치유하기 위한 방편으로 삼습니다.

p200 유해가 납골함에 담겨 나오면 누가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손자손녀가 있었는지, 대역죄인이었는지 말할 수 없다. “너는 먼지였으니, 먼지로 돌아갈지어다.” 한 명의 성인으로서 당신의 재와 나의 재는 같고, 남는 것은 1.8-3.2킬로그램의 회색 재와 뼈뿐이다.

 

책에는 화장터에서 일하며 죽음과 함께한 경험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시체 한 구 한 구에 얽힌 흥미진진한 에피소드와 함께, 시신을 운반하고 화장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저자와 함께 재로 가득한 화장장을 거니는 듯한 간접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방부 처리와 화장을 명확하고 생생한 이미지로 묘사하여 우리가 죽은 후에 우리가 어떻게 되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p240 시신들을 대하다 보면, 나 자신의 죽음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대면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영광스럽게 포장해도 시체는 우리가 먹고 싸고 끝내 죽을 수 밖에 없는 동물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려준다. 우리는 모두 앞으로 시신이 될 사람들인 것이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저자가 샌프란시스코의 장례식장에서 일한 해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독자들을 쉽게 슬픔에 빠뜨릴 수 있고 때로는 금기 사항을 접근하기 쉽고 흥미롭게 만듭니다.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면 ‘죽음이 비정상적이거나 숨겨지거나 신비스럽지 않아야한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하게 됩니다.

p323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사랑하는 누군가가 죽었을 때 충격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건 “왜 사람들은 죽는가?” “이런 일이 어째서 나한테 일어나는가?“ 같은 더 큰 실존적 물음의 짐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슬픔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거라는 뜻이다. 죽음이란 당신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죽음의 역사와 죽음의 의식, 그리고 죽음을 다루는 이상적인 방법에 대한 철학적 사고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역사를 엮어 내면서 많은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었습니다. 때로는 불편한 이야기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저자의 재치있고 솔직한 문장들은 매력적입니다.

죽음에 이르는 길은 모두 다르지만 죽음은 누구에게나 끝입니다. 그러나 죽음 이후에도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죽음 이후에 몸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약간 궁금한 분들을 위해, 이 책은 의심할 여지없이, 알고 싶은 모든 (그리고 아마도 그 이상)을 줄 것입니다.

죽음에 대한 우리의 병적인 두려움은 죽음을 어둡고 나쁜 운명 같은 것으로 취급하는 데서 오는 것 같다. 해결책은 ‘전통적’인 장례의 모든 비상식적인 것들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 P69

인간의 대단한 승리는, 우리 뇌가 수백 수천년간 진화하여 우리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일이다. 인간은 슬프게도 자의식이 있는 생물이다. 비록 우리가 죽는다는 사실을 부정할 창의적인 방법들을 찾으려고 하루 종일 움직인다 해도, 자신이 아무리 힘 세고 사랑받고 특별하다 느낀다 해도, 언젠가는 죽어서 썩을 몸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는 이 지상에서 우리 종의 귀중한 일부만이 공유하는 마음의 짐이다.
- P99

죽음은 알려져야 한다. 어려운 정신적, 육체적. 정서적 과정으로서 사람들에게 알려져야 하고 존중받아야 하며, 있는 그대로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 P183

홀로 내버려두면 인체는 썩고 부패하고 분해되어 영광스럽게 원래 나왔던 흙으로 돌아간다. 이 과정을 막기 위해 시신을 방부처리하고, 무거운 보호용 관을 사용하는 관습은, 불가피한 것을 모면해보려는 필사적 시도이며 우리가 명백하게 해체에 대한 공포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 P228

내가 볼 때 좋은 죽음이란, 지금까지 하던 일을 잘 정리하고, 전할 필요가 있는 좋고 나쁜 말을 전하고, 죽을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좋은 죽음이란 수많은 고통과 괴로움을 견딜 필요없이 죽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좋은 죽음이란 죽음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죽을 시간이 왔을 때 싸우지 않는다는 뜻이다.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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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0-10-27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읽었습니다 ^^. 죽음과 늙고 병듦이 자연스럼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들에 대항하는 과학과 의학 발전에 열광하는 인간들만 남아있어요. 죽음을 경험하고 그 죽음에 애도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모든 사람의 자연스러운 모습일텐데 말이죠.
 
Enola Holmes: The Case of the Missing Marquess (Paperback) - 넷플릭스 '에놀라 홈즈' 원작 ㅣ Enola Homes Mystery (Paperback) 1
낸시 스프링어 / Philomel Books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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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상 전부였고 믿고 의지했던 엄마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면 어떨까요? 그 전에 어떤 언질도 주지 않았고 그렇다고 외적으로 힘든 상황이 닥친 것도 아닌데 사라졌다면, 심한 충격을 넘어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까싶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주인공 에놀라는 자신의 현실과 마주하는 힘을 스스로 길러나갑니다.

에놀라는 어머니와 시골에서 외롭고 고독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녀의 생일에 어머니는 사라집니다. 에놀라는 어머니가 변덕스럽게 외출 한 것이 아니라 숨막히는 생활 방식에서 고의적으로 탈출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에놀라는 버림받은 것에 대해 상충되는 분노의 감정과 엄격한 사회 규범에서 벗어나 어머니와 함께 하고 싶어집니다.

10년동안 방문하지 않은 오빠인 마이 크로프트와 셜록에게 알립니다. 두 남자는 에놀라가 역에서 그들을 데리러 왔을 때 알아보지 못합니다. (자전거로, 바지를 입고 –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어린 소녀에게는 적합하지 않음). 그들은 어머니의 갑작스런 실종을 여성적인 히스테리로 일축하고, 에놀라를 기숙 학교로 보내야 합당한 젊은 아가씨로 자라 나야한다고 결정합니다.

에놀라는 계획했던 삶에서 벗어나 어머니를 찾기 위해 변장한 채 런던으로 도망칩니다. 그러나, 사라진 투크스베리 후작 사건에 연루되면서 그녀의 여정은 차질이 생깁니다. 그녀는 어린 후작의 행방을 우연히 발견하고 그와 함께 납치됩니다. 탈출하기 위해 서로를 돕습니다. 에놀라가 두 명의 살인 악당에게 납치되는 상황에 처할 때마다 책을 절대 내려 놓을 수없었습니다. 이야기가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모든 캐릭터와 함께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에놀라는 여러 가지로 오빠들과 달랐습니다. 그녀는 강한 마음과 고집이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결국 엄마를 찾는 여정을 통해 자기 자신을 찾게 됩니다.

특히, 에놀라가 입어야하는 옷에 대한 정교한 묘사가 좋았습니다. 딸을 떠난 어머니와 에놀라가 수수께끼를 좋아했고, 그것이 이야기에서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에놀라의 이름조차도 그 자체로 일종의 수수께끼입니다)

이야기의 약간의 단점을 언급하자면, 에놀라가 해결한 사건은 실제로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전체 시리즈에 대한 소개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주인공 을 제시하고 빅토리아 시대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한 의미 (특히 이 세상에서 독립적이고 강한 소녀가 이질적인 대상으로 보이는 방식)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데 사용됩니다.

이 책이 끝날 때까지 에놀라의 실종된 어머니의 경우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말이 어떻게 계속될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흥미진진하고 모험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런던에 사는 14세 소녀가 엄마를 찾으려고 하는 많은 위험을 안고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작가인 낸시 스프링거는 1923년에서 1927년에 출판된 셜록홈즈 시리즈 10개의 이야기를 참고해 만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녀는 미국의 미스터리 작가로부터 영예를 얻었습니다. 그녀는 또한 에드거 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작가입니다.

이 책은 많은 의문을 남깁니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은 "왜 에놀라의 어머니가 에 놀라를 데려 오지 않았을까?“입니다. 그 질문은 두 번째 책을 더욱 기대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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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프레드 울만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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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 슈투트가르트를 배경으로 한 이 책은 유대인 의사의 중산층 아들인 한스와 유명한 귀족 가족의 후예인 콘라딘이라는 두 십대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이자 유대인 한스는 가장 유명한 학교인 칼 알렉산서 김나지움에 다닙니다. 귀족풍의 우아한 옷을 입은 독일소년 콘 라딘이 전학을 옵니다. 콘라드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한스는 학교에서 튀기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수집하는 오래된 동전들로 그의 환심을 사고, 둘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서로에게 깊은 유대감을 가지고 성장합니다.

한스는 집에 자주 친구를 초대해서 놀지만 콘라딘은 집에 초대하지 않다가 부모가 집을 비울때만 초대합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어머니가 유태인 혐오주의자였습니다.

시간은 흘러 히틀러와 나치가 권력을 잡게 되고 유대인인 한스의 가족은 점점 위기를 맞게 됩니다. 한스의 부모는 더 위험해지기 전에 그를 미국으로 보냅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독일인이었던 그의 부모는 독일에 의해 자살을 강요당합니다.

30년이 지난 후, 미국에서 한스는 하버드로 진학하여 변호사가 됩니다. 삶 전체가 망가진 그는 삶에 회의감을 느끼며 살아가는데 독일에서 모금운동에 참여해달라는 편지를 받습니다. 김나지움에 재학 중 나치에 의해 피해를 본 학생들을 위한 성금인데 그의 친구들의 이름들도 있었습니다. 그 편지를 받고 그는 과거를 회상합니다.

짧지만 누구나 한번쯤 느껴봤을 감정들이 정말 잘 묘사되어있고 책에 빠져서 그런지 실화같이 느껴졌습니다. 콘라딘이 전학 온 이후, 한스는 이 소년을 면밀히 관찰합니다. 쉽사리 그에게 다가가서 그와 친구가 되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른 친구무리들이 그 소년에게 다가가서 친해지려다가 퇴짜를 맞는 장면들을 섬세하게 관찰합니다. 반 학급에서의 미묘한 인간관계를 파악하는 능력, 그리고 콘라드에게 다가가고자 주인공 한스가 취했던 전략들은 흥미롭고 공감이 가기도 했습니다.

히틀러 영향으로 아이들이 잔인하게 유태인 친구를 고립시키고 선생님마저 분위기를 조장하고 괴롭혀도 넘어가고 은유적이지만 누구나 알 수 있게 유태인을 비난하는 모습이 충격적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유대인 입장에서 쓰여진 부분은 아쉬웠습니다. 홀로코스트의 기억들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끔찍한 현실인 것임은 맞는 것이지만, 유대인이 아닌 순수 독일인의 입

장에서 그 순간들을 다시 돌이켜 보게 된다면 독일인에게 있어서는 유대인들이 완전히 다른 형태로 기억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는 1932년 2월에 내 삶으로 들어와서 다시는 떠나지 않았다"

책의 마지막까지 읽고 난 후, 다시 책의 첫 문장을 다시 읽었습니다. 그제서야 비로소 그 마지막 문장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짦은 이야기이지만 마지막까지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됩니다.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완벽히 담아낸 작가의 필력에 놀라울 따름입니다.

나는 세세한 것들 하나하나까지 다 기억하고 있다. 무거운 책상과 걸상이 있던 교실, 마흔 개의 축축한 겨울 코트에서 풍겨 나는 시큼한 곰팡내, 눈 녹은 물이 고인 웅덩이들, 전에 한때, 그러니까 혁명 이전에 빌헬름 황제와 뷔르템베르크 왕의 초상화가 걸려 있던 자리임을 보여 주는 회색 벽에 남은 누르스름한 선들. 지금도 나는 눈을 감으면 내 급우들의 뒷모습을 볼 수 있다.
- P22

나는 그날 콘라딘이 내게 무슨 말을 했고 내가 그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많은 것을 기억하지는 못한다. 내가 아는 것은 다만 우리가 젊은 두 연인처럼 한 시간쯤 길을 다라 오르내렸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불안해하며 서로를 어려워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그것이 겨우 시작일 뿐이며 이제부터는 내 삶이 더 이상 공허하거나 따분하지 않고 우리 둘 모두에 대한 희망과 풍요로 가득 차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 P52

우리가 생각하기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어떻게 하면 삶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을지 배우는 것이었고 이것은 삶에 어떤 목적이 있는지, 과연 있기나 한지, 또 이 놀랍고 헤아릴 수 없는 우주에서 인간의 조건이 무엇일지 알아내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것이었다. 우리에게는 히틀러니 무솔리니니 하는 덧없고 우스꽝스러운 인물들보다 훨씬 더 중요한, 진정하고도 영원한 의의라는 문제가 있었다
- P62

이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더 이상 삶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이 가치 없으면서도 어떻게 해서인지 유일하게 가치 있는 삶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인 것 같았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무슨 목적을 위해? 우리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인류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해야 이 잘 안되는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을까?
- P70

내가 알고 있던 것은 여기가 시작도 끝도 없는 내 나라, 내 집이며, 유대인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붉은 머리가 아니라 검은 머리로 태어났다는 사실만큼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뿐이었다. 첫째로 우리는 슈바벤 사람이었고 그다음은 독일인이었고 그다음이 유대인이었다. 내가 그 외에 달리 어떻게 느낄 수 있었을까?
- P81

나는 우리 부모를 부끄러워해 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사실 언제나 그들을 자랑스러워했었다. 그런데 이제 콘라딘 때문에 내가 재수 없는 어린 속물처럼 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소름이 쫙 끼쳤다. 그래서 잠시 동안은 그 책임이 그에게 있다는 생각으로 그가 미워지기까지 했다. 내가 이렇게 느끼게 된 것은 그의 존재 때문이었는데, 만일 내가 내 부모를 멸시한다면 나 자신은 더욱더 멸시하게 될 터였다
- P90

이제는 떨리는 마음으로 그를 따라가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 내가 전에 현실과 꿈에서 보았던 것과 똑같이, 그가 오른손을 들어 가볍게 문을 두드리자 문이 그의 명령에 순응해서 그가 들어가도록, 그리고 나도 받아들이도록 조용히 열렸다
- P102

마침내 그들을 보았을 때는 달아나고 싶어졌다. 유대인 아이의 본능적인 직감으로 볼 때, 채 몇 분도 못 가서 내 심장에 들어박히게 될 단검은 피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고통은 피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무슨 이유로 친구를 잃는 위험을 무릅써야 할까? 무슨 이유로 의심이 잠으로 달래지게 놓아두는 대신 증거를 요구해야 할까? 하지만 나는 달아날 용기도 없어서 고통에 대비해 마음을 단단히 먹고 떨리는 심정으로 기둥을 버팀목 삼아 기대어 서서 처형당할 마음의 준비를 했다.
- P111

우리는 전에 그랬던 대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만났고 그도 우리 어머니를 보러 왔지만 차츰차츰 횟수가 줄어들었다. 상황이 다시는 전과 같아지지 않을 것이며 이제 우리의 우정과 어린 시절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우리 둘 모두 알고 있었다.
- P122

그를 다시는 보지 못할 텐데 그가 죽었건 살았건 거기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문이 열리고 그가 걸어오는 일은 정말로 불가능한 일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있지 않은가?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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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하면 문자해 - 오래된 편견 때문에 가려진, 여성의 우정에 관한 재발견
케일린 셰이퍼 지음, 한진영 옮김 / 반니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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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우정은 평생 가지만 여자들의 우정은 결혼 전까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정’이라고 하면 특히 여자들의 우정에 대해서는 편견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p34 남자들은 자신들이 우정 안에서 정신적으로 성숙해진다고 믿었다. 서로에 대한 선의와 신을 닮은 행동이 그 관계의 바탕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여성들은 남성들만큼 고결할 수가 없다고 단언했다. 샌디지에 따르면 남자들은 오로지 그들만이 차분하고 이성적이고 이상적인 우정을 유지할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예전에는 여성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을 때 동성 친구에게서 멀어졌습니다. 그들은 커리어우먼 시절부터 싱글친구를 계속 만나기보다는 아이들 친구들의 어머니들과 친구가 될 것입니다. 이제 가정, 육아, 결혼, 직업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여성들은 이전보다 동성(여자) 친구를 더 우선시하기를 기대합니다.

대중 문화에서 보여지는 여성의 우정도 진화했습니다. 저자는 TV 프로그램과 영화 속에서 여성이 연결되는 방식을 설명합니다. Grey 's Anatomy와 Legally Blonde 등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은 우정이 언론에 정확하게 표현되도록 하고 있고, 배우와 작가가 여성에 대해 더 긍정적인 묘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연결되는 방법이 더욱 다양해진 오늘날, 디지털 방식이 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적하면서 호주에서 친구와 연락을 유지하려는 자신의 노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저자의 개인적인 일화, 100명 이상의 여성으로부터 인터뷰, 유명인의 코멘트도 있습니다. 미국 중산층의 관점이 돋보이지만, 다양한 경험을 통해 궁극적으로 우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었습니다.

p273 친구 관계가 영원히 똑같은 모습으로 남을 수는 없다. 그랬으면 좋겠지만 불가능한 소망이다. 10년 전에 나한테 가장 중요한 일과 목표가 지금과 달랐듯이, 10년 후에는 또 지금과 달라질지 모른다....현재의 친구관계를 똑같은 모습으로 간직할 수 없는 이상,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러한 우정이 항상 더 나은 것은 아니지만 변할 것임을 인정해야합니다. 여자들의 우정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통해 서로에게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통찰력을 보여줌으로써, 독자 스스로 자신이 우정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에 실패한 것처럼 느끼지 않도록 해줍니다.

지난 인생동안 제 삶에서 소녀 및 여성과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친구가 되고 싶었던 여성들을 대했던 방식을 되돌아 보게 해주었습니다. 지금 내 곁에서 오랜 시간동안 우정을 지속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감사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나의 절친에게 “내 친구가 되어 줘서 고맙다”라고 말하며 슬쩍 건네주고 싶은 책입니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학교에서 내 친구들은 늘 함께 움직였고, 그런 집단행동의 바탕은 전형적인 집단사고였다. 우리는 항상 서로를 지켜보며 똑같이 행동했고, 그 결과 선택권은 두 가지 밖에 없었다. 친구들과 행동을 함께하든가 그들과 등지든가. 그 사이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 P77

우정을 일순위로 두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우리 사회는 흔히 여성들의 우정은 자식을 키우거나 승진 기회를 잡는 데 바치는 노력은 바람직하고 생산적인 반면, 여성들의 우정을 다지는 데 바치는 노력은 낭비라는 것이다
- P152

야망이 있어도 사나워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믿음, 그리고 먼저 성취하지 않으면 다른 여성에게 뺏긴다는 믿음 사이의 모순이 만들어낸 것이 바로 프레너미다.
- P231

안전감을 주는 우정, 무엇보다도 부족의 일원처럼 느끼게 해주는 우정은 정말 중요하다. 우리가 소속감을 느끼는 이유가 무엇이든 그런 집단은 다른 데서와 달리 우리가 이해받고 걱정 없이 서로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다.
- P257

우리는 또한 바위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쌓아온 것, 그리고 지금 사회에 보내는 메시지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 여성들 간의 관계는 우리가 의지하는 다른 어떤 관계 못지않게 탄탄해질 것이다.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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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왜 완벽하려고 애쓸까 - 완벽의 덫에 걸린 여성들을 위한 용기 수업
레시마 소자니 지음, 이미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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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지크문트프로이트대학 신경과 교수인 라파엘 보넬리는 『완벽의 배신』에서 ‘완벽주의자가 겪는 문제는 늘 본인이 의도한 만큼 완벽하지 못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모든 일이 완벽하다면 행복하겠지만 100% 완벽할 수는 없으니, 실수에 대한 불안으로 쉽게 좌절한다는 분석입니다. 완벽을 좇는 여성이 더 작은 실수에도 더 많이 좌절하는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 비롯됩니다.

p46 사람의 비위를 맞춰주다 보면 인생의 중심이 타인에 의해 돌아간다는 걸 깨닫게 된다. 결국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고, 믿고,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모두의 호감을 사려고 노력하다 보면 종종 그런 자신이 싫어진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기분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법을 배우면 당신은 용감하게 자신의 인생을 자기 뜻대로 써내려갈 수 있다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기대의 무게에 짓눌린 느낌을 받습니다. 항상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또, 누군가를 화나게 했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안전 지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거절을 피합니다.

여성들은 완벽한 성공이 아니면 완벽한 실패로 여기기에 늘 기회 앞에서 소심하게 망설이다 능력만큼도 인정받지 못합니다.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즉, 완벽한 소녀들이 실패를 두려워하는 여성으로 성장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입니다. 두려움이 그들의 꿈을 앗아 가고 세상을 좁히고 행복의 기회를 좁힙니다.

p87 완벽해지면 한 순간은 기분이 좋겠지만, 힘든 시기와 깊은 상실감을 이겨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용기다.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라 용감해져야 그냥 보기 좋기만 한 삶이 아니라 진정한 자신의 삶을 창조해 살아갈 수 있다

 

완벽함보다 용기를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목소리를 주장하고,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을 잊고, 진정으로 열정적으로 원하는 것을 추구 할 힘을 찾을 수 있습니다. 완벽함은 우리를 안전하다고 느끼는 길로 안내 할 수 있지만, 용기는 우리가 진정으로 따라야 할 길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p124 용기는 한때 완벽함에 위협당해 빼앗길 뻔했던 모든 것을 되찾아준다. 진정한 즐거움, 성취감, 두려움을 받아들이고 맞서는 능력, 새로운 모험과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태도, 실수와 실패, 오점을 받아들이는 태도 같은 것 말이다. 이 모든 것들을 되찾을 수 있다. 용기만 있다면

저자는 독자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사랑하도록 동기를 부여합니다. 그녀는 그들에게 끊임없이 요구되는 세상에서,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 대담하고, 스스로를 위해 일어서고 거절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용감해질 것을 요청합니다.

삶에 검은 먹구름이 드리워져도 매일을 미소 지으며 살아가는 용감한 여자들의 얼굴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눈빛은 대담함과 용감함으로 가득하며 그 눈빛은 마치 삶은 고달프지만, 가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은 두려움이 없기 때문 뿐 아니라, 두려움이 있더라도 앞으로 나가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용감합니다.

용감하며 대담한 여성들. 이들조차도 가끔 실패를 하고, 미소 이면에는 슬픔이 존재하며 싸우려는 의지를 잃어버리고 침묵을 지키고 두려움이 커져나갑니다. 그들은 내면은 힘으로 넘쳐난다는 생각을 가끔 잊어버리지만 다시 힘을 끌어올리는 능력을 지녔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Brave, not perfect'입니다. 개인적으로 한글 번역 제목보다 원제가 책의 핵심메시지를 더 잘 보여주는 듯 합니다.

이 책은 늘 긴장하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지만 종종 무너지는 나 자신을 위한 책입니다. 그동안 왜 그렇게 마음이 조급하고 완벽해지려고 했는지 돌아보며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이제는 좀더 내려놓고 용기 있게 내 삶을 살아가야 겠습니다.

여자아이들은 아기 때부터 착한 아이가 되어야지, 예의 바르고 우아하게 행동해야지.라는 수백 가지의 암시를 받으며 자란다. 부모는 여자아이들에게 흠잡을 데 없이 조화롭게 맞춘(리본까지 색을 맞춘) 옷을 입혀놓고는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여자아이들은 A를 받는 착한 학생이라고, 남을 도울 줄 아는 예의 바른 아이라고, 협조를 잘 하는 아이라고 크게 칭찬받는다. 하지만 한 끗 차이로 조금만 지저분하거나, 자기주장을 하거나, 혹은 시끄러우면 야단을 맞는다(제아무리 부드럽게 말해도 꾸지람은 꾸지람일 뿐이다).
- P36

이제 여성들은 상냥하지만 사나운 면도 있어야 하고, 예의 바르지만 대담하기도 해야 하며, 협조적이면서도 선구적이어야 하고, 강하면서도 예뻐야 한다. 게다가 공들이지 않은 완벽함을 칭찬하는 문화까지 한몫 더해서 여성들은 조금도 힘들이지 않고 뭐든 자연스럽게 해내는 척해야 한다
- P69

장난감을 갖고 노는 시기가 끝나면 곧바로 대중문화가 밀려오고, 성 차별적 구조는 더욱 강화된다. 아이들은 깨어 있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무엇을,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노골적인 영상과 메시지에 노출된다. 패션에서 영화, 헤드라인 뉴스에 이르기까지 그런 메시지가 난무한다
- P74

가장 크고 대담하고 나쁜 일을 하는 게 용기라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때로는 남이 기대하는 일을 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진실해지는 것이 더 용감한 행동이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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