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처럼 - 진화생물학으로 밝혀내는 늙지 않음의 과학
스티븐 어스태드 지음, 김성훈 옮김 / 윌북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구상 모든 곳에서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오래 살고 있습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연령대는 100세이지만 100세까지 사는 것은 여전히 ​​드문 일입니다. 오늘날 가장 장수한 나라인 일본에서도 그렇게 오래 사는 사람은 1000명 중 1명도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장수를 이해하려면 생물학적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수명이 긴 생물일까요, 아니면 짧은 생물입니까?

인간은 가장 오래 사는 영장류이지만, 우리의 수명은 다른 많은 동물들에 비해 짧습니다. 우리 모두가 같은 구성 요소로 만들어졌다면 왜 어떤 동물은 빨리 살다가 일찍 죽고, 다른 동물은 느리게 살다 늙게 죽는 것일까요?

이 책이 대답하려고 하는 질문 중 일부입니다


저자는 과학이 대신 1000년 이상 살 수 있는 곤충, 200년 살 수 있는 고래, 인간보다 오래 사는 다른 생물과 같은 장수종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생쥐, 선충류, 초파리와 같은 수명이 짧은 동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단순히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많은 정보를 제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p75 새들도 다른 거의 모든 동물과 마찬가지로 노화한다. 그 속도가 느릴 뿐이다. 어찌나 느린지 야생에 사는 새들은 동물원이나 가정에서 온갖 보살핌을 받고 편하게 사는 비슷한 크기의 포유류보다 3배 정도 오래 산다.

수명은 상대적입니다. 가장 직접적이고 잘 확립된 상관 관계 중 하나는 수명과 신체 크기 사이입니다. 일부 거북이 종은 갈라파고스 섬을 기어다니며 150살까지 살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인간이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천천히 살지만, 그들이 부러워할 만한 장수의 유일한 이유는 아닙니다. 그들은 또한 DNA 손상과 암에 매우 잘 대처합니다. 그리고 날아다니는 척추동물, 즉 새와 박쥐가 있습니다. 이 종들 중 다수는 아주 작은 크기일지라도 수십 년 동안 살며 일부 새는 인간보다 오래 살 수 있습니다


p249 바다, 특히 그중에서도 생명의 요소들이 함께 갖추어져 있는 몇 안 되는 장소야말로 외온성, 시원함, 안전한 환경이 거듭거듭해서 한 자리에 모이는 곳이다. 자연에서 발견되는 가장 오래 사는 종들이 사실상 모두 바다에 살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대부분의 장수 종을 하나로 묶는 또 다른 특성은 포식자와 같은 환경적 위험 요소가 없다는 것입니다. 코끼리나 고래와 같은 큰 동물은 단순히 죽이기가 어렵습니다. 장수하는 모든 종에 맞는 공식은 없지만 장수하는 방법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합니다.

또, 장수는 진화적 시간 척도에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생쥐는 수명이 10배 이상 차이가 나지만 진화론적으로 벌거숭이두더지쥐와 상당히 비슷합니다. 연체동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부 종은 1년 이상 살지만 다른 종은 몇 세기 동안 살기도 합니다.


p114 장수에 자주 사용되는 방법 중 하나는 느린 삶을 사는 것이다. 즉, 삶의 기본 과정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 그에 따르는 부작용도 더 이른 시간에 닥쳐오지만, 느린 삶을 살면 부작용도 늦춰져서 더 오래 산다는 의미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결론은 매우 낙관적입니다. 우리 자신의 독창성과 자연의 독창성을 결합하는 방법을 찾을 수만 있다면 노화에 대한 치료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거북이처럼 신진대사를 늦추거나, 박쥐처럼 동면하는 동안 텔로미어를 성장시키거나, 백합조개처럼 얼음처럼 차가운 물에서 살 수는 없지만 잠재적으로 그들의 노화 방지 메커니즘을 밝히고 인간을 위한 치료법을 고안하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정도로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너무나 흥미로운 정보로 가득 차 있어서 읽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오래 사는 동물에 대한 이해를 적용하여 인간이 어떻게 더 오래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책이 아닙니다. 자연에 대한 새로운 생각과 관점을 제시하고, 우리가 자연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 많은 사람들에게 늘 관심의 대상이 되는 노화나 장수에 대해 ‘동물의 왕국’의 관점에서 접근한 것도 신선했습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오래 살고 인간 수명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점점 더 많은 의학적 도움이 필요할 수 있는 시대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기대수명이 연장됨에 따라, 각종 질병의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사는 것에 대한 해답은 자연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노화를 다루는 전문 인구 통계학자들 사이에서 최고의 장수 비결로 잘 알려진 방법이 있다. 외딴 지역, 이왕이면 산악 지역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서 평생 열심히 육체노동을 하고, 강력한 사회적 지지의 네트워크 속에서 살며, 특히 문맹이 흔하고 신뢰할 만한 출생기록이 ‘없는’ 곳에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 P33

몸속에 세포가 많을수록 결국 그 중 하나가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암세포로 전환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리고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위험도 커진다


- P30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더지 잡기 - 노년의 정원사가 자연에서 배운 것들
마크 헤이머 지음, 황유원 옮김 / 카라칼 / 202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렸을 때 오락실에서 하던 ‘두더지잡기’ 게임이 생각납니다. 두더지가 어디서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두더지가 구멍에서 쏙 하고 튀어나오면 재빨리 뽕망치로 잡아야 합니다.

이 책의 저자 또한 오랫동안 두더지를 잡아 왔다고 말합니다. 저자의 어머니는 그가 16세 때 세상을 떠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는 그에게 집을 떠나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18개월 동안 걸으며 동물과 새들과 함께 생활하고 울타리 아래, 삼림 지대, 강둑에서 잠을 잤습니다. 철강 노동자 견습 과정을 거친 후 7년 동안 철도에서 일하다가 정원사로서의 진정한 소명을 찾았습니다.


p37 우리는 우리가 소유한 것들 덕분에 스스로를 불멸의 존재로 느끼고, 두더지는 우리 앞에 나타나 그것들에 해를 입히고 그것들을 앗아가면서 우리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무언가에 도전장을 내민다

저자에 따르면 현재도 영국에는 두더지 사냥꾼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 수백 명 있다고 합니다. 어떤 면에서, 두더지를 잡는다는 것은 하나의 생명을 죽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하나가 되는 것에 대한 일상적인 관찰을 탐구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 두더지에 대해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됩니다. 두더지는 작고 강력하며 터널에서 빠르게 움직이며 벌레를 사냥하고 하루에 약 20미터의 터널을 파냅니다. 그들은 흙을 지붕과 벽에 채우고 두더지 언덕을 만드는 표면 위로 흙을 밀어냅니다.

또한, 신선한 공기가 밀려들어 터널이 뚫리는 것을 감지할 수 있으며 침입자를 막기 위해 즉시 흙을 옮기기 시작합니다. 두더지의 혈액은 다른 동물보다 더 많은 산소를 보유할 수 있습니다. 두더지는 양쪽에 두 개의 엄지손가락이 있는 강력한 앞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평균 수명은 4년입니다. 그들은 대부분 완전히 혼자 살며 짝짓기 할 때만 서식지를 떠납니다.


p266 나는 숨겨진 것들을 찾는데 지쳤다. 진정 중요한 것들은 실은 모두 저곳에, 그냥 가질 수 있게, 땅 위에 놓여있다. 내가 들고서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조각들처럼.

읽은 후에는 정원사가 땅 밑에 두더지의 존재를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적어도 동물들의 부지런함과 영리함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p200 모든 것에는 그 끝이 있으며, 모든 것은 다음 것의 시작을 품고 있다. 치유의 감정이란 그것들을 예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데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수용과 용서와 사랑과 성장과 재출발을 통해 생겨나는 것이다. 흉터는 삶의 불가피한 요소이다

전반적으로 고요하고 관조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고, 아름다운 문장들이 가득합니다. 읽고 있노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삶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인간과 관련된 것들 가운데 유일하게 영구적인 것은 인간의 쓰레기뿐이다. 자연의 존재들은 썩는다. 모든 자연의 존재들이 거치는 달콤쌉쌀한 존재의 상태, 그들이 예전의 모습을 관두고 무언가 새로운 모습이 되기 시작하는 단계가 있다. 나는 내가 그 시점에 이른 것 같다 - P84

치유란 그저 변화, 받아들임에 적응하는 것일 뿐이다. 그것은 모두 평범한 일이다. 우리는 이곳에 와서 자라나고, 그러고는 다시 점차 사라져간다
- P125

나는 원래 알 수가 없는 것은 모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정신을 맑게 하고 생각들을 지나가게 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나 자신을 가능성과 비옥함으로 붐비는 조용한 자연으로 채워야 한다는 것을 떠올린다
- P157

나는 완성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것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빛을 내는 것, 무언가를 찾는 것은 질문이다. 대답이란 종종 질문의 거대함에 비친 흐릿한 영상에 불과하다
- P174

나는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그 문제가 더 이상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없다. 그저 경험만이 있을 뿐이다. 어쩌면 모든 건 그저 변명에 지나지 않으며, 결국 우리는 우리가 믿길 원하는 것을 믿기로 결정해버리는지도 모른다
- P25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토지 20 - 5부 5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20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일제 시대를 살았던 이들이 그러했듯, 해방으로 해결되는 결말을 보았습니다. 동학혁명에서부터 식민지 시대와 만주독립운동 시기를 거쳐 조국 광복과 한국전쟁에 이르는 민족사의 변천 속에서 3대 인생의 궤적을 그렸으며 이를 통해 광대한 민족사적 스케일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많은 부분들을 ‘토지’시리즈를 통해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책의 제목인 ‘토지’의 땅(地)은 생산, 소출의 능력을 가지고 있고 여성은 아이를 생산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땅과 여성 사이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역경 속 한 나라의 면면한 생명력을 의미합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최서희는 약한 듯 강한 한국의 여인상을 보여줍니다. 흔들리는 삶에서 강하게 이 땅을 지지해 줄 여성의 힘을 보여줍니다.

거의 10주 정도 걸려서 마침내 다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책을 살까 했지만 방대한 양도 양이지만 책값도 만만치 않아서 헌책을 구입할까 했더니 그것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결국 도서관의 전자책을 빌려 읽었습니다. 마지막페이지까지 모두 읽고 나니, 시원하지만 아쉽습니다.

한번 읽은 것으로 이런 대작을 온전히 이해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습니다. 한국사에 대한 이해는 틈틈이 역사책을 통해 보완해야겠습니다. 이야기는 끝나지만 등장인물들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

“내가 행복했다면 문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학은 불행의 편이고, 문학은 끊임없는 단련에서 나온다. 그러나 그 불행을 일부러 자초할 필요는 없다"고 박경리 작가는 말했습니다.

 수많은 인생, 생명에 대한 연민과 시대적 고통과 암이라는 개인적 고통을 감내해가면서 26년동안 써내려간 작품을 읽으며 작가의 운명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아울러, 박경리 작가님께 존경과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줄거리>

상현은 하얼빈 뒷골목에서 윤광오의 보살핌을 받으며 정석과 함께 있다. 석이는 하얼빈에 올 때면 나타나는 것이다. 오랜만에 두매가 찾아오지만 상현과의 사이는 좋지 않다. 두매는 상현을 도태해야할 반동분자로 생각하고 있으며 상현은 상현대로 공산주의 이론과 현실이 다름에 혐오감을 가진다. 그러나 이들은 결코 드러내놓고 서로를 비판하려하지는 않는다. 두매는 홍이가 찾아오자 영광이 있는 여관으로 함께 간다. 영광은 홍이를 찾아 만주로 왔다. 셋은 밤새 술을 마시고, 아침에 일어나보니 두매는 벌써 떠나고 없다. 홍은 만주에 와서 영화관을 경영하고 있었다. 홍은 영광을 수앵의 사촌오빠 심재용이 운영하는 카바레에 소개시켜준다. 심재용과 홍은 동업자이면서 그 이상의 일도 함께 하고 있다. 상현을 본 영광은 양현의 부친이란 생각에 저도 모르게 절을 올린다. 상현은 상현대로 아비 송관수를 닮지 않은 영광에게 강한 인상을 받는다. 석은 영광을 반긴다. 영광은 상현에게서 외로움이란 동질성을 발견한다.

영선네는 영광이 만주로 떠난 후 서울 살림을 정리하고 산으로 온다. 영선은 늙은 어머닐 버리고 떠난 오빠를 원망한다. 영선네는 사돈인 휘야네에게 비단을 내밀고 휘야네는 황감해한다. 이 비단은 영선네가 남몰래 양현을 염두에 두고 장만한 것인데 이젠 필요 없게 된 것이다. 영선네가 절에 오자 늙은 공양주가 한숨 덜겠다며 기뻐한다. 절에는 남희도 와있다. 통영에서 조병수가 큰 아들 남현을 데리고 절에 와 지감을 찾는다. 적잖은 양곡을 가져 온 병수를 보고 일봉은 놀라면서도 기뻐한다. 병수는 길상이 그린 관음탱화를 보고 서희를 느끼고 길상에 대한 따스한 애정을 느낀다. 강쇠와 지감, 해도사는 연학과 함께 산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 양식을 댈 궁리를 한다.

몽치는 징용에서 달아난 홍석기를 돌봐주다 투서에 의해 경찰에 잡혔다. 모화가 얼굴이 까매지도록 애를 태우고 숙이와 영호도 이리저리 부탁할 곳을 찾는다. 남현도 애를 쓰고 선주 아들 동철과 허삼화도 이리저리 줄을 대는데 평사리에서는 한복이 온다. 한복이 온지 사흘 되는 몽치는 풀려나고 모두들 안도한다. 한복은 평사리로 가는 대신 서울로 김두수를 찾아간다. 일본이 망하면 두수를 돌봐줄 사람은 자신 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수는 처자식도 믿지 못하고 오직 한복에게 매달린다.

서희는 양현의 하숙을 찾아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며 집으로 가자고 양현에게 말한다. 돈암동 집을 찾아가 영선네 마저 세를 놓고 산으로 떠난 것을 안 양현은 영광의 목도리를 바다에 날리고 돌아왔다. 만주로 떠난 영광은 소식 한 번 전하지 않았다. 서희와 양현은 진주로 내려가고 덕희는 화가 나서 환국에게 대들다 집을 나온다. 금지옥엽으로 자란 덕희는 출신이 미천한 양현이 가족들에게 사랑 받으며 딸로서 대접 받는 것이 화가 난다. 친정에 가서 기다려도 환국이 나타나지 않자 결국 친정어머니 변씨가 열흘 만에 덕희와 아이들을 데려다주며 사위가 무섭다고 생각한다.

잠에 빠져있던 사생들을 깨우는 목소리가 기숙사 긴 복도를 헤매고 있다. 4학년만 운동장에 모이라는 목소리에 4학년들은 어리둥절해하며 불안해한다. 한 달이 다 가기 전에 졸업할 4학년생. 상의는 어둠 속에서 졸업하면 바로 만주로 오라던 아버지를 생각한다. 사감의 지시에 의해 중학교로 이동하면서 이들은 비로소 주먹밥을 만들기 위해 차출되었음을 안다. 이제 나이 많은 선생들까지도 소집되었다. 다음날은 일요일이어서 상의와 상근이는 호야네로 간다. 남매가 서로 재잘거리고 있는데 두만네와 연학이 들어온다. 남희도 따라 온다. 의아해하던 호야 할매에게 영팔 노인이 세상을 버렷다고 하자 호야 할매도 상가로 나선다. 상가는 조촐했다. 자식들도 많고 여한 없이 살다가 호상이기 때문이다. 천일네와 두만네는 상가의 안방을 차지하고 지난날을 시름없이 되새긴다. 판술네는 어느새 상청에 나가 눈물 흘린다. 영팔 노인이 죽은 지 사흘 만에 출상하자 판술은 평사리에 무덤을 쓰지 못한 것을 애통해한다. 상가에서 사흘을 보낸 남희는 진주 최 참판댁에 머물며 있는 듯 없는 듯 그림자 같은 생활을 한다. 상의는 졸업했다.

명희는 산으로 가기 전에 선혜를 찾아본다. 선혜는 살이 빠지면서 잔주름이 생겼다. 오랫동안 서울을 떠나 있게 되어서 인사차 찾아갔지만 선혜가 소개해 간 사람들을 비난하기에 산으로 간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나온다. 명희는 서희를 찾아가 하룻밤을 묵고 서운해 하는 서희와 양현을 뒤로 하고 산으로 오른다. 마음에는 이들 모녀 사이에 대한 부러움이 가득하다. 산에서 명빈이 농군 같은 차림새로 명희를 맞이한다. 명희는 지감에게 산에 들어 온 사람들 양식을 도우라며 거금을 내놓고 바삐 사라진다. 지감을 비롯한 해도사 강쇠 등은 명희가 두고 간 돈을 유용하게 쓰자고 의논한다. 범호는 그 돈을 군자금으로 쓰자고 나서나 몽치가 반대한다. 그러나 이제 이들의 다툼조차 느긋해 보인다. 당분간 식량 걱정은 안 해도 될 만큼 넉넉한 자금이 들어온 데다 머지않아 일본이 망한다는 확고한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이런 때, 개동이가 산 속으로 염탐 왔다가 들켜서 맞아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미 인력을 배치할 능력이 없는 경찰은 개동 어미가 개동이의 가출 신고를 해도 반응이 없다. 환국과 서희는 신문을 읽으며 히로시마에 떨어진 폭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강가에 나간 양현은 길에서 사람들이 만세를 부르며 뛰어오는 것을 보고 한달음에 집으로 뛰어가 서희에게 해방이 됐음을 알린다. 서희는 자신의 몸을 무겁게 휘감은 쇠사슬이 풀림을 느끼며 양현을 부둥켜 안는다. 이때 나루터에서는 읍내에서 돌아 온 연학이 동저고리 바람으로 춤을 추며 걷고 있었다.

<밑줄긋기>

2장 남의 인생도 그 나름으로 다 소중한 거야

3장 정성을 다할 때 그것은 하나의 인연이오

4장 세상에 태어났으면 끝까지 살아보는 것이 장땡이요, 거룩하다 해서 땅밑의 살이 안 썩는다 말인가?

5장 옳지 않아도 그 수가 많으면 옳은 것이 되고 옳은 것도 그 수가 적으면 그른 것이 되는 세상, 남 하는 대로 따라가며 사는데

6장 절망적인 파도를 넘고 넘어 살아왔으며 또 살아가야 한다는 인생이 엄숙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만 본능적인 삶에의 욕구, 죽음이 두려운 때문인가, 전생의 업을 갚기 위한 때문인가?

7장 어차피,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모두가 다 사람은 완벽하지 못해. 다른 사람의 인생과 똑같은 삶을 살 수도 없는 거고, 불행이다 행복이다 하는 그 말도 실상은 모호하기 짝이 없어.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우리들 운명, 행복 불행이 검정 과자 빨간 과자처럼 틀에다 찍어내는 것도 아니겠고, 운명 앞에 무력해질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이지만 그러나 운명을 정복한 사람은 없어...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 결국 우리는 죽어가고 있는 거야. 삶이란 덫에 걸린 짐승 같은 것, 결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토지 19 - 5부 4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9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급격한 사회 변화와 함께 전쟁이라는 한계 상황 앞에서 등장인물들은 각각 저마다의 방식으로 대처해나가고 있습니다. 살아갈 날들이 살아온 날들보다 적게 남은, 이제는 죽음을 바라보는 노인 서희. 그런 서희를 주변에서는 안타깝게 바라보고, 서희는 자신의 과거를 돌아봅니다.

일제 시대에 나라를 잃고 겪었던 그 뼈아팠던 역사적 사실을 되새기게 하는 측면도 있지만, 강제징용, 정신대문제 등 전쟁이 끝나고 광복이 되어도 끝나지 않을 이야기들은 안타까웠습니다.


<줄거리>

몽치가 모화와 함께 살기 시작하자 숙이가 울고불고 야단이 났으나 몽치는 오불관언. 다만 몽치를 이해한 것은 한복으로 며느리 숙이를 타일렀다. 몽치는 아버지 무덤에 술 한 잔 부은 뒤 무덤가에 앉는다. 도솔암에는 명희와 올케 백씨 그리고 영옥이 와 있었다. 세 여자는 임명빈의 건강이 생각 이상으로 호전되어 마음을 놓게 되었다. 백씨는 서울로 돌아가고 남은 두 사람은 최상길을 기다렸다. 최상길은 도솔암으로 와서 지감을 만나 여옥에 대한 자신의 감정은 편안한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십일 월 중순, 어두운 밤에 남희가 비를 맞고 마을의 성환 할매 집 앞에 쓰러져 있는 것을 야무네가 보고 귀남네를 불러 방으로 안아들인다. 키는 훌쩍 컸으나 몸은 여위어 뼈만 앙상한 남희를 성환 할매는 쓸고 또 쓸어본다. 야무네는 그 광경을 보고 지난 날 병던 푸건이를 섬에서 데려오던 일과 둑길에 쓰러진 야무를 동생 딱쇠가 업고 오던 밤을 생각한다. 요즘 야무네는 한 가지 한을 푼 것이 있다. 한복의 딸 인호를 며느리로 맞이한 것이다. 우가네 집 식구들이 인호를 두고 한복이 내외를 막바지까지 몰고 갔을 때 돌연 인호는 야무에게, 폐인이 된 야무에게 시집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전화위복인지 희망이 생겨서인지 그후 야무도 차츰 들판에도 나오게 될 만큼 몸이 좋아지고 있었다. 남희는 집으로 돌아온 후 멍하니 앉아 있을 뿐 별 말이 없다. 무슨 탈이 났는지 애가 탄 성환 할매는 장 서방에게 부탁해 남희를 진주로 데려가게 한다. 남희를 진찰한 정윤은 어쩐 일인지 화가 나 있고 저녁에 요리집에서 만난 장 서방에게 남희는 성병을 앓고 있노라 전하고 장 서방은 충격을 받는다. 양을례는 성환 할매에게 와서 남희를 내어달라고 한바탕 난리를 친다. 이 소식을 들은 장연학은 을례를 무섭게 노려보다가 최 참판댁 사랑으로 데려가 남희가 왜 그렇게 되었냐고 추궁한다. 을례는 자식을 버릴 부모가 어디 있냐며 자신들이 한눈 판동안 병정이 와서 남희를 범했노라 말하며 아이를 데려가서 공부 시키겠다고 한다. 연학은 남희 뒷바라지는 할 사람이 있으니 돌아가라고 하고 남희 병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양현이 하숙하는 곳으로 영광이 찾아온다. 영광은 환국을 만났노라고 말한다. 양현은 환국에게 영광의 지난 얘기를 물어봤던 일을 생각하고 미안해한다. 영광이 일어서자 양현이 급히 따라나선다. 왠지 영광이 영영 돌아오지 않을 사람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수인선 기차를 타고 가다가 무조건 내린다. 겨울바람은 매섭게 몰아쳤고 허허벌판이다. 영광은 양현을 소금창고에서 기다리게 하고 마을을 찾아 뛰어갔다. 한참 만에 돌아온 영광은 양현을 데리고 가겟방으로 들어가 몸을 녹인 뒤 점심도 함께 한다. 영광은 양현에 대한 온갖 욕망을 누르고 역에서 헤어진다. 그리고 그것이 양현에 대한 깊은 사랑임을 깨닫는다. 하룻밤을 부용의 집에서 보내고 새벽에 돌아오니 영선네가 잠들지 않은 듯 기다리고 있다가 영광의 책을 부산에서 찾아왔다며 보여준다. 영광은 지난 날 외할아버지의 쌈짓돈으로 사 모은 책들을 뒤적이며 감회에 젖는다.

오가다는 누님 유키코의 집에 와있다. 유키코는 전쟁으로 아들을 잃었고 아직 전선에 아들과 사위가 있는 어머니다. 그 당시 누구나 그렇지만 암담한 미래에 대한 초조감, 절망감이 신경질적인 표현으로 나타나기도 했으나 유키코는 대단한 독서가로 오가다와 말이 통하는 유일한 식구이기도 했다. 이튿날 조찬하의 집에 간 오가다를 노리코가 원망의 눈빛으로 맞이했다. 노리코는 쇼지를 애절하게 바라보는 오가다의 눈빛에서 쇼지의 친부가 오가다임을 알아낸 것이다. 찬하는 오가다에게 쇼지를 데리고 만주로 떠날 것을 제의하고 오가다는 찬하에게 감사를 보낸다. 쇼지는 어머니와 누이에게 담비 목도리와 토시를 선물하겠다며 여행길에 오른다. 신경에 있는 오가다의 사택에 여장을 푼 일행은 하룻밤을 보낸다. 찬하는 다음날 혼자 치치하얼로 떠난다. 오가다에 대한 배려다. 찬하가 떠난 후 쇼지가 불안해하자 오가다는 쇼지를 데리고 찬하와 만나기로 한 하얼빈으로 미리 간다. 쇼지를 데리고 윤광오의 약국으로 간 오가다는 이들에게 자랑스럽게 쇼지를 소개한다. 쇼지에게서 인실의 모습을 본 광오 부부는 쇼지가 오가다를 ‘아저씨’라고 부르자 가슴 아파한다. 오가다는 광오에게 담비 목도리와 토시를 부탁하고, 쇼지는 기뻐한다.

환국이 평사리로 내려왔다. 서희는 양현이 윤국과 혼인하지 않고 인천에 머물러 있어 상심한다. 환국도 어려운 때에 양현이 어머니 곁에 있어주기를 바란다. 환국은 사랑방에서 남몰래 혼자 운다. 언제나 당당하고 위엄에 차있던 어머니가 찬 이슬에 날개를 접은 나비 같이 안방에 조용히 있는 거라던가, 아버지의 수감, 윤국의 학병지원은 환국에게 적막강산을 느끼게 했다. 아내 덕희는 어려울 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그나마 장연학이 위로가 되었다. 갑자기 어둠을 찢어발기듯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환국이 나가보니 남루한 여자가 웅크린 채 통곡을 하고 있다. 건이네가 알아보고 엽이네를 데리고 들어간다. 우가네 식구들이 행패를 피해 부산으로 나갔던 엽이네가 죽지 못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날이 밝으면 겪게 될 우가네 행패가 두려워 무작정 최 참판댁 앞으로 온 것이다. 환국은 염려하지 말라고 엽이네를 달래 먹을 것과 이부자리를 챙겨보낸 뒤 서희에게 대충 얘기를 한다. 서희는 옛날 윤씨 부인이 임이네를 돌봐준 일을 생각한다. 다음날 음력 설 행사를 끝내고 환국은 김 훈장댁에 가서 한경의 내외에게 세배를 하고 범석이와는 맞절을 하고 앉았다. 지난 밤 엽이네의 이야기를 하니 범석은 놀란다. 환국은 범석과의 대화를 끝낸 후에도 서먹한 감정을 버리지 못하고 도솔암에 다녀온 후 연학과 모든 일을 의논한다. 마을사람들이 돌아온 엽이네에게 여전히 행패를 부릴 구실을 찾고 있는 우 서방 식구들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면장이 최 참판댁을 방문한다. 윤국의 학병지원을 치하하러 온 것이다. 그리고 우개동의 사표를 받을 것이라는 말을 한다. 환국이 서울 올라가기 전 군수를 찾았던 것이다. 면사무소로 돌아온 면장은 개동을 불러 그가 파면됐음을 알린다. 개동과 그의 가족들은 몸부림치나 이미 인심을 잃을 대로 잃은 사람들이었다. 야무네가 죽을 쑤어 성환 할매를 찾아간다. 성환이 학병에 나갔다는 말을 듣고 성환 할매는 눈이 멀었다. 이때 고성 사는 둘째딸 복연이 보따리를 이고 들어선다. 성환이가 학병을 나가며 할매를 부탁한다는 편지를 복연에게 부친 것이다.

주택가의 후미진 길. 경계심이 강한 설자는 밤에 혼자 집으로 가는 일은 거의 없건만 오늘 곤도를 만나 헤어져 오면서 비틀거렸다. 자신의 스파이 노릇을 해오던 설자를 곤도는 노골적으로 밀어내려 했으며 설자는 그런 곤도의 행동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설자가 길켠에 엎드려 토하기 시작할 때 그림자 같이 다가 선 사내가 설자를 붙잡았다. 사내는 설자에게 이용당한 순진한 청년이었다. 설자의 꾐에 빠져 독립운동 조직을 발설하게 되어 조직이 파괴되고 형과 동지 한 사람이 일본 헌병의 총에 맞아 죽었다. 사내는 품에서 비수를 꺼내 설자를 찌른다. 이틀 후 주택가 뒤쪽 언덕의 소나무에 묶여진 채 처참하게 죽은 설자에 대한 기사가 신문에 나고 곤도는 충격을 받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설자에게 벗어났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수사는 치정으로 몰아가고 사건은 마무리 되었다. 유인배는 해질 무렵 인경의 집으로 간다. 인배는 인경에게 설자의 이야기를 하고 인경은 넌더리를 낸다. 인배가 돌아간 다음 날 인경과 선혜는 설자 이야기를 하며 끔찍해한다. 선혜 집에서 나온 인경은 선혜가 어딘가 불안정하게 보여 명희를 찾아가 선혜와 함께 있으라 부탁한다. 명희의 집에는 여옥이 와 있었다. 다음날 새벽 여옥은 역으로 나간다. 긴 행렬 중에 손가방을 든 최상길의 모습이 보인다. 상길은 한강에서 여옥에게 결혼하자 말하고 여옥은 그러지 말라고 한다. 최상길은 안도한다. 여옥은 최상길에게 ‘내가 죽으면 최 선생이 묻어주고, 당신이 먼저 가면 내가 그럴 게요’라고 말한다.

상의와 상근은 봄방학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온다. 기숙사에 와보니 그 사이 반 배정이 나와 있다. 아이들은 사감의 일방적 행동에 불만을 나타냈으나 그대로 이사는 끝났다. 상의는 자신과 친한 진영을 실장으로 앉힌 사감의 저의에 분노한다. 실장과 사생들의 관계는 어쨌든 상하가 되고 사이가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토요일 저녁, 사감들이 일본 아이들 기숙사에 모여 한담하는 동안 기숙사 전체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자유롭다. 사생들은 금지된 한복을 입고 화장을 하며 금지된 언어로 재잘거린다. 그때 방문이 활짝 열리고 사카모토 선생이 슬리퍼를 들고 서있다. 의기양양한 사감에게 상의는 의도대로 처벌하라며 진영과 한방에 배치한 의도를 묻는다. 평소 소심하고 얌전한 성격인 상의가 대들자 사감은 놀라고 아이들조차 숙였던 고개를 든다. 상의는 사감이 돌아간 후 처벌이 내려지면 아버지가 있는 만주로 가리라 마음먹는다. 하지만 나시야마 선생의 권고대로 아이들이 사감실 앞에서 헛울음을 울며 사과하자 사감은 상의를 불러 없었던 일로 하겠다고 말한다.

<밑줄긋기>

2장 사람은 밥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며 마음으로 산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4장 조선인 노동자는 사람도 짐승도 아닌 기계지요. 일본은 언젠가 벌을 받을 것입니다

5장 한이 된다는 말도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것 같았다. 희망이 없는 캄캄절벽. 어디서 빛줄이 새어들어 한을 풀 새날을 기다려본단 말인가.

6장 세상이 불공평하다고들 하지만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그렇지도 않아. 나쁜 놈이 잘된다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고, 나이 먹으면 사람들 모습이 달라지는 것이 어디 주름살 때문만이겠나? 그 역정이 모습에 각인되기 때문이야

5편 1장 바다에서는 전함이 침몰하고 하늘에서는 비행기가 불을 뿜고 대륙에서는 초연 자욱한 속에 끝없이 사람들이 쓰러져가는데 저 바다는 어쩌면 저토록 아름답고 정밀하며 무심한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토지 18 - 5부 3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8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8권의 시대적 배경은 1940년초쯤입니다. 이미 세계2차대전이 시작되었고, 일본은 중국에서 전쟁을 하는 와중에 1941년 7월에 인도차이나반도(베트남)을 공격하였습니다. 급기야 1941년 12월에는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을 기습공격하였고. 이후 일본은 싱가포르, 필리핀 등을 점령하였습니다.

길상의 관음탱화 완성, 오가다와 유인실의 해후, 태평양전쟁의 발발 등의 사건이 이어지면서 대단원의 마지막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습니다

<줄거리>

명희는 청량리 여옥의 오빠 집에서 해골이 다 된 여옥을 만나고 오는 길이다. 여옥은 재작년 9월 기독교도 검거 선풍이 불었을 때 체포되었고 어저께 병 보석으로 형무소에서 나온 것이다. 여옥의 올케 신씨는 명희 손을 잡으며 눈물을 흘렸다. 여옥을 위해 최상길이 많은 힘이 돼 주었다. 명희는 그 몰골을 하고서 평화스럽게 웃는 여옥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전차를 탔는데 그곳에 영광과 양현이 있다. 명희는 두 사람이 연인사이인가를 양현에게 묻지만 양현은 아니라고 한다. 자신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올케 덕희에게 일 년만 참아준다면 취직해서 집을 나가겠다고 말한다. 양현과 덕희가 서로 협정을 맺듯 이런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덕희의 언니 욱희가 배설자와 함께 들어선다. 양현과 덕희는 배설자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명희는 양현에게 별안간 아버질 사랑하냐고 묻고 양현은 당연하다며 그립다는 말을 덧붙인다. 길상은 지금 예비구속대상에 포함되어 형무소에 수감되었다. 명희는 양현이 가고 난 뒤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 만주에서 이상현의 소식을 가지고 온 사람이 있어 양현에게 물어 본 말인데 양현이 그립다고 한 아버지는 이상현이 아닌 길상이기 때문이다.

초여름으로 접어들면서 여옥은 아주 조금씩 회복하고 있었다. 친정동생네 돌잔치에 보내놓고 혼자 있으면서 주변의미세한 움직임에 신경을 보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시간, 그는 영혼보다 육신이 먼저 망가졌다. 여옥을 이나마 있게 한 것은 최상길의 존재였다. 오빠와 선후배 사이인 최상길은 전도부인이 되어 여수에 나타난 여옥에게 동정을 품고 여러 가지로 힘이 되어 주었다. 여옥이 자신의 생각에 몰두하고 있을 때 명희가 찾아온다. 여옥은 명희에게 어떤 경우든 살아 있다는 것은 축복이고 산다는 것은 참 아름다운 것이라며 삶에 집착을 보인다. 명희가 그 까닭을 묻자 사람에 대한 신뢰가 아니겠냐는 묘한 말을 한다. 우선은 책을 읽고 싶다는 여옥의 말에 명희는 한시름 놓는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여옥은 조금씩 나들이를 할 수 있게 되자 조카의 도움을 받아 명희의 유치원에 들르곤 한다. 여옥은 오가다가 유인성의 아들이 있는 요양소에 송금을 하고 있다는 소문을 전하고, 명희는 인실과 오가다와 함께 찬하를 떠올린다. 오가다는 인성의 아들이 자신의 아들 사촌으로 생각하여 핏줄에 대한 애틋함으로 송금하는 것인데 이것을 이들이 알 턱이 없다. 뜻밖에도 명희 집으로 최상길이 들어 선다. 그리고 얼른 여수로 내려가야 한다면서 여옥을 데리고 나간다. 최상길은 명희에게도 고마운 사람이다. 친구 여옥을 살려 준 은인이니까. 최상길은 여옥을 데리고 창경원으로 들어 간다. 최상길은 여옥을 때론 친구로, 때론 애인 같이 대하여 그의 마음을 알아 채기가 쉽지 않다. 최상길은 여옥을 집에 데려다주고 임명빈을 찾아간다. 그가 며칠 후에 산을 갈 거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소지감을 찾아 함께 산에 가자는 말에 명빈은 입을 함박 같이 벌리며 웃었다. 이미 떠날 준비가 다 되어 있었기에 이튿날로 출발하게 된다. 명희는 떠나는 오라비에게 돌아오지 않아도 좋고 머리를 깎아도 상관 안하겠으니 건강만 회복하라고 빈다. 진주에 들려달라는 환국의 당부가 있었지만 명빈은 서희를 배려하여 여관에서 쉬다가 평사리로 간다. 평사리에서는 연학이 명빈을 반갑게 맞이하고, 명빈과 그이 아들 희재는 평사리 집의 규모가 웅장한 데 놀란다. 밤에는 최상길과 장연학이 의기투합하여 허물없이 술잔을 울이고, 명빈은 술자리에 끼여들지 못하는 것도 억울하지만 자신과는 달리 소탈한 최상길의 태도를 몹시 부러워한다.

사천집 모화는 주점을 처분하였다. 식량이 통제되면서 생산량이 줄었는데도 술을 청하는 사람은 많아서 밀주를 사다가 도가술과 함께 파는데 관서에 들키는 날이면 경찰서를 오가며 유치자에서 자야 할 경우도 있다. 그렇게 되면 밑지는 장사가 되고 그렇지 않으려면 수단과 방법이 있어야하는데 모화의 성미는 그렇지 못했다. 술집을 닫고 여러 지로 궁리해보나 여의치 않아 모화가 다시 시작한 일은 밀주를 만드는 일이다. 웅기 할매가 콩나물을 길러 팔면서부터 형편이 좀 나아지고 있었다. 주정뱅이 사내와 한바탕 시비 에 얼굴에 피딱지가 앉은 모습으로 술을 담글 준비를 하고 있던 모화를 본 뭉치는 술을 시키고 조용히 어장 애비 여 선주의 아들 동철과 술을 마신다. 여 선주가 아들에게 몽치에게 일을 배우라고 한 것이다. 처음에는 마땅찮아 하던 여동철도 몽치의 독특한 성격에 반해 어디든 따라다니는 중이다. 술값을 셈하고 나간 몽치가 잠시 후 혼자 다시 돌아와 웅기 할매에게 모화의 얼굴이 왜 그러냐고 묻고, 웅기 할매는 술상 앞에서 자기 모녀의 신세한탄을 한 후 모화의 의동생이 되어 달라고 한다. 몽치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주정뱅이 사내를 손봐주겠다고 방을 나선다. 몽치는 밤거리를 배회하다가 간신히 소주 한 병을 구해 휘의 집에 가서 술상을 본다. 휘에게 지나가는 말로 과부 하나 데려 오고 싶다고 하자 휘는 깜짝 놀란다. 두 사나이가 잠이 들락말락하는데 조병수가 찾아와 부친이 세상을 떠났다며 도움을 청한다. 몽치는 부릅뜬 조준구의 눈을 쓸어 감겨 주고 염을 한다. 손자 조남현은 할아버지의 악행을 기억하고 싶지 않다며 화장 할 것을 주장하나 병수의 명으로 미리 마련 해 둔 장지에 묻는다. 음력 섣달, 몽치는 모화를 찾아가 청혼하고 모화는 이대로 살기가 너무 어려우니 기둥서방 노릇이라 해달라고 말한다.

17세의 상의는 진주 여고 3학년이다. 산근이도 진주중학교에 입학했으며 신경에서 돌아와 버스를 몰고다니는 천일이 상의와 상근을 맡겠다고 했으나 보연은 오누이를 각각 기숙사에 넣었다. 상의는 옛날 같이 명랑한 아이가 아닌 소극적이며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했다. 신경에서 부모가 수갑을 차고 끌려가느 그날의 충격이 원인이라면 원인이다. 일요일 아침, 상의는 천일의 집에 갔다. 동생 상근이 먼저 와서 성의를 보고 활짝 웃었다. 오누이는 천일의 처 호야네가 차려 준 점심을 맛있게 먹고 호야할매 천일네는 기숙사에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오누이가 안타깝다. 상의는 상근이 나날이 여위어 가는 것을 걱정해 어머니에게 부탁하여 진주 호야네서 통학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어느새 상의는 성숙해진 것이다. 상의가 가장 소중하게 간직하는 것은 노트다. 상의는 노트에 자신의 마음을 담는다. 어느날 흑색 잉크가 없어서 붉은 잉크로 적기 시작한 것이 그대로 붉은색 일색이 되어버린 노트. 상의는 일기장의 붉은 색을 보며 만주에 남아 있는 아버지를 그린다. 뜨거운 마음이다.

양현은 대합실 밖에서 영광을 찾지못해 울상이다. 여의전을 졸업하고 올케 덕희와의 약속으로 진주로 가지 않고 인천의 개인병원에 취직해 있던 양현이 진주에 내려오라는 서희의 편지를 받고 다급하게 영광에게 전보를 친 것이다. 그러나 영광은 길 건너편에 서 있었다. 영광은 양현과 함게 돈암동 가는 전차를 타고 내려서 산으로 올라 간다. 전시 중에 공원엘 간다는 것은 비국민으로 찍히는 까닭에 따로 연인들이 갈마한 곳이 없긴 했다. 양현은 영광에게 함께 살자하고, 영광은 그럴 수 없다고 말한다. 진주에는 윤국이 돌아와 양현을 기다리고 있고, 윤국과 양현의 혼인이 추진되고 있는 중이다. 영광은 양현의 전보를 받고 서둘러 영선네를 통영으로 내려보내고 양현과의 자리를 마련했으나 두려운 것이다. 진주로 내려온 양현은 서희에게는 아무 말도 못하고 윤국에게 이 혼인은 안 된다고 말한다. 자신과 윤국은 남매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리고 양현이 영광을 사랑한다고 하자 윤국은 안된다며 소리친다. 윤국은 영광이 양현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양현은 진주로 떠나고 윤국은 밤새 술을 마신다. 다음날 윤국의 모습은 의외로 담담하다.

윤국은 홍수관과 함께 산홍의 요리집으로 간다. 홍수관은 이순철과 함께 일하고 있다. 윤국과 수관이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데 순철이 뜻밖에도 기성을 데리고 들어온다. 어색하면서도 서로 본심을 숨기며 술자리를 이어가다가 윤국과 수관이 먼저 일어난다. 기성은 순철과 술을 더 하다가 집에 들어가 쓰러져 자는데 아내 금옥이 흔들어 깨운다. 안방에서 서울네와 두만이가 싸우고 있었다. 기성이 안방에 들어갔을 때 부엌 식칼이 저만큼 나동그라져 있고 두만이와 서울네가 한덩어리가 되어 구르고 있었다. 해가 돋을 때까지 실랑이를 벌이던 두만이가 다나가 서울네는 월화를 찾아간다. 월화의 기와집은 아담하고 조촐하게 두만의 술도가 뒤에 있었다. 서울네는 월화에게 한바탕 행패를 놓으리라 작정했으나 월화의 담담한 태도에 온다간다 말도 없이 사라진다. 월화는 옷을 갈아 입고 독골로 가서 두만네와 기성네에게 인사를 하고 가져온 옷감을 전한다. 두만네는 월화가 처음 왔을 땐 절도 받지 않으려 했으나 차츰 오는 것을 막지는 않게 되었고, 동네에서는 서울네 처지가 고소화게 되었다고 신명을 냈다. 월화가 다녀간 후 천일네가 찾아와 두 노인은 지난 세월을 이야기하며 하루를 보낸다.

몽치가 모화와 함께 살기 사작하자 숙이가 울고불고 야단이 났으나 몽치는 오불관언. 다만 몽치를 이해한 것은 한복으로 며느리 숙이를 타일렀다. 몽치는 아버지 무덤에 술 한 잔 부은 뒤 무덤가에 앉는다. 도솔암에는 명희와 올케 백씨 그리고 영옥이 와 있었다. 세 여자는 임명빈의 건강이 생각 이상으로 호전되어 마음을 놓게 되었다. 백씨는 서울로 돌아가고 남은 두 사람은 최상길을 기다렸다. 최상길은 도솔암으로 와서 지감을 만나 여옥에 대한 자신의 감정은 편안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밑줄긋기>

1장 가는 시간의 슬픔보다 멈춰진 무의미한 시간이야말로 그것은 삶이 아닌 것이다.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이야말로 삶 자체지만 영원한 생명은 이미 나락이 아니겠는가

2장 산다는 것은 아름다워. 생명이란 참으로 놀라운 거야

3장 우리네 인생이야 아무리 입으로 잣사(저어)보아도 때가 오믄 떠나야 하는 철새 아니겄소?

5장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그런 슬픔 속에서도 여전히 사람은 살아가고, 얼마나 신기한 일이냐!

6장 가난한 것은 수치가 아니다. 일을 해도 배불리 먹을 수 없는 척박한 땅에 사는 것은 수치가 아니다. 사로잡혀서 사는 거야말로 수치다

4편 1장 관에 못질하는 그날 끝나는 거지, 인생에는 종지부가 없어. 우리가 내일 어떻게 될 것인지 그걸 누가 알겠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