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9 - 5부 4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9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급격한 사회 변화와 함께 전쟁이라는 한계 상황 앞에서 등장인물들은 각각 저마다의 방식으로 대처해나가고 있습니다. 살아갈 날들이 살아온 날들보다 적게 남은, 이제는 죽음을 바라보는 노인 서희. 그런 서희를 주변에서는 안타깝게 바라보고, 서희는 자신의 과거를 돌아봅니다.

일제 시대에 나라를 잃고 겪었던 그 뼈아팠던 역사적 사실을 되새기게 하는 측면도 있지만, 강제징용, 정신대문제 등 전쟁이 끝나고 광복이 되어도 끝나지 않을 이야기들은 안타까웠습니다.


<줄거리>

몽치가 모화와 함께 살기 시작하자 숙이가 울고불고 야단이 났으나 몽치는 오불관언. 다만 몽치를 이해한 것은 한복으로 며느리 숙이를 타일렀다. 몽치는 아버지 무덤에 술 한 잔 부은 뒤 무덤가에 앉는다. 도솔암에는 명희와 올케 백씨 그리고 영옥이 와 있었다. 세 여자는 임명빈의 건강이 생각 이상으로 호전되어 마음을 놓게 되었다. 백씨는 서울로 돌아가고 남은 두 사람은 최상길을 기다렸다. 최상길은 도솔암으로 와서 지감을 만나 여옥에 대한 자신의 감정은 편안한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십일 월 중순, 어두운 밤에 남희가 비를 맞고 마을의 성환 할매 집 앞에 쓰러져 있는 것을 야무네가 보고 귀남네를 불러 방으로 안아들인다. 키는 훌쩍 컸으나 몸은 여위어 뼈만 앙상한 남희를 성환 할매는 쓸고 또 쓸어본다. 야무네는 그 광경을 보고 지난 날 병던 푸건이를 섬에서 데려오던 일과 둑길에 쓰러진 야무를 동생 딱쇠가 업고 오던 밤을 생각한다. 요즘 야무네는 한 가지 한을 푼 것이 있다. 한복의 딸 인호를 며느리로 맞이한 것이다. 우가네 집 식구들이 인호를 두고 한복이 내외를 막바지까지 몰고 갔을 때 돌연 인호는 야무에게, 폐인이 된 야무에게 시집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전화위복인지 희망이 생겨서인지 그후 야무도 차츰 들판에도 나오게 될 만큼 몸이 좋아지고 있었다. 남희는 집으로 돌아온 후 멍하니 앉아 있을 뿐 별 말이 없다. 무슨 탈이 났는지 애가 탄 성환 할매는 장 서방에게 부탁해 남희를 진주로 데려가게 한다. 남희를 진찰한 정윤은 어쩐 일인지 화가 나 있고 저녁에 요리집에서 만난 장 서방에게 남희는 성병을 앓고 있노라 전하고 장 서방은 충격을 받는다. 양을례는 성환 할매에게 와서 남희를 내어달라고 한바탕 난리를 친다. 이 소식을 들은 장연학은 을례를 무섭게 노려보다가 최 참판댁 사랑으로 데려가 남희가 왜 그렇게 되었냐고 추궁한다. 을례는 자식을 버릴 부모가 어디 있냐며 자신들이 한눈 판동안 병정이 와서 남희를 범했노라 말하며 아이를 데려가서 공부 시키겠다고 한다. 연학은 남희 뒷바라지는 할 사람이 있으니 돌아가라고 하고 남희 병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양현이 하숙하는 곳으로 영광이 찾아온다. 영광은 환국을 만났노라고 말한다. 양현은 환국에게 영광의 지난 얘기를 물어봤던 일을 생각하고 미안해한다. 영광이 일어서자 양현이 급히 따라나선다. 왠지 영광이 영영 돌아오지 않을 사람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수인선 기차를 타고 가다가 무조건 내린다. 겨울바람은 매섭게 몰아쳤고 허허벌판이다. 영광은 양현을 소금창고에서 기다리게 하고 마을을 찾아 뛰어갔다. 한참 만에 돌아온 영광은 양현을 데리고 가겟방으로 들어가 몸을 녹인 뒤 점심도 함께 한다. 영광은 양현에 대한 온갖 욕망을 누르고 역에서 헤어진다. 그리고 그것이 양현에 대한 깊은 사랑임을 깨닫는다. 하룻밤을 부용의 집에서 보내고 새벽에 돌아오니 영선네가 잠들지 않은 듯 기다리고 있다가 영광의 책을 부산에서 찾아왔다며 보여준다. 영광은 지난 날 외할아버지의 쌈짓돈으로 사 모은 책들을 뒤적이며 감회에 젖는다.

오가다는 누님 유키코의 집에 와있다. 유키코는 전쟁으로 아들을 잃었고 아직 전선에 아들과 사위가 있는 어머니다. 그 당시 누구나 그렇지만 암담한 미래에 대한 초조감, 절망감이 신경질적인 표현으로 나타나기도 했으나 유키코는 대단한 독서가로 오가다와 말이 통하는 유일한 식구이기도 했다. 이튿날 조찬하의 집에 간 오가다를 노리코가 원망의 눈빛으로 맞이했다. 노리코는 쇼지를 애절하게 바라보는 오가다의 눈빛에서 쇼지의 친부가 오가다임을 알아낸 것이다. 찬하는 오가다에게 쇼지를 데리고 만주로 떠날 것을 제의하고 오가다는 찬하에게 감사를 보낸다. 쇼지는 어머니와 누이에게 담비 목도리와 토시를 선물하겠다며 여행길에 오른다. 신경에 있는 오가다의 사택에 여장을 푼 일행은 하룻밤을 보낸다. 찬하는 다음날 혼자 치치하얼로 떠난다. 오가다에 대한 배려다. 찬하가 떠난 후 쇼지가 불안해하자 오가다는 쇼지를 데리고 찬하와 만나기로 한 하얼빈으로 미리 간다. 쇼지를 데리고 윤광오의 약국으로 간 오가다는 이들에게 자랑스럽게 쇼지를 소개한다. 쇼지에게서 인실의 모습을 본 광오 부부는 쇼지가 오가다를 ‘아저씨’라고 부르자 가슴 아파한다. 오가다는 광오에게 담비 목도리와 토시를 부탁하고, 쇼지는 기뻐한다.

환국이 평사리로 내려왔다. 서희는 양현이 윤국과 혼인하지 않고 인천에 머물러 있어 상심한다. 환국도 어려운 때에 양현이 어머니 곁에 있어주기를 바란다. 환국은 사랑방에서 남몰래 혼자 운다. 언제나 당당하고 위엄에 차있던 어머니가 찬 이슬에 날개를 접은 나비 같이 안방에 조용히 있는 거라던가, 아버지의 수감, 윤국의 학병지원은 환국에게 적막강산을 느끼게 했다. 아내 덕희는 어려울 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그나마 장연학이 위로가 되었다. 갑자기 어둠을 찢어발기듯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환국이 나가보니 남루한 여자가 웅크린 채 통곡을 하고 있다. 건이네가 알아보고 엽이네를 데리고 들어간다. 우가네 식구들이 행패를 피해 부산으로 나갔던 엽이네가 죽지 못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날이 밝으면 겪게 될 우가네 행패가 두려워 무작정 최 참판댁 앞으로 온 것이다. 환국은 염려하지 말라고 엽이네를 달래 먹을 것과 이부자리를 챙겨보낸 뒤 서희에게 대충 얘기를 한다. 서희는 옛날 윤씨 부인이 임이네를 돌봐준 일을 생각한다. 다음날 음력 설 행사를 끝내고 환국은 김 훈장댁에 가서 한경의 내외에게 세배를 하고 범석이와는 맞절을 하고 앉았다. 지난 밤 엽이네의 이야기를 하니 범석은 놀란다. 환국은 범석과의 대화를 끝낸 후에도 서먹한 감정을 버리지 못하고 도솔암에 다녀온 후 연학과 모든 일을 의논한다. 마을사람들이 돌아온 엽이네에게 여전히 행패를 부릴 구실을 찾고 있는 우 서방 식구들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면장이 최 참판댁을 방문한다. 윤국의 학병지원을 치하하러 온 것이다. 그리고 우개동의 사표를 받을 것이라는 말을 한다. 환국이 서울 올라가기 전 군수를 찾았던 것이다. 면사무소로 돌아온 면장은 개동을 불러 그가 파면됐음을 알린다. 개동과 그의 가족들은 몸부림치나 이미 인심을 잃을 대로 잃은 사람들이었다. 야무네가 죽을 쑤어 성환 할매를 찾아간다. 성환이 학병에 나갔다는 말을 듣고 성환 할매는 눈이 멀었다. 이때 고성 사는 둘째딸 복연이 보따리를 이고 들어선다. 성환이가 학병을 나가며 할매를 부탁한다는 편지를 복연에게 부친 것이다.

주택가의 후미진 길. 경계심이 강한 설자는 밤에 혼자 집으로 가는 일은 거의 없건만 오늘 곤도를 만나 헤어져 오면서 비틀거렸다. 자신의 스파이 노릇을 해오던 설자를 곤도는 노골적으로 밀어내려 했으며 설자는 그런 곤도의 행동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설자가 길켠에 엎드려 토하기 시작할 때 그림자 같이 다가 선 사내가 설자를 붙잡았다. 사내는 설자에게 이용당한 순진한 청년이었다. 설자의 꾐에 빠져 독립운동 조직을 발설하게 되어 조직이 파괴되고 형과 동지 한 사람이 일본 헌병의 총에 맞아 죽었다. 사내는 품에서 비수를 꺼내 설자를 찌른다. 이틀 후 주택가 뒤쪽 언덕의 소나무에 묶여진 채 처참하게 죽은 설자에 대한 기사가 신문에 나고 곤도는 충격을 받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설자에게 벗어났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수사는 치정으로 몰아가고 사건은 마무리 되었다. 유인배는 해질 무렵 인경의 집으로 간다. 인배는 인경에게 설자의 이야기를 하고 인경은 넌더리를 낸다. 인배가 돌아간 다음 날 인경과 선혜는 설자 이야기를 하며 끔찍해한다. 선혜 집에서 나온 인경은 선혜가 어딘가 불안정하게 보여 명희를 찾아가 선혜와 함께 있으라 부탁한다. 명희의 집에는 여옥이 와 있었다. 다음날 새벽 여옥은 역으로 나간다. 긴 행렬 중에 손가방을 든 최상길의 모습이 보인다. 상길은 한강에서 여옥에게 결혼하자 말하고 여옥은 그러지 말라고 한다. 최상길은 안도한다. 여옥은 최상길에게 ‘내가 죽으면 최 선생이 묻어주고, 당신이 먼저 가면 내가 그럴 게요’라고 말한다.

상의와 상근은 봄방학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온다. 기숙사에 와보니 그 사이 반 배정이 나와 있다. 아이들은 사감의 일방적 행동에 불만을 나타냈으나 그대로 이사는 끝났다. 상의는 자신과 친한 진영을 실장으로 앉힌 사감의 저의에 분노한다. 실장과 사생들의 관계는 어쨌든 상하가 되고 사이가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토요일 저녁, 사감들이 일본 아이들 기숙사에 모여 한담하는 동안 기숙사 전체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자유롭다. 사생들은 금지된 한복을 입고 화장을 하며 금지된 언어로 재잘거린다. 그때 방문이 활짝 열리고 사카모토 선생이 슬리퍼를 들고 서있다. 의기양양한 사감에게 상의는 의도대로 처벌하라며 진영과 한방에 배치한 의도를 묻는다. 평소 소심하고 얌전한 성격인 상의가 대들자 사감은 놀라고 아이들조차 숙였던 고개를 든다. 상의는 사감이 돌아간 후 처벌이 내려지면 아버지가 있는 만주로 가리라 마음먹는다. 하지만 나시야마 선생의 권고대로 아이들이 사감실 앞에서 헛울음을 울며 사과하자 사감은 상의를 불러 없었던 일로 하겠다고 말한다.

<밑줄긋기>

2장 사람은 밥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며 마음으로 산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4장 조선인 노동자는 사람도 짐승도 아닌 기계지요. 일본은 언젠가 벌을 받을 것입니다

5장 한이 된다는 말도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것 같았다. 희망이 없는 캄캄절벽. 어디서 빛줄이 새어들어 한을 풀 새날을 기다려본단 말인가.

6장 세상이 불공평하다고들 하지만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그렇지도 않아. 나쁜 놈이 잘된다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고, 나이 먹으면 사람들 모습이 달라지는 것이 어디 주름살 때문만이겠나? 그 역정이 모습에 각인되기 때문이야

5편 1장 바다에서는 전함이 침몰하고 하늘에서는 비행기가 불을 뿜고 대륙에서는 초연 자욱한 속에 끝없이 사람들이 쓰러져가는데 저 바다는 어쩌면 저토록 아름답고 정밀하며 무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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