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0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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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억을 잃는다는 것, 정체성을 잃는다는 것은 무()라는 점은 자극적일 수밖에 없지만, 그보다 , 기억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 에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흥신소에서 탐정일을 하다 퇴직한 주인공 ‘기 롤랑’은 자신에 대한 일체의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입니다. 자신에 대한 존재 증명을 상실해 버린 그는  마치 자신이 아닌 다른 인물을 찾는 것처럼 자신의 과거에 대해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한 장의 귀 떨어진 사진과 부고를 단서로 그는 바의 피아니스트, 정원사, 사진사 등 자신과 관련된 기억을 한 가지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한 명씩 만나면서 점점 자신의 기억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 기억 속에서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과 대면합니다

그 과정에서 받은 사진들을 토대로 자신이 차례로 프레디 하워드 드 뤼즈, 페드로, 페드로 맥케부아, 지미 페드로스테른 등의 이름을 가진 인물이었다고 생각하며, 그와 드니즈라는 여성, 프레디와 게이 오를로프라는 여성 등 남녀 네 사람이 므제브로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후 망수르라는 사진 작가를 통해 드니즈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게 됩니다. 과거의 단서들을 추적하면서 자신일지도 모를 이름들을 듣게 될 때마다 정말 자신이 그 인물이었다고 확신하며 과거의 파편들을 하나둘씩 맞춰나갑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여러가지 이름 중 어느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합니다.

그러던 중 경마기수인 앙드레 빌드메르를 만나서 페드로 맥케부아라고 불렸던 기 롤랑의 과거가 일정부분 밝혀지게 됩니다. 그는 드니즈, 게이 오를로프, 프레디와 함께 므제브로 갔으며, 그곳에서 기 롤랑과 드니즈 둘이 스위스 국경을 넘으려다 이들을 도와주겠다는 두 명의 인물에게 속아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이후 기 롤랑은 기억찾기의 마지막 시도를 해보기로 하고,’어두운 상점들의 거리,2번지’를 찾아나서며 끝을 맺습니다.

우울하고 몽환적인 느낌의 문장, 프랑스의 낯선 지명, 등장인물의 이름 때문에 쉽사리 읽히지 않았습니다. 특히 더 읽기 어려운 부분은 주인공이 자신의 기억을 서술하는 부분에서 사실을 나열한 듯한 방식을 쓴다는 것입니다. 읽는 내내 혼란스러웠습니다. 그 기억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입니다. 사진 몇 장과 주변인물로부터 들은 이야기로 자신의 과거를 확신할 수 있을까요?

세상에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우리의 기억이 한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는 말입니다. 중요한 날이나 일을 기억해야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하는 것 중에 하나입니다. 그리고 세월호 사건과 같이 힘들고 아픈 기억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기억과 시간은 이런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조금씩 잊게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의도적으로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조차 잊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인간의 기억에서 하나 둘씩 잊어가는 것들이 쌓이다 보면 우리는 또 다른 의도하지 않은 많은 것들을 잃게 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기억에서 멀어져가는 것들이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되면 다른 것들을 잃게 되는 것 말입니다.

기이한 사람들. 지나가면서 기껏해야 쉬 지워져버리는 연기밖에 남기지 못하는 그 사람들. 위트와 나는 종종 흔적마저 사라져버린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곤 했었다. 그들은 어느 날 (無)로부터 문득 나타났다가 반짝 빛을 발한 다음 다시 무로 돌아가 버린다. 미(美)의 여왕들, 멋쟁이 바람둥이들, 나비들. 그들 대부분은 심지어 살아 있는 동안에도 결코 단단해지지 못할 수증기만큼의 밀도조차 지니지 못했다 - P75

나는 앞으로 걸어나갔다. 혹시 그는 나를 알아볼 것인가? 매번 나는 같은 희망을 품고 매번 실망한다. - P87

그 여자가 나에게 이 질문을 어찌나 강요하는 듯한 어조로 물어왔는지 나는 처음으로 절망감에, 아니 절망감보다도 더한 감정, 모든 노력, 모든 유리한 점, 모든 선의에도 불구하고 넘을 수 없는 장애물과 부딪치고 있음을 알아차렸을 때 느껴지는 그런 충격에 사로잡혔다. - P121

골목들과 대로들의 저 미궁속에서 어느날 드니즈 쿠드뢰즈와 나는 서로 만났던 것이다. 거대한 전기 당구대 위에서 때떄로 서로 마주쳐 부딪치기도 하는 수천수만 개의 작은 당구공들처럼 파리 시내에서 오가는 수천수만의 사람들이 따라가는 저 도정들 가운데서 서로 마주치는 도정들. 그런데 그것으로부터 이제는 아무것도, 심지어는 하나의 반딧불이 지나가면서 남기는 저 가느다란 빛의 줄무늬조차도 남은 것이 없는 것이었다 - P156

어제 저녁에 그 거리들을 훑어 지나가며 나는 그 거리들이 전과 다름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것들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건물들도 거리의 폭도 변하지 않았지만 그 시절에는 빛이 달랐었고 다른 무엇이 대기 속에 떠돌고 있었다… - P170

여러 가지 어려운 과정을 거치고 난 후(나는 신부님에게 내가 사설탐정 노릇을 했었노라고는 감히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나는 원천으로 되돌아온 것입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라고 한 당신의 말은 옳았습니다
- P183

이 도시 안에서, 발걸음을 서둘러 걷고 있는 그 모든 그림자 같은 사람들 속에서 우리가 서로 길을 잃은 채 헤매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 P190

그녀는 반 알렌이 그녀에게 주는 원본에 따라 작업을 하거나 바느질을 했고 나는 장의자에 누워서 회고록들 중 어떤 것이나 아니면 그 여자가 그토록이나 좋아했던 마스크 총서의 탐정소설들을 읽었다. 그 저녁들은 내가 경험한 유일한 안도의 시간, 우리가 평화로운 세상 속에서 탈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환상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 P221

그 소녀는 멀어져간다. 그녀는 벌써 길모퉁이를 돌아갔다. 그런데 우리들의 삶 또한 그 어린아이의 슬픔과 마찬가지로 저녁 속으로 빨리 지워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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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무선)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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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단편 소설을 읽으면서 궁금한 것은 어떻게 하면 짧은 분량 안에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모두 담아낼 수 있는가였습니다. 장편소설도 좋고 단편소설도 좋지만, 그래도 호흡이 길고 이야기 자체의 서사성이 있는 장편을 더 좋아하긴 합니다. 그래서인지 단편 소설은 약간 밋밋하다는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전 세계 많은 젊은 소설가들이 좋아하는 작가로 주저 없이 "레이먼드 카버"를 꼽는다고도 해요. 특히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카버의 팬인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죠무라카미 하루키는 카버의 소설을 직접 번역해 일본에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단편작가로서 절정기에 올라 있던 레이먼드 카버의 문학적 성과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그의 대표작입니다. 표제작 "대성당"을 비롯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깃털들" 등 총 열두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이 작품집은, 평단과 독자의 지지를 동시에 얻으며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 후보에도 올랐었다고 하네요.

레이먼드카버의 문장은 번역이라는 과정을 거쳤다고 해도  상당히 단문입니다. 게다가 어떠한 군더더기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현상만을 그대로 포착하는데 주력하는 깔끔한 문장은 감정을 거의 절제하는 작가 특유의 관점과 맞물려 독특한 시너지 효과를 냅니다. 단편들은 각각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고, 그것은 작가의 힘입니다. 현실을 파악하고 그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순간의 힘은 단편문학만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실려있는 소설들은 굉장히 터프합니다. 하지만 따뜻함과 뭉클함이 가슴속에 깊게 남겨진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대성당 외에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입니다. 아이의 생일 날 찾아 온 사고와 죽음, 그리고 빵장수가 얽힌 이야기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서술되어 있습니다. 아이의 죽음을 지켜보는 부부의 상황은 작가의 감정이 거의 개입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비극이 처절하게 다가옵니다. 작가는 냉정하게 상황을 저술합니다. 빵장수라는 뜬금없는 제 3자가 등장하고, 아이를 잃은 부부가 그에게 감정을 토해내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상호간의 감정적 교류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빵장수의 전화에 분통을 터트리며 그의 가게에 찾아간 부부는 갓 구워낸 빵을 대접받으며 밤이 새도록 긴긴 대화를 나눕니다. 어조는 끝까지 변함이 없지만 그 긍정적인 소통으로 인해 슬픔을 극복할 수 있는 문을 발견한 부부의 이야기는 긴 여운을 남깁니다.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또 다른 세계를 접한다는 것, 그 한 순간의 놀라움은 종종 앞으로의 삶 혹은 삶의 관점을 모조리 뒤흔들 만큼 강렬함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이 단편집은 새로운 발견입니다.

그 끔찍한 일을 다시 떠올리면서 마이어스는 그게 다른 사람의 일이라도 되는 듯 머리를 흔들었다. 사실 그렇기도 했다. 그는 정말 그때와 다른 사람이었다. 그즈음 그는 혼자 살았고 일을 떠나서는 그 어떤 사람과도 관계를 유지하지 않았다. 밤이면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물새 미끼들에 관한 책을 읽었다 - P74

마이어스는 진행 방향으로 등을 돌리고 앉았다. 차창 밖 시골 풍경이 점점 더 빨리 스쳐가기 시작했다. 한순간, 마이어스는 그 풍경이 자신에게서 멀어진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는 어딘가로 가고 있었고, 그걸 알았다. 그리고 그게 잘못된 방향이라면, 조만간 그는 알게 되리라 - P86

그 순간 앤은 무슨 말이냐고 너무도 묻고 싶었다. 그녀는 자신과 같은 종류의 기다림이라는 상황에 처한 이 사람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녀도 두려웠고, 그들도 두려웠다. 다들 그런 공통점이 있었다. - P110

"꿈은 꾸잖아!" 패티가 말했다. "기억하지 못할 뿐이지. 꿈꾸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어. 꿈을 꾸지 않으면 미쳐버려. 책에 그렇게 나와. 그건 배출구라구. 사람들은 잠잘 때마다 모두 꿈을 꿔. 꿈을 안 꾸면 돌아버려. 그런데 나는 꿈이랍시고 꾸는 게 비타민뿐이란 말이야. 내가 무슨 얘길 하는지 모르겠어?" - P139

그는 아일린이 떠났으며, 그가 이해하는 바, 그녀는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는 상황이 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걸 그만뒀다. 캐럴과 함께 보내지 않는 밤들에만, 오직 그런 밤들의 아주 늦은 시간에만, 아일린에 대해 그가 여전히 지니고 있는 애정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그 모든 일들이 일어난 게 여전히 고통스럽다고 느꼈을 뿐이었다 - P241

"자네 인생에 이런 일을 하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겠지. 그렇지 않나 이 사람아? 그러기에 삶이란 희한한 걸세. 잘 알다시피. 계속해. 멈추지 말고."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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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어록 - 인간과 권력의 본질을 꿰뚫는 문장들 사기 (민음사)
김원중 지음 / 민음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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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권장되는 책이 바로 사마천의 ‘사기’라고 합니다. 또,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기 위한 첫걸음은 사마천의 사기로 시작한다고 합니다

20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인간학의 교과서라고 불리며 회자되는 ‘사기’는 사마천이 궁형의 치욕을 겪으면서도 혼을 담아 써내려간, 영원한 고전입니다. 그 쉼 없는 생명력의 원천은 바로 인간 개개인의 고뇌와 갈등을 통찰한 데 있습니다.

이 책은 ‘사기’에서 200여 편의 명구를 뽑아 그것이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과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과 지혜를 정리한 책입니다.

1부에서는 무엇이 나를 높이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2부는 타인을 진심으로 대하는 법에 대해 들려 줍니다. 3부는 세상과 더불어 사는 법인 정공법과 기습을 말하며, 4부는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통치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p50 미세한 털은 볼 수 있어도, 자신의 속눈썹은 보지 못하는 법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앞뒤에 하나씩 두개의 자루를 매고 다닌다고 합니다. 앞에 있는 자루에는 남의 허물을 모아 담고 뒤에 있는 자루에는 자기의 허물을 주어 담습니다. 대개의 사람들은 뒤에 있는 자루는 보이지 않으니까 앞에 있는 자루에만 남의 허물을 잔뜩 집어넣기 마련이죠.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앞에 있는 자루에는 그렇게 집어넣는데도 앞이 무거워 넘어지는 법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뒤에 있는 자루에 언제나 자기 허물이 꽉 차있기 때문입니다. 남을 비판하고 정죄할 만큼 깨끗한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허물을 들추어내고 고치려고 애쓰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의 허물을 고쳐야 할 것입니다.

 

p112 용모로써 사람을 취한다면 자우에게 실수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 최초로 받게 된 상대방의 정보를 이후에 알게 된 것들보다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간이란 존재는 자신이 처음으로 알게 된 것, 믿게 된 것이 진실이며 진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외적인 부분만으로 상대방을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초의 정보 파워란 것은 정말 너무나 어마어마하기에, 알고 있어도 적용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을 경계하는 구절입니다.

p126 성공과 실패가 뒤바뀌며 도는 것이 비유하면 먹줄을 긋는 것과 같다

사람에게는 살아가면서 공평하게 기회도 몇 번 주어집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기회가 와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 그 좋은 기회를 붙잡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나에게는 이제 기회는 없어”라고 하기 보다는 준비되지 않은 자신을 탓해야 합니다. 현재의 절망에 굴복하면 결코 미래는 없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을 살펴보면 단지 운이 좋고 기회가 와서 그런 것 같지만 그들 대부분은 끊임없이 노력하며 준비해온 사람들입니다. 무언가를 기대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에겐 성공이란 두 글자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준비하는 자에게만 기회가 오고, 그 기회 역시 준비된 자만이 잡을 수 있습니다.

 

p386 ...법도만을 따르는 공으로는 세속을 초월하기 어렵고, 옛날을 본받는 학문으로는 지금을 다스리기 어려운 것이오

변화를 읽는 눈을 키워야 합니다. 시대의 변화를 읽는 눈이 약하면 예측력도 떨어집니다.

지금 우리에게 다가와 있는 변화는 매우 빠르고 다양합니다. 우리가 시대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눈높이를 높여 변화를 빠르게 흐름을 읽고 받아들이면 앞서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도태될 것입니다.

 

‘고전’이라고 하면 초보자들에게는 부담스럽고 어렵게 생각되기 마련입니다. 특히, 사마천의 ‘사기’는 배경지식 없이 읽기엔 어려울 수 있는데, 해설이 가미된 이 책으로 먼저 시작하신 후 접한다면 충분히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왼쪽 페이지는 사마천의 문장, 오른쪽 페이지는 그에 대한 배경지식과 현대적 사유를 담았 기 때문에, 천천히 읽으며 구절을 곱씹고 생각하며 읽을 수 있습니다.

아까워서 혹은 먹먹해서, 어릴 적 맛난 과자를 몰래 숨겨두고 조금씩 아껴 먹었듯, 한 구절 한 구절 음미하며 읽을 책입니다. 한꺼번에 후루룩 읽어치우기엔 너무 아깝고, 생각을 정리하고 가야 할 대목, 의미가 깊어서 지나칠 수 없는 구절이 숱하게 많습니다. 눈에 띄는 대로 멈춰 새기고 가려니, 끝까지 읽어내려면 뜻하지 않게, 곁에 두고 아껴 읽을 수 밖에 없는 책입니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배우기를 좋아하고 생각을 깊이 해서 마음으로 그 뜻을 깨달은 사람이 아니라, 본 것이 별로 없고 들은 바가 적은 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진실로 어렵다 - P28

그러므로 밝은 눈에도 보이지 않는 것이 있고, 밝은 귀에도 들리지 않는 것이 있다. 사람이 비록 현명해도 왼손으로 네모를 그리면서 오른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릴 수는 없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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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dventures of Tom Sawyer (Paperback) Collins Classics 31
마크 트웨인 지음 / HarperPress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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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근대문학의 아버지’라는 명성이 무색한 마크 트웨인의 작품들은 많은 사람들이 애장도서로 간직할 만큼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나오는 모험담은 부분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고, 톰소여는 마크 트웨인 자신의 모습을 반영한 캐릭터입니다.

1876년 출간한 이후 지금까지도 어린이들과 모험을 사랑하는 어른들에게 사랑받아왔습니다. 이 작품이 고전의 반열에 오른 것은 모험 그 자체인 소년, 모험을 하지 않고선 견디지 못하는 인간의 원형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미시시피 강 기슭에 위치한 세인트피터즈버그의 항구 마을은 언제나 잠들어 있는 듯이 평화롭기만 했습니다. 그 마을에 사는 소년 톰소여는 머리가 영리한 편이었으나 말할 수 없는 장난꾸러기로, 동생인 시드와는 사사건건 앙숙이기도 했습니다.

모처럼 휴일을 맞이했으나 톰소여는 친구와 싸운 벌로 나무판자 담장에 페인트칠을 해야 했습니다. 그는 교묘하게 친구들을 끌여들여 자신은 쉬면서 친구들의 선물까지 받습니다.

착하기는 하지만 아무 구속 없이 제멋대로 사는 허클베리 핀과 함께 한밤중에 죽은 고양이를 공동묘지에 매달러 갑니다. 거기서 혼혈인 인디언 조가 마을의 의사를 죽이는 현장을 목격하게 됩니다. 조는 자신의 단도를 취해 쓰러져있는 포터의 손에 쥐어주는 것을 봅니다. 그들은 현장을 빠져나와 강 한가운데 있는 잭슨 섬에 몸을 숨깁니다.

마을에서는 두 소년이 물에 빠져 죽은 것으로 알고 교회에서 장례식까지 치르게 됩니다. 그러나 장례식 도중 두 소년이 나타납니다. 톰은 다시 학교에 다니게 되고, 한동안 다투었던 베키와도 화해합니다. 그리고 마을 의사를 살해한 사건으로 열린 재판에서 진범이 인디언 조임이 밝혀지면서 하루아침에 영웅이 됩니다.

톰과 베키는 학교 소풍날 동굴에 들어갔다가 길을 읽게 되고 거기서 인디언 조와 마주치게 됩니다. 톰의 용기와 꾀로 위험에서 벗어나 동굴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결국 조는 시체로 발견되고, 조가 감추어두었던 보물은 톰과 허클이 나누어 가지게 되었습니다. 허클은 더글러스부인의 양자가 되었고, 톰은 부자가 되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생동감있게 묘사하면서도, 자기 중심적이고 위선적인 인간상, 허례허식에 가득찬 교회, 흑인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인간 멸시 풍조 등을 마크트웨인의 익살과 기지 넘치는 필치로 묘사해놓았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듯 한 느낌이었습니다.

"모험이 없으면 큰 발전도 없다“는 말처럼, 모험은 분명 위대하고 가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낭만과 위험과 도전이 뒤따릅니다. 무모한 도전과 모험은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모험’이라는 단어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모험을 꿈꾸지 못하고 안주를 원하고, 도전과 변화를 기피하는 지금의 저에게 따끔한 경고를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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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달처 지음, 고유경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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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부정이 쌓여 만들어진 어두운 암흑세계를 가리켜 ‘디스토피아’라 부릅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디스토피아는 종종 영화나 소설 속에서 참담한 모습으로 그려지곤 합니다. ‘시녀이야기’에서는 여성들이 출산의 도구로 전락해버리고, '버드 박스'에서는 눈이 마주치면 창문에 머리를 들이받고, 스스로 자동차 사고를 일으키는 존재가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습니다.

이 책은 사람들이 세상을 점령한 세상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들은 모든 여성들에게 매일 말하는 단어의 수를 세는 팔찌 장치를 주었고, 할당된 단어보다 더 많이 말하면 전기 충격을 가합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진의 가족입니다. 그녀는 3명의 소년과 1명의 어린 소녀, 소니아의 엄마입니다. 소니아는 6살이고 5살 때부터 손목에 카운터를 착용했습니다. 언어 발달과 독해 기술에 중요한 시점에 소니아와 같은 소녀들은 학교에서의 봉제와 산술의 기초만 배웁니다. 읽기와 철자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더 나쁜 것은 학교는 가장 적게 말하는 어린이를 위한 일일 콘테스트를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어느 날 진은 소니아가 하루 종일 침묵하는 것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는 공포를 깨닫습니다.

진의 가족과 함께하는 또 다른 중요한 점은 여성을 평가 절하하는 세계로 성숙하는 아들 스티븐입니다. 진의 관찰을 통해, 우리는 이 의무화 된 종교 연구 수업을 들어야하는 학생에서 자신과 동료들에게 던져진 가정 된 가치에 대해 꼭두각시 인형으로 바뀌는 것을 보게 됩니다. 집에서 우유를 사야하는 사람과의 간단한 싸움은 아들이 진에게 얼마나 불쾌한지, 그리고 이 새로운 세상에서 자란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진의 아이들은 변화시키는 세상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으로 등장합니다. 그녀의 막내 딸 소니아(소설에서 가장 독특하고 중요한 인물임)는 순수 운동의 진보를 끊임없이 보여줍니다. 어느 시점에서 소니아는 학급에서 단어 수가 가장 적은 상을 수상했으며 그녀의 업적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것은 독자스스로 어떻게 우리의 믿음을 배우고 사회가 젊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진은 완벽한 인물이 아니며,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확실히 호의적이고 친근하지만, 또한 의심스러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동료 로렌조와의 관계를 시작하여 남편과의 긴장된 관계의 맥락에서 도덕적으로 모호 할뿐만 아니라, 이야기에 또 다른 위험 계층을 추가합니다. 간음하는 사람들은 강제 수용소나 노동 농장에 던져 져서 말을 하면 충격을 주는 카운터를 받습니다.

소설에서 흥미로운 또 다른 캐릭터는 남편 패트릭인데, 진은 인생에서 남자들을 ‘미워하지’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패트릭은 분명히 끔찍합니다. 이 소설은 불의와 편견에 대한 방관자라는 아이디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 독자의 패트릭의 성격에 대한 이해가 소설 전체에 걸쳐 진화하더라도, 그는 여전히 훌륭하지 않습니다.

소설은 억압 체계에 맞서 싸우지 않을 때 선의의 사람들이 어떻게 '나쁜'사람이 되는지 보여줍니다. 진은 패트릭이 과학 고문인 경우에도 시스템을 지지하는 것을 거부한 "약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반면, 진의 대학 친구인 재키는 패트릭과 반대입니다. 급진적인 여성 운동가 인 진은 종종 자신의 관계를 억누르는 것을 후회하고 더 정치적으로 관여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녀는 재키와 함께 대학을 다니면서 처음부터 더 많은 일을 해야 했음을 인정합니다.

또한, 정치 환경에서 다양한 종류의 등장인물들을 보여줍니다. 재키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오고 있는 것을 보는 급진적이고 정치적으로 활발한 페미니스트), 진 (정말 관심이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너무 나빠서 그렇기 때문에), 패트릭 (방관자), 스티븐 (급진적 교리)와 소니아(무고한 희생자). 소설 속의 다른 캐릭터들은 그 스펙트럼 사이의 어딘가에서 기능하지만, 각 캐릭터는 독자들이 점점 급진적 인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뭔가 다른 것을 보여주기 위해 독특한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중요한 인물로는 그녀의 동료와 이탈리아 애호가 인 로렌조와 그녀의 동료 린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재키와 린의 캐릭터가 좋았습니다. 그들은 고무적이고 영향력이 있었습니다.

소설의 설정 자체는 독특합니다. 절대로 꿈꾸고 싶지 않은 세상입니다. 처음에는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저자는 그것이 완전히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소설은 계속 우리에게 “만약?”이라고 묻는 듯했습니다. 개인 생활에서 정부가 방해하는 극단적인 결과에 영향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무섭고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소설에서는 몇 가지 신랄한 질문을 제기하고 답변합니다.

“인구를 어떻게 통제합니까?”

“그들을 침묵시키십시오. 그들을 억누르십시오. 그들의 힘을 빼앗아라. ”

“그들의 목소리를 빼앗아 어떻게 혁명을 시작합니까? ”

“모든 것을 하고 오랫동안 도망 갈 수 있다고 생각하십시오.”

결말은 흥미로웠습니다. 피날레는 너무 결정적이었고, 모든 일은 서둘러 마무리되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습니다.

책을 읽고 난 뒤 든 생각은 세상이 무섭다는 것과 우리 스스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투표를 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나쁜 일이 생기면 정부를 탓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필요할 때에는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또한, 라틴어로 '음성'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듯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살아가라고 이야기해주는 듯 합니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자유로워지려면 뭘 해야 할지 생각해봐.
어쩌면 이 지경이 된 지금, 무언가 시작하기 좋을 수도 있겠다
- P34

내가 이길 방법은 없지만, 내가 승자라고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 P129

내가 본 모든 것, 그리고 내가 보게 될 모든 것을 지우고 싶었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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