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
임현정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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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유년기부터 초등학교 졸업 전까지 함께했던 건 피아노와 음악이었습니다. 나의 유일한 취미이자 특기라고 내세울 만한 것이라 함께하며 그렇게 지냈었는데, 중학교 진학이후 학업 일정, 이사 등으로 기억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성인이 된 지금도 전공자가 아니지만 꽤나 관심이 많습니다. 사실 전문적인 지식에서는 너무나 부족하지만, 지나가다가 들리는 피아노소리에 손가락이 먼저 반응하기도 합니다.

클래식을 잘 모르는 이들도 강렬한 네 음절로 시작되는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은 알고 있을 것입니다. 팝송에도 등장하는 피아노 소나타 ‘비창’ 2악장 역시 인기 레퍼토리 중의 하나입니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CF에서도 베토벤의 음악은 늘 우리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에 따라 올해 문화계의 핫 이슈 중 하나가 바로 '베토벤'입니다.

피아니스트이자 이 책의 저자인 임현정은 '악성' '괴팍한 천재'와 같은 박제된 이미지나 영웅 신화를 탈피해, 청각을 잃은 베토벤의 창작 행위와 행적을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하고, 베토벤 음악의 위대함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밝혀내고 있습니다. 음악가에게 가장 중요한 감각인 청각을 잃은 베토벤이 어떻게 뛰어난 창작을 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베토벤이 자신의 한계(장애)를 받아들인 채 그 경계를 넓히려 시도했고, 이에 위대한 음악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강조합니다.

베토벤의 클래식에 관한 책이니 연주곡을 모르면 크게 와닿기가 쉽지 않을 듯 합니다. 그래서 페이지 곳곳에 QR코드를 삽입해놓아서 베토벤의 연주곡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총 4장으로 구성되는 베토벤의 이야기. 너무도 익숙하지만 피아니스트로 그의 음악을 밀접하게 만나는 저자에 비해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았습니다. 또한, 그의 삶을 고찰하며, 어떤 아픔에도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자신의 길을 살아낸 그의 모습을 본받아야겠다고 느낍니다.

돈과 예술을 바라보는 베토벤의 시각, 그리고 베토벤의 음악과 피아니스트로서의 저자의 생각과 느낀 점, 본인이 프랑스에서 유학하며 겪은 인종차별의 슬픔, 그것을 뛰어넘는 음악의 위대함을 진솔하게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딱딱한 전기가 아닌, 다양한 삶의 질곡을 넘어서 아름다운 예술을 남긴 베토벤의 삶과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도, 피아노를 전공하는 사람에게도 좋은, 누가 읽어도 좋은 책입니다.

나는 그의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자, 그러니까 피아니스트로서 베토벤을 논하고 싶었다. 더 나아가 그가 어떻게 나에게 영감을 주었는지, 삶 전반에 얼마나 큰 도움을 주었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음악학자의 시선에서 베토벤을 사유하는 책은 많았지만 연주자의 입장에서 그를 조명한 책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 P4

인류의 자유와 평등을 중요시했던 그의 음악을 특별한 몇몇 사람들만 향유하는 엄격하고 딱딱한 고급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일만큼 모순적인 것도 없다
- P32

언어의 장벽이 없는 음악은 우리의 내면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 어떤 단어와 문접도 필요 없이 곧바로 우리의 무의식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음악을 들으면 문득 옛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일순간 기분과 감정이 바뀌기도 한다. 무슨 음악을 들을지 선택하는 찰나의 시간, 그 짧은 과정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고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다
- P34

음악이라는 예술이 갖는 그 아름다운 진동이 우리 마음의 진동과 만났을 때, 인간이 지닌 무의식의 세계가 발전하고 승화한다. 예술은 삶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며, 영혼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탐험하게 하는 미지의 여행이다
- P35

무대에 입장하기 전 나는 관객에 대해 생각한다. 그들이 나에게 할애하는 인생의 귀중한 2시간. 이것이 나에게는 청중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자 영광이기 때문이다. 음악이 전개되며 우리는 서로의 숨결을 느끼고 호흡한다. 음악에는 작곡가의 숨결이 담겨 있으며 나 자신과 당신, 우리 모두와 맞닿아 있다. 그리고 그 하모니는 나의 영원한 열망이다.
- P47

음악이야말로 가장 숭고한 예술이고, 음악이야말로 신성한 신의 말씀을 인간에게 전달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 믿었던 젊은 작곡가 베토벤에게 프로메테우스 신화는 강한 영감의 대상이었다
- P51

자아를 하나의 도구로 생각하며 이롭게 사용하면 된다. 우리의 본질을 빛나게 하는 사다리의 역할로 말이다. 고유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표현한다면, 나라는 유일한 존재를 세상이 누릴 수 있게 선물로 주는 것과 같다. 만약 스스로를 무시하고 다른 누군가를 닮으려 한다면 세상이 고유한 나라는 존재를 누릴 권리를 빼앗는 것이다
- P63

현재보다 더 중요한 시간은 없다. 과거의 시간에 매몰되어 절망에 사로잡히기보다는 미래를 바꿀 현재의 선택이 중요하다
- P88

하다못해 손에 생긴 사소한 상처도 스스로 딱지가 생기고 아문다. 자연의 나무는 그 어떤 것도 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자라 우리에게 열매를 맺어준다.
- P98

나 자신이 온전히 표현될 때 다른 이들에게 개성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나는 이미 유일한 존재인데, 그것을 벗어나 무언가 다른 개성을 추구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고유한 나를 표현하지 않고 사람들의 눈에 잘 띄기 위해 억지 개성을 추구한다면 고유한 나의 존재가 없어지는 것이다
- P103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진심으로 느끼는 바는 무엇이며,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기운이 나는지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된다. 자신의 마음이 내는 소리를 듣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자기 자신부터 먼저 스스로를 제대로 알고 사랑해야 다른 이도 인정하고 존중해 줄 수 있다
- P106

독창적인 해석이란 없다. 그저 뚜렷하게 전무후무한 진정성 있는 해석이 있을 뿐이다. 절망적인 음악이라고 해서 일부러 절망스러운 느낌을 추가하고, 우울한 음악이라고 해서 일부러 우울함을 더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음률과 화성 자체가 곡의 느낌을 드러내므로, 연주자는 악보를 몸으로 표현하는 여행에 충실하면 된다.
- P114

겸손과 겸허는 결코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낮추는 것이 겸손이라는 생각은 옳지 않다. 자신이 이룬 것에 대해서는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을 느끼되 이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모두의 덕분이라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 P128

템포를 중시한 베토벤은 자신의 메트로놈이 잘 작동하지 않으면 새것을 주문해 도착하기를 기다린 다음 작곡을 이어갈 정도로 섬세했다. 또한 당시 베토벤이 사용했던 메트로놈은 현대의 메트로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제는 지금까지도 베토벤의 곡이 때때로 그의 의도와 달리 너무 심하게 느리게 연주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 P133

표현이 먼저다. 진실되게 열광하고 곡에 빠져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면 ‘열광’이 속도가 된다. 음악은 템포에 의해서 시작되지 않는다. 음악은 템포 속에 갇혀 있지 않다. 오히려 반대로 음악에서 흘러나오는 ‘표현’이 템포를 창조하는 것이다
- P139

칠중주는 20더커츠 ,교향곡은 20더커츠, 콘체르토는 10더커츠,그랜드 소나타는 20더커츠라네.아마 교향곡을 칠중주나 소나타와 같은 가격으로 매겨 놀랄 수도 있겠지.당연히 교향곡이 더 값어치는 나가지만 소나타가 훨씬 더 잘 팔려서 그렇다네. 그리고 콘체르토를 10더커츠만 달라고 한 이유는 당신에게 벌써 말했듯이 내 작품들 중 최고에 속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서라네.난 이 가격들이 심하게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네.난 적어도 당신을 위해 가능한 한 가장 저렴하게 값을 책정하려고 노력했네
- P146

내가 베토벤을 존경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조건 없는 양심’ 덕분이다. 누구에게 칭찬받거나 구원받아 천국에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양심에서 비롯되어 그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당연함’이 그가 지닌 자신감의 원천이었기 때문이다
- P205

외부적인 요인과는 아무 상관없이 자신의 본질 그 자체가 숭고하고 완벽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이 곧 과거이자 미래다. 미래라고 해봤자 현재의 연속일 뿐이니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현재에 가장 충실할 때 최선의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 P207

우주는 나에 대해, 그리고 우리에 대해 상상도 할 수 없는 숭고한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운명과 맞서 싸운 베토벤처럼 저 자신의 길을 걸으며 최선을 다하면 된다.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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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하는 습관 - 위대한 창조의 순간을 만든 구체적 하루의 기록
메이슨 커리 지음, 이미정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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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나 음악가 같은 예술가들은 자유로운 삶속에서 창작을 한다고 짐작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성공적인 예술가들은 의외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매일 정해진 분량의 작업을 합니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매일 오전 10쪽 분량의 글을 쓰고, 오후 1시부터는 사람들과 만나 점심을 먹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아침에 달리기를 하고, 간단한 식사 후에 글을 쓰고, 오후에는 쉬고, 저녁에는 음악을 듣는 일상을 지킨다고 합니다. 절대 무리하지 않고 일상의 루틴을 정확히 지켜나가려고 합니다. 그것이 오랫동안 글을 쓸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많은 작가들이 말합니다.

예술가로 산다는 건 일반적인 직업인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삶입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131명의 여성 예술가들이 작품작업을 위한 습관에 대해서 기술해 놓은 책입니다. 저자는 이들에 관한 인터뷰와 각종 매체 보도를 조사하고 생존 인물들에 대해선 직접 접촉해 일과 휴식의 균형, 시간을 쪼개 사용하는 법, 어떤 일에 집중하고 어떤 일은 포기하는지 등을 분석했습니다.

저자는 왜 어떤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이루는지에 대한 답을 얻고자 했습니다. 그중에 집안일과 창작을 함께 처리해야 하는 여성에 관한 책을 썼습니다. 책에 나오는 예술가마다 자신만의 루틴이 있습니다. 예술을 위해 독신을 선택한 사람과 즉흥적으로 하루를 보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각자 독특한 습관과 비법이 있지만, 엄마 예술가들은 시간 만들기에 집중했습니다. 10분이라도 작업을 위해 치열하게 시간을 사용했습니다. 그녀들은 자신의 아이를 장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환경에 맞는 루틴을 만들고 매일 반복할 뿐입니다.

60세 인정받은 화가 앨리스 닐이 있습니다. 그녀는 가난한 살림에 두 아들은 키우며 그림을 그렸습니다. 결혼 전보다 작업 시간은 줄었지만, 아이가 잠든 시간 동안 꾸준하게 예술활동을 하였습니다. 만약 현실에 타협하고 그리기를 중단했더라면 예술가가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또, 시인 하우는 여섯 아이를 키우며 시집과 연극 몇 편을 썼습니다. 남편이 문학 활동을 반대하는데도 굴하지 않았습니다. 냉수 목욕하기와 차 마시기 습관을 만들어 기분을 유지하고 쉬지 않고 일하고 일했습니다. 그녀는 부부가 서로 대등한 관계이길 원했고 삶의 목표가 있었습니다.

여성들의 이야기라서 더욱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여성에게 있어 일상의 삶과 자신의 일을 균형 있게 양립해 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충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지만, 무엇에 우선하느냐에 따라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또, 하나의 위대한 작품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치열한 작가 자신과의 싸움 끝에 나오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정말 미처 생각하지 못할 일하는 방식은 물론이고 결정적인 습관들이 흥미롭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나오는 화가나 사진작가, 음악가, 소설가의 작품들이 궁금해져서 찾아보게 됩니다. 노래를 감상하고 작품에 대한 간략한 내용을 확인하다보니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잠깐 반짝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잘 해나가기 위해서는 천부적 재능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일상 루틴을 만들어 철저하게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책을 읽고 나서, 일상 루틴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외부활동보다 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전에는 일정에 맞춰 쫓기듯이 살았지만, 이제는 좀더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작은 일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31인의 루틴 이야기는 마음이 흐트러질 때마다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자신만의 루틴 만들기, 오늘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수잔 손택의 말을 빌리자면, 삶과 프로젝트의 조화는 불가능하고, 그러한 조화를 위한 노력을 포기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내가 이 책을 쓰면서 계속 떠오른 의문은 한때 콜레트가 조르주 상드를 보고 떠올렸다는 질문과 같다. "대체 어떻게 해낸 거지?"
- P13

여자는 항상 남자를 돕고 자신의 성취를 추구하지 않는 따분한 삶을 살아요. 하지만 전 제가 예술가가 되고 싶었어요! 제게 좋은 아내가 있었으면 더욱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었을 거예요. 물론 이건 남성 우월주의자들이 할 법한 생각이죠. 하지만 그게 제가 마주한 세상이었어요.
- P134

창의적 활동을 능가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시간 동안에는 자신을 잊은 채 소리의 세계에서만 숨 쉰다 하더라도 말이다.
- P141

신념에 충실했어요. 패배자의 운명을 가진 이들의 용기, 강자의 약점, 오해의 비극, 놓쳐버린 기회들을 희극으로 표현하려고 최선을 다했어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그 모든 일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겠어요?
- P153

정신이 녹슬기 시작하면 대책 없이 심각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글을 쓰는 게 중요한 것이다. 더없이 한탄스러운 허튼 소리를 쓸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매일 글을 쓰지 않았다면 얻지 못했을 한두 쪽의 글이 나온다. 그러므로 계속 글을 써야 한다. 그것이 레이스 드기를 제외한 여성의 유일한 희망이다
- P196

전 모든 걸 무의식적 선택에 완전히 맡겨버려요. 다듬는 과정이라는 게 제 작품에는 항상 재앙과도 같았기에 그 과정은 생략했어요. 인위적인 것보다 조잡하더라도 진실한 것을 선호해요. - 케이트 쇼팽
- P269

이름 지을 수 없는 감정이 시발점이에요. 분위기랄까, 뭐 그런게 느껴지죠. 전 그렇게 느껴지거나 떠오르는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글을 쓰려고 해요. 그 과정이 잘 진행되면 결국에는 그 분위기가 영화가 되죠
- P281

화장실, 배, 제트기, 헛간,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오가는 기차나 파리에서 마드리드로 가는 기차에서도 글을 썼어요. 침대에 누워서, 혹은 병원의 기계장치에 기대어 글을 썼고, 호텔과 지하창고, 모텔, 자동차 안에서도 글을 썼죠. 건강하든 아프든, 행복하든 절망적이든 상관하지 않고 항상 글을 썼어요
- P296

일을 할 수 없었다는 사정은 아무 의미가 없어요. 여생을 계획하는 것처럼 일도 계획해서 처리하면 되니까요. 우연히 손에 들어오는 건 없죠. - 캐서린 오피
- P298

같은 환경에서 같은 것들을 겪으며 살아가는 습관적 삶에 빠지고 싶지 않아요. 전 항상 이사를 다녀요. 광적일 정도죠. 일상생활의 물질적 문제들은 따분하기 그지없어요
- P321

일상적인 일정에서 아주 사소한 것 하나만 틀어져도 나는 완전히 탈선해버리고 만다. - 이디스 워튼

- P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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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al Like an Artist: 10 Things Nobody Told You about Being Creative (Paperback) - 『훔쳐라, 아티스트처럼』원서
Austin Kleon / Workman Pub Co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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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회는 점수로 대변되는 스펙이 아닌 개인의 개성과 역량을 더 높이 평가합니다. 틀에 박힌 모범생보다 유연하게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사람을 더 선호한다는 의미입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창의성을 원하지만 사실 창의적인 사람이 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예술은 말할 것도 없지요. 객관적인 지표로 판단할 수 없는 분야인 만큼,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보니 종사자들은 결과물에 만족하지 못해 자신을 학대하기 십상이고요

이 책은 상당히 습관적인 분야를 다루고 있습니다. 창조를 하기 위한 습관 만들기 또는 마음가짐. 이 책에서 다루는 열 개의 작은 주제들이 창조에 대한 접근 방법과 함께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게 도와준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죽어 있던 생각을 아이디어로 바꾸는 가장 현실적인 10가지 방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1 훔쳐라, 아티스트처럼

2 그냥 시작해라, 너무 깊이 생각 하지 말고

3 당신이 써라, 당신이 읽고 싶은 책

4 두 손을 써라

5 곁다리 작업이나 취미가 중요하다

6 멋진 작업을 하고 사람들과 공유하라

7 지리적 한계는 더 이상 없다

8 호감형이 돼라

9 질릴만큼 꾸준히 하라

10 크리에이티브는 빼기다

쉽고 뻔한 내용이지만 신선하고 즐거운 제안들입니다. 저자는 자신이 삶에서 배운, 어렸을때 자신에게 알려줬으면 하는 노하우들을 책에 가득 담고 있습니다. 책의 구성과 설명들은 너무 길지 않아서 좋으며, 군더더기 없이 핵심을 담아놓았습니다.

카피를 하되 그 스타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정신세계 즉 생각을 '훔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원래의 대상과 완벽하게 똑같아질 수 없는 지점이 생기는데 그것이 바로 나만의 색깔을 칠할 수 있는 지점이며, 이를 극대화해서 나만의 창조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죽어있는 아이디어를 살리는 방법에 있어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기본에 충실하라’ 고 충고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일상에서 창의적인 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매일매일, 꾸준하게 성실히 그 시간을 소중하게 다루라고 합니다.

훌륭한 아티스트들은 그 어떤 것도 맨땅에서 솟아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모든 창작물들은 이전의 다른 창작물들의 토대 위에서 만들어집니다. 세상에 Original은 없는 것입니다.

일단 시도하고 빠르게 배우고 계속 움직여야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기술이 쌓이고 모험심은 되살아나며, 점점 더 창의적인 발상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남들과 차별화된 관점과 생각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기 원하는 우리에게 창의력의 근본 원리를 가르쳐주는 저자의 제안은 우리를 좀더 창의적인 모습으로 이끌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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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혁명 - 행복한 삶을 위한 공간 심리학
세라 W. 골드헤이건 지음, 윤제원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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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이나 마트에 가면 무언가 사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힙니다. 성당에 가면 종교가 없는 사람이라도 신성한 분위기에 저절로 손이 모입니다. 이처럼 저마다 다른 사람들이 특정 공간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책은 공간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과 상호작용에 대해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미 지어진 우리 주변 건축물을 통해 좋거나 혹은 나쁜 건축 디자인의 예시를 제시하고 그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상세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건축 환경에 인간 경험 중심 디자인을 반영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실제 건축물, 조경, 도시 경관 등을 예로 들어 우리가 공간과 환경의 형태와 패턴, 빛, 색상, 소리, 질감 등에 보이는 반응들을 자세히 설명합니다. 아테네 파르테논, 프랑스 아미앵 대성당, 맨해튼의 월드트레이드센터, 베를린 홀로코스트 기념관, 베이징의 798 예술구, 서울의 인사동 등 세계 곳곳의 다양한 사례가 사진 자료와 함께 제시됩니다.

인간 역량을 강화하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공간 디자인은 복잡하고 어지럽게 개발된 건물들 사이를 살아가는 우리 삶을 훨씬 더 행복하고 더 인간답게 만들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디자인과 건축을 직관이나 취향이 아닌 보편적인 말로 설명하기란 너무도 어려운 일로 여겨져 왔지만, 이제는 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환경을 어떻게 경험하고 어떻게 느끼는지를 측정하고, 설명할 수 있게 된 점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보통 집에 들어갈 때 엄마의 품 같은 안락함을 느끼지만, 낯선 집에 들어갈 때는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공간을 찾고, 내 취향에 맞게 공간을 꾸미려 애를 씁니다. 때때로 공간은 변화하고, 새로운 시도를 감행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사용해온 가구를 재배치한다든가 리폼을 하는 식입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월요일 아침 학교 운동장에서는 ‘애국 조회’라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전교생이 반별로 학년별로 운동장에 줄 맞게 일렬로 서서 교장 선생님 말씀을 다 같이 들었습니다. 각 반의 학생 행렬 맨 뒤에는 해당 학급 선생님이 뒷짐을 지고 학생들이 딴 짓을 하지 않는지 뒤에서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그 시절 학교는 공간 설계 관점에서 군대와 학교의 차이가 없습니다. 학교에서는 효율, 질서, 통제, 그리고 빠른 지식 주입이 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순종과 기억력보다 창의력과 개별성이 더 중요한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서비스가 인터넷에 널려있게 되는데, 이미 알려진 지식을 주입하고, 칠판에 선생님이 적고, 그 내용을 받아 적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래서 이제 학교의 개념과 기능이 바뀌어야 하고 그에 맞게 학교의 공간 설계가 변화해야

합니다. 다양한 교수·학습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융통적인 공간도 필요하지만, 교사의 일방적 전달보다는 학생의 능동적 참여와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공간도 구축되어야 합니다. 교육의 변화는 교육내용과 교육방법을 바꾸는 시도로 가능합니다. 그러나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그대로 두고서는 이러한 변화가 실현되기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변화된 교육내용과 교육방법이 실행될 공간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당신 주변에 있는 모든 것(지금 앉아 있는 방의 형태부터 집에 들어오는 햇빛의 양, 당신이 사는 주택이나 아파트의 특징, 당신이 이용하는 인도나 도로의 너비와 모양)은 누군가의 ‘선택‘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의뢰를 받고 만들었든 그냥 만들었든 건축 환경은 모두 인위적인 구성물이다. 다시 말해 얼마든지 다르게 만들 수 있었다는 뜻이다... 우리 앞에는 세상을 더 좋은 장소로 만들 수 있는 무궁무진한 기회가 펼쳐져 있다
- P51

디자인이 꼭 필요하지 않은 사치품이라는 생각은 버리자. 건축 환경은 우리의 신체와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인지 능력과 공동체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건축 환경은 삶의 모든 면에 작용하며 삶의 다양한 측면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까닭에 그 영향력은 점차 강화된다.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시는 우리가 자연과 건강한 관계를 쌓지 못하게 방해한다
- P75

좋은 건축 디자인은 일반벅인 건물에 예술을 덧붙인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 욕구와 권리를 보장하는 데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 P103

인간 마음의 존재와 기능 방식은 뇌와 신체의 구조에 따라 달라지며 인간의 뇌에 신체는 함께 힘을 합쳐 마음이 잘 기능하도록 돕는다. 인간의 인지 작용은 이 지구, 이 공간에 살고 있는 물리적 신체 안에서 일어난다. 나아가 우리가 신체를 지닌 존재라는 사실은 때로는 놀라운 방식으로 우리의 인지 형성에 영향을 준다. 폐쇄된 공간(내부가 아니라)밖에서 더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 P113

건축 환경이 우리의 모습을 형성하고 우리가 이 세상을 신체적, 사회적, 인지적으로 경험해나가는 방식을 결정하며 더불어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바꾸는 과정에 깊이 관여한다고 보는 것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 P156

사람이 지금까지 만들어내고 앞으로 만들어낼 건축물은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다. 그리고 사람의 손에서 탄생하는 건물에 사는 사람들은 건물 이전에, 땅을 딛고 서 있는 신체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 P160

사람이 생각을 하려면 마음속에 어떤 목표가 있어야 한다. 어떤 유명한 신경과학자는 뇌를 생각하는 장치가 아닌 ‘본질적인 행동 기관‘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사람은 감각 인지란 세상에 있는 여러 존재에 ‘반응하기 위한 기본적인 잠재적 준비 과정‘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즉 사람들은 인식하든 그러지 못하든 특정 공간이나 물체, 구조가 제공하는 기회에 선택적으로 집중하는 방식으로 건축 환경을 경험한다는 뜻이다
- P185

인지는 체화하려는 본성을, 인간은 계속해서 목표를 만들어내는 본성을 지닌 탓에 건축 환경은 정적인 비활성 상태로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주변에 있는 물체, 장소, 공간과 계속해서 역동적, 능동적으로 관계를 맺는다.
- P188

사람들은 또한 인생이란 길을 따라가는 여정으로, 인생에서 힘들었던 일을 암흑 같았던 순간 또는 장소로 표현하는 등 시간을 체화된 공간 경험과 관련지어 개념화한다. 좁은 공간은 시간을 빠르게, 넓은 공간은 반대로 시간을 느리게 흐르도록 만드는 듯하다. 광대한 공간과 독특하고 강력한 소리 풍경 때문에 아미앵 대성당에 들어가는 일은 다른 차원의 시간과 공간에 자신을 맡기는 것과 같다. 이곳에서의 경험은 우리를 경외감으로 가득 채워 일상적인 생각과 아집을 버리고 산 자와 죽은 자를 아우르는 온 인류의 존재적 보편성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러기 때문에 아미앵 대성당 같은 장소에서 30분만 보내도 하루를 알차게 보낸 느낌이 들거나, 이 하루의 경험으로 인생이 바뀌기도 하는 것이다
- P208

인간이 ‘생물 친화적’ 종으로 진화해왔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래서 자연에 마음이 끌리고 집과 사무실, 공동체가 자연과 연결된 느낌을 갖기 원하는 것이다. 인간이 유전자는 자연 세계와 밀접한 관계를 지속하는 것을 행복한 삶(‘존재’와 ‘감정’의 안녕)이라고 여기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도시 사람이든, 어떤 환경에 살든, 어떤 민족이든 간에 인간이라면 모두가 보이는 동일한 특성이다.
- P219

살고 있는 환경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인간과 동물 모두 "마음을 먹고 목표를 세우고 행동으로 옮긴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우리가 알기로는 오직 사람만이 "이 모든 것을 수행하는 동시에 공간과 육체, 그리고 육체를 둘러싼 공간에 대한 내재화된 스키마를 이용해 자신이 무엇을, 왜 하고 있으며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는 능력이 있다"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할 때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메타인지라고 한다,
- P391

지구 온난화가 지구 환경에 오랜 기간 영향을 주듯이 우리가 지금 만들어내는 모든 건축환경은 우리세대를 넘어 우리의 자손에까지, 어쩌면 그 자손의 자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 이다.그렇다면 마땅히 이세상에 좀 더 나은 건축환경을 유산으로 남겨야 하지 않겠는가?
- P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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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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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떠한 장소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가 삶을 살아 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추위와 더위를 피해 쉴 수 있는 공간은 생존을 위해서도 필수불가결한 존재이지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가 사는 곳은 단순히 안전하고, 비바람을 막아주는 것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내가 사는 집이 나의 취향을 반영하기도 하고, 내가 사는 동네의 환경에 따라 나의 생활 패턴이 자리잡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조금 더 쾌적한 생활 환경, 편리한 인프라를 갖춘 공간을 요구하게 됩니다. 그리고 공간은 이러한 구성원의 삶과 욕망을 반영하게 됩니다.

저자는 우리가 차를 선택할 때 외관 디자인이나 브랜드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그 자동차를 누구와 함께 타고 어디에 가느냐이듯이, 우리가 사는 곳도 마찬가지로 어떤 브랜드의 아파트냐가 아닌 어떤 공간이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우리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며 서로의 색깔을 나눌 수 있는 곳, 우리가 원하는 삶의 방향에 부합하는 도시로의 변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중심도 없고 경계도 모호한 특성을 보여 주는 현대 건축들, 대형 쇼핑몰에는 항상 멀티플렉스 극장이 있는 이유, 힙합 가수가 후드티를 입는 것과 사적 공간에 대한 갈증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숨 가쁜 도심에서 벗어나 생각에 잠길 수 있는 대교 아래 공간 이야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어떤 공간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생각하고 찾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줍니다.

저자는 줄곧 주위의 건축이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어느 곳이 살기 좋다, 어디서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독자들로 하여금 어디서 사는 것이 좋은지 생각하게끔 만듭니다. 이 책을 읽으면 점점 드는 생각은 도시가 중요하다는 것과 도시의 건축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도시를 설계하는 행정가들과 건축을 설계하는 건축가들이 중요하고, 도시와 건축을 집행하는 고위 관료가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결국 이들이 어떻게 도시를 만드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이 결정됩니다.

건축이 기후와 문화가 어떤 건축을 탄생시키고, 또 건축이 어떤 사회를 형성하는 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어디에서 살 것인가?’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는 건축물 내부보다는 사는 곳이 위치한 지역성을 더 중요시하는 편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구의동은 역세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근처에 대규모 쇼핑몰도 있어서 여러모로 편리하고, 자가용이 없어도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사용하여 이동에 문제가 없습니다.

소망이 있다면 매력적인 지역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좀더 라이프 친화적인 건축물에 사는 것입니다. 지금보다 살기 편한 건물에서 침실이나 옷장과 분리된 오로지 나만의 서재를 갖고 싶습니다.

이 곳에 정착해서 몇 년 살다보니 가슴이 답답할 때도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도시적인 분위기를 좋아하고 해외여행도 유명한 대도시 중심으로 다니는 그런 타입의 사람인데, 막상 거대한 회사 같은 도시의 역세권에서 살아보니 재미가 없었습니다. 집안과 집 근처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당연히 집과 주거환경은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로망이 있다면 집을 나오면 걷고 싶은 길이 바로 연결되는 곳, 나지막한 집과 건물이 있는 다정한 환경에서 살고 싶습니다. 이웃과 어울려 지낼 수 있는 환경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이 좀 복잡해지더라도 상호교류, 소통, 나눔이 이루어지는 그런 동네에서 살고 싶습니다. 도대체 그곳이 어디일까요? 제가 원하는 그런 집에서 살기 위해서 앞으로도 몇 번은 더 이사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여러분이 살고 계신 곳은 어떤 곳인가요? 혹은 여러분이 살고 싶은 곳은 어떤 곳인지 궁금해집니다.

대한민국의 학교 건축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의 학교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도전 정신이 없고 전체의 일부가 되고 싶어하는 국민만 양산할 것이다
- P51

과거 주택의 마당은 특정 기능 없는 빈공간이었다. 계절과 날씨가 바뀌면서 만들어지는 마당의 변화는 우리에게는 ‘생각이라는 빵‘을 만들때 필요한 밀가루나 버터같은 재료였다. 변화는 우리를 생각하게 만든다
- P56

부모와 살면 친구를 집에 초대할 수 없고, 원룸에 살면 공간이 작아 초대할 수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디 편하게 앉아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려면 한 끼 식사비 정도로 비싼 커피값을 지불하고 카페에 앉아야 한다.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는 공간을 즐기려면 돈을 지불해야 한다. 그게 집값이든 월세든 카페의 커피값이든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소유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았지만 이제는 ‘몇 평‘으로 계산되는 공간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삻의 질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었다
- P91

상업 시설 없이 산책로만 있는 곳에는 시간이 많은 사람만 가게 된다. 이 말은 현재 우리의 서울에는 시간 많은 사람이 산책하는 길은 많지만,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보행자 도로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녹도와 상업 가로를 분리시켜 생각하면 안 된다.
- P97

건축적으로 보면 후드티를 입는 사람들은 자신의 공간을 가지기 어려운 도시 빈민들이다. 이들은 어떻게든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기 어려운 도시빈민들이다. 이들은 어떻게든 자신만의 공간을 활보하기 위해 시선을 차단하고 자신의 영역을 만들려고 한다. 지붕이 있는 공간을 소유하지 못하니 모자를 쓰고, 후드를 뒤집어쓴다. 주변이 안보이니 머리를 좌우로 두리번거려야 한다. 이런 행동이 힙합의 무브(움직임)이다. 즉,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액션이다. 같은 맥락으로 자동차, 헤드폰, 장갑, 선글라스는 복잡한 세상 속에서 내 공간을 만들려는 장치들이다
- P103

여러 사람이 한 집에서 함께 화장실을 사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화장실을 계속 늘리는 것과 아니면 화장실에 들어와도 문제가 되지 않는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 현대사회는 화장실을 계속 늘리는 방식, 즉 사적 공간을 끊임없이 만드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 P106

그 이전에는 수십만년 동안 수렵 채집을 하면서 이동하면서 살았던 게 인간이다. 지금의 디지털 유목민 같은 삶이 유전적으로는 더욱 맞는 삶의 형태인지도 모른다. 가까운 미래에는 굳이 비싼 동네에 집을 소유하기보단 그 공간을 잠깐 경험해보는 것으로 만족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이미 소유보다는 그냥 인스타그램 사진을 많이 남기는 것이 더 중요한 세상에 살고 있지 않은가? 경험을 하고 사진으로 남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시대에 어쩌면 한 집에서 몇년씩 사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삶의 형태일지도 모른다.
- P113

대형 쇼핑몰에는 변화하는 자연이 없다 보니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쇼핑몰은 몇년에 한 번씩 대대적인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한다. 그리고 더 잦은 변화를 위해 수시로 변화하는 콘텐츠인 멀티플렉스 극장을 도입한다. 계절이 바뀌는 대신 상영하는 영화를 바꿔 주는 것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쇼핑몰인 코엑스몰에는 메가박스가 들어가있다. 요즘에는 그것도 부족해서 대형서점이나 도서관을 유치하거나 만든다
- P125

필자는 자연이 있는 골목길을 보존한다면 그에 맞는 새로운 21세기형 골목길 문화가 만들어지고 그 문화가 사회를 더 좋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다. 그것은 창업하기 좋은 ‘한국형 실리콘 밸리 골목길‘일 수도 있고, 한곳에 격리되어서 담장 안에 갇힌 학교 공간이 아닌 골목길을 끼고 있는 대학 캠퍼스나 공립학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새롭고 창의적인 사회적 공간의 플랫폼으로 21세기형 골목길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본다
- P143

사실 우리가 창조라고 하는 것들은 어차피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닌, 자연에 있는 물질의 재구성일 뿐이다. 우리 인간이 하는 모든 행위는 자연으로부터 잠시 빌려 쓰는 행위다. 그러니 내가 다 쓱 나면 후손들이 다르게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현재 지구상에는 역사상 가장 많은 인간 개체수가 있고 모두가 살아남아야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 우리 시대에 태어난 건축물은 다음 시대에 살아남기위해 어떤 진화릐 몸부림을 치게 될지 궁금하다
- P152

여러 사람이 한 집에서 함께 화장실을 사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화장실을 계속 늘리는 것과 아니면 화장실에 들어와도 문제가 되지 않는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 현대사회는 화장실을 계속 늘리는 방식, 즉 사적 공간을 끊임없이 만드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 P206

벽으로 막힌 계단은 멋진 체험을 하는 공간이 아니라 빨리 이동해서 다른 층으로 가야 하는 ‘일’을 하는 공간. 계단은 그런 취급을 받을 공간이 아니다
- P224

선박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방수다. 비정형 건축물은 배를 뒤집어 놓은 듯이 만들면 간단히 완성된다. 국내 조선 업계의 불황을 건축 같은 종합 산업에 접목시킨다면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 P238

필요한 곳에 차선을 줄여 블록 간 소통을 좋게 만드는 것 외, 더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전략은 의미있는 건축물 보존으로 도시의 역사를 남기는 것이다
- P264

성공적 상업 가로가 만들어지는 원칙. 한쪽에는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라인이 들어오고 다른 쪽에는 공원이 있어서 이 둘을 연결하는 길이 만들어지면 그 길은 성공적인 가로가 된다
- P286

우리가 사는 세상의 공간은 아직도 기존의 물리적인 구성이 주는 가치가 있는 동시에, 미디어로 만들어진 사이버공간이 중첩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생물학의 프레임이 물질에서 정보로 변환된 것처럼 미술과 건축에서도 동일한 전이가 일어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인식하는 세상은 더 이상 물질로 구성된 세상이 아니라 의식 속에 존재하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이제 다음 세대의 가치관도 구체적인 물질보다는 정보를 통한 경험에 더 중점을 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 P311

신기술로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노력과 그에 따른 사회적 현상과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대다. 기술은 바뀌어도 인간의 유전적 본능은 그렇게 빨리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 P329

우리는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건축 공간이 만들어 내는 환경의 본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우리 스스로를 제대로 쳐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 P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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