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혁명 - 행복한 삶을 위한 공간 심리학
세라 W. 골드헤이건 지음, 윤제원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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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이나 마트에 가면 무언가 사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힙니다. 성당에 가면 종교가 없는 사람이라도 신성한 분위기에 저절로 손이 모입니다. 이처럼 저마다 다른 사람들이 특정 공간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책은 공간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과 상호작용에 대해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미 지어진 우리 주변 건축물을 통해 좋거나 혹은 나쁜 건축 디자인의 예시를 제시하고 그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상세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건축 환경에 인간 경험 중심 디자인을 반영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실제 건축물, 조경, 도시 경관 등을 예로 들어 우리가 공간과 환경의 형태와 패턴, 빛, 색상, 소리, 질감 등에 보이는 반응들을 자세히 설명합니다. 아테네 파르테논, 프랑스 아미앵 대성당, 맨해튼의 월드트레이드센터, 베를린 홀로코스트 기념관, 베이징의 798 예술구, 서울의 인사동 등 세계 곳곳의 다양한 사례가 사진 자료와 함께 제시됩니다.

인간 역량을 강화하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공간 디자인은 복잡하고 어지럽게 개발된 건물들 사이를 살아가는 우리 삶을 훨씬 더 행복하고 더 인간답게 만들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디자인과 건축을 직관이나 취향이 아닌 보편적인 말로 설명하기란 너무도 어려운 일로 여겨져 왔지만, 이제는 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환경을 어떻게 경험하고 어떻게 느끼는지를 측정하고, 설명할 수 있게 된 점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보통 집에 들어갈 때 엄마의 품 같은 안락함을 느끼지만, 낯선 집에 들어갈 때는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공간을 찾고, 내 취향에 맞게 공간을 꾸미려 애를 씁니다. 때때로 공간은 변화하고, 새로운 시도를 감행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사용해온 가구를 재배치한다든가 리폼을 하는 식입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월요일 아침 학교 운동장에서는 ‘애국 조회’라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전교생이 반별로 학년별로 운동장에 줄 맞게 일렬로 서서 교장 선생님 말씀을 다 같이 들었습니다. 각 반의 학생 행렬 맨 뒤에는 해당 학급 선생님이 뒷짐을 지고 학생들이 딴 짓을 하지 않는지 뒤에서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그 시절 학교는 공간 설계 관점에서 군대와 학교의 차이가 없습니다. 학교에서는 효율, 질서, 통제, 그리고 빠른 지식 주입이 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순종과 기억력보다 창의력과 개별성이 더 중요한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서비스가 인터넷에 널려있게 되는데, 이미 알려진 지식을 주입하고, 칠판에 선생님이 적고, 그 내용을 받아 적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래서 이제 학교의 개념과 기능이 바뀌어야 하고 그에 맞게 학교의 공간 설계가 변화해야

합니다. 다양한 교수·학습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융통적인 공간도 필요하지만, 교사의 일방적 전달보다는 학생의 능동적 참여와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공간도 구축되어야 합니다. 교육의 변화는 교육내용과 교육방법을 바꾸는 시도로 가능합니다. 그러나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그대로 두고서는 이러한 변화가 실현되기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변화된 교육내용과 교육방법이 실행될 공간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당신 주변에 있는 모든 것(지금 앉아 있는 방의 형태부터 집에 들어오는 햇빛의 양, 당신이 사는 주택이나 아파트의 특징, 당신이 이용하는 인도나 도로의 너비와 모양)은 누군가의 ‘선택‘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의뢰를 받고 만들었든 그냥 만들었든 건축 환경은 모두 인위적인 구성물이다. 다시 말해 얼마든지 다르게 만들 수 있었다는 뜻이다... 우리 앞에는 세상을 더 좋은 장소로 만들 수 있는 무궁무진한 기회가 펼쳐져 있다
- P51

디자인이 꼭 필요하지 않은 사치품이라는 생각은 버리자. 건축 환경은 우리의 신체와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인지 능력과 공동체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건축 환경은 삶의 모든 면에 작용하며 삶의 다양한 측면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까닭에 그 영향력은 점차 강화된다.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시는 우리가 자연과 건강한 관계를 쌓지 못하게 방해한다
- P75

좋은 건축 디자인은 일반벅인 건물에 예술을 덧붙인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 욕구와 권리를 보장하는 데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 P103

인간 마음의 존재와 기능 방식은 뇌와 신체의 구조에 따라 달라지며 인간의 뇌에 신체는 함께 힘을 합쳐 마음이 잘 기능하도록 돕는다. 인간의 인지 작용은 이 지구, 이 공간에 살고 있는 물리적 신체 안에서 일어난다. 나아가 우리가 신체를 지닌 존재라는 사실은 때로는 놀라운 방식으로 우리의 인지 형성에 영향을 준다. 폐쇄된 공간(내부가 아니라)밖에서 더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 P113

건축 환경이 우리의 모습을 형성하고 우리가 이 세상을 신체적, 사회적, 인지적으로 경험해나가는 방식을 결정하며 더불어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바꾸는 과정에 깊이 관여한다고 보는 것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 P156

사람이 지금까지 만들어내고 앞으로 만들어낼 건축물은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다. 그리고 사람의 손에서 탄생하는 건물에 사는 사람들은 건물 이전에, 땅을 딛고 서 있는 신체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 P160

사람이 생각을 하려면 마음속에 어떤 목표가 있어야 한다. 어떤 유명한 신경과학자는 뇌를 생각하는 장치가 아닌 ‘본질적인 행동 기관‘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사람은 감각 인지란 세상에 있는 여러 존재에 ‘반응하기 위한 기본적인 잠재적 준비 과정‘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즉 사람들은 인식하든 그러지 못하든 특정 공간이나 물체, 구조가 제공하는 기회에 선택적으로 집중하는 방식으로 건축 환경을 경험한다는 뜻이다
- P185

인지는 체화하려는 본성을, 인간은 계속해서 목표를 만들어내는 본성을 지닌 탓에 건축 환경은 정적인 비활성 상태로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주변에 있는 물체, 장소, 공간과 계속해서 역동적, 능동적으로 관계를 맺는다.
- P188

사람들은 또한 인생이란 길을 따라가는 여정으로, 인생에서 힘들었던 일을 암흑 같았던 순간 또는 장소로 표현하는 등 시간을 체화된 공간 경험과 관련지어 개념화한다. 좁은 공간은 시간을 빠르게, 넓은 공간은 반대로 시간을 느리게 흐르도록 만드는 듯하다. 광대한 공간과 독특하고 강력한 소리 풍경 때문에 아미앵 대성당에 들어가는 일은 다른 차원의 시간과 공간에 자신을 맡기는 것과 같다. 이곳에서의 경험은 우리를 경외감으로 가득 채워 일상적인 생각과 아집을 버리고 산 자와 죽은 자를 아우르는 온 인류의 존재적 보편성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러기 때문에 아미앵 대성당 같은 장소에서 30분만 보내도 하루를 알차게 보낸 느낌이 들거나, 이 하루의 경험으로 인생이 바뀌기도 하는 것이다
- P208

인간이 ‘생물 친화적’ 종으로 진화해왔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래서 자연에 마음이 끌리고 집과 사무실, 공동체가 자연과 연결된 느낌을 갖기 원하는 것이다. 인간이 유전자는 자연 세계와 밀접한 관계를 지속하는 것을 행복한 삶(‘존재’와 ‘감정’의 안녕)이라고 여기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도시 사람이든, 어떤 환경에 살든, 어떤 민족이든 간에 인간이라면 모두가 보이는 동일한 특성이다.
- P219

살고 있는 환경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인간과 동물 모두 "마음을 먹고 목표를 세우고 행동으로 옮긴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우리가 알기로는 오직 사람만이 "이 모든 것을 수행하는 동시에 공간과 육체, 그리고 육체를 둘러싼 공간에 대한 내재화된 스키마를 이용해 자신이 무엇을, 왜 하고 있으며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는 능력이 있다"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할 때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메타인지라고 한다,
- P391

지구 온난화가 지구 환경에 오랜 기간 영향을 주듯이 우리가 지금 만들어내는 모든 건축환경은 우리세대를 넘어 우리의 자손에까지, 어쩌면 그 자손의 자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 이다.그렇다면 마땅히 이세상에 좀 더 나은 건축환경을 유산으로 남겨야 하지 않겠는가?
- P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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