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
임현정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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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유년기부터 초등학교 졸업 전까지 함께했던 건 피아노와 음악이었습니다. 나의 유일한 취미이자 특기라고 내세울 만한 것이라 함께하며 그렇게 지냈었는데, 중학교 진학이후 학업 일정, 이사 등으로 기억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성인이 된 지금도 전공자가 아니지만 꽤나 관심이 많습니다. 사실 전문적인 지식에서는 너무나 부족하지만, 지나가다가 들리는 피아노소리에 손가락이 먼저 반응하기도 합니다.

클래식을 잘 모르는 이들도 강렬한 네 음절로 시작되는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은 알고 있을 것입니다. 팝송에도 등장하는 피아노 소나타 ‘비창’ 2악장 역시 인기 레퍼토리 중의 하나입니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CF에서도 베토벤의 음악은 늘 우리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에 따라 올해 문화계의 핫 이슈 중 하나가 바로 '베토벤'입니다.

피아니스트이자 이 책의 저자인 임현정은 '악성' '괴팍한 천재'와 같은 박제된 이미지나 영웅 신화를 탈피해, 청각을 잃은 베토벤의 창작 행위와 행적을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하고, 베토벤 음악의 위대함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밝혀내고 있습니다. 음악가에게 가장 중요한 감각인 청각을 잃은 베토벤이 어떻게 뛰어난 창작을 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베토벤이 자신의 한계(장애)를 받아들인 채 그 경계를 넓히려 시도했고, 이에 위대한 음악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강조합니다.

베토벤의 클래식에 관한 책이니 연주곡을 모르면 크게 와닿기가 쉽지 않을 듯 합니다. 그래서 페이지 곳곳에 QR코드를 삽입해놓아서 베토벤의 연주곡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총 4장으로 구성되는 베토벤의 이야기. 너무도 익숙하지만 피아니스트로 그의 음악을 밀접하게 만나는 저자에 비해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았습니다. 또한, 그의 삶을 고찰하며, 어떤 아픔에도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자신의 길을 살아낸 그의 모습을 본받아야겠다고 느낍니다.

돈과 예술을 바라보는 베토벤의 시각, 그리고 베토벤의 음악과 피아니스트로서의 저자의 생각과 느낀 점, 본인이 프랑스에서 유학하며 겪은 인종차별의 슬픔, 그것을 뛰어넘는 음악의 위대함을 진솔하게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딱딱한 전기가 아닌, 다양한 삶의 질곡을 넘어서 아름다운 예술을 남긴 베토벤의 삶과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도, 피아노를 전공하는 사람에게도 좋은, 누가 읽어도 좋은 책입니다.

나는 그의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자, 그러니까 피아니스트로서 베토벤을 논하고 싶었다. 더 나아가 그가 어떻게 나에게 영감을 주었는지, 삶 전반에 얼마나 큰 도움을 주었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음악학자의 시선에서 베토벤을 사유하는 책은 많았지만 연주자의 입장에서 그를 조명한 책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 P4

인류의 자유와 평등을 중요시했던 그의 음악을 특별한 몇몇 사람들만 향유하는 엄격하고 딱딱한 고급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일만큼 모순적인 것도 없다
- P32

언어의 장벽이 없는 음악은 우리의 내면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 어떤 단어와 문접도 필요 없이 곧바로 우리의 무의식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음악을 들으면 문득 옛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일순간 기분과 감정이 바뀌기도 한다. 무슨 음악을 들을지 선택하는 찰나의 시간, 그 짧은 과정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고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다
- P34

음악이라는 예술이 갖는 그 아름다운 진동이 우리 마음의 진동과 만났을 때, 인간이 지닌 무의식의 세계가 발전하고 승화한다. 예술은 삶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며, 영혼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탐험하게 하는 미지의 여행이다
- P35

무대에 입장하기 전 나는 관객에 대해 생각한다. 그들이 나에게 할애하는 인생의 귀중한 2시간. 이것이 나에게는 청중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자 영광이기 때문이다. 음악이 전개되며 우리는 서로의 숨결을 느끼고 호흡한다. 음악에는 작곡가의 숨결이 담겨 있으며 나 자신과 당신, 우리 모두와 맞닿아 있다. 그리고 그 하모니는 나의 영원한 열망이다.
- P47

음악이야말로 가장 숭고한 예술이고, 음악이야말로 신성한 신의 말씀을 인간에게 전달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 믿었던 젊은 작곡가 베토벤에게 프로메테우스 신화는 강한 영감의 대상이었다
- P51

자아를 하나의 도구로 생각하며 이롭게 사용하면 된다. 우리의 본질을 빛나게 하는 사다리의 역할로 말이다. 고유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표현한다면, 나라는 유일한 존재를 세상이 누릴 수 있게 선물로 주는 것과 같다. 만약 스스로를 무시하고 다른 누군가를 닮으려 한다면 세상이 고유한 나라는 존재를 누릴 권리를 빼앗는 것이다
- P63

현재보다 더 중요한 시간은 없다. 과거의 시간에 매몰되어 절망에 사로잡히기보다는 미래를 바꿀 현재의 선택이 중요하다
- P88

하다못해 손에 생긴 사소한 상처도 스스로 딱지가 생기고 아문다. 자연의 나무는 그 어떤 것도 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자라 우리에게 열매를 맺어준다.
- P98

나 자신이 온전히 표현될 때 다른 이들에게 개성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나는 이미 유일한 존재인데, 그것을 벗어나 무언가 다른 개성을 추구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고유한 나를 표현하지 않고 사람들의 눈에 잘 띄기 위해 억지 개성을 추구한다면 고유한 나의 존재가 없어지는 것이다
- P103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진심으로 느끼는 바는 무엇이며,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기운이 나는지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된다. 자신의 마음이 내는 소리를 듣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자기 자신부터 먼저 스스로를 제대로 알고 사랑해야 다른 이도 인정하고 존중해 줄 수 있다
- P106

독창적인 해석이란 없다. 그저 뚜렷하게 전무후무한 진정성 있는 해석이 있을 뿐이다. 절망적인 음악이라고 해서 일부러 절망스러운 느낌을 추가하고, 우울한 음악이라고 해서 일부러 우울함을 더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음률과 화성 자체가 곡의 느낌을 드러내므로, 연주자는 악보를 몸으로 표현하는 여행에 충실하면 된다.
- P114

겸손과 겸허는 결코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낮추는 것이 겸손이라는 생각은 옳지 않다. 자신이 이룬 것에 대해서는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을 느끼되 이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모두의 덕분이라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 P128

템포를 중시한 베토벤은 자신의 메트로놈이 잘 작동하지 않으면 새것을 주문해 도착하기를 기다린 다음 작곡을 이어갈 정도로 섬세했다. 또한 당시 베토벤이 사용했던 메트로놈은 현대의 메트로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제는 지금까지도 베토벤의 곡이 때때로 그의 의도와 달리 너무 심하게 느리게 연주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 P133

표현이 먼저다. 진실되게 열광하고 곡에 빠져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면 ‘열광’이 속도가 된다. 음악은 템포에 의해서 시작되지 않는다. 음악은 템포 속에 갇혀 있지 않다. 오히려 반대로 음악에서 흘러나오는 ‘표현’이 템포를 창조하는 것이다
- P139

칠중주는 20더커츠 ,교향곡은 20더커츠, 콘체르토는 10더커츠,그랜드 소나타는 20더커츠라네.아마 교향곡을 칠중주나 소나타와 같은 가격으로 매겨 놀랄 수도 있겠지.당연히 교향곡이 더 값어치는 나가지만 소나타가 훨씬 더 잘 팔려서 그렇다네. 그리고 콘체르토를 10더커츠만 달라고 한 이유는 당신에게 벌써 말했듯이 내 작품들 중 최고에 속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서라네.난 이 가격들이 심하게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네.난 적어도 당신을 위해 가능한 한 가장 저렴하게 값을 책정하려고 노력했네
- P146

내가 베토벤을 존경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조건 없는 양심’ 덕분이다. 누구에게 칭찬받거나 구원받아 천국에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양심에서 비롯되어 그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당연함’이 그가 지닌 자신감의 원천이었기 때문이다
- P205

외부적인 요인과는 아무 상관없이 자신의 본질 그 자체가 숭고하고 완벽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이 곧 과거이자 미래다. 미래라고 해봤자 현재의 연속일 뿐이니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현재에 가장 충실할 때 최선의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 P207

우주는 나에 대해, 그리고 우리에 대해 상상도 할 수 없는 숭고한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운명과 맞서 싸운 베토벤처럼 저 자신의 길을 걸으며 최선을 다하면 된다.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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