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어떠한 장소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가 삶을 살아 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추위와 더위를 피해 쉴 수 있는 공간은 생존을 위해서도 필수불가결한 존재이지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가 사는 곳은 단순히 안전하고, 비바람을 막아주는 것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내가 사는 집이 나의 취향을 반영하기도 하고, 내가 사는 동네의 환경에 따라 나의 생활 패턴이 자리잡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조금 더 쾌적한 생활 환경, 편리한 인프라를 갖춘 공간을 요구하게 됩니다. 그리고 공간은 이러한 구성원의 삶과 욕망을 반영하게 됩니다.

저자는 우리가 차를 선택할 때 외관 디자인이나 브랜드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그 자동차를 누구와 함께 타고 어디에 가느냐이듯이, 우리가 사는 곳도 마찬가지로 어떤 브랜드의 아파트냐가 아닌 어떤 공간이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우리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며 서로의 색깔을 나눌 수 있는 곳, 우리가 원하는 삶의 방향에 부합하는 도시로의 변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중심도 없고 경계도 모호한 특성을 보여 주는 현대 건축들, 대형 쇼핑몰에는 항상 멀티플렉스 극장이 있는 이유, 힙합 가수가 후드티를 입는 것과 사적 공간에 대한 갈증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숨 가쁜 도심에서 벗어나 생각에 잠길 수 있는 대교 아래 공간 이야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어떤 공간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생각하고 찾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줍니다.

저자는 줄곧 주위의 건축이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어느 곳이 살기 좋다, 어디서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독자들로 하여금 어디서 사는 것이 좋은지 생각하게끔 만듭니다. 이 책을 읽으면 점점 드는 생각은 도시가 중요하다는 것과 도시의 건축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도시를 설계하는 행정가들과 건축을 설계하는 건축가들이 중요하고, 도시와 건축을 집행하는 고위 관료가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결국 이들이 어떻게 도시를 만드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이 결정됩니다.

건축이 기후와 문화가 어떤 건축을 탄생시키고, 또 건축이 어떤 사회를 형성하는 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어디에서 살 것인가?’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는 건축물 내부보다는 사는 곳이 위치한 지역성을 더 중요시하는 편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구의동은 역세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근처에 대규모 쇼핑몰도 있어서 여러모로 편리하고, 자가용이 없어도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사용하여 이동에 문제가 없습니다.

소망이 있다면 매력적인 지역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좀더 라이프 친화적인 건축물에 사는 것입니다. 지금보다 살기 편한 건물에서 침실이나 옷장과 분리된 오로지 나만의 서재를 갖고 싶습니다.

이 곳에 정착해서 몇 년 살다보니 가슴이 답답할 때도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도시적인 분위기를 좋아하고 해외여행도 유명한 대도시 중심으로 다니는 그런 타입의 사람인데, 막상 거대한 회사 같은 도시의 역세권에서 살아보니 재미가 없었습니다. 집안과 집 근처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당연히 집과 주거환경은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로망이 있다면 집을 나오면 걷고 싶은 길이 바로 연결되는 곳, 나지막한 집과 건물이 있는 다정한 환경에서 살고 싶습니다. 이웃과 어울려 지낼 수 있는 환경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이 좀 복잡해지더라도 상호교류, 소통, 나눔이 이루어지는 그런 동네에서 살고 싶습니다. 도대체 그곳이 어디일까요? 제가 원하는 그런 집에서 살기 위해서 앞으로도 몇 번은 더 이사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여러분이 살고 계신 곳은 어떤 곳인가요? 혹은 여러분이 살고 싶은 곳은 어떤 곳인지 궁금해집니다.

대한민국의 학교 건축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의 학교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도전 정신이 없고 전체의 일부가 되고 싶어하는 국민만 양산할 것이다
- P51

과거 주택의 마당은 특정 기능 없는 빈공간이었다. 계절과 날씨가 바뀌면서 만들어지는 마당의 변화는 우리에게는 ‘생각이라는 빵‘을 만들때 필요한 밀가루나 버터같은 재료였다. 변화는 우리를 생각하게 만든다
- P56

부모와 살면 친구를 집에 초대할 수 없고, 원룸에 살면 공간이 작아 초대할 수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디 편하게 앉아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려면 한 끼 식사비 정도로 비싼 커피값을 지불하고 카페에 앉아야 한다.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는 공간을 즐기려면 돈을 지불해야 한다. 그게 집값이든 월세든 카페의 커피값이든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소유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았지만 이제는 ‘몇 평‘으로 계산되는 공간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삻의 질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었다
- P91

상업 시설 없이 산책로만 있는 곳에는 시간이 많은 사람만 가게 된다. 이 말은 현재 우리의 서울에는 시간 많은 사람이 산책하는 길은 많지만,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보행자 도로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녹도와 상업 가로를 분리시켜 생각하면 안 된다.
- P97

건축적으로 보면 후드티를 입는 사람들은 자신의 공간을 가지기 어려운 도시 빈민들이다. 이들은 어떻게든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기 어려운 도시빈민들이다. 이들은 어떻게든 자신만의 공간을 활보하기 위해 시선을 차단하고 자신의 영역을 만들려고 한다. 지붕이 있는 공간을 소유하지 못하니 모자를 쓰고, 후드를 뒤집어쓴다. 주변이 안보이니 머리를 좌우로 두리번거려야 한다. 이런 행동이 힙합의 무브(움직임)이다. 즉,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액션이다. 같은 맥락으로 자동차, 헤드폰, 장갑, 선글라스는 복잡한 세상 속에서 내 공간을 만들려는 장치들이다
- P103

여러 사람이 한 집에서 함께 화장실을 사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화장실을 계속 늘리는 것과 아니면 화장실에 들어와도 문제가 되지 않는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 현대사회는 화장실을 계속 늘리는 방식, 즉 사적 공간을 끊임없이 만드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 P106

그 이전에는 수십만년 동안 수렵 채집을 하면서 이동하면서 살았던 게 인간이다. 지금의 디지털 유목민 같은 삶이 유전적으로는 더욱 맞는 삶의 형태인지도 모른다. 가까운 미래에는 굳이 비싼 동네에 집을 소유하기보단 그 공간을 잠깐 경험해보는 것으로 만족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이미 소유보다는 그냥 인스타그램 사진을 많이 남기는 것이 더 중요한 세상에 살고 있지 않은가? 경험을 하고 사진으로 남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시대에 어쩌면 한 집에서 몇년씩 사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삶의 형태일지도 모른다.
- P113

대형 쇼핑몰에는 변화하는 자연이 없다 보니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쇼핑몰은 몇년에 한 번씩 대대적인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한다. 그리고 더 잦은 변화를 위해 수시로 변화하는 콘텐츠인 멀티플렉스 극장을 도입한다. 계절이 바뀌는 대신 상영하는 영화를 바꿔 주는 것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쇼핑몰인 코엑스몰에는 메가박스가 들어가있다. 요즘에는 그것도 부족해서 대형서점이나 도서관을 유치하거나 만든다
- P125

필자는 자연이 있는 골목길을 보존한다면 그에 맞는 새로운 21세기형 골목길 문화가 만들어지고 그 문화가 사회를 더 좋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다. 그것은 창업하기 좋은 ‘한국형 실리콘 밸리 골목길‘일 수도 있고, 한곳에 격리되어서 담장 안에 갇힌 학교 공간이 아닌 골목길을 끼고 있는 대학 캠퍼스나 공립학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새롭고 창의적인 사회적 공간의 플랫폼으로 21세기형 골목길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본다
- P143

사실 우리가 창조라고 하는 것들은 어차피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닌, 자연에 있는 물질의 재구성일 뿐이다. 우리 인간이 하는 모든 행위는 자연으로부터 잠시 빌려 쓰는 행위다. 그러니 내가 다 쓱 나면 후손들이 다르게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현재 지구상에는 역사상 가장 많은 인간 개체수가 있고 모두가 살아남아야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 우리 시대에 태어난 건축물은 다음 시대에 살아남기위해 어떤 진화릐 몸부림을 치게 될지 궁금하다
- P152

여러 사람이 한 집에서 함께 화장실을 사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화장실을 계속 늘리는 것과 아니면 화장실에 들어와도 문제가 되지 않는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 현대사회는 화장실을 계속 늘리는 방식, 즉 사적 공간을 끊임없이 만드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 P206

벽으로 막힌 계단은 멋진 체험을 하는 공간이 아니라 빨리 이동해서 다른 층으로 가야 하는 ‘일’을 하는 공간. 계단은 그런 취급을 받을 공간이 아니다
- P224

선박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방수다. 비정형 건축물은 배를 뒤집어 놓은 듯이 만들면 간단히 완성된다. 국내 조선 업계의 불황을 건축 같은 종합 산업에 접목시킨다면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 P238

필요한 곳에 차선을 줄여 블록 간 소통을 좋게 만드는 것 외, 더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전략은 의미있는 건축물 보존으로 도시의 역사를 남기는 것이다
- P264

성공적 상업 가로가 만들어지는 원칙. 한쪽에는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라인이 들어오고 다른 쪽에는 공원이 있어서 이 둘을 연결하는 길이 만들어지면 그 길은 성공적인 가로가 된다
- P286

우리가 사는 세상의 공간은 아직도 기존의 물리적인 구성이 주는 가치가 있는 동시에, 미디어로 만들어진 사이버공간이 중첩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생물학의 프레임이 물질에서 정보로 변환된 것처럼 미술과 건축에서도 동일한 전이가 일어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인식하는 세상은 더 이상 물질로 구성된 세상이 아니라 의식 속에 존재하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이제 다음 세대의 가치관도 구체적인 물질보다는 정보를 통한 경험에 더 중점을 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 P311

신기술로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노력과 그에 따른 사회적 현상과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대다. 기술은 바뀌어도 인간의 유전적 본능은 그렇게 빨리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 P329

우리는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건축 공간이 만들어 내는 환경의 본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우리 스스로를 제대로 쳐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 P37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